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루리와 런닝을 하고 있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길이었다.
“루리야, 우리 오늘은 멀리 가 보는 게 어때?”
하지만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한 루리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
나는 루리의 신체적 건강이 조금 염려되어 말 했다.
“게으르게 구니까 살이 안 빠지는 거야.”
그 순간 루리는 달리기를 멈추고 우뚝 섰다. 뭐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난데없이 휘몰아치는 레프트 바디 블로우 콤비네이션. 울면서 저항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너나 가.”
어쩔수 없이 울면서 혼자 먼 길로 뛰어갔다. 그리고 20여분 후, 숨을 헐떡거리며 집에 들어갔을 때, 루리는 소파에 다리를 꼬고 누운 채 마리텔을 시청하고 있었다.
“오오이(おおい).”
왼쪽 손을 조금 들었던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나는 골난 눈빛으로 루리를 쏘아봤지만. 상대는 루리였다. 일상적인 주말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