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슬이가 올 여름 책 100권 읽기에 도전(?)했다.  

100권 읽기에 도전했다기 보다는 "고양이가 구름빵을 또 한 개 먹었다"며 스티커를 붙이는 재미로 기록을 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지만 ...  
어느 쪽이든 한 달여 동안 읽은 책 제목을 적고 스티커를 붙이고, 스티커 판을 꾸미는 작업은 슬이에게 즐거운 놀이였던 셈.  

  

 

슬이가 읽은 책과 책을 읽으면서 나눴던 이야기들을 짧게 적어보면 ....  

 얇고 가벼우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있어 첫째, 둘째 아이 모두 즐겨읽는 책. 올 여름에는 몇 번씩 반복해서 읽고 또 읽고~.  

 


슬이 손에 쏙 들어가는 보드북, 메이지 이야기도 읽고 또 읽고~. 이번에는 난데없이 "메이지가 여자였어?" (음, 엄마가 그런 생각을 한 건 꽤 오래되었는데, 이제서야 눈에 띈 모양이군 ^^;)  


팝업과 플랩북은 언제 봐도 재미있단다. 들춰보고 세워보고 끼워보고 밀어보고~.  


 

릴리는 슬이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 릴리와 함께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릴리 못지 않게 좋아하는 병관이. 키득거리며 병관이 이야기도 읽고~.   

 바무와 게로 이야기를 열심히 읽고는, 놀이공원에서 "바무랑 게로도 꼭 한 가지씩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었는데 왜 나는 안되느냐?"며 나름대로 논리를 세워 기념품도 사주게 만들고~. ^^;

눈사람이랑 설빔을 보며 "와~ 예쁘다~", "정말 귀엽다~"를 몇 번씩 외치고~.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여름 이야기>를 읽고 또 읽으며 "예쁘다", "멋지다"를 몇 번씩 외쳐보고~. 

 

그림책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그림들을 찾아보고~.

 


아빠와 책 읽는 날은 '아빠'가 들어가는 책만 골라서 읽어달라하고~.   

 

 

우리 가족 이야기도 하하호호 나눠보고~.  
 

 

  

엄마를 기다리는 꼬마를 가슴 졸이고 지켜보다가, 엄마랑 손잡고 가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도 쉬고~. 
   

혼자서 버스에 남은 아이를 보며 마음 졸이다가 안도의 한숨도 쉬고~.

(이 두 그림책은 볼 때마다 긴장했다가 안도하곤 한다) 

그림책에 나오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따라불러도 보고~.  

 "정말 재밌겠다"며 아이들 따라 ㄱㄴㄷ 재잘거려도 보고~.  

 

"곰 잡으러 간단다, 큰 곰 잡으러 간단다" 노래도 만들어 불러보고~.  

 "엄마, 나무가 없으면 맑은 공기가 없어서 숨 쉴 수도 없고 ... "라며, 나무와 숲에 대한 이야기도 읽고~.  

 

  

"물이 흘러갔다가 구름이 되어 비가 되는데, 샴푸를 많이 쓰면 물이 더러워져서...."를 재잘거리는 날은, 물 이야기를 읽어보고~.

(<물의 여행>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아이들이 재미없어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보면서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할 정도로 슬이의 재잘거림과 책 이야기가 딱 들어맞은 데다가, 용이와 달리 슬이는 이 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역시, 책은 여러 번 읽어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다!)  

물 이야기를 읽은 김에 공기랑 땅 이야기도 읽고~.
"지렁이가 땅을 건강하게 한다"고 엄마에게 설명도 하고 ...  ^^

 

 

손 등위로 드러난 핏줄이 궁금한 날, <우리 몸>과 <발바닥 이야기>를 읽으며, 인체 탐구(^^)도 해보고~.  (아, 발바닥 그리기를 하겠다고 해놓고는 아직 못한 건 미안~. 오늘 할까?)  

자연사박물관에 다녀온 날은 <개구리의 낮잠>, <매미 잡기>, <새야, 위험해>를 읽으며 동물 이야기도 해보고, 그림책 속에서 지구의 속도 들여다보고~.

