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리스마스에 도서관에 오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서관 이용자에게 나눠줄 컵이 도착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서관에 오면 선물드려요" 하는 안내문을  도서관 입구에 붙여놓고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빨간 머그컵은 크리스마스와 닮았다. 도서관 이용이 저조할 이브에 책을 대출한 이용자 선착순 100명에게 머그컵을 증정하려고 한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을 도서관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다. 요즘  날이 추워서 그런지 도서관에 책 읽으러 오는 사람이 줄어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다.

 

얼마전 사서연찬회때 나의 대학원 지도교수님이셨던 은사님을 모시고 특강을 했다. 강의 내용중 안식년때 미국에서 공공도서관을 이용했는데 로비에 스타벅스 커피와 햄버거가 있더란다. 처음엔 사먹는줄 알았다가 이용자가 스스럼없이 갖다 먹기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라는. 관장과 스타벅스 점장이 친구라 재직중에 무료 제공하기로 약속했단다. 인근 햄버거집에서도 무료로 햄버거를 제공한다고 했다. 교수님은 공공도서관도 이용자를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강조 하셨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여전히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나는 스폰지처럼 강의를 흡수하고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다. 

 

도서관학자 랑가나단 5법칙 "A Library is a growing organism"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다"

 

 

 

 

 

2. 도서관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얼마전 도서관에 색을 입혔다. 연두빛 투톤으로 되어있는 벽을 아이보리색으로 칠하고, 평생학습실에는 포인트 벽에 블루를 입혔다. 도서관이 넓어보이고 산뜻해졌다. 다소 내 맘대로 경향이 있지만 리더는 때로는 독재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남자들은 사소한 변화에 둔하고 귀찮아한다. 우리 직원만 그런가?

그리고 2층 로비에 의자 세개 구입해 놓으니 마치 까페같은 분위기다.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으면 좋을듯.

이래도 도서관에 안올래?

 

 

 

 

3. 마음의 서재 읽기

 

 

  지난 주말 옆지기와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고른 책. 도서정가제 때문인지 중고서점에 이용자가 많아졌다. 책 한 권 가격에 2권 또는 세권을 살 수 있으니 횡재한 느낌이다. 가끔 드는 생각인데 도서정가제는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일반 독자가 전혀 배려되지 않은.........서점을 위한? 출판사를 위한?

 

 정여울 책은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소설을 이야기 할때면 말랑말랑하게, 인문학을 말할때면 어려운 내용을 쉽게, 때로는 에세이처럼 책 이야기를 해주어 좋다.

 사람을, 여행을, 문학을, 음악을 좋아하는 그녀가 나도 좋다.     

 

 

 

 

인문학은 잃어버린 자존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나는 수많은 책들의 미로에서 헤매며 끝내 나를 지키는 비법을 배웠다. 나의 자존은 누구도 함부로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을. 끔찍한 상처는 언젠가 나를 지키는 단단한 마음의 요새가 된다. 타인의 도움이 없을 때조차도 스스로 자기를 지키는 인문학. 그것은 단지 공격당하지 않기 위한 방어기술이 아니라, 끝내 타인과 접속하기 위한 영혼의 준비운동이다. 끝내 이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영혼의 안테나, 그것이 바로 인문학의 힘이다.            p. 20

 

 

미모가 뛰어난 사람들보다 매력 넘치는 사람들의 인생이 실제로는 훨씬 행복하다. 매력은 미모처럼 자신을 '볼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함께하고 싶은 존재'로 만드는 기술이다. 미를 감상하는 데는 '거리'가 필요하지만, 함께하고 싶은 인연을 만드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p.33        

 



 
 
조선인 2014-12-18 15:05   댓글달기 | URL
컵 받으러 가고 싶어지네요. 멋져요.

세실 2014-12-18 15:52   URL
시댁이랑 가까워요~~~
오는길에 들르시면 특별히 2개 쏩니다^^

비비아롬모리 2014-12-18 15:11   댓글달기 | URL
나도 컵 받으러 가고 싶어지네~~~~~ㅎㅎㅎ세실님 최고 관장!! 👍 그런데 스벅커피와 햄버거 주는 도서관은 어디에 있는 건지????컵은 못 받으러 가도 공짜 스벅이랑 햄버거는 먹으러 갈 수 있지 않을까????ㅎㅎㅎㅎㅎ

세실 2014-12-18 15:54   URL
뉴욕에 있는 도서관이라고 하셨는데 잊었어요~~
아쉬워라. 여쭤볼까요?
아마 기름값이 더 나올듯요.
최소 5년전이기도하구~~

2014-12-18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8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물선 2014-12-18 16:50   댓글달기 | URL
그 도서관 가고싶네요!

세실 2014-12-18 17:19   URL
시골의 아담한 도서관이랍니다^^
언제나 환영해요~~~~

순오기 2014-12-18 18:30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에 도서관에 오는 이용자는 좋겠네요~크리스마스 선물도 받고!!
역시 리더의 마인드가 중요해요~💃🎀👠❤

세실 2014-12-18 20:39   URL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서관이 썰렁할거 같아서 깜짝 이벤트 여는거죠~~
언니 석가탄신일도 해야 할까요?ㅎ

cyrus 2014-12-18 18:56   댓글달기 | URL
공공도서관도 이런 이벤트를 배웠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비해 도서관에 열리는 명사특강이나 문화공연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정작 도서관 대출이용자는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세실 2014-12-18 20:40   URL
와 칭찬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도서관은 양질의 책이 많고,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은 결국 책을 읽게하자는 취지인데 주객이 전도되었죠? 안타까워요. 본질을 잊지 말았으면...

오로라^^ 2014-12-18 19:15   댓글달기 | URL
정말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받으면 너무 기분이 좋아질 만큼 예쁜 컵이네요. 어느 도서관인지.. 너무 부럽습니다^^

세실 2014-12-18 20:41   URL
감사합니다. 빨간 컵이 크리스마스 이미지랑 딱이더라구요^^ 많이들 오셔야할텐데~~
시골 공공도서관이랍니다.

