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다섯 살(양력으로는 여섯 살이 된 ^^) 슬이가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한글을 깨치더라는 내 믿음과는 관계 없이, 슬이 할머니의 열성(^^;)과, 한글 한 글자 한 글자를 짚어가며 무슨 글자인지를 되묻는 슬이 때문에 ....   

말은 '시작했다'고 했지만 나는 여전히 밍기적거리며 '우리 그냥 놀면서 배울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 둘이 하고 있는 것들도 맨날 노는 것 뿐이다.   

#2-1. 그림책을 읽으며 한글 배우기?

글자가 적은 그림책들을 골라 조금 천천히, 주거니 받거니 책을 읽는다. 
지금까지도 하루에 그림책 서너 권씩은 꼬박꼬박 읽어주었으니 '한글 배우기'라고 제목을 붙일만큼 달라진 건 없구나. 

#2-2. 어, 정말 책을 읽을 줄 아는 거야?    

손에 잡히는 크기의 작은 책들을 유난히 좋아하는 슬이. 한글 배우기와는 관계없이, 슬이의 이런 취향 때문에 아직도 집에 작은 보드북이 많이 남아있다. <<착한 미피>>도 그 중 하나.  

며칠 전 슬이가 이 책을 들고 줄줄 읽는 걸 보고 옆지기가 깜짝 놀라 내게 묻는다. "어, 얘가 글을 읽을 줄 아는거야? 한 글자도 안 틀리고 읽네."

내가 대답했다. "아니, 너무 많이 읽어서 외운거야. 문장이 짧잖아." ^^;

#3. 한글 자석으로, 한글 스티커로 글자놀이하기? 

한글 자석으로 글자를 만들어 보는 것은 나와 슬이 모두 재미있어 하는 놀이이다. 며칠 전 올린 '사랑해 사랑해' 사진처럼 ...   

그런데, 슬이가 글자 만들기보다 더 좋아하는 놀이는 한글 자모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것. 마치 <<한글이 된 친구들>>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ㄱ 두 개를 등대고 붙여 나비를 만들고, ㅊ을 둘러가며 붙여 꽃잎을 만들고, ㅣ 로 줄기를 또다른 ㅣ 여러 개를 붙여 잎을 만들고 ...  

아무렴 어떠랴. 한글은 더디 익혀도 한글 자모로 여러 가지를 형상화(?)할 수 있게 되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건 이응이고 이건 미음이고"라고 이름을 말할 수 있게 된 건 이 책 덕분인 듯하다.) 

#4. 눈 비비며 공부한다고?

'연필잡고' 시리즈는 '공부'라는 부담 없이 쉬며 놀며 아이의 생각을 열어줄 수 있어 큰 아이 때에도 몇 권을 보았었다.  

슬이도 쉬운 단계부터 하고 있는데 ...  
(여섯 살이 된 아이한테 만3세 시리즈는 너무 쉬운가? ^^;) 

한 번 책을 펴면 덮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공부가 아니라 노는 것 같다"는 옆지기의 말처럼, 놀이 삼아 글자를 찾고, 스티커를 붙이고, 색칠을 하니 아이로서는 재미있을 수 밖에.  

며칠 전에는 이 책을 보다 말고 졸려서 눈을 비비길래, "오늘은 그만 자자"고 했더니, "엄마, 두 장만 더 하고 자면 안 될까?"란다. (음 ...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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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9 0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1-1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에게야 놀이가 공부고, 공부가 놀이죠~ 구분이 있겠어요.^^
놀이처럼 배우는 공부가 진짜죠~~ 한글 자모로 멋진 것들을 만들며 디자인 감각을 키워가는 슬이~ ^^

bookJourney 2009-01-11 02:20   좋아요 0 | URL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서 좋겠다"고 첫째 아이가 부러워해요. 첫째 아이도 어렸을 때에는 모든 공부(?)를 즐거워했는데 이제는 아닌가봐요. ^^;
《한글이 된 친구들》이 참 멋진 책이에요. 한글 자모를 글자 이싱의 다른 것들로 볼 수 있게 해주거든요. 물론, 통으로 글자를 익히는 나이 때에 쉽게 자모를 분리해서 볼 수 있는 효과도 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