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이킥은 대단히 재미있었다. 동료와 저녁을 먹고 커피 한 잔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나는 DMB 로 하이킥을 시청했다. 보다가 지하철안에서 참지 못하고 소리내서 웃게 되었는데, 특히 백진희의 상상 부분에서 더 그랬다. 백진희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윤계상을 상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와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는 상상, 그러나 윤계상 가족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는 상황에 대한 상상, 그리고 그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상상, 파리에서 불어로 현지인에게 길을 묻는 상상, 거기까지 윤계상이 자신을 잊지 못하고 찾아 오는 상상(무려 파리까지!!)...아...백진희의 그 상상이 도무지 뜬금없다거나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런 상상을 하는 백진희는 나와 너무나 많이 닮아있었다.
어젯밤에 남동생과 반건조오징어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고는 내 방으로 돌아와 나는 스맛폰으로 인피니트의 영상을 몇 개나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오, 이런 영상을 보게 됐다.
맙소사! 옷이 날개라는 말은 틀리지 않아서, 양복을 입은 남자는 멋질 수 있다. 양복을 입고도 멋지지 않다면 그건 좀....그러나 트레이닝복을 입고 멋지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일곱 명이 트레이닝 복을 입고 이렇게 춤을 추는 걸 보는데..와..눈에서 하트가 뿅뿅 튀어나오는거다. 그들이 옷을 제대로 갖춰입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보다 이게 훨씬훨씬 멋진거다. 대박이다, 대박이야 ㅠㅠ 감동이구나.
그래서 이 장면을 계속 떠올리면서 오늘 아침 출근길의 나도 상상을 했다.
나는 아주 커다란, 정원이 딸린 집에 사는거다. 정원에는 늑대개 한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를 키우는거다. 그리고 인피니트 멤버 일곱 명과 함께 사는거다. 나이스! 우리는 주말이면 정원에서 모두 함께 바베큐 파티를 하고 와인을 마시겠지. 내가 외출한다고 하면 일곱 명 모두가 우르르 양복을 차려입고 나와서 두 명은 내 옆에 그리고 다섯 명은 내 뒤에서 함께 걷는거다. 멋져.. 그러나 나에게도 고민이 있었으니, 내가 그 중 한 명을 '특히' 예뻐하는거다. 그런 나의 마음을 들키면 멤버들 사이에 불화가 생길까봐 나는 내 마음을 숨긴다. 그러나 내 마음은 자꾸만 자꾸만 커져간다. 결국 나는 견디지 못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떠난다. 내가 여기 있는건 너희들을 불행하게 할 뿐이야...라는 쪽지를 남기고.
암스테르담으로 간 나는 며칠을 혼자 쓸쓸하고 외롭게 지내다가 우연히 제이슨 므라즈의 콘서트에 가게 되고 노래를 부르다가 수많은 관중들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된 제이슨 므라즈와 연인이 된다. 그러나 해외 이곳 저곳으로 투어를 다니는 제이슨 므라즈를 나는 감당할 수가 없다. 나는 머물고 싶고 정착하고 싶다. 결국 제이슨 므라즈에게 이별을 고하고, 나는 미국 어느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데, 마침 거기는 벌목꾼들이 가득한 숲......가장 힘 좋은 벌목꾼인 제이슨 스태덤과 나는 그곳에서 운명처럼 맞닥뜨린다....그리고 일 년에 한 명 씩 아이를 낳는다..........( '')
이쯤하고.
2012년에는 카드명세서에 알라딘 찍히게 하지 않기, 라는 결심을 세웠다. 그러니까 나는 그동안 사둔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되, 만약 책을 사고 싶다면 중고샵에 책을 팔아서 들어온 예치금이나, 땡스투 적립금, 혹은 알사탕으로만 책을 사기로 한거다. 만약 적립금이나 알사탕이 들어오지 않고 중고샵에 책도 팔지 않았다면, 나는 책을 못사는거다. 만약 이번 달에 삼천원의 적립금이 들어오고 다음달에 삼천원의 적립금이 들어왔다면 합이 육천원. 나는 책을 한 권도 사지 못하는거다. 그러면 얌전히 기다렸다가 적립금이 만원이 되는 그 날, 그 날 책을 한 권 사는거지. 멋지다. 꺄울. 긴축재정모드로 들어가서 이번 해에 신용카드로 알라딘에서 결제하는 일을 결코! 만들지 않겠다. 그런 결심을 하고 보내는 새해의 다섯번째 날이다.
날이 춥다. 일이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