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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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인물의 러시아식 이름의 어려움은 물론 등장인물 한 명의 대사가 5페이지가 넘는 작품이 등장하기도 하는 도스토옙스키 소설은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러시아문학회장과 한국슬라브학회장을 지내고, 고려대 노어노문과에서 도스토옙스키 강의를 해왔던 석영중 교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어보고는 싶은데 머뭇거리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이라는 친절한 입문서를 내놓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서 핵심적인 장면이나 어록을 모아 해설을 곁든 책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열린책들



러시아가 낳은 문호이자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그는 앙드레 지드와 알베르 카뮈와 같은 문학가에서부터 철학자 니체와 비트겐슈타인, 과학자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두 세기에 걸쳐 인류 문화 전체에 지워지지 않는 영향을 남겼다. 혹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슬라브주의와 러시아 정교주의에 관하여 언급을 하면서 도스토옙스키와 그의 작품을 엮어 비판하기도 한다. ( 문득 얼마 전 읽은 하이데거와 그가 몸담았던 나치즘의 관계가 떠올랐다. ) 작가의 삶과 가치관, 그의 작품에 대한 판단은 독자 개인의 판단의 몫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몇 권 읽었던 내게 힘겹게 읽은 기억이 남는 책은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이었다. 일단 벽돌책이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 이름의 인물들의 관계가 쉽지 않았던 이유도 컸다. 많은 이들이 도스토옙스키의 최고의 작품으로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을 추천하기에,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독했던 책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 소설이기도 하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에서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이 발췌된 장들을 따로 모아 읽어보게 된 이유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은 '불안', '고립', '권태', '권력', '사랑', '용서' 등 12가지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 속 명장면들을 각각의 배치한 구성이다. 처음부터 읽지 않고 마음에 끌리는 키워드를 먼저 펼쳐도 좋다. 삶의 근본 문제들을 관통하는 거장의 시선을 핵심 강의로 듣는 기분이기도 하다. 석영중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에서 주인공 마카르가 "나를 파멸케 하는 건 돈이 아니라 냉소" 라고 토로하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뽑았다. 절대적 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은 현대의 우리들도 충분히 공감하게 되는 지점이 아닌가. 「백치」 에서는  주인공 미시킨이 "콜럼버스가 행복을 느꼈던 건 그가 신대륙을 발견하려고 시도했을 때" 라고 역설한 장면을 뽑는다. 나도 그렇다. 무엇인가를 하려고 계획하고 첫 발을 떼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이미 언급된 책을 읽은 독자에게도,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에게도 저마다의 재미를 주는 책이다. 읽었음에도 '이런 문장이 있었던가?' 하며 갸웃거리는 나같은 얼렁뚱땅 독자는 주섬주섬 해당 책을 찾아 다시 읽게 되기도 한다. 더불어 읽어보지 못한 책들 중 '이번에 꼭 도전해봐야지!' 하고 마음 먹게 되는 책을 발견하기도 했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와 같은 시기에 나온, 석영중 교수의 연구 성과를 담은 책인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또한 저절로 궁금해져서 읽을 책 리스트에 추가 메모를 해놓게 된다. 이 책 한 권만으로 몇 권의 책을 메모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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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것 같아 - 두통의 숨겨진 이야기
어맨다 엘리슨 지음, 권혜정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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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자 어맨다 엘리슨은 두통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짚어내며 두통 유발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의학서이기에 어려울 것 같아 심호흡을 하고 책을 펼쳤건만 이런, 의학서가 이리 재미있어도 되는건가? 원문이 위트있었던 건지, 번역자의 재치인지 일단 문장들이 재미있어서 술술 읽힌다. 깔깔 소리내어 웃기도 여러번이다. 두통에 관한 진지한 통찰과 재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책이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Splitting: The Inside Story on Headaches