야나 2014-12-18 22:56   댓글달기 | URL
저~ 세실님 도서관 놀러가고파요~~

세실 2014-12-19 10:18   URL
저도 야나님 뵙고 싶어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2-18 23:13   댓글달기 | URL
와...저도 이브에 세실님 도서관 가고 싶네요.
그리고 도서관에 색 변화 주시고 의자도 갖다 놓으신거 정말 정말 잘하신 것 같아요!
저희 동네 도서관도 그런 변화가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지금은 형광등 불빛 마저 어두워서 로비가 마치 동굴 같거든요.
(아...안타까워라)

세실 2014-12-19 10:22   URL
요즘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어요.
도서관에 왔을때 사소한 변화를 눈치채는 이용자들이 있어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도서관에 LED등으로 교체해서 밝은데.....어쩜.
전 로비도 환하게 밝혀 놓았어요.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공공기관은 좀 화사해야 들어오면서 기분도 상쾌해지잖아요^^

수퍼남매맘 2014-12-19 07:40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라... 이 아이디어 굿이에요.
도서관이 점점 세실 님을 닮아가는 듯합니다.

세실 2014-12-19 10:23   URL
석가탄신일에도 해야 할까요? ㅎㅎ
크리스마스엔 신자가 아니라도 선물 주고 받지요? 그 마음이랍니다.
고향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yamoo 2014-12-19 11:12   댓글달기 | URL
이야, 세실님의 도서관을 가보고 싶네요...
몇 년전부터 든 생각이 도서관 사서가 최고의 직업같아요. 책 좋아 하는 사람에게는요..

근데, 제 아는 사람이 공기업 일이 많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짜증난다고 1년 준비해서 사서됐거든요..그분 책하고 완전 먼 사람인데...사서직에 만족한다더군요...전 별로 남을 부러워하는 성격이 아닌데...그분만은 열라 부럽더라구요..ㅎ

세실 2014-12-19 16:05   URL
음...이러다 실망하시면 안되는데.......ㅎㅎ
사서가 책을 읽을 시간은 정말 없어요. 울 직원들 봐도 하루종일 일만 합니다.
한명은 책 구입한거 정리하고, 한명은 연말 예산 정리하느라 바쁩니다.
저는? 자료실 30분 가 있다가 지금은 눈치보면서 책 읽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서는 늘 책을 접하니 행복하겠지요?
스트레스는 덜 받아요~~~~~

무스탕 2014-12-19 15:31   댓글달기 | URL
울 동네 도서관에서도 뭔가를 하려나 찾아봐야 겠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안한다면 이런 세실님 반 만도 못한 분들 같으니라구! 라고 호통을 쳐 줘야 겠어요. ㅎㅎㅎ

세실 2014-12-19 16:06   URL
크리스마스엔 케잌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은 운영할껄요? 저흰 프로그램 운영하면 20명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만 컵은 적어도 200명에게 혜택이 돌아가니 이쪽으로 선택했어요.
아무것도 안하는 도서관은? 음.......나가~~~~~ ㅎㅎ
 

한달의 속도는 어릴적 일주일의 기억만큼 지나간다. 한달에 한번 돌아오는 칼럼 순서가 이제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전에는 한달에 2-3권의 책을 읽고 글도 미리 써놓은뒤 수정해서 보냈다면 요즘은 마감일에 허겁지겁 보낸다. 즐거워야 할 서평쓰기가 점점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공자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닌,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라."는 말에 공감했는데 오늘은 이성과 감정이 따로 논다. 안도현의 <백석평전>을 읽으며 잠시 쉬어가련다.

 

9월. 책 안읽는 어른을 위한 '마법의 순간'

 

     

 

 

 

 

 

 

 

 

고향의 도서관에 근무하니 옛 친구를 만나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L과는 일주일에 한번은 만나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신다.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의 일상은 단조롭다. 낮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퇴근 후 집에 가면 거의 밖으로 나오지 않으며 주로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조심스럽게 '책은 읽고 있니?' 하고 물으니 '눈도 침침하고, 책만 읽으면 머리가 아파서 거의 읽지 않는다'며 살포시 웃음 짓는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2013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연평균 독서량을 9.2권으로 발표했는데 친구는 최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도서관 이용자 중에도 본인 책 보다는 주로 어린이 책을 대출하는 부모가 많다. 나는 '명색이 관장 친구인데 도서관 회원증은 만들고 책도 좀 읽어야지?' 하며 서관으로 이끌었다. 친구는 '글자 수 적고, 쉬운 책으로 골라줘' 하며 마지못해 우리도서관의 고객이 되었다.

 

친구에게 어떤 책을 골라주어야 책 읽는 부담이 덜하고 독서에 흥미를 느끼게 될까 고민하다 파울로 코엘료의마법의 순간을 골랐다. 십년 전,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느라 힘들 때 우연히 작가의 저서인연금술사를 읽었는데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라는 글에 강한 울림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때로는 짧은 글에 깊은 감동을 받고,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는다

 

마법의 순간(파울로 코엘료 저. 자음과모음)’은 저자의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 모음집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에 대해 짧지만 단호한 메시지를 전한다. 요즘 카카오 스토리를 통해 혜민스님의 글을 읽으며 이기심과 미움, 원망, 질투를 내려놓는데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에 혜민스님이 있다면 브라질에는 파울로 코엘료가 있다.“좀비란 당신과 한 자리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입니다.”라는 글을 읽고 잠시 충격을 받았다. 대화중에는 가급적 핸드폰을 들여다보지 않고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무심코 휴대폰을 보게 되는 나는 좀비인 것이다.

 

만약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당신을 사랑한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세상에 모든 이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란 없으니까요.”어릴 땐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길 바랬던 적이 있다. 마흔이 지나면서 '열 명중에 한 두 명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진리를 생각한다. 물론 그 중에 두, 세 명은 나에게 무관심할 것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자고 다짐하지만 쉽지는 않다.  

 

친구에게 추천하면서 다시 읽어보니 구절들이 새록새록 와 닿는다. 이런 류의 책에 대해 어떤 사람은 가볍다며 혹평을 하지만, 머리가 어수선해서 정리가 되지 않을 때 도움이 된다. 뾰족했던 마음은 어느새 둥글둥글해지고 단순, 간결해짐을 느낀다. 글과 잘 어우러진 카툰울 보는 즐거움도 있다요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의 인기로 많은 사람이 글을 올리는데 반복되는 일상보다는 무언가 여운이 있는 짧지만 울림이 있는 글을 올리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지 않아 독서의 깊이가 없거나 책만 보면 잠이 오는 지인에게 이 책을 추천하면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수도 있겠다 

 

10월. 사랑하는 나의 선화언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언니 이름은 선화다. 김이설 작가의 신간 '선화'를 보는 순간 언니가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순했던 언니는 욕심 많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했던 나에 비해 소극적이고 조용한 아이였다. 엄마가 회초리를 들면 나는 소리 지르며 도망가는 반면에 언니는 그대로 앉아 매를 맞았다. 엄마는 가끔 '미련 곰퉁이' 라는 표현을 썼다. 언니는 대학 시험에 떨어진 뒤에 곧바로 취업을 했다. 직장에 근무하며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용돈을 주고 옷을 사주었다. 그땐 집을 떠나 언니와 자취 했는데 밥을 하고 청소를 하는 건 언니 몫이었다. 아무도 내게 밥을 하거나 청소를 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언니는 결혼 초에 잠시 고생을 했지만, 지금까지 전업주부로 세 아이를 키우면서 마음껏 누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만약 언니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살고 있다면 미안했을 것이다.

