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오후에 '반차' 씩이나 받고

병원 순례를 다녔다.

 

진정 순례였던 것이 오후에 세 군데나. 그것도 거리가 다들 엄청 떨어진 곳들이어서, 정말 정신없이 이동하고 가서 검사받고 결과듣고 그랬다. 그렇게 다 돌고나니 저녁 7시. 검사 받는다고 점심도 못먹고 다녔더니 아. 정말 몸도 맘도 파김치가 되어 버렸었다. 

 

다행히, 안 좋은 곳은 없단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게 스트레스와 과로 때문이라는 결론.

 

사실.... 더 이상 병원을 다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심이었다.

그러니까 방점이, 내가 안 아파서가 아니라 더 이상 병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구나에서 안심이었다는 게 묘했다. 물론 기저에는 아프지 않다는 것에 대한 안심이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어제 심정은 그것보다 병원에 가지 않는다. 이게 더 컸다.

 

병원은, 다니는 것만으로도 몸과 맘에 병이 드는 것 같다. CT 검사를 처음 받아보았는데 (본격적인 CT 말이다) 방사선동위원소가 담뿍 담긴 조영제를 혈관에 투입하는데 그 느낌이 끔찍했다. 뒤이어 온 몸이 정말 뜨끈해졌다. 이 동위원소들이 내 몸에 쫘악 퍼지는 게 느껴졌다. 심하게 뜨거워져서 깜짝 놀랐다. 곧이어 잦아지기는 했지만, 당분간 그 느낌은 잊지 못할 것 같다. 

 

그저,

내 건강 내가 챙겨야

이 '수모' 를 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젯밤엔 몸도 맘도 지쳐서 9시부터 기절해 자기 시작했고 아침에 5시쯤 눈을 떴다. 너무 잤더니 잠도 안 오는데, 회사는 가기 싫은 거다. 휴가를 내고 가지 말까 를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우선은 일어나 씻고 나오기는 했다. 그렇게 누워서 이생각 저생각 하는 동안, 아. 정말 나를 챙겨야겠구나. 이젠 어리지 않아서... 아니 젊지 않아서 스트레스와 과로가 몸과 마음, 정신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구나... 정신 차려야겠다.... 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했다.

 

병원에 오면 항상

'을' 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게 서러우면 안 와야 하는 거다...

 

.

.

.

 

그나마 '괜찮다' 라는 얘길 들어서 오늘 아침은 오랜만에 모닝커피를 한잔 했다.

건강한 행복감이 든다는 거, 이런 일상적인 것들이 지속될 수 있다는 거,

이런 게 사는 것 아니겠는가.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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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3-3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파서 장기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시면 ^^..

비연 2016-03-30 09:23   좋아요 0 | URL
넵넵... 정말 아픈 분들도 있는데... 투덜대면 안되겠죠...^^;;;;
열심히 면역력 강화를 하자 결심하는 차원에서 쓴..ㅎㅎ

cyrus 2016-03-3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 아프면 안 좋은 일이 연이어 생겨요. 지갑의 돈이 줄줄 새어나가죠, 치료받는 데 투입되는 시간이 아까워요. 외출을 쉽게 못할 수도 있어요.

비연 2016-04-03 22: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치료받고 외출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해야 뭐든 할 마음이 생기는 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