두통의 숨겨진 이야기

어맨다 엘리슨 지음, 권혜정 옮김

글항아리



살아오는 동안 두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원인은 서로 다르지만 우리 모두 머리가 아파본 경험이 있다. 나는 책의 제목처럼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라고 투덜거려본 적도 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는 아이스크림 두통, 군발 두통, 긴장성 두통, 편두통 등 다양한 두통의 원인들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우리에게 두통을 안기는 범인(바꾸기 어려운 것)은 누구이며, 두통이 자주 생길 수 있는 환경(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아이스크림 두통은 영미권에서 뇌가 언다는 의미로 '브레인 프리즈(Brain Freeze)' 라고 부른다. 물론 실제로 뇌가 얼어버리는 것이 아니기에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저온 자극 두통은 관자놀이가 찌르르한 것은 치아가 민감해서라기보다 입천장에 있는 감각수용기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탓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관련되어 '연관통' , 그리고 삼차신경까지 알게 된다. 아이스크림 두통은 금세 잦아드는 두통인지라 본격적인 두통들을 언급하기 전의 워밍업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3장의 '부비동, 감각, 콧물' 편은 자주 경험하는 두통인지라 더욱 와닿는 장이었다. '최고로 지독한 통증은 아니어도 머리가 둔해지고, 좀체 가시지 않고, 울혈까지 더해져 평범한 일상이 고달파'(p60)지는 두통이다. 이에 관련된 두통은 부비동과 부비동염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비동염의 치료를 위해 쓰이는 항생제의 작용기제, 수술을 통한 치료, 코세척, 항히스타민제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스트레스성 두통, 즉 긴장성 두통에 관한 4장의 내용 또한 많은 이들이 겪는 두통일 것이다.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기도 하지만, 정서적 또는 심리적 원인 없이 몸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만으로도 긴장성 두통은 발생될 수 있다. '나쁜 식습관, 탈수, 알코올 섭취, 수면 부족, 잘못된 운동은 우리 몸, 특히 머리, 뇌, 목 부위에 스트레스를 주어 긴장성 두통을 유발한다.여기에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완벽한 폭풍우가 형성된다'(p93)



위기 상황에 대응하거나 위기가 있기 전 상황으로 신속하게 돌아가는 능력을 임상 심리사들은 '회복력'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스트레스 반응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회복력 오계명을 제안하기도 한다. 


회복력 오계명


1. 사소한 일에 불안해하지 말자.

2.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걱정도 하지 말자. 걱정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3. 다음 단계에 대해서만 생각하자. 다음 단계의 결과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수만 가지 가정은 그만.

4. 우선순위를 정하자. 가족이 먼저다.

5. 일주일 뒤에 이 일을 돌이켜본다고 상상해보자. 뭘 그리 호들갑을 떨었는지 기억이나 할까? 길게 내다보자. 



여성보다 남성에게 4배 이상 더 많이 발생한다는 군발 두통. 편두통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두통이 생기는 원인과 빈도다. 하루걸러 하루씩, 하루에 최고 여덟 번 발작이 일어나고, 눈이 붓고 출혈되고 눈물이나고, 동공이 수축되고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거나, 한쪽 눈에서 관자놀이 쪽으로 이어지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증상등을 통한 발작이 다섯 번 이상 있어야 군발 두통이라고 진단을 내린다고 한다. 저자는 군발 두통의 원인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를 위한 다양한 치료법들을 제시한다. 