 

소설 '선화'는 작가의 전작에 비해 많이 부드러웠고 많이 따뜻했다. 여전히 소외받는 사람의 아픔을 다루었지만 극한 상황으로 치닫기 보다는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며 해피 앤딩의 결말을 맺었다. 화염상모반을 앓고 있는 선화는 오른쪽 얼굴이 검붉은 반점으로 뒤덮여있어 어릴 때부터 숨어 지내는 아이였다. 학교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할머니에게도 구박받는 천덕꾸러기였다. 가족 앞에서는 천사의 얼굴을 하고 착하게 굴던 언니는 선화만 있는 자리에서는 이중인격자가 되어 선화를 구박하고 모질게 대한다. 선화의 가방에 책을 빼내고 화침으로 채운 날, 선화는 그 화침으로 언니 얼굴에 큰 상처를 남긴다. 그나마 선화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던 엄마는 자살을 한다. 선화는 엄마가 하던 꽃집을 운영하며 독학으로 꽃꽂이를 배우고 제법 예쁜 꽃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기쁨을 준다. 영흠에게 풋사랑을 느끼기도 하지만 선화 곁을 지키고 있는 왜소증의 병준이와 한줄기 햇살이 비친다. 불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랑이 서로에게 필요하다. 언니와의 관계도 조금씩 회복되며, 꽃을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책이 얇아 몇 시간 만에 다 읽었지만 오랜 여운이 남는다. 언니, 가족, 상처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아이, 신랑 등 내 가족만 챙기기보다는 주변의 소외받는 사람들을 더 따뜻하게 안아 줘야겠다는 긍정의 에너지도 생긴다. 얼마 전 충청북도중앙도서관 강연회에서 들은 "남의 장점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내 장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박웅현 광고기획가의 말도 떠오른다. 선화가 성형수술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현재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는 믿음이, 희망이 생긴다.

 

작가는 꽃집을 운영하는 선화를 통해 여자의 로망인 '꽃집아가씨'의 꿈을 이룬듯하다. 하늘거리는 연분홍빛 리시안셔스, 보랏빛 수국, 노오란 프리지아, 장미를 닮은 크림색 라넌큘러스를 조합한 다발은 생각만으로도 사랑스럽다. 책을 덮고 나니 꽃을 선물 받고 싶어진다. 아니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

문득 언니가 보고 싶다. 지금도 내게 한없이 베풀어주는 희생적인 언니. 나보다 해외를 더 자주 나가는 언니 모습이 보기 좋다. 얼마전 터키 여행을 다녀오면서 내 선물도 챙겨왔다는데 핑계 겸 이 책이랑 꽃다발 사들고 찾아 가야겠다. 언니야 사랑해! 늘 내 편으로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11월. 감정독재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자료실에 상주하는 이용자가 많다. 몇 년 전, 자료실에 근무하면서 도서 연체자에 대해 제재를 했는데 자신을 비웃었다며 갑자기 언성이 높아졌다. 나는 친절하게 대한다고 미소를 머금고 이야기했는데 그의 눈에는 비웃음으로 비쳐진 것이다.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그의 화가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렸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감정노동자의 설움을 그때 느꼈다. 감정노동자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수반하는 노동을 말한다. 서비스업 종사자가 늘어나면서 등장한 노동형태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면서 참을성이 부족하고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다. 타인을 배려하기 보다는 내 감정에 따라 상처가 되는 말을 공개적으로 쏟아내기도 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원인을 알아보기 보다는 문제 해결에 급급한 현실도 원인이 되고 있다.

 

도서 감정독재(강준만 저. 인물과사상사)’의 저자인 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는 사람 탓이 아닌 문제에 대해 왜 그러는지, 한 단계 더 나아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이라는 부제로 다양한 분야의 학자에 의해 논의된 이론을 접목해 답을 제시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복권을 계속 살까? 는 몬테카를로의 오류를 대입해서 다룬다. 이 오류는 몬테카를로에서 일어났던 카지노 사건을 말하며 도박사의 오류라고도 한다. 복권이 당첨될 확률이 낮은 것을 알면서도 계속 구입하는 이유는 그 다음에 사면 당첨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그동안 잃었으니 이번엔 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카지노에서의 잘못된 기대를 의미한다. 도박, 복권 등은 잃을수록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에는 재산까지 탕진하는 경우가 감정 독재의 가장 큰 손실일 것이다.

 

부작위 편향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일어나는 손실보다 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손실에 덜 민감한 현상으로 개입하지 않음을 최선으로 삼는 태도를 말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속담과도 연관이 있는데 이런 현상은 자칫 도덕불감증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짜약을 통한 플라시보 효과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준다. 불쾌하거나 지루한 현상을 잘 견디게 해주는 통제의 환상은 나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 취업에 성공하면 내 실력 때문, 실패하면 세상 탓을 하는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이기적 편향은 개인주의, 지역주의를 양산한다.

 

감정은 우리가 표현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적절한 감정의 표출은 열정, 긍정의 효과를 가져 온다. 그러나 지나치거나 무심한 감정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저자가 다룬 50가지 이론에 수긍이 가지만 이론에 얽매이기 보다는 감정과 이성이 적절히 조화된 판단이 필요하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행동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라고 했다.

 

 

12월. 논어정독

 

 

 

 

 

 

 

 

 

 

 

 

사서로 근무하면서 보람 있는 일은 도서관에 학부모 독서회를 만드는데 있다. 도서관이 바뀔 때마다 독서회를 조직하고 리더 역할을 하면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은 행복하다. 지난 9, 우리도서관에 인문학 서평쓰기 모임을 개설했다. 제목이 거창해서 신청자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12명이나 모였다. 개강 첫날 참여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귀농해서 답답했는데 도서관에 독서토론모임이 생겨서 좋다는 뜨거운 반응이다. 첫 책으로 다소 무거운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을 선정했는데 책에 밑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는 모습에 감동했다. 지난 모임에는 친분 있는 김이설 작가에게 재능기부를 부탁하고 강연회를 열었는데 미리 책을 읽고 온 회원들의 질문과 사인회,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시간은 따뜻했다.