 

 하늘에 뜬 반달을 신기해하며 보았던 며칠 간은 달 그림책을 보고,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 별 이야기도 읽고~.  

오빠를 기다리며 콜롬비아호 비디오를 본 날은 로켓 그림책을 읽어보고~.  

  

 

그림책의 주인공들이 그리는 그림 보고, 색깔의 여왕처럼 그림도 그려보고~.  

 

마녀 이야기를 읽고 또 읽으며, '꼬마 마녀' 그림도 그려보고~.  

 

 

먹을거리가 나오는 그림책을 보고는 엄마가 어떻게 요리하는지 보겠다고 의자 위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냠냠이처럼 하루에 한 가지씩만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면 된다고, 엄마를  설득하기도 하고 .... ^^;;  

고구마가 어떻게 자라는지도 보고, 
 
감자가 어떻게 자라는지도 보고 ...

굴렁쇠 아이들의 '씨감자'를 따라부르며 <감자에 싹이 나서>를 다시 읽어보고~. (노래와 그림책이 찰떡궁합이다. ^^)  

   

 정직하다는 게 뭔지, 공평한 게 뭔지 궁금한 날은 쿠키~ 인생 수업을 읽으며, 어려운 말을 쉽게 배워도 보고~.  

 

 

구름이 너무 예쁜 날, 구름 그림책을 읽으며 구름 이야기도 해보고~.
  

  

 
피터 래빗 시리즈는 엄마가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  

워낙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아이이다 보니, 이 번에 새로 읽은 책은 그리 많지 않지만 ...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보면, 반복해서 읽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림책 읽으며 ... 버럭버럭 화 내는 엄마의 성격도 고치고, 슬이도 좀 얌전해지고~ 그러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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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22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슬이는 이쁘장한 공주로군요.^^
남매가 100권 읽기 달성했으니 상을 내려줬나요?
재잘재잘 종알종알 즐거운 책읽기로 표현력도 쑥쑥 키워졌나봐요.^^
용이가 읽은 책은 19권, 슬이가 읽은 책은 29권만 읽은 책이네요.

bookJourney 2010-08-22 22:51   좋아요 0 | URL
상이 있어야 한다는 건 깜빡했어요. 순오기님 말씀 보면서 부랴부랴 얼렁뚱땅~^^;
슬이는 너무 말만 늘어서 가끔 애를 먹이지요. 제 나름대로의 논리로 끝도 없이 따질 때는 ... 좀 밉다니까요. ^^;
저는 슬이가 읽은 책은 모두 읽었는데, 용이가 읽은 책은 정독한 경우가 별로 없어요. 19권이나 읽으셨다니, 역시 순오기님!!

프레이야 2010-08-23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이야기들이 눈이 쏙 먼저 들어와요.ㅎㅎ
용이가 읽은 책 중에서도 '꼬마마녀' 있던데요.ㅋ
슬이도 용이도 정말 좋은 책 많이 읽었네요.
역시 엄마의 힘이 있어야 아이들도 되는 거 같아요.
용이는 우리집 작은딸과 동학년인데, 이번엔 책을 별로 안 읽는 눈치에요.
컴이랑 더 친한 거 같아 큰일이에요.ㅠ

bookJourney 2010-08-24 13:02   좋아요 0 | URL
마녀 시리즈는 저도, 아이도 좋아해요~. 꼬마마녀 책은 오빠가 읽고, 슬이는 오빠랑 꼬마마녀 보드게임을 즐겨하지요~.
요즘 아이들 중 컴 안 좋아하는 아이가 어디 있겠어요~ 저희 애도 컴 무지 좋아해요. ^^;

하늘바람 2010-08-23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슬이도요

bookJourney 2010-08-24 13:02   좋아요 0 | URL
^^*

마노아 2010-08-2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공주님' 소리가 절로 나오는 슬이에요. 제가 본 책 35권이에요. 세어보며 마구 좋아했어요.^^ 책 읽는 가족, 너무 예뻐요~

bookJourney 2010-08-24 13:03   좋아요 0 | URL
와~ 많이 읽으셨네요~.
요즘 앞니 두 개가 빠져서, 웃으면 너무 웃겨요~. 공주와는 거리가 멀다는 ... ^^

