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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와 무지개다리 ㅣ 별이 시리즈
한나 지음, Sugi 그림 / 로하이후북스 / 2022년 6월
평점 :
흔히 함께 하던 반려견이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넌다고 하죠? 반려견과 함께 하기 이전에는 그저 그 표현이 참 예쁘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반려견 '호아'를 데리고 오면서 호아가 아직 1살임에도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장면을 상상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지지 뭐에요. 그런데 이 작품은 무지개다리를 반려견이 인간 곁을 떠나 강아지 세상으로 돌아갈 때만 쓰는 것이 아니고 강아지가 이 지구에 올 때도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오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무지개다리가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게끔 생각하게 합니다.
책 속의 강아지 세상은 특별해요. 강아지 별 꾸슈랄라에는 한가지 중요한 규칙이 있는데, 바로 막 태어난 강아지들은 지구에 꼭 한번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그것이 아주아주 예전에 있었던 어떤 일로 인해 강아지별에 내려진 '벌'이라지 뭐에요? 어떤 강아지들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벌'이라고 하고 어떤 강아지들은 '두 번 다시 받기 싫은 벌'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그건 강아지들과 함께 한 인간들이 어떤 이들이었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꾸슈랄라에서 막 태어난 '별이'도 그래서 지구에 가야 하는데, 별이는 지구에 가기 싫어해요. 그냥 꾸슈랄라에 살고 싶어하죠. 하지만 파파멈머는 별이에게 가서 자기만의 사랑을 찾고 그 사랑에게 별이의 마음을 주고 오라고 격려해요. 그래서 별이는 지구로 가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죠.
대한민국 서울에 도착한 별이는 지율이라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되는데, 지율이와 함께 하기까지 유기견 보호소에 들어가는 등 여러가지 일을 겪게 되요. 하지만 결국 사랑을 주고 싶은 지율이를 만나게 되면서 왜 모든 강아지들이 지구에 보내지는지 이해하게 되죠.
<별이와 무지개다리>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무지개다리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해 준 동화에요. 그래서인지 앞으로 먼 훗날(이길 바라며) 호아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고 하더라도 조금은 덜 슬플 것 같아요. 결국 강아지별에서 자신이 우리에게 듬뿍 준 사랑을 기억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테니까요. 이 작품은 스토리도 아름답지만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그림들도 아주 예뻐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따뜻해지고 푸근해져요. 그림을 못그리는 저도 막 따라그리고 싶을만큼 아름다워요.
이야기의 결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지율이가 대학생이 될 때까지 함께 했던 별이가 다시 강아지별로 돌아가나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아마도 마음이 예쁜 작가님은 '가장 달콤한 벌'이 아닌 '두 번 다시 받기 싫은 벌'을 겪어야 했던 강아지들을 품어주고 싶었나 봅니다. 지율이의 곁을 떠나 꾸슈랄라로 돌아가던 별이의 마지막 모험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작가님이 독자에게 남겨놓은 숙제이니 저도 이것저것 열심히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저의 반려견, 아니 저에게 사랑을 주러 온 호아를 다시 한번 꼭 안아줍니다. 나중에 '가장 달콤한 벌'로 기억할 수 있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