 

금년 마지막 토론도서는 동양철학의 고전인 논어정독(부남철 역주/ 푸른역사)’을 선정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저자 신정근은 공자의 논어는 커피로 치면 부드럽고 여러 맛을 깊게 느끼게 하는 카페모카의 맛이라고 했다. 논어에는 절차탁마”,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과유불급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했던 글이 나온다.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던 논어가 의외로 쉽게 읽히는 이유다. 동양철학의 기본은 논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공자는 제자들과 중국의 여러 나라를 다니며 자신을 등용해줄 왕을 찾았으나 아무도 불러주는 이가 없었다. 정치에 뜻을 두고 끊임없이 정계 진출을 꿈꿨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잘하지 못함을 근심하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나를 알아주지 않는 구나하며 한탄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논어의 핵심은 인()이다. “공자가 생각하는 인()은 글자 그대로 두 사람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다. 서로 피가 통하고 신경이 통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하나의 몸이 될 수 있도록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자기가 주도하는 것이다. 그 사랑의 일차적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사랑의 대상은 일차적으로 자기 자신이며, 부모님과 가족, 나아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다. 공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가 공부이며 첫 장이 학이(學而)로 시작하는 이유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여전히 가치관이 혼란스럽고 뚜렷한 자기관을 정립하기 어렵다. 친구, 이웃, 사회생활의 관계 맺음에 어려움을 느낀다. 논어를 읽으면서 관계맺음, 직장생활의 애매모호했던 것들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제가 원치 않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저에게 하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저도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가하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는 선배 또는 상사로서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할 예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는 조금은 나태해져 있는 나를 채찍질한다. 직장에서 특정한 일을 하고 나면 누군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 때로는 알아주지 않음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묵묵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나를 들어내지 않아도 보상이 따름을 경험했음에도 조급할 때가 있다. 논어를 읽으며 나의 부족함을 채워 나간다. 이제는 매사에 좀 더 느긋해지고, 이해심이 많아질 것을 믿는다.

 



 
 
다락방 2014-12-09 11:03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의 이 서평을 읽는 것도 제게는 퍽 유용한 시간입니다. 언급하신 책들중 [감정독재]를 보관함에 담아둡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정리를 잘하시는지...전 책 정리와 요약을 못해서 대체 이런건 어디서 배워야 되나 싶어요 ㅠㅠ

세실 2014-12-09 14:53   URL
제게 힘을 주시는 다락방님 감사합니다.
이런......직업적 특성(?)이기도 하고, 신문에 정해진 분량을 맞춰야 하니...
전 다락방님처럼 달달하면서 인간적인, 사랑스러운 글을 쓰고 싶다구요. ㅜㅜㅜ

바람돌이 2014-12-09 15:11   댓글달기 | URL
전 항상 누군가에게 책을 권해야 할때 곤혹스럽던데요. 하물며 잘 아는 사람도 그런데 불특정 다수라니....
위에 글들 모두 재밌게 읽었어요.
전 논어정독 담아가요. ^^

세실 2014-12-09 17:10   URL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스크랩이 되니 교육청 가족들이 봅니다. 특히 교장, 교감샘, 일반 관리직 분들이 많이 보네요. 다소 부담은 되지만 책을 거의 읽지 못하는 분들에게 나름 동기부여는 되겠지요?
그래서 내용도 충실하게 쓴답니다. 몇분은 잘 읽었다고 메일이나 문자, 전화로 보내주세요.
논어정독 꽤 괜찮아요~~~~ ㅎ

순오기 2014-12-09 16:24   댓글달기 | URL
세실님~`사서의 행복한 책읽기` 신문 서평은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사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복을 받은거 아녜요?^^
우리지역 사서 한분은 도서관에서 하는 일을 10으로 보면 사서업무는 1이고 행정업무가 9는 된다고 슬퍼하던데..

세실 2014-12-10 10:19   URL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나름 보람도 있고 도움도 됩니다. 전국의 사서들이 함께 하면 좋을듯요^^
우리도서관에도 사서 한명은 행정업무를 해요. 예산 지출하고, 도서관 살림 꾸리고.....학교 독서교육이랑 유치원 견학 일부 업무를 하지만 좀 그렇긴하죠. 안타까워요......

cyrus 2014-12-09 16:38   댓글달기 | URL
상대방에게 좋은 책을 추천하는 것이 어려워요. 그리고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상대방에게 소개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공자의 말씀을 제 맘대로 살짝 바꿔서 표현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독서를 하고 싶어요. 그것이 바로 현재 내가 하는 독서이니까요. 그냥 즐길려고요. ^^

세실 2014-12-10 10:21   URL
맞아요. 추천하는거 쉽지 않죠. 그래서 보편적인 책으로 선정합니다.
그리고 일차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책을 선정하는거죠. 워낙 많은 사람들이 보니까 그중에는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무관심한 사람도 있겠죠? ㅎㅎ
저도 제가 좋아하는 독서를 하고, 그 책을 추천합니다.

스누피 2014-12-09 17:40   댓글달기 | URL
오.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세실 2014-12-10 10:24   URL
도움되시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알로하 2014-12-09 17:54   댓글달기 | URL
목록이 알차네요! 저도 감정독재에 관심을 가지고 갑니다.^^

세실 2014-12-10 10:25   URL
감사합니다. 내 감정을 잘 컨트롤 하는게 중요하겠지요.
감정독재 읽어볼만 해요^^

2014-12-11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2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4-12-14 07:24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왜 이리 좋은 책들이 많은 걸까요?
“만약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당신을 사랑한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세상에 모든 이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란 없으니까요.” 요즘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 해 보았답니다. 지금까지 이걸 잘 모르고 살아 왔는데,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하고요!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키워야겠어요.

세실 2014-12-15 13:58   URL
책은 많고 읽을 시간은 적고.....하고 싶은것도 많고 ㅎㅎㅎ
전 100명이 있다면 30%만 나를 좋아하고, 30%는 싫어하고, 40%는 무관심 하다는 진리를 믿어요. 그러고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책을 읽으면 다양한 사고를 갖게 해주네요^^

pek0501 2014-12-14 16:02   댓글달기 | URL
존경스러운 세실 님!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블로거로서의 삶,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신 유능한 분!

