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쉼을 원하는 나에게.

'발전', '진취', '성공'이라는 이름하에,

쉬지않고, 조금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들.

무력함에 빠지면서도, 해야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조금은 털고 일어나,

한밤 중에 산책을 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여자 혼자, 한밤 중에 산책을 하냐고 한다면,

내 마음은 혼자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동네 근처를 배회하다, 친구가 보낸 메세지에 답을 하고,

친구가 내 곁으로 왔다.

조금은 빠르고, 조금 많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앉아,

CF한편을 찍고, 원더걸스의 'like this'를 틀고 춤을 춰댔다.

그리곤 2000년대 노래를 부르면서 친구를 배웅했다.

 

--CF 시놉

a와 b가 도로를 두고, 반대면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다.

차들이 지나간다. 시끄럽다.

서로는 평상시 말투로 이야기를 한다.

그 소음 속에서 차근히 대화를 이어간다.

버스가 온다. 버스가 지나간다.

갑자기 조용해 진다.

a와 b는 그대로 앉아 있다.

시끄럽고, 조용하고, 모든 것이 지나가도,

여전히 둘은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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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이 나오는 줄 알고 봤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인 줄 알았으면, 마음의 준비 좀 하고서 볼걸..

 

우선, 세가지 단편 영화가 나온다. 옴니버스 식 아니다. 결국엔 하나로 이어지는? 아니다. 인류멸망과 관련되서 하나가 아니냐고? 어떻게 보면, 인류멸망인데,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의미로도 읽혀질 수 있는. 그래서 나는 그저, 세 편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첫번째는 류승범이 좀비가 된다. 사람들이 버린 음식쓰레기가 사료가 되어 그것을 먹은 소가 다시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그것을 먹은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전염병처럼 사람들을 물고, 또 그 사람들도 좀비가 되어, 결국 모두가 좀비가 되는. 정말 순식간에 파급효과가 '쩐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렇지만, 우리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에 있지 않은가. 류승범과 그의 연인으로 나오는 고준희가 좀비가 되었지만, 뭔가의 여운을 남기며, 서로를 바라보며 영화가 끝이 난다. 그 때 느꼈다. 이 영화 괜찮다고.

 

두번째는 로봇이 성찰할 수 있는가? 로봇은 기계인가. 사람이 성찰하기 어려운데, 로봇이 성찰하면, 사람들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김민선의 오바스러운 격정적인 로봇 스님에 대한 지지 발언들을 들으면서,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본질면에서는 세 스토리 중에서 가장 의미있지 않았나 싶다.

 

세번째는 내가 주문한 당구공이 우주 저멀리서 핵이 되어 돌아오고, 지구는 그대로 폭파되고, 10년이 지나, 지하에서 살던 지진희가 커서 배두나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고, 다시 초록은 피어나고.. 다시. 윤회. 그저 때가 되었을 뿐이다?

 

계속 쓰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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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친구는 얼마전 내가 가끔 알라딘에 글을 남긴다는 것을 알게됐는데,

집에 가서 영화 은교에 대해서 써.

라고 말했고, 나는 "요새는 잘 안써.."라고 말했고,

곧 이어, "은교는 쓸게. 당장" 그렇게 말하곤,

그렇게 말한 것 조차 잊고 하루를 보냈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순수함을 간직한 친구 녀석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순수하다는 것이 아니라, 문득문득 그녀에게서 드러나는 순수함, 순진함이라는 것이 나의 마음을 살짝 떨리게 만들고, 나로 하여금 다시 어린시절의 느낌을 갖게 한다.

 

그 친구 녀석이 영화 은교가 개봉하기 전부터,

나 보고싶은 영화가 생겼어. 은교 개봉하면 보러가자.

그리고 개봉하고 나선,

혹시 이번 주 주말에 시간돼? 로 시작해선,

매주 "은교 보러갈래?"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하여, 문득,

내가 보기싫어하는 건가?

나는 정말 바쁜 것인가?

생각을 하다가, 영화도 보고싶은 영화이고, 그 친구녀석과 함께라면 더 좋을 것 같고, 시간이야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것인데, 친구는 시간이 되고, 나는 시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핑계일 듯도 하여, 부랴부랴 급한 일을 마치고, 친구에게 카톡을 날렸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미안하다는, 못간다는, 잘 놀으라는, 하여, 다시 일에 빠져있는데, 친구녀석이 전화를 했다.

카톡봤어? 내가 다시 가자고 했는데, 내가 다시 가자고 해도 괜찮아? 마음이 바껴서 좀 그렇지? 내가 낮잠을 자면서 카톡을 보냈었어. 미안해. 지금 씻고 너네 집으로 갈게. 은교보러가자.

웃음이 났다. 못간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일을 하려고 했는데, 이녀석.. 계속 나의 동정을 살핀다. 오후 5시경 친구가 왔다. 그리고 916번을 타고 롯데시네마에 갔다.

 

은교7시 50분 영화 2명이요.

친구가 좌석을 고르고, 롯데시네마 12주년으로 관람료 6천원에 통신사할인 천원을 더 받아 5천원에 영화 은교를 보게 됐다.

 

F열 3, 4번

친구는 가장자리를 자기에게 양보해 달라며, 3번에 앉았고,

나는 4번에 앉았다.

그러면서 친구는

원래 4번이 더 좋은 자리야.

내가 중간에 화장실에 갈 수 도 있어서, 그래. 괜찮지?

 

아무렴요..

 

 

처음, 은교로 나오는 '김고은'이라는 배우를 보면서, 눈을 떼지 못했다.

