[eBook] 레오 스트라우스가 들려주는 정치 이야기 -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074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74
육혜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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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온다. 후보들간의 토론도 지켜보고, 공약도 살펴보며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게 되는 요즘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우리들은 친구, 이웃, 사회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이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경험을 하게 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와 이웃, 사회의 관계를 올바르게 세워나가는 과정이 정치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정치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도 또한 작은 사회다. 「레오 스트라우스가 들려주는 정치 이야기」 는 학교의 농구 동아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정치체제란 무엇인지를 넌지시 전하고 있는 책이다. 주인공인 지훈이가 농구 동아리의 집단 이기심에 희생되어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1. 인간 사회와 정의', '2. 가치 있는 것은?', '3. 자연권', '4. 정치란 무엇인가?' 의 네 가지의 주제로 이야기를 엮는다.




레오 스트라우스가 들려주는 정치 이야기

육혜원 지음

(주)자음과 모음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에 정착한 유대인 정치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1899-1973)는 현실 정치적인 이론보다는 오히려 고전 정치학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인물로,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는 국민을 억누르지 않고, 시민들의 상호존중을 통해 합의를 이루는 사회이며, 국가든 집단이든 자신들만의 이기심을 추구해서는 좋은 정치제제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철학도 어렵지만 정치 철학 또한 낯설다. 저자는 철학이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다면, 정치철학은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설명한다. 이야기 속에서 레오 스트라우스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들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데 '자연권' 이라던가 '레짐' 같은 것들이다. 

레오 스트라우스는 항상 존재하고 있으며, 소멸될 수 없는 걸 자연적인 것이라고 했어. 빨간 색은 빨갛고, 파란 색은 파란 것처럼 논란의 여지없이 분명한 것 말이야. 


인간이 보기에는 정당할 수도 있고 정당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신의 관점에서는 모두 공평하고 선하거든. 이렇게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레오 스트라우스는 자연권이라고 불렀어 


- p093


 


철학은 인습의 권위를 거부하면서 이성을 통해서 자연권을 내세우고 있으며, 철학자들이 말하는 자연권은 현실에서 적용되는 법 이외에 우리에게 필요한 정의의 잣대를 의미한다. 레오 스트라우스는 항상 존재하고 있으며, 소멸될 수 없는 것을 자연권이라고 불렀으며, 자연권이 어떠한 사회의 법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는 근거를 소크라테스의 지혜에서 찾았다. 인권의 개념 또한 이런 자연권에서 출발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체제라는 것은 시민사회 혹은 시민공동체에서 나온 말인데 레짐(Regime)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레짐은 인간의 훌륭한 삶의 무엇인가에 대한 시민들의 합의로 이루어지지. (...)


다시 말해 인간이 정의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한 집단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가 바로 레짐이라고 할 수 있어. 


- p126




동아리의 회장이 된 주인공이 아빠와의 대화를 통해 레짐(Regime)을 배우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종합해 이상적 레짐(Regime)을 정리한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조금씩 이해해간다. 레짐은 누가 통치를 하느냐, 무엇에 근거해서 통치를 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를 나눌 수 있으며, 이야기 속에서는 세계의 여러가지 모습의 정치체제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영국을 비롯하여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등의 나라에서 아직 군주 정치체제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것도 슬쩍 예를 들면서 말이다. 


레짐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귀중하다고 여겨서 결정된 것이야. 그래서 더 높고 큰 권위를 갖게 되는데, 그 권위보다는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가 되기는 정말 힘들다는 거야. 오히려 겉으로는 자연권을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다수의 저급한 욕구에 영합하는 지도자가 인정받기가 더 쉽다고 했어. 그래서 우리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참주 정치체제가 존재하기도 했지


- p138




동아리의 아이들은 가장 좋은 레짐이 존재하려면 훌륭한 지도자도 필요하지만 공동체의 구성원들도 훌륭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구성원들 모두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동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레오 스트라우스에 의하면 국가는 인습에 의해 하나로 합쳐진 집합체다. 그런 만큼 집단의식이 생기기 쉽다. 그러나 집단 이기심은 그 안에 속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 시민들은 국가를 위한다는 이유로 많은 희생을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는 국민을 억누르지 않고, 각 집단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시민들이 상호존중을 통해 합의를 이루는 사회다.


한 번 읽고 이해하기란 어려운 분야이기는 하다. 충분한 대화나 사고의 확장이 필요하다. 책 후반부의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 에서는 이 책의 동화의 단락을 다시 발췌하여 제시문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이 생길지 생각해보게 한다. 