세실 2014-12-15 14:00   URL
페크님 ㅎㅎ 이쁘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어제는 아침 먹고 침대에 누워 빈둥거렸더니 답답했는지 나가자고 하더라구요.
저 많이 게을러용.....(극비인데.ㅎ)
 

1. 우정

주말엔  "우리 아들 수시 떨어졌어. 넘 우울해. 와줄래?" 하는 친구 전화에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친구는 울먹이며 지금 지옥에 선 느낌이라고 한다. 얼마전 수능을 망친 딸아이땜에 지옥을 경험한 내 맘이리라.
재수하기로 마음먹은 친구 아들은 혼자서 독서실 다니며 공부한다는데 슬쩍 걱정이 되어 기숙형 학원을 권해본다.
내년에 더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한다.

2. 도서관

청주엔 밤새 하얀 눈이 내렸다. 어릴때는 눈이 오면 강아지처럼 좋았는데 운전을 하면서는 눈이 무섭다. 원망스럽다. 차라리 낮에 오면 좋을텐데 왜 주로 밤새 오는 걸까? 눈 오는 날 출근하다가 두번 돌고 나서는 버스를 이용한다.
새벽에는 규환 복사라 성당에 함께 가면서 출근길을 걱정했는데 도서관 주변엔 다행히 눈이 오지 않았다. 좁은 땅이지만 이럴땐 넓어보인다.


출근하자마자 어제 곱게 갈아온 케냐AA를 내렸더니 사무실안에 커피향이 그득하다. 커피는 신선함이 특히 중요하다. 커피메이커로 내렸지만 맛이 깔끔하면서 그윽한 향이 난다. 농도를 흐리게 해서 물처럼 하루종일 마셔야겠다. 커피는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여유를 주며 음식을 절제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오전엔 신문에 보낼 서평 다듬고, 내년도 프로그램을 기획해야겠다. 주말에만 하던 초등학생 프로그램을 평일에도 개설할 예정이다. 오후엔 교육청으로 가정폭력 교육에 참석해야한다.
이번 한주는 나보다는 주변 사람들 챙기기 미션^^

 

3. 나눔

 

성당 친구가 이번주에 암 수술을 한다. 성당일을 함께 하면서 말로 떼우려는 친구가 얄미워 사소한 트러블도 있었다. 열심히 음식 만들고 설겆이 하는 옆에서 사진만 찍어대던 친구에게 "찍지 마. 번잡스러워!" 하며 직언을 날리기도 했다. 건강하지 않아 몸을 아낀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침에 "그동안 서운한거 이해해주고, 앞으로는 더 아껴주며 살자. 미안해, 사랑해!" 하는 문자를 보냈다. 전화 통화하면 서로 울까봐.....투병 생활 잘 하리라 믿어본다. 친구에게 읽고 싶은 책 고르라고 하니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선택한다. 나는 이해인 수녀님의 신간을 고른다. 제목은 별로지만....... 오늘 하루는 이 친구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드려야겠다.

 

 

 

 

 



 
 
하늘바람 2014-12-08 10:06   댓글달기 | URL
고3엄마는 엄마도 수험생이죠
다른사람을 챙기시는 세실님 멋지세요

세실 2014-12-08 13:32   URL
그렇게 되더라구요.
보림이는 어쨌든 끝났으니...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기꺼이 위로해주었지요.
나만 행복한건 반쪽짜리 행복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moonnight 2014-12-08 10:15   댓글달기 | URL
친구분 세실님 덕분에 위로가 되었겠어요. 입시 치르는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너무 힘들 것 같아요. ㅠ_ㅠ;

세실 2014-12-08 14:11   URL
그동안 서운했던 마음도 풀었지요. 잘 이겨내리라 믿어요.
입시는.....아쉬움도 남지만 만족도 해야할듯요.
중3 아들이 남아있어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큰애랑 다르거든요. ㅜㅜ

바람돌이 2014-12-08 10:24   댓글달기 | URL
벌써 수능을 쳤군요. 세월이 참....
아이들은 자라고 우리는 늙어가는거겠죠? 뭐 에너지 넘치시는 세실님 보면 세월이 비켜가는것 같지만요. ^^
이번 한주도 힘내자구요.

세실 2014-12-08 14:15   URL
그쵸? 어린 보림이가 벌써 수능을 치렀어요.
요즘 저 거울보면서 늙는거 느끼고 있어요. ㅜㅜㅜ 나이는 못 속이네요.
하루가 달라요. 내 젊음 돌려도~~~~~~~
바람돌이님 돌아오셔서 기쁘고요, 앞으로도 쭈욱 옆에 계셔주세용^^

무스탕 2014-12-08 21:16   URL
이젠 사진 찍기도 싫다니까요ㅠㅠ

나두 바람돌이님 뵈니 정말 좋아요. 진짜 좋아요 ^^

세실 2014-12-09 09:50   URL
무스탕님 그니깐요. ㅜㅜㅜㅜ
몸은 불고, 얼굴은 늙고. 흑.....슬퍼요.

`진짜 좋아요.` 참 정감있어요^^

바람돌이 2014-12-09 15:06   URL
앗 무스탕님 반가워요. 언제나 반겨주셔서 고마워요. ^^
무스탕들은 잘 지내죠? ^^

그저좋은휘모리 2014-12-08 11:37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행복과 지인분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이글을 읽고 잠시 기도드립니다.

세실 2014-12-08 14:16   URL
휘모리님 감사합니다. 기도가 큰 힘이 되죠.
나이가 들어가니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네요. 모두 모두 건강하길 소망합니다.


비비아롬모리 2014-12-08 14:03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많이 무거운 하루네~~~ 그래도 친구까지 잘 챙기는 맘 고운 세실님~~~~❤️
난 요즘 커피 마시면 설사(?)를 해서 좀 줄이고 있다는~~~ㅠㅠ 책상도 정갈해 보인다~~~ 내 책상은 개판~~~~ㅎㅎㅎㅎㅎ;;;;;;

세실 2014-12-08 14:18   URL
고딩친구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맘에 안들면 팩하는 성질이.....왜그리 못견디는지...이것도 자격지심이라고 합니다.
어머 스벅은 어쩌구요? 전 늦은 밤 커피만 아니라면 괜찮아요.
가끔은 카페라떼도 좋아요^^
출근해서 찍은거라 그렇고 지금은 사뭇 달라요. ㅎㅎ
아 졸리운 시간.....전 2시에서 3시사이가 넘 졸려요.

하늘바람 2014-12-08 15:10   댓글달기 | URL
책상은 다시 보니 디자이너책상같아요

세실 2014-12-08 17:53   URL
핑크색은 달력판이예요. 예쁘죠? 아이디어상품이네요.