희망찬샘 2010-09-23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권 읽었군요. 다른 분들과 비교하니 내공이 아직 많이 부족하네요. 아니, 슬이에게 비교해 보니 내공이 많이 부족하네요. 분발해야겠어요. ㅋㅋ~

bookJourney 2010-09-24 00:16   좋아요 0 | URL
저는 샘이 읽으시는 책들을 보면서 분발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걸요~. ^^
 

둘째 아이의 유치원에서 독서통장이라는 것을 나눠줬다.  

매일매일 읽은 책을 기록해 가면 일주일에 한 번씩 도장을 찍어주고, 월말에는 반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은 아이 한 명에게 선물을 주는 것.  

취지는 좋은데 ... 우리 아이처럼 같은 책 서너 권을 1~2주씩 읽는 경우에는 기록하기가 참 애매하다는 게 문제. 같은 책을 맨날맨날 적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록하기 위해서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제쳐두고 다른 책을 읽자고 할 수도 없고 ...  (난,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여러 번, 충분히 읽도록 그냥 두자는 주의! 심한 책 편식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어느 날엔가는 "독서통장에도 기록해야 하니, 오늘은 세 권 중 한 권을 다른 책으로 읽을까?" 라고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했더니 마지못해 승락(!)을 한다. 그러더니 다음 날은 "엄마, 오늘은 다른 책 안 읽어도 돼?"라고 묻는다. 에고, 미안해라. 결국, 하루에 읽은 책 세 권을 3일에 걸쳐 한 권씩 기록하고, 같은 장에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쓰지 않도록 신경쓰고, 그 다음 장에는 앞에서 썼던 책 다시 쓰는 식으로 ... 독서기록을 하고 있다. (어차피 상을 받을 요량도 아니니, 그냥 편한 대로 적어야할 모양이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8월에도 읽은 횟수는 그럭저럭 되는데, 서로 다른 책 권수는 그리 많지 않다. ^^;   

팻 허친즈의 책은 늘 재미있게 본다. <<바람이 불었어>>는 다른 책보다 재미를 늦게 붙임 셈. 바람에 날려가는 온갖 것들을 따라 아이의 눈과 손길이 바쁘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둘째 아이에게 딱 맞는 책. '느끼는 대로'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꽃 그림이랑 꽃병 그림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나도 이렇게 예쁘게 그리고 싶어"란다. ^^  

 

할머니의 지휘 하에 만두를 만드는 동물들을 살펴보는 게 즐거운 모양이다. 내가 책을 읽어주는 동안 다람쥐, 너구리, 뱀을 찾기에 바쁘다. 며칠동안 이야기에 나오는 대로 동물 찾기를 하더니, 다음에는 만두 재료에 집중하고 ... "나도 커~다란 만두 만들고 싶어."로 끝을 맺는다. 그래, 나중에 우리도 만두 빚어보자. 나! 중! 에! ^^  

(그런데, 난 왜 이 책 제목을 늘 <<손 큰 할머니의 만두 이야기>>라고 쓰는 걸까?) 

 
어두운 그림을 싫어해서 이 책도 안 볼 줄 알았는데 ...  전혀 싫은 내색 없이 잘 본다. (이제는 그림 색조에 관계없이 책을 읽게 된건가?)  

"우리 엄마도 마법상자에 넣고 싶어"라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러면 슬퍼서 안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흐유~)  

<<얘가 먼저 그랬어요>>는 오빠랑 덜 싸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손톱 깨물기>>는 오빠의 손가락 무는 버릇을 고쳐볼까 하는 욕심으로 고른 책.  

<<얘가 먼저 그랬어요>>는 무척 열심히 보았으나, 엄마의 '목적'과는 전혀 관계없이 그냥 즐겁게 보는 것으로 끝~. '친구랑 싸우면 안된다'는 생각은 잠시 한 것 같다.  