이 책  「레오 스트라우스가 들려주는 정치 이야기」 에는 나오지 않지만 현실 정치에서, 그의 철학은 9·11 이후에 득세했던 미국의 네오콘, 즉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의 사상적 배경이 되기도 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시카고 대학에서 서구식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확신한 정치철학을 가르쳤던 터라 그의 가르침을 받은 이들이 미국의 외교ㆍ안보분야에서 활동했던 것.  2003년 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의 주요 언론은 이른바 ‘스트라우스(Strauss) 스캔들’을 터트리면서, 이라크 전쟁을 포함해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강경노선을 주도하는 네오콘(neocon)의 배후에는 이들을 이념적으로 조정한 레오 스트라우스라는 인물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스트라우스와 스트라우시안들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고, 2011년 말 이라크 전쟁이 종식을 고하면서 ‘스트라우스 스캔들’은 거의 잊혀졌다. ( 출처 : 이라크 전쟁의 레오 스트라우스 책임론에 대한 정치철학적 비판 / 박성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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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가 들려주는 군주론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93
신복룡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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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정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대사회에서는 정치학은 윤리학의 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윤리학으로부터 정치학을 분리한 이후에도 정치학은 여전히 엄숙주의에 빠져있었다. 주로 가치, 이상, 조국 , 역사, 자유 등의 형이상학적 주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관습 속에 목표를 위해서는 정치 수단이 용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마키아벨리가 나타나고, 이후 정치학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초등학생인 주인공은 엄마의 책인 「군주론」 을 읽다가, 현실에서 자꾸 마키아벨리의 모습을 마주치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16세기 이탈리아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마키아벨리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이후 주인공 동호는 학교에서 무서운 군주처럼 군림하는 호랑이 담임선생님에게 당당하게 맞선다. 




마키아벨리가 들려주는 군주론 이야기

신복룡 지음

(주)자음과 모음



 「마키아벨리가 들려주는 군주론 이야기」 에서는 주인공 동호가  「군주론」 의 문장 일부를 소리내어 읽어 독자들에게도 알리고, 주변인들과 그에 관련된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전달한다. 이야기에 나왔던 내용들을 각 에피소드의 중간 중간의 [철학 돋보기] 코너에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보충하는 구성이다. 


예를 들어, [철학 돋보기] 코너에서는 마키아벨리는 외교관으로서 여행을 하면서, 업무상 맺는 관계를 넘어 당대의 유력한 정치인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언급한다. 그는 자신의 저술을 알리며 입신양명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것. 


마키아벨리는 기본적으로 공화주의자였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공화제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과 같은 거대한 권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라가 부패하여 스스로 개혁할 수 없을 때에는 군주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군주론을 쓴 가장 큰 이유는 실직을 당한 전직관료인 마키아벨리가 재취업을 바라면서 권력자에게 일자리를 호소하고자 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이는 마키아벨리는 잘알지 못해도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르네상스 편에 나왔던 메디치 가문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군주' 란 무엇인가. 세습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나폴레옹, 히틀러, 무솔리니의 애독서가 되면서 악명 높은 책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세습적 군주가 없는 요즘에서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권모술수의 책이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계발서로 많이 읽히고 있다. '군주' 대신 다른 역할들을 대체하면서 말이다. 책에서는 「군주론」 에서 이야기하는 군주가 갖춰야 할 기술을 요약해놓고 있는데, 어떤 항목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힘의 논리같은 것들 )에 있어서는 우리가 뽑을 대통령이 이렇다고 한다면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게도 된다. 


1.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것

2. 동지를 규합할 것

3. 폭력을 쓰든 기만을 하든 반드시 승리할 것

4. 백성들이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두려워하도록 만들 것

5. 군대가 자신을 따르고 존경하도록 만들 것

6. 자신을 해칠 수 있는 힘을 가졌거나 그럴 만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을 숙청할 것

7. 옛 법과 낡은 풍습을 새롭게 바꿀 것

8. 가혹하면서도 인자할 것

9. 관대하고 개방적일 것

10. 불충한 군대를 제거하고 새로운 군대를 조직할 것

11. 왕이나 군주들이 자신에게 기꺼이 호의를 보이도록 만들고 감히 해칠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도록 그들과 돈독한 우호 관계를 맺을 것


- 군주가 갖춰야 할 기술




"철혈정책"으로 유명한 프로이센의 재상 비스마르크도 마키아벨리 「군주론」 을 예찬했다고 알려주니 이제서야 철혈정책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눈치다. 



