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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9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3월
평점 :
조류독감, 구제역등등으로 닭과 돼지와 소등을 살처분한다는 이야기를 티비 뉴스를 통해 본적은 있지만 그것이 실제 어떻게 진행되고 축산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속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실상을 알고보니 이건 정말 너무도 잔혹한 일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이루 말할수가 없다. 제 몸 아끼지 않고 애지중지 하며 기른 소나 닭들을 병이 들었다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어느 하루 모두 죽여 없앤다는 것이 정말 말이 되는것일까? 이 소설을 통해 자식과 같은 소나 돼지나 닭들의 죽음 앞에서 무기력한 농민들의 그 비참한 심정을 털끝만큼이라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잠을 자다가도 삼겹살이라면 벌떡 일어나는 오빠의 이야기를 하는 [삼겹살], 삼겹살 덕분인지 한번도 병치레도 하지 않고 엄마 아빠 속도 썩이지 않았으며 모범생에 명문대에 합격한 오빠는 삼겹살이 없어진다는걸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 오빠가 군에서 휴가를 나온 어느날 삼겹살을 먹고 다 토하며 구제역 때문에 돼지들을 생매장 하다 자신이 생매장 당할뻔 했던 이야기를 쏟아 낸다. 삼겹살을 좋아하지만 한번도 돼지는 좋아해본적이 없고 고마워 해 본적도 없다는 오빠가 세류에 휩쓸려 세상의 출세와 명예와 돈과 같은 것을 목적으로 정해진 공식대로 살아가기보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가를 생각한다는 이야기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가장 흥미진진했던 이야기는 다섯마리의 닭이 700마리로 불어나게 된 [시인과 닭님들]이라는 이야기다. 처음 시골에서 닭을 기르게 된 주인공은 토종닭을 키우며 그들의 강인함에 놀라는데 조류독감으로 인해 더이상 닭을 키울수 없게 되어 어느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시인에게 닭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도망가듯 쫓겨간 닭들은 그야말로 자연에서 자라고 자연의 위기속에서도 살아 남으며 700마리라는 숫자로 불어나기까지 하는데 그 과정이 어찌나 놀라운지 비록 말못하는 동물이지만 강을 파헤치고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과 달리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의 재해를 잘 극복하며 굳건히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하게 된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이야기는 다 죽어가던 다람쥐 새끼들을 고양이가 젖을 물려 기르게 되고 그렇게 살아난 다람쥐를 키우는 일이 화제가 되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람쥐를 기르고 싶어 하지만 다람쥐에게는 그것이 결코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할머니의 이야기다. 문득 우리가 가족처럼 사랑한다며 기르는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이 할머니의 생각처럼 사람에게 길들여지다가 야생의 것을 다 잃어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잃게 되고 결국 불행에 이르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 어릴적에 우리에 넣어 쳇바퀴를 돌리면 그저 신기해하며 길렀던 햄스터들에게 왠지 참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마지막 [젖]이라는 단편에는 농촌에 시집온 베트남 여자 쩐 트윗의 이야기가 어린 나이에 팔려오듯 한국에 왔지만 그래도 희망을 안고 살아가려는 이야기와 구제역때문에 소를 모두 잃게 되는 축산농민의 안타까운 현실을 무척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아무런 이상도 없는 소들을 구제역이라는 이유때문에 모두 죽이는것도 모잘라 배를 가르기까지 해야하는 처참한 살처분은 너무도 잔인하고 끔찍하다. 그런데다 남편마저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고 시어머니는 자신이 어딘가로 도망이라도 칠까봐 의심하고 괴롭히기까지 한다. 하지만 쩐 틔윗에게는 아직 어린 아이가 있고 또 자신이 돌봐야 할 송아지가 있다. 어쩐 일인지 구제역에서 살아남은 송아지는 쩐 트윗뿐 아니라 책을 읽는 내게까지 들키지 않고 건강하게 무럭 무럭 자라나 그들에게 살아갈 힘이 되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만든다.
이상권 작가의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 생생한 축산농민들의 실상을 통해 지금 세상을 고발하는듯한 그런 느낌을 준다. 남얘기로만 여기며 살아가는 내게 이 소설은 그들의 아픔을 좀 알아달라는 듯 그렇게 내 마음을 후벼파고 있으며 내게 양식이 되어주는 가축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