<<손톱 깨물기>>는 오빠에게 잔소리하는 근거자료가 되어버리고 ... ^^ 

<<매미 잡기>>. 한림출판사에서 달맞이 시리즈를 만들 때 받았던 책인데, 알라딘에서는 검색이 안된다. 이 책은 첫째 아이가 매미채를 만들 때 참고로 보았던 책. 오빠가 매미채를 만들고 매미 잡는 것을 본 둘째 아이, 덩달아 매미 이야기를 오래 읽었다.

<<상처 딱지>>는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 최근에는 상처 딱지가 앉을 일이 없어서, 상처딱지가 뭔지 긴가민가 하면서 읽는다.  

시커멓게, 주글주글하게 그린 상처딱지도 신기하지만, '새살이 돋는다'는 데 더 관심을 가진다. 마침 내 상처에 새로 돋는 살을 보여주니, 아프지 않느냐고 묻는다. ^^   

내 것, 네 것의 개념을 '제대로' 알려줄 때가 된 것 같아 읽어주기 시작한 책, <<또야와 세발자전거>>.  

"친구 몰래 가져오는 것은 안되는데, 그럼, 친구가 주는 걸 가져오는 건 괜찮아?"라고 질문한다. 두세 번 연달아 친구들이 준 자잘한 장난감을 들고 온 것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흠, 항상 엄마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다른 차원의 질문을 하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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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2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의도대로 되면 책읽기가 무슨 재미가 있게요. ㅎㅎ
그래도 마음속 깊은 곳엔 엄마의 의도가 조금씩은 스미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 저도 하는데요. ^^

bookJourney 2009-08-22 18:05   좋아요 0 | URL
제 의도와 다른 반응을 보여서, 읽어주는 저도 더 재미있기는 해요. ㅎㅎ
바람돌이님 말씀대로 엄마의 의도가 조금씩은 스며들겠지요? ^^

순오기 2009-08-21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 권은 봤고 세 권은 못 봤고... 독서기록을 위한 독서가 어른에게도 문제가 돼요.ㅜㅜ 독서마라톤 참여하느라 오히려 책을 마음대로 못 읽어요.엉엉~ 구매영수증이나 대출기록을 제시해야 돼서리~ 쩝!!
다른 차원의 질문은 좋은 거예요.^^

bookJourney 2009-08-22 18:06   좋아요 0 | URL
그래도 독서마라톤에 열심히 참여하시는 걸 보면, 순오기님 정말 부지런하세요~.
다른 차원의 질문이 아이를 조금씩 크게 해줄거라 믿어요. ^^
 

책을 읽으며 보이는 아이의 반응이 재미있어서(고슴도치 엄만데, 뭔들 신기하지 않으랴만 ^^;) 꼭꼭 기억하고 싶을 때가 많다. 이건 적어둬야지, 이건 옆지기에게 알려줘야지~ 라고 마음을 먹는 건 잠깐. 바쁘다고 미뤄놓다가 잊어버려서 못 적기 일쑤. 오늘은 기억 나는 몇 가지라도 적어둬야지.  

한 달 내내 저녁마다 읽은 책.  
이제는 그림만 보고도 무슨 내용인지 줄줄 외워서, 마치 글을 알고 읽는 아이 같다.   

그림과 내용도 재미있고, 입에 착착 감기는 운율이 있어, 읽어주는 나도, 듣고 있는 아이도 좋아하는 책.   

 

 

 

올리비아를 보면서 "꼭 나 같아"란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는 것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것도,
거울 보며 어른 흉내내는 것도,

엄마와 읽을 책 권수를 협상(!)하는 것까지도 말이다.  

"엄마, 나랑 정말 똑같아."라며 어찌나 즐거워하는지 책꽂이에만 꽂아두고 읽어주지 않았던 게 미안할 정도이다.  

그리고, 내게 확인하는 말, "엄마도 날 사랑해?".   

