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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너 없는 동안
이은정 지음 / 이정서재 / 2023년 3월
평점 :
은정 작가님의 장편소설이 출간되어 기쁜 마음으로 주문. 제목만 봐도 이 책은 알라딘에서 주문해야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다. 작가님 왈, 제목을 보고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는데, 맞다. 나도 부인할 수 없는 그 세대이다 ㅎㅎ 본인은 늘 어둡고 우울하고 상처 가득한 이야기를 쓰지만 이번에는 재미있는 책을 썼다고 했다. 그것도 판타지.
나는 판타지를 원래 좋아하니까. 재미도 있다니까. 좋아하는 작가니까. 안읽을 도리가 있나. 사실 '지니'가 등장하긴 하지만 형식만 판타지를 빌려왔을 뿐 믿음과 진심에 대한 일종의 성찰이자 고백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지니는 램프를 문지르면 나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지니는 좌천된 지니이다. 그러니까 램프 주인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좀 더 높은 레벨의 자부심 가득한 지니의 일이었다면 이번 지니는 그런 소원을 제대로 못들어준 결과 좌천되어 남의 불행을 비는 소원이나 들어주는 지니가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번 지니가 좀 더 인간의 본성을 더 잘 반영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남의 행복을 축하해주는 것보다 질투하고 시기하고 남의 불행을 더 기뻐하는 성향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당장 나에게 지니가 누군가를 불행하게 해주고 싶다고 했을 때 즉각 소원을 빌 수도 있다. 실제 지니로부터 소원선물(?)을 받은 아이는 동안이지만 동안의 친구들인 부단, 고은, 설아가 없었다면 동안은 아마 지니에게 다섯 번만큼 남의 불행을 비는 아이에 불과했을 것이다. 남이 불행하다고 해서 반드시 내가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 불행과 행복은 결국 같은 판도라 상자에 들어있었다는 것, 믿음과 진심은 지니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지니가 동안에게 선물한 것은 남의 불행이 아니라 이런 깨달음이지 않았을까.
에필로그의 코믹한 반전은 뭐냐 ㅋㅋ 역시 지니의 창의성은 따라갈 자가 없네. 창의적으로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해주는 지니를 만나고 싶은 나, 속물일까? ㅎㅎ
* 작가님이 오자가 하나 있다고 했는데, 투포환 세계신기록 부분인가? 23.37m라고 해야하는데 23,37m라고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