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나이를 알게되면 그 한가지로 많은 것들을 알수가 있다. 어디까지나 대략적이기는 하지만 자랄때 어떤 TV프로그램을 보고 자랐으며 어떤 큰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 있을지 없을지 어떤 입시제도에서 공부했는지 취업할때 상황은 어떠했을 것이며 군대에선 어떤 일을 겪었을지, 결혼은 했을지, 결혼 했다면 아이들은 어느정도 나이이고 어떤 걱정꺼리를 가지고 사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안다면 그 일에 대한 지식의 깊이는 어느 정도일지 등등을 말이다. 

물론 이것은 앞에서 말했듯 매우 대략적이며 상당히 부정확하지만 이러한 정보는 대화의 단초로써 기능을 할수 있고 부정확한 정보는 이때 교정이 되고는 한다. 무엇보다 단지 숫자 하나로 상대방과 어떤 대화까지 가능하고 어떤 대화는 부적절한지를 가늠할수 있기때문에 상대방의 나이에 대한 궁금증은 항상 주위에 머무르게 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너, 몇 살이야?" 라고 질문하는 태도.
나이로 상대방을 재단해버리겠다는 마음을 먹고 묻는 것은 분명 저질스러운 태도가 아닐수 없다. 가끔 그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보곤 하는데 모두의 비웃음만 살뿐이다. 백 년도 못사는 주제에 나이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게 우습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70,80 노인이나 10대 청소년이나 상식선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10대 청소년이 노인보다 훌륭해 보일때도 많다. 사려깊은 청소년과 철부지 노인이며 이때 나이란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 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굳이 나이를 따지지 않을터이니 더더욱 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나 저질에 교양없고 실력없고 나이값 못하는 사람이오!"라고 고백하는 셈이된다. 

우리는 언제부터 나이를 묻게 되었을까?
아마 도시화가 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농경사회로 지내던 오랜시간동안 인간은 태어난 곳에서 자라나 평생 한 곳에서 살다가 같은 곳에 죽어 묻히는 것이 일반적인 삶이었을 것이다. 서로 나이를 모르는 사람도 없었겠지만 다른 위계질서가 공고히 자리잡고 있어서 나이를 물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먼 옛날을 상상할 것도 없다. 내 아버지는 고향을 떠나 사신지 40여년 되어가시지만 지금도 명절때 고향에 가서 '누구네집 아들 누구'라고 하면 눈 침침한 노인분들도 다 아는 척을 하신다. 이런 분위기에서 "너, 몇 살이야"라는 질문이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그건 딱 아버지 세대까지만의 이야기이다.
2008년 통계인데, 내집 마련까지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이사횟수는 4.5회라고 한다. 이건 내집마련(평균8년)까지의 횟수니까 평생을 놓고 보면 누구말대로 우리는 유목민같은 삶을 살고 있는것이나 마찬가지다. 언제나 새로운 이웃, 새로운 직장, 새로운 동료, 새로운 파트너, 새로운 고객, 새로운 커뮤니티... 우리는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환경과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여야만 하고 또 그렇게 흘려보내야만 하도록 강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나이'는 내가 판단해야 할 많은 것들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덜어줄수 있다.  
(한편 판단기준이 변형이 되기도 하는데 주로 고향이나 학번, 학교, 직장 등이 될때가 있다. 이런 것들은 나이로 갖는 편견과 조금 다른 방식의 편견을 주는데 그건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는 자원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는 공평하고 배타적이지 않지만 사는 곳과 학벌과 직장 등은 매우 배타적이며 환경까지 싸잡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와 함께 이야기할 꺼리가 못된다.)