마키아벨리는 기본적으로 성악설의 사상을 포함한다.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 악이라 여기는 사상이다. 그 자신이 일생동안 많은 배신과 절망을 경험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도적과 불법으로 가득한 정치 세계에서 끝까지 도덕적일 수만은 없다고 보면서 정치인의 미덕은 살아남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의 주장은 너무 솔직해서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읽히는 고전일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중요한 것은 멸시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이 멸시를 받는 다면은 독재자라고 불리는 것보다 더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마키아벨리는 또한 군주가 멸시를 받는 이유를 여러가지로 들었다. 그 중 '군주가 천박한 모습을 보일 때' 라던가 '군주가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 그리고 '군주가 아첨을 이기지 못할 때' 등의 이유는 '군주' 대신 '정치가'를 대입해보아도 통하는 이유일 듯 하다. 책의 후반부의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 의 논제에서도 정치가가 국민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으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지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관련하여 이야기해보자고 제시하고 있다. 


군주는 사자의 용맹함과 

여우의 교활함을 갖추어야 한다.


위대한 군주의 덕목


첫째. 적과 동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대한 선지자의 삶을 돌아보며 배우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둘째. 군주는 잔혹해야 한다. 사랑과 두려움을 받는 것 중에 무엇이 더 좋을까? 둘 중 하나르 선택해야 한다면 군주는 두려움을 택해야 한다. 


셋째. 군주는 교활해야 한다. 갖은 순수와 모략이 가득한 정치세계에서 수많은 덫을 피하기 위해서는 여우의 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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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 사랑해 보드북 3
캐롤라인 제인 처치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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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유럽, 미국 등의 그림책에 등장하는 피부색은 한 가지일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양성을 존중하여 피부색, 인종, 복장 등 다양한 문화를 포함하고 있는 변화가 와닿는다. <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 의 표지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이를 보며 해보는 생각이다. 어떤 모습이든 아이들의 모습은 모두 사랑스럽다. 그것은 진리다. 




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

캐롤라인 제인 처치 글, 그림

With All My Heart, I Love You

보물창고



보드북으로 나온 그림책은 대부분 부모가 영유아에게 ‘읽어주는’ 그림책이 된다. 아이는 부모의 품에서 부모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부모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눈으로 그림책 속 그림을 바라본다. 부모는 어떤가. 꼬물거리는 아이를 품에 안고 책을 읽어주며 아이에게 마음껏 사랑을 표현하게 되는 시간이다. 포옹 장면에서 꼭 안아주고, 뽀뽀 장면에서 뽀뽀를 해주고, 아이의 이곳저곳을 쭉쭉 맛사지 해주며 건강하게 자라라는 마음을 담게 되지 않던가. 물론 이 그림책에는 포옹장면과 뽀뽀장면은 나오지는 않는다. 다른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대신한다. 






그러면서 말을 배우는 아이에게 세상의 빛나는 단어들과 그 뜻을 전하게 된다. “일어나 눈부시게 빛나라, 우리 아가!” 로 시작하는 책은 활짝 웃는 그림책 속 주인공의 표정과 함께 인사하며 시작한다. <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 는 아이와 몸놀이를 해볼 수도 있는 구성이다. 웃고, 방방 뛰고, 하늘로 높이, 높이 다리를 차올리고, 두 팔을 쭈욱 뻗어본다. 책을 읽다말고 아이는 벌떡 일어나 책 속의 동작을 따라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조용히 마음을 전한다. 마음껏 궁금해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발산해보라고. 즐겁게 웃고 놀자고. ‘우리가’ 함께 나눌 게 아주아주 많다고 말이다. 



무언가 궁금하면,

잘 찾아보고 즐겁게 웃으며 놀자.



읽다보면 몽글몽글 행복이 올라오며 저절로 행복해지는 그림책이다. 아이가 다 커버린 지금에도 아이가 어렸을 적의 꼬물거림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어보게 된다. 그림책 속의 기저귀 바람의 오동통 아기들을 바라보니 행복하다. ‘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 란 문장은 지금도 전하고 싶은 문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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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문학으로 세상을 마주하다 -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청소년 소설 읽기
김태리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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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의 청소년 창작물을 주제별로 선정하고, 각 두 권의 책을 비교하고 작품 속 담화와 담론을 통해 분석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 ‘가족’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 ‘사회’의 모습이 담긴 작품들, ‘미래 사회와 과학 기술’ 을 소재로 한 작품들, 이렇게 크게 네 가지 주제로 32편의 청소년 소설이 분류되어 담겨있다. 