"그럼, 엄마도 널 사랑하지."라고 대답은 하고,
"그런데, 밥을 잘 안 먹으면 좀 속상하고 덜 예뻐. 슬이가 밥을 잘 먹으면 좋겠어."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 "엄마는 이 책 볼 때마다 꼭 그 말을 해야 해?" (그래, 미안^^;)  

둘째 아이에게 어려운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제 방식으로 잘 듣고 본다.  

문제는 ... 색이 입혀지지 않은 그림을 보고는 색칠을 하겠다고 우기는 거.  

"엄마, 여기에 색칠하는 거야?" --> 아니.
"그런데 왜 하얘?" --> 작가 선생님은 색이 없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하셨나봐.
"그래도 색칠하면 예쁠 것 같은데." --> 색이 없는 것도 예쁜데?
"엄마, 나 여기에 색칠하면 안 돼?" --> 응, 절대 안 돼.
"왜? 나, 색칠하고 싶어, 응?" --> 여기에는 절대, 절대, 색칠하면 안 돼. 여기에 색칠하면 안 읽어준다!  

이런 대화를 며칠째 반복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책이 무사(!)하지만 ... 조만간 분홍색 코뿔소를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집에서와 달리 사람들 앞에서는 수줍음(?)이 많은 둘째 아이.
혹시 이 책을 읽으며 뭔가 얘기 나눌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는데 ...  

이 책의 키티 이야기가 펼쳐지는 내내 긴장하는 표정으로 들여다 보더니, 키티가 집에 무사히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언니랑 엄마, 아빠가 나왔어. 키티가 와서 좋다고 하나봐."
(맨먼저 뛰어나온 언니를 가리키며) "언니가 키티가 없어서 안 좋았는데 ... " 란다. 아, 말이 없이 그림만 보고도 이해하고 느끼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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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9-07-3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만봐도 너무 재미있을것 같아요.
온통 빨강이군요.ㅎㅎㅎ

bookJourney 2009-08-01 02:00   좋아요 0 | URL
하하, 그러고 보니 온통 빨강이네요.
요즘은 파란색보다는 빨간색에 더 끌리기는 합니다만 ... ^^

무해한모리군 2009-07-3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뿔소는 저도 소장중입니다 ㅎㅎ
핑크코뿔소 오호 어울릴듯!!
빨간버스 솔깃한데요..
니가 어린이냐 왜 동화책이 좋은거냐~~

bookJourney 2009-08-01 02:15   좋아요 0 | URL
핑크코뿔소도 괜찮을 것 같지요? 책에 색칠하는 것은 차마 못 보겠고, 스캔해서 색칠공부 대용으로 줄까 생각 중이에요~(...라고 썼는데 스캐너가 고장났어요. 흐흑)

전 <<빨간 버스>>, 마음에 들었어요. 어린이책은 어린이만 보라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부터' 볼 수 있는 책이라잖아요~~ ^^

라로 2009-08-0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구쟁이 ㄱ,ㄴ,ㄷ>은 지난번 페이퍼 보구 보관함에 담았는데 오늘은 <빨간버스>담습니다!!그런데 그림만 있는 책인가 봐요??????다른 두권은 예전에 다 본책들인데 저희 아이들은 슬이처럼 그리 관심이 많지 않았던듯요~.사실은 제가 더 좋아했다는~.ㅎㅎㅎㅎㅎ

bookJourney 2009-08-04 20:15   좋아요 0 | URL
<빨간 버스>는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책이에요.
아이에 따라 책 취향(?)이 많이 다르지요~. 같은 아이가 책을 볼 때도 시기에 따라 좋아하는 정도가 달라지던걸요. 처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아 맘 상하게 하던 책들도 어느 순간에는 너무너무 진지하게 보기도 하고 말이지요. ^^

순오기 2009-08-05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이가 읽은 책들 모두 갖고 싶은데, 슬이랑 똑같다는 올리비아만 있네요.
빨간버스~~ 찾아봐야지!^^

bookJourney 2009-08-06 18:00   좋아요 0 | URL
올리비아는 참 사랑스러워요~.
'개구쟁이 ㄱㄴㄷ'이랑 '코뿔소~'는 갖고 계실거라 생각했었는데요. ^^