'나이는 속일 수 없다' VS. '나이를 그냥 먹은게 아니다'  
단순한 숫자인 나이는, 그러나 참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때론 부정적으로, 때론 긍정적으로 어떤 사건의 책임을 뒤집어 쓰기도 한다. 잘하던 일이 힘에 부칠때는 나이탓, 별 생각없이 해도 잘될때는 나이덕을 말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고 나쁜 일인줄 알았는데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뭐, 그런게 인생이지 싶다. (쓰다보니 나이답지 않게 노인네 소리를 하는 것 같다...^^;; )  
아무튼 남의 나이를 물어보는 일은 항상 그 사람에 대해 좋은 쪽으로 놀라기 위해서였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누군가 나의 나이를 알아볼때는 속으로나마 '나이는 속일 수 없지만 그냥 먹은건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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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4-18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보기에 자기보다 어려보이면, 곧바로 반말을 지껄이는 사람들이 있죠.
따져보면 몇 살 차이도 안날텐데, 나이가 무슨 지위나 권력인 것처럼 구는 사람들.

저도 가끔 나이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는데,
이 글에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정리를 참 잘 하셨네요.
멋진 글입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4-18 17:3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칭찬이 후하신편인듯.. ㅎㅎ
 

병원갈 일도 없고 하던 일도 다음 단계 시작전까지는 비교적 여유롭고 그외 다른 참석해야 할 어떤 행사도 없는 정말 오래간만에 찾아온 휴일다운 휴일에 푹 쉬어야 하건만 평일보다 더 일찍일어나버렸다. 일단 책상에 앉아 있으니 작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책상위에 놓여있는 '원전을 멈춰라'라는 책을 보니 원자력 문제를 생각 안할 수 없다.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는 사실 작은 일이고 근본적인 것은 '원자력'의 이용을 허용할 것이냐 말것이냐가 진짜 고민해야할 문제다.  "원전을 멈추라니! 전기 없이 살꺼냐?"는 우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건 저축 많이하자고 하니 당장 굶어죽자는 소리냐고 하는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반응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든다.  원전문제는 지금 우리, 그리고 미래세대가 살아갈 환경을 위해 꼭 짚어야할 문제다.


환경문제로 생각을 전환하니 얼마전 다른 게시판에서 본 '쓰레기 섬' 생각이 났다. 해류의 영향으로 태평양 한가운데 인간들이 버린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모여있는 쓰레기 섬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들 때문에 많은 새와 바다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인간없는 세상'에서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아주 오랬동안 지구를 떠돌아다니며 문제를 만들것이라고 한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인간있는 세상에서 이미  실현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너무 당연한가?)  플라스틱의 문제점은 아주 작은 알갱이로 분해되어 먹이사슬의 하위 단계부터 문제를 일으킬수 있다는 점이다.

 

저런 엄청난 섬이 있다면 혹시 구글 어스에 나오지나 않을까 생각해서 구글 어스를 뒤져봤다. 그런데 좀 실망스럽게도 구글어스는 육지가 없는 망망대해의 바다는 그래픽 처리를 해놓아서 확인이 불가능 했다. 아쉽지만 이런 사진 하나만 건졌다.  넓은 바다에 비하면 우스워보이지만 수 십, 수 백년을 떠돌아다닐테니....

 

 

 

 

 

 

구글이 좀 신기했던건 지도를 계속 확대를 해 들어가니 바닷속까지 들어가더라는거. 사진이 아닌 그래픽처리된거지만 바다 지형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구글, 이 사람들 정말.... 

구글 어스를 설치한 김에 우리 동네 위성사진이나 볼까하고 들어가 본다. 보통때는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을 보면 충분했는데 사실 얼마전 웃기는 사실을 발견했기에 그걸 비교해 보고 싶은게 진짜 이유였다.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군부대가 하나 있다. 워낙 주거지와 붙어있어서 그 위치와 담벼락 근처 건물 정도는 아무한테나 드러나 있는 곳인데 네이버 위성사진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그곳은 울창한 숲으로 나온다. 위성사진에 뽀샵질을 한것. 
웃겨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나?  구글어스 들어가니 연병장 파리새끼도 보이더만(요건 조금 과장^^) 네이버만 보면 누가 이 동네에 센트럴 파크가 있는줄 알것다.  참...
국방부나 그곳 지시를 따르는 네이버나 의도는 알겠지만 이게 최선인지는 좀 묻고 싶었다.  좀 더 창의적일수는 없는건가?   (왼쪽 네이버, 오른쪽 구글)