너무 아름다웠다. 예쁘다는게 아니라 아름다웠다. 싱그러웠다.

노인의 박해일은 너무 젊었다. 너무 건장했다. 박해일이 저렇게 건장했나? 싶게 건장했고,

젊은 시절의 박해일이 더 초라했다. 순간, 나도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영화에서, 이적요 라는 시인이 나올 때 마다, 이적요만 보였다.

은교라는 고등학생 여자아이가 나올 때 마다, 은교만 보였다.

그리고 그 둘이 나올 땐, 이상하게 그 둘이 보이지 않았다.

이적요의 마음만 애잔했다.

 

개인적으로 문학이라는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영화의 서정적인 느낌도 좋아한다.

그 둘이 어우러진 이 영화는 내게 적격이었다.

눈물을 훔치고, 마음을 어루만지고, 제일 마지막으로 일어나 극장에서 나왔다.

 

영화를 다 보고, 편의점에 들러, 먹을 것을 사고,

버스를 기다리며,

나는 "연필 좀 깎아주세요." 라고 했고,

친구는 "잘가라. 은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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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 52주>라는 책에 보면, 30주에 '멋지게 나이 들기'가 있다. 멋지게 나이 든다는 것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진짜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이 변화에는 우리가 얻을 기회들을 깨닫고 이에 감사하는 것도 포함된다. 라는 말이 나온다.
이렇게 살다가 그래서 내가 멋지게 나이들었다고 생각될 때쯤, 나에게도 은교와 같은 사랑이 오면, 그 때의 나는 그저 사랑하고, 젋어보이고, 예뻐 보이려는 욕망을 잡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때의 나는 움켜잡지 못하는 젊음이라는 것에 마음저려할까?

폐쇄자 2012-05-1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생각 많이해요.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나에게 없는 젊음의 아름다움과 싱그러움을
부러워하며, 초라한 기분이 들을까?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때의 저도 또한 아직도 블링블링,
빛나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요.^^
젊든, 늙었든, 반짝반짝~*
 

나이가 서른쯤 되고 보니,

예전에 했던 일을 하지 않게 된 것도 많지만,

예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만큼 세상에 대한 물정을 알아가기도 하고,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경험을 하려는 포용력이 생기기도 한 것이다.

 

작년들어, 처음 소극장 연극을 보게되었다.

지방에 사는 백수라는 핑계를 댄다고 하면, 웃기겠지만,

문화생활이라는 것에 대해 흥미를 붙일만큼의 관심, 경계적 여유, 지리적 여견 등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 옷을 입는 느낌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우연히 공짜 연극을 보게되었고, 무대에서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관객이라는 이름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이 소통하고, 이를 통해 뭔가가 치유되는 느낌에 빠져,

가끔씩 나도 연극을 보러가는 사람이 되었다.

 

이번에 보게된 연극은 연예특강.

이 연극을 보러가기 전날. 비가 오는. 차안에서, 친구의 전화가 왔다.

뭐하니?

나? 지금 대전가는데?

그래? 내일 뭐하는데?

내일? 왜? 보게?

응. 내일 뭐 할지 생각 좀 해봐.

하여, 나는 무슨 부름이라도 받은 양, 찾을 수 있는 목록을 찾아서 보냈고,

친구는 연극을 선택했다.

하여,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대전에서 하는 연극을 검색한 뒤에, 가벼운 연극을 고르자고 생각했고, 하여, 고르게 된 것이 연예특강.

 

비가 갠 다음날, 친구와 나는 이런 곳에 극장이 있었나? 싶게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고 헤매이다가 시작 3분전에 가까스로 도착하여, 연극을 보았다. 그런데 친구가 소근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여자들끼리 온 사람은 우리 뿐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연극이 시작되고,

어! 여기 연인들이랑 함께 오지 않으신 분도 계시군요. 이 연극을 보고나서 연애~도 좀 하고 그러세요~!

그 때 알았다. 이런게 망신스럽기도 하구나.. 하고.

 

연극의 내용은 각기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커플이 어떻게 사랑을 시작하고, 이루어가는지에 대해서 약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었는데,

볼만 했다. 연극의 내용도 재미있었고, 관객들의 호흥도 역시 재미있었다. 단지, 좀만 더 일찍가서 앞에 앉아서 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15년 지기 정ㅇㅇ 양과 함께 한 그 연극이 그 순간이 좋았다.

그녀의 남친이 바빠서 내가 대타가 된 하루였지만,

그런 날이 가끔씩 있어 주는 것도 나에게는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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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윤종빈

출연: 최민식, 하정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반건달 최익현이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성공? 하는가.

 

보면서, 최민식, 많이 늙었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치 임하룡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서울의 달을 보면서, 최민식 보면서 마음 많이 설레였고, 그 뒤로 조금 위태위태 한 듯 한 그를 보면서도, 나는 응원을 마다하지 않고, 팬으로 남았더랬다.

물론, 지금도 팬인데, 조금은 다른 의미의 팬이 되었다. 그 전에는 외모로 최민식을 좋아했다면, 이제는 연기로 그를 좋아하게 됐달까?

 

요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을 보면, 마치 연인사이를 연기하는 거시 아니라, 조카를 데리고 다리는 이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데, 젊은 시절의 최민식의 연기를 약간 애처로웠다. 배우는 팔색조라고도 하고, 자신의 나이를 벗어난 연기를 충분히 할만 한데, 보여지는 나이에, 조금은 씁쓸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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