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읽기 시작한 책인데요
글을 참 재미나게 쓰시더라구요.
이 작가님!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표현으로 글읽는 재미를 주면서
감동도 주는 제주한달살기!
술술 읽힙니다.

아무리 불량주부라도 아이둘을 키우고
남편도 키우려면 불량할수가 없어요.
하지만 저자는 그냥 대충 설렁설렁 살았다고,
열심히 살지 않아서 제주에 열심히 다녀오겠다고
그렇게 제주로 한달살이를 하러 갑니다.

사실 가정이 있는 주부라면
가족을 떠나 혼자 하루이틀도 쉽지 않아요.
살림만 살던 주부라면 더 그렇죠.
그런데 어느순간엔 자아를 찾고 싶고
나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나이 쉰에 접어들어 점점 노화가 시작되고
뭔가가 힘에 부치기 시작하는때라
더 그런것도 같아요.
게다가 그동안의 삶을 나무라는듯
뭐든 해보라는 주위사람들의 말은 자꾸
채찍이 되어 나를 더 쪼그라들게 만들고
뭔가를 해보려고 찝쩍거리는 일들은
간만 보다가 끝나는 게 대부분!
그렇다고 가정주부로 완벽한것도 아니고...

왜 우리는 100년도 안되는 생을 사는데도
맘대로 못하며 사는걸까요?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주어진대로 설렁설렁
불량하게 사는게 왜 죄가 되는지..

제주 한달살기는 꿈만 꾸고 있는데 언젠간 이루어지려나요?
아무튼 불량주부 제주 한달살이가 점점 더 궁금해지는 책!


어떻게 꿈 없이 살 수 있냐고 중학생 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묻던밤, ‘가난한 여행자가 되고 싶다.‘고 노트에 적었다. 10여 년 전 일이다. 딸은요즘 다시 나를 채근한다. 그만 좀 간 보고 무어든 확 저질러 버리라고 읽고,
쓰고 보고 배우고, 이것저것 집적대고만 있은 지 어언 십여 년이다. 저지르지 못하는 이유는 열정 부족, 용기 부족, 성실 부족이다. 그나마 가난한 여행자로는 살고 있는 듯하니, 그래도 꿈은 대략 이룬 것일까?
대충 사는 것에 변명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랑은 하고 싶다. 아주 열심히. 방랑 유전자는, 저마다 얼마나 다를까. 대충 살고 방랑하면, 천벌 받을까?
열심히 살지 않은 죄로, 제주에 열심히 다녀오겠습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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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을 펼쳤는데
1부의 해인수녀님의 시가
오늘의 흐린 날씨와 딱 어울리는 느낌!

오늘은 이해인 수녀님의 이기적인 기도에
저도 힘을 좀 실어드리고 싶습니다.
비오는 날 맘껏 웃을 수 없는 몸이면서도
힘든 사람을 사랑하고 우는 사람부터 달래야겠다며 살아서도 죽어서도 메마름을 적시는
비가 되겠다는 수녀님!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아쉬움보다
아직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들을 희망으로 가득 채워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겠다는 수녀님!
오래 알고 지낸 고마운 이들을
꽃잎으로 포개어 천국까지 들고 가겠다는 수녀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가득 담긴 시를 읽으며
이제는 수녀님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우리가 아닌
수녀님의 꽃잎 한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육신의 고통도 힘든 마음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풀어내며 스스로를 달랠뿐아니라
시를 읽는 우리들에게까지 위로를 주는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가 꼭 이루어지기를요!



이기적인 기도

하느님
오늘은 몸이 많이 아프니
기도가 잘 안 되지만
되는대로 말씀드려 봅니다.

앞으로의 남은 날들이
어느 날부턴가 누군가에게
짐이 될 거라 생각하면
종일토록 우울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스스로 사물을 분간하며
내 손으로 밥을 먹고
내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을
꼭 허락해 주세요.

누가 무얼 물으면 답해주고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
온전히는 아니어도
적당히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병명 없는 통증도 순하게
받아 안을 테니
오랜 세월 길들여 온
일상의 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을 만큼
딱 그만큼의 건강과 자유는
허락해 주시기를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하느님

그동안 내내
남을 위해서만 기도했으니
오늘은 좀 이기적인 기도를
바쳐도 되는 거지요?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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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편으로
햇살 예쁜 봄날 아침을 엽니다.
새로운 얼굴로 오는 시간을 품에 안고서!^^


시간의 새 얼굴

젊은 날엔
더디 가던 시간이
나이 드니
너무 빨리 간다고
그래서 아쉽다고
누군가 한숨 쉬며 말했지

시간은 언제나 살아서
새 얼굴로 온다.
빨리 가서 아쉽다고
허무하다고 말하지 않고
새 얼굴로 다시 오는 거라고
살아 있는 내가
웃으며 말하겠다.

날마다 일어나서
시간이 내게 주는
희망의 옷을 입고
희망의 신발을 신고
희망의 사람들을 만난다.
희망을 믿으면 희망이 온다
슬픔도 희망이 된다.

아프다고 힘들다고
푸념하는 그 시간에
오늘도 조금씩
인내와 절제로 맛을 내는
희망을 키워야지

마침내는 시간의 은총 속에
나 자신이 희망으로 태어나
이 세상 누군가에게
하나의 선물로 안길 때까지!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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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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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시인이 자연과 사람과 책등에서 만나는 것들을 사유하고 옮겨적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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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시인의 문장은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시인들은 시어를 어디서 데려오는 걸까?
또 시인들이 시를 쓰는 순간엔 어떤 생각을 하며 쓸까?
시인들은 시를 짓는 일이 쉬울까?
시인들은 영화를 보며 또는 책을 읽으며
어떤 장면에 감동하고 어떤 문장에 밑줄을 그을까?

솔방울을 올려두고 그 속을 들여다보며
시를 짓는 시인의 마음이라니...
시인도 영화를 보며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에 감동받고
다른 사람들의 책속 문장과
다른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서 생각을 찾고 답을 찾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과 사람과 사물 그리고 일상과 책과 영화등등에서
시인이 수집한 문장이나 단어들을 만나게 되는 책!
시인의 첫 문장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관찰하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것들이
시인의 손끝에서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책.

시인의 문장도 참 좋지만
뭔가 오손도손하고 다정해보이는 삽화가 정말 매력적!






우리의 마음이 하나의 항아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안쪽이 텅 비어서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항아리가 아닌가 싶다.
거기에는 시간과 사물과 생명이 담겨 있다. 어제의 자취와지금의 움직임과 내일의 시간이 담겨 있다. 지금의 표정과여러 감정이 담겨 있다. 봄날도 담겨 있어서 진달래꽃과 봄바람과 무논과 새잎이 있다. 그리고 우물처럼 들여다보는항아리에 이별한 옛 사람이 있다. 돌아오지 못하는 옛 사람에 대한 애틋한 기억이 있다.
- P35

우리가 덜조급해하고, 조금은 의연한 척도 하면서, 딴청을 피우는 척도 하면서 산다면 말이다. 못나고도 촌스러운 음식을 먹으면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잠깐씩 각별할 것 없는 평범한 때를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소박한층복의 내용일 수도 있을 것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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