 

주말에 이런 자유시간이 있으니 지리공부도 하고 창의적인(?) 페이퍼도  쓰고 좋네. 역시 인간을 우리에 가둬두고 쪼아대면 제대로 될일이 없을 것 같아..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가 지금 하는 일의 99%는 뻘짓일게다. 하지만 나머지 1%가 모든 것을 바꿀수도 있기 때문에 아주 필요없는 짓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을 있기에 여기저기서 자유로운 환경을 강조하는것일테고. 실례로 하버드 심리학과 학생이 뻘짓으로 만든 사이트가  5억 인구의 세계 최대 국가가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자살한 서울대와 카이스트 학생들이 떠오른다. 사실 성적때문에 죽어가는 학생들 이야기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른 대학도 자살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중고등학생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살할 지경까지 몰아대는 말그대로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살아남은, 그것도 가장 우수한 수준으로 선발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의 경우엔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가대표로 뽑힌 인재들이라는 상징성도 있고. 

 

계속 답도 없이 문제꺼리만 늘어놓다가 날씨는 좋고 온통 꽃놀이 타령이길래
자전거나 타러 나가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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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4-1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더라구요. 원전 문제를 꺼내면, 늘 따라오는 물음이 전기없이 어떻게 살꺼냐는 거.
구글과 네이버의 비교. 재밌네요.
일 때문에 파주나 문산쪽으로 갈 일이 많은데,
다음이나 네이버 맵에서는 고의로 안보여주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다음에는 구글에서 찾아봐야겠어요.

귀를기울이면 2011-04-18 17:33   좋아요 0 | URL
원자력을 옹호하는 이유가 '값싼 전기때문' 하나라면 인생 착하게 살 필요 없죠. 강도짓을 하던 사기를 치던 대충 돈 훔쳐서 편히 살다가 인생 끝내는거랑 다를바 없다고 생각해요. 내 행동의 피해자가 눈에 보이는가 안보이는가의 차이밖에 없으니까요. 뭐,그렇다고 제가 흠잡을데 없이 사는건 아니지만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의식정도는 있으니...-.-;; 사실 저도 또 다른데 가면 싫컷 얻어맞을 인물이긴해요.
 

요새같은 사회 분위기로는 '경쟁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나온다면 깨나 팔릴듯 한다. 최소한 내가 나고 자라는동안 '경쟁'이 주변을 떠난 적이 없었지만, 그리고 아마도 인류 역사 내내 그랬겠지만 요새 유난히 '경쟁'에 대한 잔소리를 자주하고 자주 듣게 하는 일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나는 가수다'라는 기획이 돋보이는 TV프로그램이었다. 한 달 밖에 안된 이 프로그램의 이력과 운명에 관한 내용은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그러한 어지러운 일이 아니었더라도 화제꺼리는 충분한 프로그램이었다. 중견가수들을 모아 놓고 노래를 경쟁시켜서 매 번 꼴등을 탈락시키는 프로그램 방식에 대해 일부 가수와 시청자는 비판을 했고 일부는 선작용에 대해 칭찬을 했다. 특히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것까지 경쟁을 시키는 사회가 슬프다며 '경쟁중심', '남을 눌러야 내가 사는 삶의 방식'이 깊이 체화된 현실을 드러내는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칭찬을 하는 쪽에서는 '경쟁'없이 가수들의 이런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겠냐며 아이돌만 가득했던 방송에서 제대로된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들을 주로 내 놓았다. 