심한 두통으로 분류되며 '두통의 차원을 넘어서는 경험'(p139) 이라 불리는 편두통은 고전적 편두통이라고 하는 '조짐 편두통'과 비전형 편두통인 '무조짐 편두통'으로 나뉜다. 저자는 편두통을 그냥 두통이 아니라 각기 다른 4단계(1.전구증 단계 -> 2. 조짐 -> 3. 통증단계 -> 4. 후구증 단계 )로 이루어진 현상학적 사건이라고도 표현한다. 편두통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 원인 등을 6장, 7장의 두 장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편두통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으며 그 원인 또한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의 몸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통 유발원은 누구에게나 있다. 또한 두통은 머리에만 머무르는 통증이 아니다. 저자는 다양한 두통에 대한 접근을 통해 책을 읽는 이들이 좀더 전체적인 관점에서 두통을 바라보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 통증은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자라고 강력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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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하이데거
한상연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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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영역이 맞물린 인문학 도서를 읽는 것도 내 취향이 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는 요즘이다. 예술, 철학, 과학 이렇게 한 가지만 깊게 파는 도서들도 좋지만 음악과 미술이라던가, 미술과 역사라던가, 과학과 역사 등 다양한 분야가 맞물려있는 인문서들 또한 특유의 매력이 있다. 이번에 읽은 「그림으로 보는 하이데거」 는 예술(특히 미술)과 철학의 만남이다. 앙리 루소, 구스타프 클림프, 에곤 실레,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파블로 피카소, 피터르 브뤼헐,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으로 하이데거의 철학에 접근하는 책이다. 모든 철학과 예술, 문학의 근원은 역시 하나인 것일까. 




그림으로 보는 하이데거

한상연

세창출판사



 「그림으로 보는 하이데거」 는 미학과는 무관한 책이다.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이 이론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대한 그림들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읽어나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하이데거의 철학을 이해하게 되면서, 예술을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을 또한 경험하게 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철학도 예술도 실은 체험적 현실을 표현하는 상이한 방식들일 뿐'(p4) 이라고 하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자는 그림과의 만남이 자신의 삶에 불러 일으킨 체험적 현실을 음미하는 자이며, 그 체험적 현실 속에서 화가가 대상과의 만남을 통해 겪은 어떤 체험적 변화를 함께 발견하는 자' 라고 표현한다. 또한 '그림을 감상하면서 우리는 감각이란, 감각하는 자의 존재에서 일어나는 변화로서만 가능하다는 단순하고도 자명한 존재론적 진실과 만나게 되는 것' 이다. 


하이데거의 철학을 이해하고 읽지 않아도 좋은 책이다. 그래도 하이데거가 누구인지는 알고 시작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이데거의 철학은 예술, 미학, 정치학, 역사학, 신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인문학을 깊게 만나보려는 사람은 언젠가는 한번쯤 하이데거와 마주하게 된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마르틴 하이데거(독일어: Martin Heidegger, 1889년/9월 ~ 1976년/5월)는 메스키르히에서 출생한 독일의 철학자이다. 1923년 마르부르크 대학, 1928년 프라이부르크 대학 교수를 지냈다. 일반적으로 그의 철학은 《존재와 시간》을 중심으로 하는 전기 철학과 1930년~35년 사이의 소위 전회 이후의 후기 철학으로 나뉜다. 그의 대표작인 《존재와 시간》은 후설의 현상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론, 딜타이의 생의 철학 등의 영향하에 독자적인 철학을 개척하여 현존재의 존재의미를 탐구하는 실존론적 철학을 수립하였다. 하이데거의 전기 철학은 방법론적으로는 해석학적 현상학이며 그 대상으로 보자면 현존재, 즉 인간실존에 대한 존재론이다. 한편 현존재로부터 존재 자체로 핵심적 주제가 옮겨간 후기 철학은 역사적으로 존재 자체가 인간 현존재에게 어떻게 스스로를 현시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독일의 히틀러 집권시기 나치 독일을 지지하는 발언을 공공연히 자주하였으나 나치 독일 패전후 독일 비(非)나치스화 청문회에서 유태인 한나 아렌트의 증언 등으로 처벌을 피했고 이후 5년 동안 학문 활동을 금지당했다. 이렇게 나치에 협력한 전적으로 공격당하기도 하지만 많은 철학자들로부터 철학의 천재라고 불린다. 대부분의 유명한 20세기 유럽 철학자들은 하이데거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사르트르, 푸코, 아도르노, 하버마스 등의 철학자들은 모두 하이데거의 철학을 잘 알고 있었으며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림으로 보는 하이데거」 에서는 앙리 루소, 구스타프 클림프, 에곤 실레,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파블로 피카소, 피터르 브뤼헐, 빈센트 반 고흐, 이렇게 일곱 명의 화가의 그림을 소환한다. 초현실주의, 아르누보 회화, 표현주의 회화, 인상주의 회화 등 다양한 화풍의 그림들이다. 철학 이야기 뿐만 아니라 화가의 생애, 일화,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도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기에 예술에 관한 관심 또한 제대로 충족된다. 각 장의 화가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네이버 지식 사전의 「501 위대한 화가」(마로니에 북스) 링크로 연결되는 QR코드도 제공되고 있어 책에 나온 그림들 외의 작품들도 감상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하이데거의 주저는 「존재와 시간」 이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 책의 중심 개념 중 하나는 탈은폐와 은폐이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존재론적으로 진리는 존재 자체의 드러남이고, 존재 자체의 드러남인 진리는 동시에 존재 자체를 감춘다. 한마디로 진리는 존재 자체의 탈은폐이기도 하고 은폐이기도 하다. 이 수수께끼 같은 개념은  「그림으로 보는 하이데거」의 여러 장에서 계속 반복되어 서술되는데, 나는 특히 1장. 앙리 루소의 회화와 7장. 빈센트 반 고흐의 회화와 함께 하니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듯 했다. 


