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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평점 :
옛 사람들의 광기와 열정에는 단순히 세간의 평에 의해 다하지 못하는 인생의 고결함과 목표가 있다. 조선 시대 우리 선비들이 살았던 삶 속에는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든 광기와 벽이 있다. 김득신이 사기의 백이전을 11만 3천번을 읽었다는 데에서는 광기와 벽이 이미 정도를 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를 말로 표현되고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으로서 평가해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중학교 어느 때인가 미술 교과서에서 귀를 자른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고흐의 그림을 보고 한참동안 쳐다보았던 기억이 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왜 자신의 귀를 잘랐을까? 그리고 귀를 자른 자신의 얼굴을 이렇게 그려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그만의 이유와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이 이해되지 않을 때 용납하지 못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이해되어지는 것만이 정상의 범주 안에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개인적 삶의 가치와 의미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신념을 위해 자신의 삶을 불사를 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광기로 보게 된다. 하지만 그 광기가 없다면 인류역사는 얼마나 무료했을 것인가?
따지고 보면 평범한 우리의 일상사도 크고 작은 광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감동하든지, 누군가를 못견디게 보고싶어 하던지, 별 일 아닌 것을 가지고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하는 행동들에서 우리는 광기를 본다. 하지만 그 크고 작은 일상의 광기들이 일생의 중대사를 해결하기 위하여 집중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이 우리들의 삶을 더욱 고양시키고 아름답게 만들어 내며 멋들어지게 펼쳐지는 마술을 보게 된다.
사실 그 마술이 없었다면 인류역사는 존재하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아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새롭게 내딛어지는 발걸음 한 걸음이 그 광기일 수도, 내 마음 속에서 일상의 시각을 벗어나 세상을 새롭게 보기 위해 한 마음 돌리는 그 순간일수도 있다.
나의 책읽기도 이젠 어느듯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책읽기의 조급함이나 짐스러움 없이 조금씩 그 책 속에 몰입하여 내 마음을 그 텍스트에 올려 놓으며 느끼는 작은 즐거움이 언제부터인가 내 삶의 큰 의미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