마침 이와 동시에 인기몰이를 하던 다른 프로그램도 간간히 언급되고 있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가수'와 같은 방송사의 신인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오디션인만큼 '경쟁'이 그 핵심이고 '노래'라는 예술적 가치를 점수화, 서열화한다는 점에서 '나가수'와 동일한 쟁점을 불러올수도 있었다. 하지만 앞의 그것에 비하면 비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경쟁의 강도는 헐씬 치열하지만 어떤 이유에 의해서 '경쟁'이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결정적으로 KAIST의 징벌적 등록금제.  소속 학생이 연달아 4명이나 자살하는 바람에 갑자기 주목을 받게된 문제다. 성적이 3.0이하인 경우 0.1점 마다 얼마씩 징벌적 성격의 등록금을 부과한다는게 이 제도의 핵심인데 걷힌 돈이 매년 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걸로 봐서 상당히 까다로웠을것이라는 생각이든다. 하고싶은 공부보다 점수따기 위한 공부, 거기에 100% 영어수업등 압박요소가  한 둘이 아니었던데다가 나름 수재들이 모인 학교이다보니 경쟁에서 이기기만 해왔던 학생들이 열패감에 충격을 받는 정도 또한 작지 않았을듯 하고. 

경쟁이란 무엇인가 
위 3가지의 경쟁프로그램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사실 '경쟁'이란 키워드로 이렇게 한데 묶어놓기도 어색할만큼 다르다. 목적도, 형식도, 의도하는 최종 결과도 다 다르다. 그러고 보면 경쟁이란 '남과 겨룬다'라는 핵심 요소를 빼면 함부로 같은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가치인것 같다. 인터넷 국어사전으로 '경쟁'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반대말로 '독점'이 소개된다. 다분히 경제  위주의 내용이다.   이런..나는 경쟁의 반대말이 '나눔'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말끼리 반대말이 되는 상황이라니.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면 '경쟁'에 '좋다','나쁘다' 라는 가치를 두기는 어렵다. 다만 경쟁을 어떻게 운용하는가만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때와 장소, 목적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을 적절히 고려한 경쟁만이 '필요한 것'이며 '그래야만 하는 경쟁'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가수'와 '위탄'은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논할 문제는 아닌것 같다. 시청자들에게는 물론이고 참여자 자신들에게도 일시적 이벤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배려하기에는 프로그램의 영향이 너무 작고 짧다.  차라리 내 직장의 실적평가 시스템이 더 문제다.  크...... 

반면 카이스트의 서남표식 경쟁은 그 영향이 치명적이고, 이해가지 않는 점도 많다. 그건 경쟁이 아니라 차라리 이전투구라고 부르고 싶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돈과 수치심을 수단으로 학문을 도야하라고 하는 것인지 전혀 이해가 안된다. 모든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통섭이 중요해졌고 자율적인 사고방식으로 협력적으로 활동하지 않고는 이룰수 있는 학문적 성과는 없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타율과 비협력으로 학점만 따는 기계를 만들어서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상대평가였다고 하니 동료와의 협력은 불가능하고 서로가 서로를 골방으로 밀어넣는 시스템 아닌가!  하다못해 돈에 죽고 돈에 사는 비지니스세계에서도 금전적 보상이 성과를 높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상식이 되고 있는 판에....  서남표 총장은 그냥 강남이나 분당 어디쯤 있는 입시학원 원장이나 하면 딱일듯 하다. 아니면 경마장 기수나 하던지. 짐승은 먹이주고 채찍질한 만큼 달릴테니 말이다. 

 

흔히 일곱빛깔 무지개라고 하지만 실상 무지개에는 7가지 색의 경계는 없으며 일일이 구분할 수 없는 여러가지 색깔이 층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나는 '경쟁'에도 이러한 층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 편의상 몇가지 경쟁을 뚜렷이 구분하여 이야기할 수도 있고 '이정도면 빨강이다', '아니다 여기서부터는 주황이다' 라며 의견이 분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분명한건 빨강이나 보라를 벗어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보이지 않거나 내 몸을 상하게 할 뿐이다.