하이데거의 어법을 차용하자면, 루소의 회화가 내보여 주는 초현실성은 우리가 사실적이라고 믿고 있는 현상적 세계 이면에 감추고 있던 존재론적 진실의 드러남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현상적 세계의 이면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이미지로 표상될 존재의 진실이 감추어져 있다는 식의 생각은 잘 하지 못한다. 현상적 세계와 다른 이미지는 모두 비현실과 초현실이라는 두 개의 범주에 속한 것으로 간주될 뿐이다. 그러나 현상이 존재 자체의 탈은폐이자 은폐라는 하이데거의 관점에서 보면 현상적 세계의 이미지는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 p24, 앙리 루소의 초현실주의 회화와 하이데거의 진리 개념



하이데거의 진리 개념은 빈센트 반 고흐의 1886년 작 <한 켤레의 구두> 에서도 다시 언급되며 알레테이아 개념으로 부연설명되고 있다. 하이데거는 「예술 작품의 기원」 에서 고흐의 이 작품에 관한 유명한 에세이를 남긴다. '난해하고 복잡한 이 에세이의 핵심적인 전언은 예술 작품이란 결국 존재 자체의 드러남이라는 의미의 진리, 즉 알레테이아라는 것이다.'(p281)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진리란 본래 어떤 객관적 사태에 대한 논리적 명제 같은 것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탈은폐, 즉 알레테이아를 뜻하는 말이다. 알레테이아로서의 진리는 물론 인간 현존재의 존재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 일반 같은 것은 없다. 정신이 멀쩡한 자에게는 정신이 멀쩡한 자의 존재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존재 자체가 탈은폐가 될 것이고, 고흐처럼 미친 자에게는 미친 자의 존재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존재 자체가 탈은폐될 것이다. 


- p273, 빈센트 반 고흐의 인상주의 회화와 하이데거의 알레테이아 개념




우리는 모두 일상세계에서 일상적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며, 그러는 가운데 나의 일상적인 자아가 형성된다. 이러한 자아를 하이데거는 비본래적인 자기라고 부른다. 일상세계는 도구적 의미 연관에 의해 지배되고, 비본래적 자기는 존재의 의미를 그 도구성 가운데서 발견하는 존재자이다. 예술가에게 도구는 어떠한 의미를 지닐까. 저자는 '도구의 도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의 근원적 성스러움'을 드러내는 화가로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예로 든다.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 에서 부유한 상류층의 허영심을 드러냈던 진주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는 도구적 일상세계를 통해 드러나는 존재의 근원적 성스러움의 상징이 된 이유를 찬찬히 풀어내고 있다. 


