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슬이가 올 여름 책 100권 읽기에 도전(?)했다.
100권 읽기에 도전했다기 보다는 "고양이가 구름빵을 또 한 개 먹었다"며 스티커를 붙이는 재미로 기록을 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지만 ...
어느 쪽이든 한 달여 동안 읽은 책 제목을 적고 스티커를 붙이고, 스티커 판을 꾸미는 작업은 슬이에게 즐거운 놀이였던 셈.
슬이가 읽은 책과 책을 읽으면서 나눴던 이야기들을 짧게 적어보면 ....
얇고 가벼우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있어 첫째, 둘째 아이 모두 즐겨읽는 책. 올 여름에는 몇 번씩 반복해서 읽고 또 읽고~.
슬이 손에 쏙 들어가는 보드북, 메이지 이야기도 읽고 또 읽고~. 이번에는 난데없이 "메이지가 여자였어?" (음, 엄마가 그런 생각을 한 건 꽤 오래되었는데, 이제서야 눈에 띈 모양이군 ^^;)
팝업과 플랩북은 언제 봐도 재미있단다. 들춰보고 세워보고 끼워보고 밀어보고~.
릴리는 슬이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 릴리와 함께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릴리 못지 않게 좋아하는 병관이. 키득거리며 병관이 이야기도 읽고~.
바무와 게로 이야기를 열심히 읽고는, 놀이공원에서 "바무랑 게로도 꼭 한 가지씩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었는데 왜 나는 안되느냐?"며 나름대로 논리를 세워 기념품도 사주게 만들고~. ^^;
눈사람이랑 설빔을 보며 "와~ 예쁘다~", "정말 귀엽다~"를 몇 번씩 외치고~.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여름 이야기>를 읽고 또 읽으며 "예쁘다", "멋지다"를 몇 번씩 외쳐보고~.
그림책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그림들을 찾아보고~.
아빠와 책 읽는 날은 '아빠'가 들어가는 책만 골라서 읽어달라하고~.
우리 가족 이야기도 하하호호 나눠보고~.
엄마를 기다리는 꼬마를 가슴 졸이고 지켜보다가, 엄마랑 손잡고 가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도 쉬고~.
혼자서 버스에 남은 아이를 보며 마음 졸이다가 안도의 한숨도 쉬고~.
(이 두 그림책은 볼 때마다 긴장했다가 안도하곤 한다)
그림책에 나오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따라불러도 보고~.
"정말 재밌겠다"며 아이들 따라 ㄱㄴㄷ 재잘거려도 보고~.
"곰 잡으러 간단다, 큰 곰 잡으러 간단다" 노래도 만들어 불러보고~.
"엄마, 나무가 없으면 맑은 공기가 없어서 숨 쉴 수도 없고 ... "라며, 나무와 숲에 대한 이야기도 읽고~.
"물이 흘러갔다가 구름이 되어 비가 되는데, 샴푸를 많이 쓰면 물이 더러워져서...."를 재잘거리는 날은, 물 이야기를 읽어보고~.
(<물의 여행>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아이들이 재미없어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보면서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할 정도로 슬이의 재잘거림과 책 이야기가 딱 들어맞은 데다가, 용이와 달리 슬이는 이 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역시, 책은 여러 번 읽어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다!)
물 이야기를 읽은 김에 공기랑 땅 이야기도 읽고~.
"지렁이가 땅을 건강하게 한다"고 엄마에게 설명도 하고 ... ^^
손 등위로 드러난 핏줄이 궁금한 날, <우리 몸>과 <발바닥 이야기>를 읽으며, 인체 탐구(^^)도 해보고~. (아, 발바닥 그리기를 하겠다고 해놓고는 아직 못한 건 미안~. 오늘 할까?)
자연사박물관에 다녀온 날은 <개구리의 낮잠>, <매미 잡기>, <새야, 위험해>를 읽으며 동물 이야기도 해보고, 그림책 속에서 지구의 속도 들여다보고~.
하늘에 뜬 반달을 신기해하며 보았던 며칠 간은 달 그림책을 보고,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 별 이야기도 읽고~.
오빠를 기다리며 콜롬비아호 비디오를 본 날은 로켓 그림책을 읽어보고~.
그림책의 주인공들이 그리는 그림 보고, 색깔의 여왕처럼 그림도 그려보고~.
마녀 이야기를 읽고 또 읽으며, '꼬마 마녀' 그림도 그려보고~.
먹을거리가 나오는 그림책을 보고는 엄마가 어떻게 요리하는지 보겠다고 의자 위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냠냠이처럼 하루에 한 가지씩만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면 된다고, 엄마를 설득하기도 하고 .... ^^;;
고구마가 어떻게 자라는지도 보고,
감자가 어떻게 자라는지도 보고 ...
굴렁쇠 아이들의 '씨감자'를 따라부르며 <감자에 싹이 나서>를 다시 읽어보고~. (노래와 그림책이 찰떡궁합이다. ^^)
정직하다는 게 뭔지, 공평한 게 뭔지 궁금한 날은 쿠키~ 인생 수업을 읽으며, 어려운 말을 쉽게 배워도 보고~.
구름이 너무 예쁜 날, 구름 그림책을 읽으며 구름 이야기도 해보고~.
피터 래빗 시리즈는 엄마가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
워낙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아이이다 보니, 이 번에 새로 읽은 책은 그리 많지 않지만 ...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보면, 반복해서 읽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림책 읽으며 ... 버럭버럭 화 내는 엄마의 성격도 고치고, 슬이도 좀 얌전해지고~ 그러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