나의 진보 이전에 남의 퇴보를 기대하게 하는 경쟁,
성취감보다 자괴감이 먼저 드는 경쟁,
사람이 죽어나가는 경쟁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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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4-1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쟁'의 반댓말이 '독점'으로 나온다니. 그것 참 씁쓸하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경쟁이란 무엇인가'란 책이 나오면 제법 팔릴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 달면서 생각해보니, 직접 한번 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4-12 17:38   좋아요 0 | URL
무한 경쟁의 끝은 결국 독점인데 세상은 그런걸 은폐하고 싶은가보더라구요.

칭찬 고맙습니다^^
 

이전 페이퍼에서도 썼지만 최근 방사능 관련하여 정부와 과학자와 시민간의 불신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사실 과학이 철저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진실만을 이야기한다면 논란의 중심이 아니라 중재자가 될수도 있겠지만  사회가 객관으로만 운영되는것도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과학 자체가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과 대립은 불가피할것으로 예상한다. 

마침 경향신문에 이와 관련되어 읽어볼만한 책들이 소개되어 잊지않기 위해 게재된 서평을 옮겨 놓는다. 책의 내용이 일방적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과학이란 언제나 (반대편에서) 일방적이었다는 지적으로 방어막을 쳐놓는다. 
 
원문: 경향신문 20011-04-08 온라인판

 

 

 

 

 

 

 
시민과학-과학은 시민에게 복무하고 있는가?  앨런 어윈 / 당대

한국에서 수년간 벌어진 정치·사회 이슈의 특징은 ‘과학’이 쟁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2008년 광우병 문제나 2010년 천안함 사건 때 정치 논쟁 못지않게 뜨겁게 달구어진 게 과학 논쟁이다. 지금은 일본 원전 사고와 한반도의 방사능 안전성 문제를 두고 논쟁이 진행 중이다. 한국의 과학 논쟁은 주로 국가의 ‘지식-권력’에 복무 중인 과학자들이 제공하는 독점 정보를 ‘지식-권력’ 밖 과학자와 시민(소비자)들이 반증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시민과학-과학은 시민에게 복무하고 있는가?>는 ‘과학시민권’이란 개념으로 과학기술과 시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시도의 책인데, 한국 상황에 비추어 요긴하게 읽을 수 있다. 영국 출신인 앨런 어윈 코펜하겐경영대학원 교수가 사례로 든 것은 1980~90년대 제초제 ‘2, 4, 5-T’, 광우병으로 알려진 소해면상뇌증(BSE), 유럽의 석유화학공장 안전·위해 문제다. 당시에도 과학적 안전성·타당성, 검증 여부가 논쟁 대상이었다.

어윈은 이 논쟁 과정의 양면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과학의 이데올로기 문제를 끄집어낸다. “대중의 히스테리나 비합리성을 말하는 것은 대중의 우려를 격하시키고 기존 정책 결정자들의 권위를 강화하는, 명백히 이데올로기적인 목적에 봉사하게 된다.” 특히 BSE 논쟁이 벌어졌을 때 영국은 한국의 ‘괴담’처럼 시민의 무지와 오해 탓이라 치부하는 일이 많았다. 어윈은 “과학적 조사는 정책 결정을 위한 가능성들을 열어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 사회질서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했다.

계급 문제도 놓여 있다. 위험 물질을 다루는 공장 주위에 사는 이들은 가난한 노동자들이지 공장 임원들이 아니다. 위험한 화학공장의 본질은 계급인데, 과학을 통한 위험 개념의 신비화로 이러한 본질을 가리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한다.

과학기술은 인류의 진보와 인간적 가치의 침식 모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어윈은 “과학의 이중적 속성을 피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근대가 우리에게 제기하는 도전”이라고 말한다. 과학과 시민 간 새로운 관계의 대안으로 네덜란드에서 1987년 처음 생겨 다른 유럽 국가로 확대된 ‘과학상점’을 제시한다. 공동체 기반의 연구단체다. ‘상점’이지만 상업적 동기가 없고, 의뢰인 집단은 연구비를 낼 능력이 없다. 예를 들어 주민들이 가스저장소가 토양오염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의뢰하면 기술적 자문을 해주는 식이다. 시민지향성을 담고 있는 과학의 존재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례다.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데이비드 프리드먼 / 지식갤러리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는 전문가들의 오류·조작 문제를 지적한다. 과학자들이 주로 비판의 대상이다. “전문가들이 이렇게 말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진부하고 낯익은 말들은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가장 신뢰성이 높은 연구 결과조차 서로 상충되거나 오류로 판명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여러 사례를 제시한다.

