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울음 소리가 잦아든다 했더니 창 밖에서 가을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잠자리에 든 둘째 아이가 무슨 소리인지, 벌레들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묻는다. 이제 가을맞이 그림책을 읽을 때가 되었나보다.
<<바빠요 바빠>>는 우리네 시골의 가을 풍경을 볼 수 있는 그림책. 이태수 선생님의 세심한 그림도 좋고, 윤구병 선생님의 운율 있는 글도 참 좋다.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 들판의 누런 벼, 처마 밑에 매단 곶감, 마당의 닭들 ... 이런 가을 풍경 속에 참깨를 털고, 콩을 고르고, 감도 맛보는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정겹고 그리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우리 아이의 첫 반응은 뜨뜻미지근하였으나 계속 읽으면 정을 들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조카와 우리 아이에게 추석 선물로 준 책, <<나뭇잎이 달아나요>>.
표지의 아이들이 심상치 않다 했더니, 책을 읽는 내내 너무 귀엽고 재미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바람에 날아간 나뭇잎을 쫓아가는 아이들, 아이들의 행동과 대사도 재미있고, 곱게 쌓아뒀던 나뭇잎 더미가 흩어진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날아간 나뭇잎(?)을 찾았다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즐겁다. 에구, 귀여워라~~
우리 모녀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네 아이의 움직임을 따라다녔다. ^^
큰곰과 작은겨울잠쥐의 가을 맞이와 겨울 준비.
<<숲 속의 단짝 친구>>에서 큰곰과 작은 겨울잠쥐는 자신이 애써 키운 것들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해한다. 작은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큰곰에게는 커다란 호박이 열리고, 큰 것을 부러워하는 작은 겨울잠쥐에게는 (아무 것도 열리지 않은 줄 알았던 줄기 아래, 땅 속에서) 고구마가 한 보따리~.
가을의 수확을 즐거워하고 그 수확을 친구들과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한 가을을 느낄 수 있다.
<<겨울을 준비하는 가게>>는 지금보다 가을이 깊어져 겨울 문턱에 왔을 때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그림책. 그래도 겨울 전에 준비를 해야 하니, 가을 그림책으로 슬쩍~. ^^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나 극진한 큰곰과 겨울잠쥐가 '겨울을 준비하는 가게'에서 서로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몰래' 도토리를 모으는 모습을 보는 것도, 곰보다 도토리를 더 잘 모으는 겨울잠쥐가 마지막(?) 한 톨을 살짝 곰에게 흘려주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흐뭇하다.
늦은 가을 숲 속 풍경이나 첫 눈이 내린 숲을 감상하고, 숲 속 동물들이 겨울을 준비하며 어떤 물건을 고르는지 살펴보는 것, 돈 대신 숲에 있는 도토리를 모아 물건을 사는 풍경을 보는 것도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
마지막으로, 창 밖에서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궁금해 하는 우리 딸아이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가을맞이 그림책, <<The Very Quiet Cricket>>.
알에서 깨어난 작은 귀뚜라미(he!)가 잠자리, 모기, 땅벌, 매미 같은 여러 곤충들을 만날 때마다 인사를 나누고 싶어하지만 자신의 날개로는 소리를 내지 못하다가, 다른 귀뚜라미(she!)를 만나 자신의 날개를 비비며 아름다운 소리로 인사를 한다는 이야기.
Eric Carle의 'The Very'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책은 ' 사랑'에 대해서, 자신의 짝찾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짝을 찾고 나서야 자신만의 소리로 인사를 하게 된 귀뚜라미, 그리고 그 소리를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들어주는 짝 귀뚜라미가 참 행복해 보인다.
마지막 장을 펼칠 때 나는 귀뚜라미 소리(정말 소리가 나요~)를 듣는 것도 재미있고, 귀뚜라미가 만난 곤충들의 서로 다른 인사법을 보는 것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