야나 2014-12-08 15:38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세실님 세실님_ 주변 사람들 챙기는 세실님이 왜 이리 예뻐보이죠.

세실 2014-12-08 17:54   URL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하죠~~
살짝 이기적인 성격이라 주위를 살피려고 노력합니다^^

섬사이 2014-12-08 19:28   댓글달기 | URL
곁에 있는 사람들을 토닥이며 챙겨주는 거, 쉽지 않은 일인데..
바쁜 일과 속에서도 세실님은 참 따뜻하고 넉넉한 품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저는 나이들수록 나잇값에 대한 부담이 느껴져요.
아직 나는 좋은 어른이 될 자신이 없는데, 속절없이 나이만 보태며 사는 것 같아요. ㅜ.ㅜ

세실 2014-12-09 09:53   URL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잘하니 그것도 문제네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내키지 않는 사람에게도 다가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니.....
절대 안 넉넉해요. 넉넉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감사해요^^
나잇값에 대한 부담 저도 심합니다.
50이란 숫자 다가옴이 참으로 부담스러워요. ㅜㅜ
 
논어정독
부남철 역주 / 푸른역사 / 201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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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로 근무하면서 마음먹은 일중 하나는 도서관에 학부모 독서회를 만드는 것이다. 도서관이 바뀔 때마다 독서회를 조직하고 리더 역할을 하면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은 보람된 일 중 하나다. 지난 9, 우리도서관에 인문학 서평쓰기 모임을 개설했다. 제목이 거창해서 신청자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12명이나 모였다. 개강 첫날 참여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귀농해서 답답했는데 도서관에 독서토론 프로그램이 생겨서 좋다는 뜨거운 반응이다. 첫 책으로 다소 무거운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을 선정했는데 책에 밑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는 모습에 감동했다. 지난 모임에는 친분 있는 김이설 작가에게 재능기부를 부탁하고 강연회를 열었는데 미리 책을 읽고 온 회원들의 질문과 사인회,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시간은 따뜻했다.

 

금년 마지막 토론도서는 동양철학의 고전인 논어정독(부남철 역주/ 푸른역사)’을 선정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저자 신정근은 공자의 논어는 커피로 치면 부드럽고 여러 맛을 깊게 느끼게 하는 카페모카의 맛이라고 했다. 논어에는 절차탁마”,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과유불급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했던 글이 나온다.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던 논어가 의외로 쉽게 읽히는 이유다. 동양철학의 기본은 논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동양철학은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잊게 해주었다.

 

공자는 제자들과 중국의 여러 나라를 다니며 자신을 등용해줄 왕을 찾았으나 아무도 불러주는 이가 없었다. 정치에 뜻을 두고 끊임없이 정계 진출을 꿈꿨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잘하지 못함을 근심하라고" 이야기했지만  정작 본인은 “나를 알아주지 않는 구나하며 한탄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어느 현명한 왕이 공자를 등용해서 함께 정치를 도모했다면 태평성대를 누렸을텐데......

 

논어의 핵심은 인()이다. “공자가 생각하는 인은 글자 그대로 두 사람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다. 서로 피가 통하고 신경이 통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하나의 몸이 될 수 있도록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자기가 주도하는 것이다. 그 사랑의 일차적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자존심, 자신감, 자기 몸과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등이 그런 것이다사랑의 대상은 일차적으로 자기 자신이며, 부모님과 가족, 나아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다. 공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가 공부이며 첫 장이 학이(學而)로 시작하는 이유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여전히 가치관이 혼란스럽고 뚜렷한 자기관을 정립하기 어렵다. 친구, 이웃, 사회생활의 관계 맺음에 어려움을 느낀다. 논어를 읽으면서 관계맺음, 직장생활의 애매모호했던 것들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제가 원치 않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저에게 하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저도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가하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는 선배 또는 상사로서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할 예의다. "관직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직무를 맡아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근심하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는 조금은 나태해져 있는 나를 채찍질하는 말이다. 직장생활에서 특정한 일을 하고 나면 누군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 때로는 알아주지 않음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묵묵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나를 들어내지 않아도 보상이 따르는 것을 경험했음에도 조급할때가 있다. 논어를 읽으며 나의 부족함을 채워 나간다. 이제는 매사에 좀 더 느긋해지고, 좀 더 이해심이 많아질 것을 믿는다.     

 

<근사록>에 보면 '공자의 논어를 읽어서, 읽기 전과 읽은 후나 그 인간이 똑같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는 없다.' 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논어를 읽으면서 참 행복했고 몇 구절은 기억하려고 포스트잇을 붙여가면서 소리내어 읽었다. 카프카의 도끼처럼 논어는 내 머리를 주먹으로 쳐서 잠을 깨운 책이다. 당분간 논어에서 헤어나지 못할듯 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논어를 추천하며, 논어의 글들을 인용해서 아는 척을 할 것이다. 내 지인들은 어쩌면 지겨워 할수도.....

 



 
 
보물선 2014-12-06 23:13   댓글달기 | URL
사서 시구나. 제 옛 직업이네요. 김이설 작가랑 지인이시구나. 페북에서 잠못자고 올라가신다 했던 그 일인가도 싶구요.

세실 2014-12-06 23:13   URL
그러셨어요? 지금은 어떤 직업이실까요?
전 가끔은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저 천직이려니 하고 좋아하려고 애쓰며 산답니다.

ANDANTE 2014-12-06 23:12   댓글달기 | URL
근사록까지 읽으셨군요 ~ 멋지세요 ㅎㅎ

세실 2014-12-06 23:14   URL
읽은건 아니고, 이 구절만 기억하고 있답니다^^
요즘 제 수준보다 나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중입니다. ㅎㅎ

보물선 2014-12-06 23:17   댓글달기 | URL
상공회의소 입사를 자료실 사서로 했죠. 전공이었구요. 2002년쯤 자료실이 축소되서 일반부서로 전직했어요. 정보화팀, 행사팀 거쳐, 지금은 유통조사해요. 전공과는 멀어졌지만, 견디어낸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실 2014-12-06 23:22   URL
그러셨구나.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대학도 가끔 도서관이 아닌 일반부서에 근무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전 그저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보물선 2014-12-06 23:25   댓글달기 | URL
사서직이 다소 지루함도 있지만, 좋은점도 많죠. 퇴직후엔 봉사활동 갈라구요.