비타민D 보충영양제는 암 예방에 도움이 될까? 1999년 연구 결과는 “아니다”이다. 2006년엔 암발생률을 50%까지, 이듬해에는 75%까지 줄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2008년에는 다시, “아니다”가 연구결과였다. 비만의 원인과 결과에 관련된 요인은 3000여가지인데, 개별 전문가들은 보통 한두가지 요인에 초점을 맞춘다. 시민들은 오도될 수밖에 없다.

지은이가 주목한 것은 특히 조작 사례다.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조작도 주요 사례로 나온다. 대부분의 조작 사례에는 일류 연구저널과 권위있는 연구기관에서 발표되는 최고 수준 논문이 포함되어 있다. 갈릴레오, 뉴턴 등도 일부 관찰 결과가 실제 세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류·조작·편견으로 얼룩진 과학자들의 이중성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 지식에 관한 한 과학자들이 최고 수준에 있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지위가 얼마나 적합한지에 대해 적절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맹목을 피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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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모
    from 제발 제발 2011-04-09 12:27 
    저도, 잊지 않고 찾아보려구요.특히 두 번째 책은 꼭이요.
 
 
감은빛 2011-04-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토요일에 경향신문 기사 읽으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만나게 되네요.
 

팟캐스트가 가능해진 이후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자주 듣고 다닌다.  이 방송의 장점중의 하나가 관심 영역 주요 인물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거의 매일 중계된다는 점이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경제학자, (구제역때) 축산농민, 담당 공무원, 관련부처의 장들도 빠짐없이 나와서 문답을 진행한다.   

문제는 전문가 또는 담당자라는 사람들이 가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여줄 때이다.  지난 겨울 강원도 폭설로 여러 마을이 고립되었을때 고립된 마을의 할아버지와 제설 책임자의 전화인터뷰가 연달아 진행된 적이 있다. 

손석희: ... 어떠십니까? 
할아버지 : 아플까봐 걱정이죠. 병원도 못가고...  

뭐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서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준다음 담당공무원 인터뷰 

손석희: ....제설... 어떻게 됩니까?
담당자: 문제없습니다.
손석희: 조금 전에 인터뷰한 할아버지 마을도 뚫리는 겁니까?
담당자: 강원도 아무 문제없습니다.  내일 다 뚫립니다. 장비 충분합니다. 
손석희: 너무 거침없이 말씀하시니 할말이 없네요.

담당자가  문제없다며 너무 거침없이 말하고 내일 다 해결될꺼라고 하니 인터뷰는 그런식으로 쉽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문제가 있어야 질문을 더 하던가 하지...

문제는 다음날 다시 고립된 마을의 할아버지와 인터뷰할때 나왔다.

손석희: 어떠십니까?
할아버지: 똑같아요. 아무도 안왔어요.
손석희 : 어제 다 해결된다고 하던데... 

하다가 안된것도 아니고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는거. 힘들지만 해보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침없이 말해놓고는 정작 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사실 거침없이 말할때부터 신뢰가 가지 않았다. 경험상 저런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자기 편하자고 남들 고생만 시키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도와준다고 할때 거부하고 지원이 필요하면 요청하라고 닥달해도(빤히 힘들어질 상황이 보이는데) 거부하고 결국엔 나자빠져서 '나 못해' 이래놓고 자기가 저지른 일 남들이 다 치우게 하는 무책임의 책임자..   내가 고립된 것도 아닌데 열 확 받더만. 

