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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 카레 만드는 사람입니다 ㅣ 띵 시리즈 13
김민지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11월
평점 :
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띵 시리즈'는 사실 <라면>과 <해장음식>편을 제외하곤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번 <카레> 역시 비슷했다. 카레 만드는 사람이 쓴 카레 이야기일 때부터 사실은 느낌이 오긴 했다. 카레 만드는 사람은 반드시 본인이 만든 카레에 어떤 부심 같은 것이 있을 터, 먹는 사람 입장이 되긴 힘드니까.
역시나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카레라고 생각해왔던 시판제품인 진한 노란색 파우더에 큼지막하게 썬 야채와 고기 등을 넣어 한 솥 가득 끓였던 그 시절의 카레에 대한 은근한 얕잡음이 느껴진다. 본인이 만든 카레를 별로라고 하는 건 맛을 모르는 사람이요 노란색 카레를 맛있게 먹는 사람 역시 카레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뉘앙스가 책 곳곳에 카레 냄새처럼 진득하게 배어있다. 부심이란 게 원래 그런거다. 저자의 부심을 뭐라고 하는 게 아니고 부심이란게 원래 아닌척해도 드러난다는 뜻이다. 단, 그 반대의 부심을 인정하면서 나의 부심은 이런거야라고 하면 유쾌할텐데 아쉽다.
사실 띵 시리즈의 매력은 먹는 사람의 입장인데 있다고 생각했다. 카레 이야기를 카레를 '만드는' 사람이 하는 건 좀 반칙이지 않을까. 카페를 만든다는 것이, 카레전문식당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싶어 띵 시리즈를 읽으려는 것이 아닌데 카알못에 대한 계도가 가득한 이야기를 끝까지 읽으려니 좀 힘들었다. 갑자기 엄마가 해주던 노~란 카레에 밥을 한가득 비벼 먹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