그 어느 것도 그저 똑같은 사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존재의미를 이해하는 현존재의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생성된 현상이다. 그렇기에 공허한 정신을 지닌 인간 현존재가 발견하는 진주는 허영심의 상징이 되고, 자유분방한 정신을 지닌 인간 현존재가 발견하는 진주는 근원적으로 자유로운 삶과 존재의 성스러운 상징이 된다. 


- p153,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장르화와 하이데거의 도구 개념



 「그림으로 보는 하이데거」 한 권으로 하이데거의 철학을 다 이해할 수 있으랴. 그래도 어렵게만 다가오는 철학을 다양하게 접근해보다보면 분명 관심이 커지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머리로만 이해하려했던 철학을 가슴으로 느껴보는 경험을 해보게 한다.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어도 느껴지는 어떤 것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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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 이브 생로랑 삽화 및 필사 수록본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브 생로랑 그림, 방미경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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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담 보바리」 가 발간된 1850년대 무렵의 프랑스 사회는 이혼을 허용하지 않았던 만큼 불륜이 만연했다고 한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이 책이 발간된 후 대중적인 도덕률을 위반한다는 이유( 또는 '간통을 미화한 혐의', 혹은 '작품의 일부가 선정적이고 음란하다는 이유' 등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 로 기소되기도 했다. 「마담 보바리」 는 실제로 있었던 일(들라마르 부인 자살사건)을 취재해 5년간에 걸쳐 완성한 '사실소설'의 전형적인 걸작이기도 하다. 세계문학전집의 한 권으로 이미 책장에 꽂혀있지만, 플로베르 탄생 200주년 기념판이라는 '특별판' 의 매력이 가득한 이브 생로랑의 삽화가 수록된 책을 다시 펼친다. 패션디자이너인 이브 생로랑( 내게는 어릴 적부터 입생로랑으로 각인된 ) 의 삽화가 포함되어 있다니 더욱 궁금해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마담 보바리

Madame Bovary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브 생로랑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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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로 구성된 「마담 보바리」 는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란 엠마가 성실한 시골의사와의 결혼 후에 조금씩 느껴가는 환멸, 이후 사랑을 꿈꾸며 벌이는 다른 남자와의 밀회, 그리고 그녀의 파멸 과정을 다룬다. '결혼이라는 일상에 안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상을 바랐던' 여성이라고도 불리는 마담 보바리. 제목에서부터 그녀는 마담 보바리, 즉 보바리 부인이라는 것에 문득 눈이 간다. 행복하고 낭만이 가득한 결혼생활을 꿈꿨던 ( 보바리 부인이기 이전 ) 엠마란 이름의 주인공은 권태롭고 지루한 일상과 책 속에서 읽었던 이상의 괴리를 견디지 못한다. 

 

결혼하기 전에 그녀는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사랑에서 생겨야 할 행복이 찾아오지 않으니 그녀는 자기가 잘못 생각했던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엠마는 책에서 그렇게나 아름다워 보였던 지극한 행복, 열정, 도취 같은 말들이 삶에서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려 애썼다. 