십대, 문학으로 세-상을 마주하다

김태리, 신윤정, 전지혜, 정은해 지음

초록비책공방



「십대, 문학으로 세-상을 마주하다」 에 담긴 32편의 소설 중 나와 밤톨군이 읽은 책이 많지 않았다. ( 아니, 매우 적었다. ) 2부의 '가족, 사랑의 의미를 묻다' 의 「페인트」 와 4부 '과학, 인간에게 질문하다' 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겨우) 두 권. 만나보지 못한 책들을 아이와 함께 읽어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게도 된다.



각 장들은 자유 논제와 선택 논제를 제공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논술 활동 제공하고 있기에 청소년 개인보다는 독서 동아리나 부모 독서 교육, 학교 온 책 읽기 등의 활동에 활용하기에 더욱 좋은 구성이다. 언급된 책을 읽지 않고 「십대, 문학으로 세-상을 마주하다」 부터 읽어버리게 되면 이 책에서 이끌고자 하는 청소년 스스로의 생각의 힘보다는 자칫 정리된 공식처럼 받아들일까봐 엉뚱한 걱정도 해본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속의 단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는 인간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과학 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이끈다. 짝궁책으로 김남중의 「해방자들」이 함께 나온다. 이전에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를 읽었을 때에 나는 이 문장에 형광펜을 칠해놨었다.





이야기 속 주인공 데이지는 자신이 사는 세상이 책 속 세상과 달리 왜 늘 평온한 지, 열여덟 살이 되어 지구라는 시초지로 떠난 순례자들 중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의문을 가진다. 데이지는 금서 구역에 들어가 마을 설림자인 '올리브'가 남긴 기록을 읽는다. 그리고 '신인류' 와 '비개조인' 들에 대해 알게 된다. 나는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의 인조인간이나 영화 「가타카」 의 유전자조작의 우성인간들을 떠올렸었다. 


「십대, 문학으로 세-상을 마주하다」 는 우선 두 권의 책에 대해 설명하고, 내용을 요약한다. 본문의 배경을 하늘색으로 하여 책에 대한 소개 페이지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이어서 선정된 두 권의 책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이어간다. 책의 문장이나 내용 속에서 생각해봄직한 주제들을 끌어내고, 그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는 식이다. 


미래 사회가 풍요와 안락함이 있어도 인류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랑, 우정 등의 가치가 사라져 인간다움이 없는 세상이 된다면 그 사회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


우리가 어떤 미래 사회를 원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가 원하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한 후에 찾아야 할 것입니다. 


-249




이후 [사고를 확장하는 토론 논술 활동] 코너에서 해당 책들에 대한 토론을 위한 자유 논제과 선택 논제를 제공하고,  마지막에 논술 주제까지 제시하는 구성이다. 자유 논제 토론의 경우 실제 활동 시에는 기본 논제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논제를 뽑아내면 좀 더 풍부한 토론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가족 질서의 변화가 청소년의 자아 형성에 끼치는 모습이 어떤지, 변화된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 양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2부, '가족, 사랑의 의미를 묻다' 에서 이희영의 「페인트」 는 '비법 탐구! 슬기로운 부모생활' 이라는 주제로, 한정영의 「변신 인 서울」 과 함께 짝궁이 되어 있다. 이 두 소설은 부모의 사랑에도 시점의 전환이 필요하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소유가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적정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인정과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고 '탓할 거리'를 외부에서 찾아 자기 합리화를 시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싶어 하는 존재이니까요. <변신 인 서울>에서 1등이 아니면 인정해주지 않던 부모 때문에 반희가 어떤 괴물이 되었는지, <페인트>에서 제누와의 부모 면접을 준비하는 동안 자신의 어머니가 자주 떠올랐다던 하나의 씁쓸한 표정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진진하게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 p111



이를 보면 오히려 청소년 도서가 아니라 부모가 읽어야 할 또 다른 육아서가 된다는 생각도 든다. 한 부모 강의에서 사춘기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때 그들 또래가 나오는, 그들이 좋아서 읽는 책을 읽어보라고 했던 말도 떠오르기도 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들이 아닐까. 그저 교과서 수록도서, 권장 도서라서 읽는 것이 아닌 서로의 시선을 마주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말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본문에 나오는 책들 외에 관련된 참고 도서들이 정리되어 있다. 제시된 주제를 더욱 확장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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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가 들려주는 존재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71
조극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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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서야 철학에 관심을 가진 나인지라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읽는 책도 그 관심이 옮겨간다. 읽다보니 오히려 아이들 눈높이로 쉽게 풀어쓴 입문서가 기존에 읽었던 (어렵던) 철학서의 내용을 부연 설명해주면서 더욱 이해도가 높아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어릴 때 개념이라도 미리 접했더라면, 철학적으로 생각해보는 기회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앞으로 당분간 청소년을 위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를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우선 최근에 내가 접했던 하이데거가 나오는 「하이데거가 들려주는 존재 이야기」 로 시작했다. 