세실 2014-12-07 07:25   URL
맞습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긴 하죠~~~
전 퇴직하면 놀러다니고 취미생활할거예요^^ ㅎ

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2-07 02:13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도 그런 독서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런거 건의하면 보통 관장님이 참고해 주시나요? ㅎㅎ

세실 2014-12-07 07:26   URL
당연하죠~~ 혹시 유사한 독서모임이 있을수도 있구요^^
꼭 건의하세요~~~

순오기 2014-12-07 07:25   댓글달기 | URL
논이 읽는 엄마들~ 그림만 떠올려도 즐거워요.
실제로 본 그녀들은 더 멋졌고...^^
리더가 어떤 마인드냐에 따라 동네나 도서관도 많이 달라지는 걸 체감하며 살아요!!

세실 2014-12-07 07:29   URL
실시간 댓글^^
일어나자마자 북플 보는 저!ㅎ
논어에 대해 간단히 강의해준 분이 있어서 도움도 되었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조금씩 변화하겠죠?

순오기 2014-12-07 14:40   URL
논어~를 논이라고~~내가 오타를~^^
다음 화욜밤 조국 교수가 광주에 와요~ 아이 좋아라!!

세실 2014-12-09 10:08   URL
넘 부러워서 울고 싶어요. ㅜㅜㅜㅜㅜㅜ
역시 앞서가는 광주!!!
my 조국교수^^ ㅎㅎㅎ

말리 2014-12-07 08:13   댓글달기 | URL
저희 도서관에도 독서모임이 세개 있어요. 두개가 주부독서모임 하나는 주말의 직장인 모임. 전 주부 독서모임인데 요즘 좀 고민이 있어요. 다양한 내력을 가지신 분들이라 수위조절이 힘들어요. 인문학책은 좀 힘들어 하고, 그렇다고 여행서나 계발서를 줄창 읽을수는 없고. 소설도 주로 현대소설을 좋아하고 고전은 무거워하고. 전 혼자 읽기 조금 버거운 책을 함께 얘기 나누며 읽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고요. 선호하는 분야별로 모임이 각각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여기 상황이 그러기에는 좀 힘들것 같고요. 관장님이 함께하는 모임은 어떨까 궁금하네요 ^^

세실 2014-12-07 10:43   URL
주부독서회가 두개면 내년에 하나는 인문학 책읽기로 하자고 건의하심이...
책은 자신의 수준보다 조금 높게 읽어야 발전하거든요.
저도 혼자 읽기 버거운 책을 선정합니다. 아직은 제맘대로 선정하고 회원들은 따라옵니다.
조금 힘들다 싶을때 세계문학을 다루려고요. 개츠비나 오만과편견으로.. 회원들께 상의드려 보세요^^

말리 2014-12-07 16:15   URL
전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대부분은 몇년씩 되었어요. 반은 친목, 반은 독서, 뭐 그런 분위기. 다른 독서회는 더 오래된 회원들로만 되어 있어 신입은 잘 어울리기 힘든 구조라고 하더군요. 공적모임이 너무 돈독한 관계로 인해 사적으로 살짝 변한것 같아요. 올 한해 책이나 발제,토론을 약간 변형시켜 보았는데 많이들 힘들어해서 자꾸 빠지는 부작용이;; 어떤 모임이든 들어오고 나가고 순환구조가 되면서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하고 있습니다. 역사도 필요하지만 신선한 피와 새로운 바람이 조직을 살아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세실 2014-12-09 10:06   URL
맞아요. 큰 도서관에는 오래된 독서모임이 있어요. 전에 근무하던 도서관에도....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배척하고, 고인 물....그나마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수준있는 독서모임으로 성장하느냐, 그냥 계모임이 되느냐가 관건이죠. 그럴땐 담당사서가 관여하는것도 좋을텐데.....

우린...제가 사회를 봅니다. 책 선정도 제가 하고요.
그동안, `중용, 인간의 맛`, `책은 도끼다`, `선화(작가강연회)`, `논어정독` 읽었어요.
1월엔 `백석평전` 하려구요.
다들 어렵다고는 하지만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소장하는 즐거움도 누리네요.

간단하게 책 소개 하고 돌아가면서 느낌 나눠요.
마지막으로 해박하신 한분이 계셔서 논어에 대해 써머리를 해주시네요.
다들 포스트잇 붙이고 밑줄 긋고...의욕이 많아요.
내년엔 서평에 주력해서 지역신문에 글도 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차후에는 책도 한권 발간해야겠죠? ㅎㅎ

섬사이 2014-12-07 10:12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 생각보다 꾸려나가기 힘들던데, 유능한 관장님이 이끄시니까 잘 되나봐요. ^^
예전에 주부들이 모여서 독서모임을 했었는데, 책들을 잘 안 읽어오시더라구요.
밑줄 긋고, 포스트잇까지 붙여가며 책을 읽어오신다는 구절에서 저도 같이 감동했어요.

세실 2014-12-07 10:45   URL
전 사서로 들어오면서 주부독서회를 만들어 부담은 없답니다. 회원들 수준을 고려해서 한달은 철학, 한달은 문학으로 해요.
한달에 한권의 책은 꼭 읽어야될텐데...
두분 정도만 성실하면 나머지는 따라오던걸요^^

야나 2014-12-07 11:55   댓글달기 | URL
지겨워도 좋으니까 이렇게 좋은 책 권해주는 지기가 옆에 있다면 그거야말로 행복한 일 아닐까 해요. 세실님. 이 책은 이래서 좋고 저 책은 저래서 좋고 이 책도 읽어봐, 저 책도 읽어봐_ 하면서 말이죠. 마흔이 되면 공자를 읽을 때, 더 늦추면 손해_ 라고 남편 친구가 이야기해서 그렇다면 난 딱 마흔 되면 읽을래! 한 말이 어쩐지 민망해지는걸요. 아 그나저나 세실님이 계시는 도서관 주부독서회에 가입하고 싶은걸요. :)

세실 2014-12-07 19:55   URL
울 독서회원들이 아직은 야나님 맘 같더라구요. 제가 추천해준 책은 다 좋다구ㅎ 흐뭇하긴 합니다.
논어 기회되면 꼭 읽어보세요. 관계맺기에 큰 도움되실거예요.
야나님 오심 두 팔 벌려 환영할털데요. 저도 아쉽네요.
이번에 두명이 몸이 아파 쉰다고 해서 살짝 침체되었거든요. 열다섯명 유지가 목표예요^^
 
