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담배 말들의 흐름 1
정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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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피우지도 않는) 담배 무지하게 당기게 하는 책. 작가의 매우 다양하고 이채로운 아르바이트 경험들과 커피, 담배에 관한 집요하고 구체적인 애정을 읽고 나니, 나도 커피와 담배에 대한 기억과 쓰고 싶은 말이 잔뜩 생긴다. 에세이집이지만 마지막은 소설(아마도)로 끝낸 것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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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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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이 좋아서 기대하며 읽었는데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더 솔직히 말하면 게이남성이 주인공이자 화자인 작품을 제외하면 다 별로였다. 대부분이 여성이 주요인물이거나 화자인 작품들이었는데, 그가 묘사한 여성들은 굉장히 전형적으로 멍청하거나 폭력적인 인물들이었고,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이기호 작가가 읽고 반했다는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에서 애정 없이 만나는 여자친구가 당할 온갖 끔찍한 일들을 상상하면서 실소하는 장면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판단을 보류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무언가에 실망을 느낄 것 같은데 그러고 싶지 않으면, 아니야 아닐 거야 내가 오해한 걸 거야 실수한 걸 거야 생각하며 그 실망을 최대한 지연시키는데, 지나보면 대부분 그 최초의 감이 맞아떨어진다는 걸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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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세상 만들기 - 모두를 위한 비거니즘 안내서
토바이어스 리나르트 지음, 전범선.양일수 옮김 / 두루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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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을 요렇게 조렇게 바꿔가며 반복하는 책이라 어쩔 수 없지만 약간은 동어반복의 인상을 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완벽한 이념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방식과 이유와 과정을 통해 고통의 총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포인트는 충분히 새겨들을 수 있었다. 한 70퍼센트쯤 비건인 나도, 스스로에게 실망하여 그만두거나 포기하기보다는 계속 조금씩 비건촌에 다다르기 위한 길을 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완벽하진 못하지만 대신 꾸준히, 잊지 않고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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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 말들의 흐름 3
정지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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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좋아했던 것을 계속 좋아하기 위하여. 이건 뭐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좋아하고 싶다는 건지, 헷갈리는 듯해도 알고 보면 고백에 가까운 글자들.

그나저나 요즘 책들이 너무 얇게 나오는 게 싫다. 더 더 더 읽고 싶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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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그 말을 하던 사람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가 잔인한을 잔인함이라고 말하고, 저항을 저항이라고 소리 내어 말할 때 내 마음도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날것 그대로 말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한편으로는 덜 외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그럴 수 없었던, 그러지 않았던 내 비겁함을 동시에 응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너무 격양된 것 같은데, 발표자 글이 그 사건을 다루는 글도 아니잖아요. 발표자는 그래도 편향되지 않고 균형감 있게 잘 쓴 것 같은데요."
누군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수치스러웠다. 내가 그 글을 쓰면서 남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의식했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나 느낌을 그대로 담았을 때 감상적이라고, 편향된 관점을 지녔다고 비판받을까봐 두려워서 나는 안전한 글쓰기를 택했다. 더 용감해질 수 없었다.
"지금 이 발표지의 글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어떤 사인에 대한 자기 입장이 없다는 건, 그것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건 그저 무관심일 뿐이고, 더 나쁘게 말해서 기득권에 대한 능동적인 순종일 뿐이라고, 글쓰기는 의심하지 않는 순응주의와는 반대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내 글을 지적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75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에도 그토록 조급하게 사람들을 몰아내고 건물을 부수었던 자리는 공터로 남아 있었다. 내가 늦깎이 대학생에서 대학원생으로, 시간강사로 나아가는 동안, 빛나던 젊은 강사였던 그녀가 더이상 내가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동안에도 그곳은 여전히 빈터였다.

/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87

어느 날 퇴근하던 길, 나는 그녀를 마음속으로 부르고 긴 숨을 내쉬었다. 나의 숨은 흰 수증기가 되어 공중에서 흩어졌다. 나는 그때 내가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겨울은 사람의 숨이 눈으로 보이는 유일한 계절이니까.

/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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