 

- p95

 

 

 

'자기 심장에 부싯돌을 살짝 문질러보아도 불티 하나 일어나지 않는' 것을 깨닫고 만다. 반면 남편인 샤를은 이 결혼이 행복하고 만족스럽기만 하다. 이 간극은 엠마를 더욱 불행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사실 원하는 이상과 비교해서 보는 현실은 불만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그건 엠마 뿐만 아니라 우리도 일상에서 종종 겪곤 하는 일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다르기에 조금이라도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 있던가. 때로는 그 차이가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하지 않던가. 순수했던 시절의 엠마가 바랐던 것을 그저 '몽상'이고, '쓸데없는 욕망'이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샤를의 아이를 출산하는 동안 엠마는 아들을 낳기를 바란다. "여자는 계속 금지에 부딪힌다. 무력하고도 유순한 여자는 연약한 몸과 법률의 속박에 직면해 있다. 여자의 의지는 모자에 줄로 연결된 베일처럼 바람이 불어오는 대로 펄럭인다. 언제나 욕망에 끌리면서, 적절하게 행동해야 하는 관습에 붙들린다."(p159)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녀가 꿈꾸던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돌진은 이미 결혼한 여성이었기에 '불륜'으로 읽혀버리게도 되지만, '사실주의 문학' 의 대가인 플로베르의 심리묘사를 따라가다보면 그녀가 비정상적으로 음탕하거나 탐욕스럽다기보다는 낭만적인 것에 대한 동경이 너무 강했던, 그리고 오히려 욕망의 실현을 위해 저돌적으로 용감했던 여인으로도 읽힌다. 용감했으나 욕망의 렌즈를 통해 현실을 계속 왜곡해서 보는 것이 더욱 안쓰러운 여인. 그녀는 현실이 자신이 꿈꾸던 세상과 같지 않자 그것은 진짜 삶이 아니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문득 엠마가 욕망의 렌즈로 현실을 굴절시켜서 보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다른 기회들이 주어졌다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야기의 중간 중간에 삽화가 수록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펼친 책은, 앞 부분에 이브 생로랑의 필사와 함께 삽화가 먼저 등장하는 구성이었다. 해설을 읽어보니 1951년, 열다섯살의 소년이 1부 전체와 2부 첫 부분을 필사하고 삽화를 그려놓은 필사본의 모습을 수록해놓았다. 1부와 2부를 읽어가며 앞쪽에 나왔던 장면들이 어떤 이야기를 묘사한 것인지 추측해보는 재미 또한 얻는다. 열다섯살이 그려낸 엠마의 드레스의 모습은 아름답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이브 생로랑이 앞으로 창조해 낼 스타일의 시작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책의 후반부에 정리되어 있기도 하다. 이브 생로랑이 직접 장면을 적어놓지는 않았기에 후대의 사후조사에 의한 연결이다. 

 

플로베르는 '자연은 의미심장한 현상을 일으키나 그 의미를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런 자연과 같은 소설을 쓰고자 했다. 엠마가 함께 달아나자고 하자 부담을 느껴 모습을 감춰버리는 첫 연인 로돌프부터, 지방 소도시의 약사, 엠마를 파산과 종말로 몰아넣는 상인 등 소설에는 엠마 외에도 엠마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담긴다. 플로베르는 인간을 정밀하게, 또 종종 냉소적이면서도 되도록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플라토닉 러브로 시작했던 레옹과 헤어진 후, 로돌프를 통해 일탈을 경험한 엠마는 재회한 레옹과 더욱 과감한 만남을 가진다. 그러나 그 만남에서도 엠마는 '불륜의 사랑 속에서 시시하고 단조로운 결혼의 모든 것을 다시 발견'(p405) 한다. 그런 행복의 저속함이 치욕스러워도 '하루하루 더 악착같이 거기에 목을 맨 채, 너무 커다란 행복을 원함으로써 그 행복을 전부 고갈시키고'(p405) 있었다. 

 

그녀는 행복하지도 않았고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삶은 대채 왜 충만하게 채워질 수 없는 것일까? 삶이 무엇엔가 기대는 순간 그것은 왜 바로 썩어버리는 것일까? ...... 그러나 만약 어딘가에 아주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 열정이 넘치는 동시에 아주 세련된 용맹한 성격, 하늘을 향해 청동 리라로 애절한 축혼가를 울리는 천사 같은 모습을 한 시인의 마음이 있다면, 그녀라고 왜 찾아내지 못할 것인가? 아, 무슨 가당치도 않을 일! 게다가 찾으려 애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가 거짓이었다! 모든 미소는 권태의 하품을, 모든 기쁨은 저주를, 모든 쾌락은 혐오를 감추고 있으며, 가장 근사한 입맞춤도 오직 더 강렬한 쾌락에 대한 실현 불가능한 욕망만을 입술 위에 남길 뿐이었다. 

