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정원 · 2

나무의 법칙들, 스스로를 땅에 복무시키며
세계를 가볍게 공중에 들어올리는 것
고정불변의
공중 정원을 건설하는 것

고정된 자리에서 나무들은 운동을 한다
가지와 줄기를 뒤틀고 비틀어
비체계적으로 보이는 운동들, 지금도 여전히 스스로를 구부려
세계를 변혁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정치적 낭만주의자들

운동에는 방법이 없다 변화를 고정하고
고정 속에서도 날아야 하는 새들의
아름다운 감옥들
움직여라
떠나라
멈추지 말아라, 고정불변의 변화여

변화가 주는 견고한 좌익과 우익의 
국가의 날개를 파괴하고
국가는 소환되어야 한다, 이 지상으로

한 떼의 새들이 공중 정원을 날고 있다
그들은 몇 개의 자유자재 유영법을 배운다
폐허의 구조 속에서!




공중정원 · 3

나무를 포로로 하고서
나무가 구조적 척추동물임을 알았다
나무의 중심을 지워 없앤다
오, 놀라워라 나무가 둥글어진다

말 속에 이런 둥글고 넓은 감옥이 숨겨 있었다니
말의 감옥은 얼마나 숨쉬기 부드러운가

말을 감옥 밖에 놓아두고
안으로 들어오면
외부의 말은 세계를 둥글게 감싸 감춰버린다
중심에 이르는 모든 길을 지워 없애고
감옥은 더 큰 감옥에 폭넓게 갇혀버린다

말에 포착된 것은 무엇이든 말은 감옥을 만든다
말은 상호간 대화를 한다

말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지만
말을 할 때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다
말을 하여
우선 감옥을 만들라
말로부터의 자유는
중심을 무너뜨리고
그 중심으로부터 해체되어 나오는 길뿐이다



詩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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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11-26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진은 있는 사물에 있지 않고 그걸 발견하는 눈에 있다고 하던데, 정말 대단한 사진입니다.

AgalmA 2017-11-27 11:02   좋아요 0 | URL
늦었는데도 버스를 여러 대 보내고 사진 찍은 보람있는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다르게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자주 스쳐갔던 장소였는데도 어제 저 나무들은 분명 달라 보였으니까요. 자세히 보면 세상은 보물창고죠. 아무도 줍고 있지 않아 특히 나만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