순오기 2009-08-09 11:26   좋아요 0 | URL
헤헤~ 중고샵에서 건져 볼까요?
요즘엔 중고샵도 거의 안 들어가고, 지름신 자체를 묶어놨어요.ㅋㅋ

bookJourney 2009-08-10 07:52   좋아요 0 | URL
중고샵에서 맘에 드는 책을 건지려면 상당한 수고가 필요하던걸요~ ^^
저도 지름신을 좀 묶어놔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 이번 여름에 지른 책들만 해도 .... --;;
 

여섯 살 슬이, 읽고 싶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분명하게 구분하여 말하고, 책 읽는 동안 이런저런 말이 많아졌다. 덕분에 함께 책을 읽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길어졌고 ...  

2월 3~4주, 우리 둘이 함께 읽었던 책들. (기억나는 것만~ ^^;)  

<<이건 상자가 아니야>>에 이은 책. 이번에는 아기돼지가 막대를 들고 논다. (아, 이렇게 말하면 아기돼지가 화 낼거다. 막대가 아니라고~)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의 상상의 힘으로 새롭게 만들어낼 줄 아는 아이들에게 좋을 그림책.  

<<아기돼지 삼형제>>보다 더 열심히 읽고 있는 <<아기늑대 삼형제와 못된 돼지>>. 도서관에 반납도 못하게 하여, 재대출해 왔다.  

너무나 심각하게, 열심히 듣고 보는 중.  

 성교육 그림책 <<엄마가 알을 낳았대>>.
재미있고 신기하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듣고 보는 책.  

 

<<깜빡깜빡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
도서관에서 빌려왔던 <<모그하고 버니하고>>를 기억해서인지, "버니는 어디로 갔느냐?"고 묻는다. ^^;  

 

팻 허친스의 <<점점 작게 점점 크게>>, 원근 개념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가 이걸 이해할까 하는 생각에, "왜 동물들이 작아지지?"라고 물었더니, 너무나 정확하게 원근에 대해 설명을 한다. 내가 아이를 너무 과소평가했나? ^^;   

 역시 팻 허친스의 <<티치>>. 작은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아이, 이 책의 티치를 보고 반한 모양이다. "이 책은 더 보고 싶다."고 하여 다른 책보다 늦게 반납했다. ^^

<<One Moose, Twenty Mice>>.
숫자 세는 것보다는 그림 속에 숨어있는 고양이 찾기에 더 바쁘다.  

 

  

DK의 책 <<Caterpillar's Wish>>.
영어를 몰라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을 보니, 역시 그림은 만국 공용어인 모양이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다른 친구들과 함께 날아가는 마지막 장을 보며, "달팽이는 못 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것은 어쩜 오빠와 그리 같은지. ^^   

달팽이는 짝을 만난 것 같으니 괜찮지 않을까?  

<<From Head to Toe>>.
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한다. 온 몸으로 보는 그림책~.  

 

 

몇 권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다음에 써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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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2-2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이가 여섯살이었군요. 전 좀 더 큰줄 알았는데... ^^ 우리 해아랑 읽는 책이 비슷.. ^^

bookJourney 2009-03-01 01:21   좋아요 0 | URL
예, 여섯 살이에요. 오빠랑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지요. ^^;
해아는 일곱 살이지요? 해아가 읽는 그림책이 좀더 수준 있던걸요. ^^

라로 2009-02-2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알을 낳았데도 넘 재밌고, From Head to Toe는 아이들이 정말 잘 따라하지 않나요???ㅎㅎ온몸으로 보는 그림책이란 말씀이 딱이네요~.
저희 아기는 이제 16개월인데 어떻게 책을 읽혀야 할까요????고집이 쎄서 자기가 책 들고 막 넘겨버려서 전 잘 읽어주지도 못해요,,,,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와주세요~.^^;;;

bookJourney 2009-03-01 01:49   좋아요 0 | URL
From Head to Toe의 표지를 쓰윽 볼 때는 시큰둥하더니, 책 내용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서서 온몸으로 책을 읽었어죠. ^^
저희 애들도 해든이 나이일 때는 책을 제대로(?) 안 보았어요. 어떤 책은 마구마구 책장을 넘겨서 제대로 읽어주지 못했고, 어떤 책은 마음에 드는 그림만 자꾸 봐서 진도가 안 나갔지요. 많은 아이들이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해든이의 방식으로 책을 좋아하는 걸거에요. 조금만 지나면 "제발 오늘은 그만 읽자, 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계속 읽어달라고 하는 때가 온답니다.