최근에는 방사능 위험 관련해서 전문가들의 역할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방사능이 절대 한국으로 오지 않을꺼라던 전문가들, 결국은  전국에서 방사능 검출되고(미량이지만) 우리에게 넘어올수 있음을 인정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근본적인 것은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40%를 차지하게 될때까지 어디서도 그런 점을 주의환기시키는 내용을 볼수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언제나 안전하다고 말할뿐... 하지만 후쿠시마처럼 한 방에 훅 가는 주제에 감히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어제 손석희 프로그램에 수산검역담당자가 나와서 또 말끝마다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 이런다. 이대로라면 사실 국민들은 할게 아무것도 없다. 철저히 한다는데야... 대체 저런 단답형 대답 한 문장만 외워가지고 와서 인터뷰할꺼면 응하질 말지. 아님 녹음기를 틀어 놓던지. 저말은 자기도 뭘 어찌해야하는지 잘모르겠다는 말로밖에 안들린다. 아는게 없으니 잘하겠다는 말만 반복에 반복... 

어쩌면, 전문가들이란
'나는 모른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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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이야기 꺼낸 김에 제목과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한토막 추가.

 

 

 

지금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책은 아주 좋다. 추천한다.
하지만 서문에서 던진 비전문가들(일반인)에 대한 냉정한 지적은 거꾸로 나의 반문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있어 잠시 끄적여본다. 

저자는 서두에서 LHC실험 가동당시 블랙홀이 만들어져 지구가 멸망한다는 (터무니없는)이야기가 나돌았고 자살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일반인과 과학 사이에 거리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좀 불편하게 느껴진다. 일반인의 그런 공포에 과학자들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원전 사태가 비근한 예다. 첨단 과학의 결정체인 원전이 우연한 사태 한 번에 재앙의 화산이 되었으니 '과학을 무조건 믿으라'는 말은 얼마나 허망한가? 인간의 공포를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비과학적이다. 수치와 통계만으로 공포가 제어되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난 이 책 저자에게 반문하고 싶다.  

"당신과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이 물질의 근원과 우주와 별들에게 매료되는 것은 어떻게 과학적으로 설명하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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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4-0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가들이란 '나는 모른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일반명사
완전 공감입니다. 담당자란 당장 눈앞에서 등장하는 가림막일뿐-_-; 깃털인거죠~~ 몸통은 쩌 안전한 곳에서 호의호식!

귀를기울이면 2011-04-06 15:43   좋아요 0 | URL
몸통은 아마도 더 모를듯합니다. 보통은 낙하산들이니까요 -.-;

신지 2011-04-0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도 각자 전문가죠. 누구나 자기 직업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일반인과 구별을 하게 될 테니까요.

제 경우, 저는 이 글에서 공무원이 떠올랐습니다. 간혹 관공서에 가보면, 이 사람들은 정말 자기 입장만 생각하고, 민원인의 사정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왜 그런게 필요하냐, 그게 왜 안되냐, 고 아무리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따져봤자, 그저 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 나도 잘 모른다~ 고 하면 민원인으로서는 별로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공무원 자신도 자기 맡은 일을 수행할 뿐(여기서 악의 평범성이 생각납니다), 자기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민원인들의 사정에는 저절로 무감각해지는가 봅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예컨대 알라딘 같은)사기업들은, 아무래도 고객입장도 상대적으로 어느정도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만약 알라딘이 싫으면 다른 곳을 이용하면 되는데, 보통 관공서들은 민원인들에게 그냥 무조건 따르라는 식이에요. (보통은 관공서에 갈 일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자주 가는 사람들은 그 차이를 알 겁니다.) 몇 번 안 좋은 기억들이 있어서, 전 무척 공감하고 있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4-06 22:07   좋아요 0 | URL
쓰고나서 보니 저도 제 일에 대해서는 남들앞에 자신있어만 보이려고 애쓴것 같더군요. 다만 위의 예들은 마음만 앞섰지 실력은 허당이라는게 문제긴 하죠. 얼마전 어느 게시판에 법원공무원의 횡포가 떠들썩 했었는데 뉴스에 조직적으로 국가 세금을 떼먹다가 걸린 소식이 나서 확실히 그쪽은 좀 썩었나보다 했더랬습니다. 마침 오늘 맷값 최철원씨도 집행유예시켜주셨네요. 좌우간 돈 벌고 볼 일입니다.