하이데거가 들려주는 존재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71

조극훈 지음

자음과모음


최근에 나는 「그림으로 보는 하이데거」 라는 책을 읽었다. 예술작품 속에서 하이데거의 철학을 발견해보는 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이들 눈높이의 동화 속에서  '존재'라는 핵심 사상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철학을 느껴보게 된다.  「하이데거가 들려주는 존재 이야기」 는 백혈병에 걸린 혁수라는 친구를 돕기 위해 크리스마스 연극 진행을 위해 모아둔 돈을 치료비에 보태기로 하면서 시작한다. 아이들은 연극을 못하게 될 거라 생각하며 낙심했지만, 별다는 옷이나 무대장치가 필요없는 그림자 연극을 하기로 한다. 연극 내용을 짜기 위해 친구 집을 방문한 주인공은 친구 아버지가 읽고 있는 하이데거의 책을 보고 궁금해한다. 


존재란 쉽게 말해서 '있는 것' 이란다. (...)


세상에는 나무, 돌, 꽃, 하늘 등 수많은 존재가 있어. 우리가 생활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존재들을 말하는 거지. 그러나 이러한 존재자는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생각하지 못해. 아름이는 꽃이 왜 그 자리에 피었는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보았니? (...)


그래, 꽃은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지. 그러나 인간은 달라.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물을 수 있어. 하이데거라는 철학자는 특별히 인간을, 존재가 드러나고 있다는 의미에서 '현존재'라고 불렀어.


- p31




주인공들이 연극을 구성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면서, 중간중간 하이데거의 철학개념을 연결하여 설명하는 구성이다. 이야기 속에서 한 가지 개념이 등장하면, [철학 돋보기] 라는 코너에서 다시 한번 개념을 설명한다. 그림자 연극은 하이데거의 '존재 의미' 를 이해하는 것을 위한 중요한 소재가 된다. 


아이들은 <파랑새> 라는 동화의 줄거리를 빌려 연극을 준비하기로 한다. 아이들이 읽었을 동화 <파랑새>다. ( 작품 자체도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이 원작이기도 하다. ) 그런데 이 <파랑새>가 하이데거의 철학과 연결되다니? 


<파랑새>라는 동화를 보면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파랑새를 찾아 여행을 떠나잖아. 동화 안에서 파랑새는 진정한 행복을 상징하지만 우리는 그 파랑새를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야. 파랑새는 즉 존재를 찾아가는 방법을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알려주는 거지. 


-107



'희망은 바로 우리 곁에' 식의 교훈으로만 단순하게 읽었던 이야기가 철학적인 생각을 더해보니 더욱 심오한 이야기가 된다. 희망이란 단어 대신 존재로 치환하고, 앞선 이야기의 흐름에서 계속 다뤄지는 실존이란 개념을 부연한다. 


우리는 <파랑새>라는 동화를 이용해서 연극을 썼어.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는 파랑새를 찾아서 모험을 떠나는데, 파랑새는 다른 게 아니고 바로 치르치르와 미치르 존재 자신이었어. 그런데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고생을 하며 파랑새를 찾으려고 하지만, 정작 파랑새는 자기 집에 있는 대나무로 만든 작은 새장에 갇혀 있었어. 


우리는 바로 이 <파랑새> 동화를 이용해서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려고 했어. 바로 존재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신 안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아까 ‘현존재’로서 인간이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아서 살아가는 것이 ‘실존’이라고 했지. 우리는 혁수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이 혁수 자신을 실존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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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독일의 실존철학을 대표하는 하이데거는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존재를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자인 인간(현존재)의 존재(실존)가 현상학적/실존론적 분석의 주제가 되고, 현존재의 근본적인 존재규정인 '관심'의 의미가 '시간성'으로서 확정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정리된 문장으로 보니 어려운데, 이야기 속에 녹여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내용은 철학인지도 모르고(?) 끄덕이게 된다. 



「하이데거가 들려주는 존재 이야기」 의 저자는 존재 의미를 묻지 않고 소홀히 여기기에 현대 문명의 많은 폐해가 발생한다고 하면서, 정신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지 말며, 존재 의미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일이 중요하다고 청소년들에게 전한다. 그리고 묻는다. "여러분의 존재는 어디에 있습니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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