순오기 2009-03-0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팻 허친스 매력있는 작가예요.^^
책보면서 말이 많아졌다는 건 어휘력과 사고력이 발전(향상?)한 결과겠죠.^^

bookJourney 2009-03-03 04:55   좋아요 0 | URL
요즘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팻 허친스의 책을 계속 보게 되네요.
책 볼 때 아니어도 말이 많아졌어요. ^^;
 

며칠 전 공작 상자(우리 집에서는 요술가방이라고 부른다 ^^)를 정리하다가 첫째 아이가 대여섯 살쯤 되었을 때 만들었던 애벌레를 찾았다. 초록색 모루에 작은 눈 두 개를 붙인 애벌레,  

둘째 아이는 별 특징도 없는 모루 애벌레를 들고는  "애벌레가 너무 귀여워, 데리고 잘래."라며 연신 벙긋거린다.  

그럼, 우리 <<배고픈 애벌레>> 책을 읽어보자~.  

첫째 아이가 아기였을 때부터 가지고 있어서, 지금은 색이 바랜 <<The Very Hungry Caterpillar>>.  저자는 희망에 대해서 말한다는데 ... 희망에 대해 깨닫기 전의 아이들에게도 요일, 숫자, 애벌레와 나비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운 책이다. 

* 선물을 하면서 보니 요즘 나온 요(←) 책은 판형이 시원하게 커졌던데, 나는 손에 익은 작은 판이 여전히 좋다. ^^ 


달밤에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자라서 나비가 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는지 따라가볼까나?   

▽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배가 고파서, 

▽ 월요일에는 사과 한 개를, 화요일에는 배 두 개를, 수요일에는 서양자두 세 개를 먹고,


▽ 목요일에는 딸기 네 개를, 금요일에는 오렌지 다섯 개를 먹는데 ...



▽ 그래도 배가 고팠던 애벌레는, 토요일에 초콜렛 케이크, 아이스크림, 오이 피클... 등 아주 여러 가지를 먹고는 배탈이 나고 만다.  

 

▽ 다시 일요일에 (배탈이 나은) 애벌레는 맛있는 나뭇잎 한 개를 먹고는 ...
 
고치에 들어가 2주 넘게 보내고 나와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는 이야기.  

애벌레가 먹는 것의 모든 구멍에 '빠짐없이' 모루 애벌레를 넣었다 빼고, 배탈난 애벌레랑 나무 줄기를 따라가는 애벌레처럼 모루 애벌레를 움직이게 하고, 마지막 장의 나비에 가서는 책장을 펄럭이는 것까지 챙겨서 하는 우리 딸아이. 이 책은 읽는 게 아니라 애벌레와 노는 게 되어 버렸다. 애벌레를 안고 자면 안되느냐고 다시 묻는다(얜 안고 자기에는 너무 작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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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9-02-1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아이에게 참 사주고 싶었었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으로 놀이도 하고 좋네요.
아이의 말이 참 귀엽네요. ^^

bookJourney 2009-02-12 08:33   좋아요 0 | URL
저는 오래전에 보드북만 구입해서 CD까지 세트로 들어있는 것보다는 저렴하게 샀던 것 같아요. (요즘은 선물용으로 사기 때문에 CD까지 들어있는걸 사지만요. ^^)
마음에 드는 것은 뭐든 끌어안고 자려고 해요. 인형은 물론이고, 보드북, 퍼즐판, 블록까지도요. ^^;

2009-02-13 0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3 0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