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사무실 창문들을 활짝 연다. 환기를 시키고 시작하려는 것인데, 요즘엔 밤이 길어 퇴근 시간만 되도 어두워지는 것처럼 출근을 하고 나서도 좀처럼 환해지질 않는다.


밤이,


길다.



그래서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좀 늦게 들어가도 아직 환한 여름이 좋고, 출근할 때도 환한 아침이 있어서 여름이 좋다. 여름이 좋은 이유는 무지무지하게 많지만, 그렇게 낮이 긴 것도 이유이다. 그렇다고해서 밤이 긴 게 싫은 것만도 아니다. 오늘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 문득 이런 빛깔이 눈에 들어왔거든.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어둠과 빛의 저 경계가 사라지면 출근을 하겠지만 나는 저 경계를 보는 시간에 출근한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창문을 열려고 밖을 내다보면, 저렇듯 붉은 빛을 보게 된다. 오늘은 새삼 너무 풍경이 예뻐서 아, 좋아.. 했다. 어느쪽의 창문을 열어도 저 아름다운 빛깔이 보인다. 아이폰의 카메라로 다 담아낼 수 없는 붉은, 아름다운 빛. 


아,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한 이주간 스트레스가 심했고 기분이 매일 나빴는데, 정말 별 거 아닌, 내 노력으로 된 것도 아닌, 저 자연스런 붉은 빛이 기분을 좋게 한다. 히죽히죽 웃으면서, 나는 이런 걸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야, 스스로에게 만족하면서, 잠깐,


혹시 아침에 나눈 19금 대화때문에 기분이 좋은건가.....


했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시간이 가는 것은 아쉽지만 시간이 가는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어둠과 빛의 경계를 보면서 감탄하는 그런 사람이라서, 정말 좋다.





엘레나는 흠 잡을 곳이 없는 미인이었지만 마이클이 그녀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모 때문이 아니었다. 엘레나는 작은 것들, 뽀송뽀송하고 서늘한 시트 사이로 들어가 눕거나, 새로운 음식을 맛보거나, 매번 기대에 찬 마음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 같은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선하다고 믿으며, 그래서 색깔을 잃어버린 우중충한 무색의 세상에서 화려한 색깔로 빛나는 사람이었다.(p.17)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17-01-17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름아침이 좋긴한데 겨울아침은 내가 엄청 일찍 일어난 듯한 느낌이 또 그런대로 좋더라구요!
창문을 열었는데 저런 아침풍경이라면 너무 황홀하겠는데요?아메리카노까지 곁들이고 있다면???
풍경이 곧 cf의 한 장면이겠다고 생각되는 아침입니다^^
굿모닝이어요ㅋㅋ

다락방 2017-01-17 12:25   좋아요 2 | URL
이제 굿점심이네요. 저는 곧 점심 먹으러 갈 예정입니다. 그런데 친구가 보내준 튀김호두과자 먹고 지금 사실 배가 고프진 않아요 ㅋㅋ 어쩜 좋지 ㅋㅋㅋㅋㅋ 그래도 맛있게 먹으려고요. 아하하하하.
아메리카노는 진즉에 다 마셨고요 ㅋㅋ 내일 또 아메리카노 마셔야죠. 힛.

아침에 저런 풍경을 보니 좋더라고요. 사실 진짜 사소한 거잖아요. 늘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고요. 물론 계절 한정이지만. 그런데 보니까 참 좋았어요. 이렇게 일상속에서 좋은 거 보고 찾으면서 지내야 삶을 하루하루 버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오후도 잘 보내세요, 책나무님!!

무해한모리군 2017-01-17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새벽형 인간이라 어두울때 출근을 하는데 그 시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나라는 사람에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서요. 여름도 좋아하지만 여름은 저녁이 좋아요. 여름저녁에 풀냄새 맡으면서 어슬렁 거리며 다니는게 좋아요.

다락방 2017-01-17 12:26   좋아요 1 | URL
저는 집에서 나오면 시꺼먼데, 그건 싫더라고요. 이렇게 까말때 나가고 싶지 않다..고 늘 생각해요. 그렇지만 회사에 도착하면 저렇게 붉은빛으로 변하는데, 그걸 보는 건 참 좋아요.
여름 저녁 풀냄새, 정말 좋죠!
올림픽공원을 좋아하는 남자랑 밤에 걸은 적이 있는데, 비가 내리고난 후여서, 풀냄새가 아주 강하게 났어요. 그 밤이, 진짜 좋았어요. 그 밤은 잊지 못하겠더라고요. 그 남자는 잊어도요.

transient-guest 2017-01-17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소소한 이런 아침의 행복 때문에 저도 새벽운동을 좋아합니다 오전 7시 정도에 운동을 마치고 나오든 아침의 쌉쌀한 공기가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어요 ㅎ

다락방 2017-01-17 15:33   좋아요 2 | URL
제가 오늘 저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행복해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너무 싫어요 ㅠㅠ 자고 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 그러나 비루한 밥벌이 때문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출근해야 하지요. 하아-
그래도 죄다 나쁜 것만 있으면 사는 게 재미 없을텐데, 이렇게 사소한 거에 기뻐하기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우리 앞으로도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으면서 삽시다!

푸른희망 2017-01-17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철 이불밖은 너무너무 위험하지만 가끔 저런 풍경을보머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위험을 감 수할 만하군요 ~~^^ 사진이 좋아요

다락방 2017-01-18 08:14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어제 저 풍경을 보고난 후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오늘은 어쩐지 기운이 빠져서, 아, 회사생활이란 무엇인가, 직딩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변함없이 아메리카노는 제 앞에 놓여있고요. 오늘 하루도 잘 보냅시다, 푸른희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