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고 싶은 욕구는 늘 눌러지지가 않는다. 나의 소비행태는 매우 단순해서... 옷이나 가방 같은 것에는 돈 쓰는 걸 좀 내켜하지 않는 반면 (게으름 탓이 크다 ㅜ) 앉아서 책이나 음반을 꾹꾹 눌러담아 사는 것에는 매우 과감하다. 하긴 그 가격 차이가 워낙이 크니까 비교 대상은 안 되겠지만서도. 원래 한달에 두번만 책을 구매하기로 정해놓은 바, 계속 잘 지켰었는데, 이번 달엔 어떻게 된 건지 자꾸 장바구니를 기웃거리게 되었다. 결국 여러번 주문을 했고, 그제는.. 이번 달의 마지막이야 라면서 또 몇 권을 주섬주섬 주워 담았다. 기실, 사고 싶은 책이 있었기 때문.

 

내가 좋아라 하는 장 그르니에가 내가 또 좋아라 하는 알베르 카뮈에게 권한 책이라고 해서 진작부터 사고 싶었다. 어째 내용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조금, 아주 조금 망설이긴 했었지만.

 

앙드레 드 리쇼는 인간 존재가 자신들의 환상과 맞서는 끔찍한 상황을 섬세하게, 그리고 서정적이면서도 시적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작가였다. 특히 인간 행위를 분석하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묘사는 이 작품에서 단연 잘 드러난다.

1931년 발표된 이 작품은 출간 직후 프랑수아 모리아크, 조르주 베르나노스, 쥘리앵 그린 등이 참여한 '프리 뒤 프르미에 로망'(첫 소설에 수여하는 문학상) 심사위원단의 관심을 끌었으나, 여성의 성적 욕망의 표현, 독일군 포로와의 육체관계 등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파격적인 주제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수상의 영예를 안지 못했다. 그러자 이 젊은 소설가의 탁월한 자질을 인정한 작가 조제프 델테이가 드 리쇼를 열렬히 옹호하며 논쟁을 촉발시켰고, 이로 인해 <고통>은 큰 인기를 끌었다
. - 알라딘 서평 중.

 

그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작품이었을 법한 내용이다. 그러니까 인간의 내면을 너무 깊숙이 파고들면 우리에겐 그것이 비수로서 날아오는 것이라서 말이다. 집에 도착해도 마음이 좀 평온할 때 읽고 싶은 책이다.

 

미셀 투르니에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한 때 이 사람이 쓴 책이 나올 때마다 다 사보던 적도 있었고.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라는 처녀작은 그가 43세에 발표한 것으로, 사고의 전환, 발상의 뒤집힘 이라는 차원에서 내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작품이었었다.

이 책은 에두아르 부바의 뒷모습만을 찍은 사진에 미셀 투르니에가 설명을 붙인 에세이이다.  '뒷모습'을 알아본다는 건, 그 사람에게 익숙해졌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눈.코.입, 앞모습을 보면서는 누구나 이 사람과 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의 뒷모습을 안다는 건 그 사람 특유의 무언가를 알아챘다는 것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가 어깨를 툭 치며 인사했을 때, 그 사람이 얼굴을 돌리는 순간의 희비를 가르는 건, 바로 관계의 익숙함-그것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 알라딘 서평 중.

 

예전에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그랬었지.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고. 아.. 그 대사는 명대사였다. 난 그 때 작가가 인생에 대해 뭔가를 안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뒷모습을 보고도 그가 누군가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은 참 불가사의한 일이 아닌가. 눈, 코, 입의 생김새를 보지 않고도 뒷모습이 주는 아우라만으로 그(녀)를 판별한다는 것.

 

 

로맹 가리라는 작가는 여러 모로 특별한 사람이다. 필명을 바꾸어 가면서 두 번이나 콩쿠르상을 탔었고. 그리고 진 셰버그와의 사랑이 있었고.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로맹 가리와 여배우 진 세버그의 사랑 실화. 뛰어난 작가와 세기의 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 24년의 나이 차와 사회적 비난?그들의 시작은 불륜이었다?을 무릅쓰고 끝내 자살로 진정성을 피력한 두 사람의 격정적인 사랑, 이것이 우리가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를 함께 떠올릴 때 사용하기 쉬운 수식어다. 이들의 사랑은 너무도 유명해서 오히려 간략하다. - 알라딘 서평 중.