 

- p337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던 엠마는 결국 경제적 파산과 불륜에 대한 수치심으로 독약을 먹는다. 그녀로 인해 남편과 그녀의 딸 또한 불행해지고 마는 과정이 건조하게 표현된다. 그녀의 공허함을 채우려는 갈망은 결국 비극을 부르고 말았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꿈꾸고 상상 속을 달리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욕망에 이끌리는 존재, 소설 작품 속에 살기를 꿈꾸는 돈키호테의 기질' 의 성향을 '보바리슴'이라고 부른다. 감정적으로, 사회적으로 불만족스러워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심리질환을 뜻하기도 한다. 문득 그녀의 왜곡된 욕망과 채워지지 않는 정신적 결핍의 모습은,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엠마가 소설 속에서 찾던 이상은 이제 우리에게는 각종 미디어와 SNS를 통해 다가오는 여러 모습들로 치환된다. '욕망의 렌즈'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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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신예희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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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순간 모두 고개를 끄덕일 제목이다. 이른바 ‘코시국’ 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오늘은 프로젝트 동료의 자녀가 확진 판정을 받아 일하다가 검사하러 갔고, 내 아이가 다니던 학원의 옆 반 선생님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요새는 밀접접촉자가 아니면 PCR 검사대신 자가진단키트를 준다고 한다. 검사를 받으러 갔더니 줄이 너무 길어서 오히려 검사를 받으려고 기다리다가 감염될 걱정을 해야할 판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비에이블

 

 

‘여행’ 이라는 2글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컥울컥 버글버글 끓다 못해 콧구멍에서 허연 김이 나오는 것’ 같다는 저자는 일기라도 써보기로 한다. 막상 쓰기 시작하니 그 두글자 만으로도 할 말이 너무 많았던 것. 속에 담겨있던 그 이야기들이 꺼내어지고 책으로 나와 독자들 앞으로까지 왔다.

 

여러가지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는 ‘낯선 곳에서는 사소하지 않은 용기가 생긴다‘ 라는 제목의 1장에 담긴다. 저자의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배낭을 쌌던 여행 이야기는 내 이야기도 했다. ( 라떼는 말이야…? ) 뭘 가져가고 뭘 놓고 가야하는지로 시작되는 고민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만, 반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대충 넘어갈 수도 있다. 판단이 서지 않을 땐 둘 중 하나다. 그냥 싹 다 가져가는 것과 떨레떨레 몸만 가는 것. 보통은 첫 번째 방법으로 시작해, 말로 다 할 수 없는 소중한 교훈을 얻은 후( 내 허리, 내 어깨, 내 멘탈) 슬슬 두 번째로 옮겨간다. 고생 없이 요령만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그당시의 배낭여행 트렌드는 2리터짜리 생수를 짊어지고 다니고, 제일 싼 바게트를 사서 뜯어먹고 다니고,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분위기 좋은 카페 한 번을 못 갔던 여행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쫄쫄 굶으며 고생해야 진정한 대한의 청년이며 그렇지 않으면 겉멋 들고 골이 빈 젊은 애라는 분위기’( p37) 가 있었다는 말에 절절히 공감한다. 내 배낭여행 또한 그랬기에. ( 또, 라떼는 말이야.. )

 