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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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멘토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큰 행복이다. 나의 멘토는 몇년전에 돌아가신 선배 사서다. 평범했던 내가 전국의 사서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입학할 용기를 주신 분이다. 이제는 가슴 한 구석에 아련한 상처로 남았다. 글을 쓰면서 도움을 받은 작가는 쉬운 문체와 여행, 문학, 음악을 사랑하는 정여울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의 김훈 작가다. 그들처럼 글을 잘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부러워하지만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이다. '백석평전'을 읽고 나니 사람을 좋아하는 일에도 열정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철학자 강신주는 김수영을, 시인 안도현은 백석을 흠모한다. 강신주는 김수영을 닮고 싶어 했으며 육신의 아버지가 친아버지라면 영혼의 아버지는 김수영이라고 했다. 친 아버지를 영원히 보내 드리며 김수영도 함께 보냈다고 한다. 많은 시인들은 백석을 흠모하며 닮고 싶어한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모방이 아닌 그의 사상이나 철학을 계승할 수 있는 제자가 되는 길은 큰 기쁨이다. 윤동주는 100부 한정판으로 찍어낸 백석의 시집 '사슴'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는 필사를 했으며  늘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신경림은 백석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시인으로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냈는데 백성의 시적 대상과 유사하다고 한다. '사슴'은 2005년 계간 '시인세계'의 설문조사에서 현역 시인 156명이 뽑은 '우리 시대 시인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석은 1910년대에 태어나 참으로 파란만장하고 불후한 삶을 살았다. 네번의 결혼과 세번의 이혼, 기생 자야와의 사랑, 오직 충성과 민족주의만 강조하는 획일화된 북한의 이념 등은 자유롭고 낭만적인 삶을 추구하는 백석에게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친일파로 돌아섰지만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음에도 창씨개명에 반대하고 우리말에 애착을 갖는 애국자였다. 한동안 고향으로 돌아가 교편 생활을 하며 은둔 하고,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찬양하며 현실에 순응하며 살려고 노력했지만 곧은 성품은 한때 조선일보 기자에서 시골의 양을 키우는 노동자 신분으로 전락한다. 삶은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고 하지만 40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을 지식인이 아닌 밑바닥 노동자의 삶으로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백석의 대표적인 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있다. 안도현 시인은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백석 이후에 이미 죽은 문장이 되고 말았다." 는 표현을 썼다. 이 시는 기생 자야에게 보낸 시인데 나타샤는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며 이 시를 쓸 무렵 백석은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문학 작품을 공부하면서 글과 연관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면 공부가 재미있었을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노천명의 '사슴'이 백석을 염두에 둔 시일수도 있는 점을 이야기한다. 모윤숙, 노천명, 최정희와 백석은 친했으며 세 사람은 백석을 '사슴', '사슴군' 으로 호칭했다고 한다. 키가 크고 핸섬하며 시크한 백석의 모습과 스타일을 상상하며 읽으니 시 안에 그의 모습이 보인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이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몇년전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를 우연히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동네에 일이 있어 갔다가 안내 표지를 보고는 들어갔다. 시내 한복판에 7천여평의 넓은 땅이 있는것도 놀라웠다. 그때는 몰랐는데 백석의 연인이었던 기생 자야는 서울 '대원각' 요정을 운영했고, 후에 요정을 포함한 땅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해 지금의 길상사가 지어진 것이다. 만주로 함께 가길 원했던 백석과는 아쉬운 이별을 했지만 백석의 연인답게 "한겨울 눈이 제일 많이 내린 날 내 뼛가루를 길상사 마당에 뿌려 달라." 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백석의 시에는 그의 고단한 삶이 보인다. 제목에서 쓸쓸함이 묻어나는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에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는 자조적인 글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지만 백석의 노년은 쓸쓸하고 행복하지 못했다. 그는 살아서보다 사후에 인정을 받았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었던 주말 백석과 함께 보낸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했다. 지금이라도 백석을 알게되어 다행이다.            



 
 
cyrus 2014-12-06 18:09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TV 책을 보다`에 이 책이 소개된다고 하더군요. 안도현 시인도 출연하는데 무척 기대되는 방송입니다.

세실 2014-12-06 21:33   URL
꼭 봐야겠습니다^^
이 책 꽤 재미있어요~~~
소개한 시가 고어(?)로 되어있어 읽기는 힘들지만요^^

blanca 2014-12-06 19:15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은 못 읽었는데 백석 좋아해요. 아웅, 낭만 가득해요. 세실님.

세실 2014-12-06 21:34   URL
백석을 좋아하신다면 이 책은 필수입니다~~~
평전은 시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보물선 2014-12-06 19:57   댓글달기 | URL
아이랑 카페 가고 싶어지네요^^

세실 2014-12-06 21:36   URL
가끔 아이랑 가서 각자 책 읽으면 속도가 빨라요~~~ 집에선 할일 생각에 집중력이 짧죠^^

바람돌이 2014-12-06 21:55   댓글달기 | URL
백석은 저 시로 인해서 모든 연애시를 종결시킨듯.... ㅎㅎ
고새 백석평전을 읽으시다니 진짜 빠르셔요. 전 읽을까 해도 실제로 손에 들기까지는 한참 걸리는데 말입니다. ^^

세실 2014-12-06 22:36   URL
그러게요~~~ 지금 읽어도 설레이니ㅎ 저 편지를 받은 받은 여자는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두여자한테 보내서 바람둥이 소리도 들었다네요.
우리 인문학 동아리 1월 토론도서라 의무감에 읽고 있답니다. 재미있어요^^

야나 2014-12-06 23:04   댓글달기 | URL
저 사놓고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세실님 글 읽으니 펼쳐봐야겠어요. :)

세실 2014-12-06 23:18   URL
백석의 삶, 사랑을 알아가는 재미 쏠쏠합니다~~~ 페이지 주는것이 아까워요^^
얼른 시작하세요.

오로라^^ 2014-12-07 00:11   댓글달기 | URL
백석이 북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더군요. 왠지 `외롭고 높고 쓸쓸한` 모습이어서요.

세실 2014-12-07 07:41   URL
그쵸?
`외롭고 쓸쓸한` 사람....
격동기속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네요. 사랑도 그렇고....

희망찬샘 2014-12-14 07:32   댓글달기 | URL
저희 도서관에도 꽂혀 있는 책이에요. 백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저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월요일 당장 빌려야겠다는 생각! 까먹을 확률 80% 이상이라 생각되지만... 메모는 해 놓고 잘 보지도 않는 지경이라~ ㅎㅎ~

세실 2014-12-15 01:01   URL
오늘 이 책으로 서평 쓰려고 하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스러워요.
안도현 시인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후반부 북한 생활 기록들은 자료 찾는것도 어려웠을듯요.

저도 도서관에 신간이 들어오면 메모 해놓고 메모를 어디에 해놓았는지 기억을 못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