 

실화라고 해서 더 혹하는 건 사실이다. 당대의 유명 작가와 당대의 유명 배우. 어울리지 않는 나이와 직업. 그러나 그들은 정말 사랑했던 것일까. 무엇이 사랑일까. 무엇보다 사랑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왜곡과 편견으로 가득차 있는 것일테지.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사고 싶어졌더랬다. 개인적으로 로맹 가리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을 읽고 있는 순간에, 삶을, 그 속에 용틀임하고 있는 우울과 격정을, 그러나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애증을 느낀다. 인생이 다 그렇듯이. 하나의 말로 정의할 수 없듯이. 그의 작품도 총체적인 복잡성으로 내게 다가온다.

 

 

이 책을 내가 이제까지 사지 않고 있었다는 게 더 놀라울 뿐이다. =.=;; 알라디너들이 올리는 글들을 보면서, 아 이 책은 꼭 봐야 해 했었고, 난 내가 샀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어느날 문득 뒤져보니..없었다. 세상에. 난 뭘 사고 있었단 말이냐.

 

2000년 보보스를 통해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을 결합한 ‘보보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에 지적 돌풍을 일으켰던 데이비드 브룩스의 신간. 관계와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본성을 밝히며 경험과 학습, 가풍, 주변 사람과 문화, 제도의 중요성을 다룬다. 우리 인간이 어떻게 기능하고 또 어떻게 삶을 이끌어 나가는지 심리학, 사회과학, 신경과학 등 광범위한 학문을 넘나들면서 생생하게 포착해낸다. - 알라딘 서평 중.

 

자기계발서라고는 하지만, 심리학 사회학 서적에 가까운 문장을 보여주고 있는 데이비드 브룩스다. 결국 인간은 개인으로 사는 게 아니라 사회라는 그물망 속에서 관계를 통해 그 정체성을 가진다는 내용이라는데. 꽤 기대된다. 무엇보다 그의 위트있는 문장력이 기대.


누차 강조하지만,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가 '소설'보다 더 좋다. 그의 에세이는 무지하게 일상적이고 평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청량감을 더해주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무라카미는 말한다.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나는 맥주를 못 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 하는 사람도 많으니, 이왕 만든다면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어깨의 힘을 빼고 편안한 마음으로 맛봐주세요!” - 알라딘 서평 중

 

정확한 표현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노라면 이 바쁘고 팍팍한 일상에 왠지 모를 기운이 더해지는 하루키의 에세이.


그리고 며칠 전에 말했던 대로, 내 몸의 독소를 빼기 위한 첫 발자욱을 기념하기 위해 '클린'을 함께 샀다.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어쨌거나 한번 해보는 거지.

 

이렇게 책을 구매하고 이틀이 지났는데, 또 사고 싶은 책들이 생긴다는 건..병일까? 중병 ㅜ 아님 중독? ㅜ 어쩄거나 매일 아침 알라딘을 열고 새로 나온 책들을 훑어보는 재미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로서는 어떨 때는 참 이 쏟아져나온 책들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라지만, 중고책 판 돈도 있고 해서 한동안 구매가 잦아질 전망이다..우히히.

 

 

 

 

 

 

 

 



 
 
소이진 2012-06-24 20:09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저와 같은 길을 걷고 계시군요.
저도 팔만원어치를 주문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또 십삼만원어치를 주문하려는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제가 수입도 하나 없는 고1이란 것입니다. 허허.

비연 2012-06-24 22:12   URL
소이진님..알라딘 마을엔 저와 혹은 이진님과 같은 길을 걷는 분들이 많다는 거, 그게 괜한 위안입니다 그려..ㅎㅎ;;;;

말없는수다쟁이 2012-06-24 21:58   댓글달기 | URL
처음 뵙겠어요, 비연님! 미셸 투르니에의 처녀작을 보관함에 쏙- 넣어봅니다.
저도 비연님과 소이진님과 같은 길을 조만간 걷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ㅠ

비연 2012-06-24 22:13   URL
안녕하세요~ 수다쟁이님^^ 미셀 투르니에의 처녀작은..강추입니다^^ 흠... 아마도 이 곳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저희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운명'이 눈에 선하게 보이네요...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