이런 1장은 여행을 기록하는 법에 관한 소회로 마무리된다. 언젠가는 휘발될 지 모르는 기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저자는 여행 한 번에 노트 한 권씩 완성한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니 마치 여행의 매 순간을 낭만적으로 즐겁게 기록한 것 같은데, 사실 꼬박꼬박 노트를 채워가는 건 생각보다 더 귀찮고 고되다. ‘(p108) 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건 예전의 방식이고 지금은 노트 대신 노트북을 쓴다고. 생각해보면 무거운 카메라 대신 휴대폰 카메라를 쓰게 되었고, 로밍이나 포켓 와이파이 대신 여행지의 심 카드를 사서 끼우게 되었다는 변화. 정말 그렇다. 눈치채고 있지 않았는데 글로 마주하니 실감이 난다.

 

2장. ‘그곳이 어디든, 난 내 삶을 잘 살고 싶다.’ 또한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우리들을 함께 격려하는 듯 하다.

 

‘살면서, 일하면서, 여행하면서, 그동안 직접 겪은 일과 보고 들은 일들이 쌓여 우리들 각자의 인사이트가 된다.’ (p186) 라는 저자는 이러니, 여행지에서 친구를 사귀는 건 역시 어렵다고 고백한다. ( 나도 그렇다. 책을 읽으며 나도 그래.. 를 몇 번을 말하는 건지. ) ‘여행의 로망은 현지인 친구 만들기 아니냐고 묻는다면, 로망이란 실현되기 어려워야 제맛이라고 대답하겠다’(p187) 라는 문장에 공감의 웃음이 터진다. 이런 위트있는 문장들이 더욱 읽는 재미를 준다.

 

 

어느 여행자의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이야기 또한 공감 투성이의 문장이 가득하다. 여행지에서 에너지로 가득한 듯한 예전 사진을 보면, 역시 노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는 저자. 인간은 놀아야 얼굴이 활짝 핀다며. ( 끄덕끄덕 ) ‘여행이란 돈을 쓰는 거지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아주 그냥 작정하고 길에 돈을 뿌리고 다니는데 얼굴이 피는 건 당연하다’ (p189) 여행에서 몸을 훨씬 더 많이 움직이는 것도 얼굴이 반짝이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어릴 적엔 아프고 피곤한 게 별로 겁나지 않았다.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저 몰라서 그랬던 것 같다. 마치, 뒷일 따위 생각 않고 온 힘을 다해 놀다가 한순간에 방전되어 아무 데서나 꼻아떨어지는 아이 같았다. 하지만 이제 뒷일을 너무 잘 아니 절대 그럴 수 없다.


- p191



내 속의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오십견으로 ( 네, 오십이 아닌데 오십견이 온 지 오래입니다. 손목, 어깨병은 직업병일지도..) 버티고 버티다가 큰 맘 먹고 도수치료를 받으러 갔던 데, 너무 아파서 의도치 않은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프로젝트 사이클 상 야근 릴레이가 필요한 시기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고 아파 신경 쓰이던 요즘이라 더욱 눈에 들어온 문장이었을지도. 자연스럽게 이제 꿈꾸는 여행은 좀 더 여유롭고, 평화로운 여행이 된다. 문득 체력이 있을 때 마음껏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떠오른달까.

 

먼 훗날엔 이 시기가 어떻게 기억되고 기록될까? 알 수 없다. 그저 당장의 허들이 높아만 보이고, 눈앞의 터널이 길게만 느껴진다.


- 에필로그 중에서

 

저자가 소환한 여행의 기억들은 읽는 이의 저마다의 기억들을 소환한다.이 긴 터널에서 문득 기분이 좋아지는 빛을 조금이나마 발견한 기분이다. 우울에만 잠겨있지 말고 즐거운 것들을 떠올리며 마음관리를 해야하는 시기, 가고 싶은 곳을 떠올려보며 기대를 품어보는 것도 ‘버티는’ 힘이 되는 듯 하다.

 

우리 모두 그리운 장소에서, 

꿈꾸던 장소에서, 곧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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