신지 2011-04-07 02:05   좋아요 0 | URL
중국은 화산폭발이 있을지도 모르는 백두산 부근에 원전을 지을 예정이라는군요. 중국 일본을 합치면 앞으로 약 300기의 원전이 한반도를 둘러싸게 된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북한은 매일 핵전쟁 운운하고, 얼마전, 김관진 국방장관은 북한이 우리 원전을 타격할 수 있다고 밝혔죠.

"사실 근본적인 것은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40%를 차지하게 될때까지 어디서도 그런 점을 주의환기시키는 내용을 볼수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언제나 안전하다고 말할뿐..."

ㅡ> 같은 생각입니다. 설령 전문가가 안전하다고 말해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특히,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싶어요. ㅠ


별족 2011-04-07 10:17   좋아요 0 | URL
집에서 심야전기로 난방을 하면 어떨까,하셔서 그러지 마시라고 했어요. 에너지 효율을 따지자면,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것은 낭비 중에 낭비니까요. 물을 끓여 난방하면 될 것을 물을 끓여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고, 다시 그 전기로 물을 끓여 난방을 하는 짓을 우리나라에서 하잖아요. 원자력은 안전하지 않아요. 그저 '지금 당장' 불편한 저항을 막아 줄 따름이죠.

pjy 2011-04-0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구마구 찔리네요, 그저 '지금 당장'의 편리함을 위해서 눈감는게 어디 원자력 뿐이겠어요 -_-;;

귀를기울이면 2011-04-0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족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쯤해서 과학은 거짓말을 하지않는다면서 우리나라에서 호들갑이라고 타박하는 분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수 백 수 천년의 폐기물 유지관리가 필요한 원전을 설계하고 건설하고 유지하고 청정에너지처럼 광고했던 이들도 과학자들이었죠. 그러고 싶지 않았다해도 결국 과학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조종될수 있음을 자인하는 것 밖에는 안되는거구요. 과학은 과잉, 불편을 견디고 자연과 공존하는 인간의 제어능력은 퇴화중인것 같습니다...

Lennon 2011-04-0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십니까. 제 책을 읽어주시고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스럽게 반문에 답해보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일반인들의 그런 공포에는 과학자들의 책임"도" 있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전적으로 과학자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정보로부터 소외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책임은 그 정보를 가지고 있고 다루는 사람에게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므로 과학자는 최신 정보와 전문 지식을 확산시키는 데에 좀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책임감이 바로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중 하나입니다. (제가 처음 쓴 서문에서는 좀 더 명확히 그런 말을 했었는데, 편집 과정에서 날아간 모양입니다.) 제가 지적한 것은 일반인을 향한 것이라기 보다는 과학자들을 향한 것입니다. 다만 그러니까 일반인들도 좀 더 과학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의도는 있었습니다.
다만 저는 '과학을 무조건 믿으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서문에서 말했듯이 '과학은 '어디까지가 옳고, 얼마만큼 믿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무조건'이라는 말이야말로 과학과 가장 거리가 먼 말입니다. 원전 문제에 대해서, 당연히 과학은 원전이 어디까지 안전하고 얼마만큼 위험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사고 전이건 후건 마찬가지입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당연히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지요. 인간에게는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이성 혹은 지성이라고 부르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속해있는 우주가 있습니다. 지성이 우주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그런데... 좀 동떨어진 댓글이 되어 버렸군요. ^^


귀를기울이면 2011-04-07 18:31   좋아요 0 | URL
우와!영광입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조심스럽게 글을 쓸것을 그랬습니다.^^; 사실 물리학에 관한한 애송이나 다름없는 사람이 이 책을 두고 "훌륭하다"라고 쓴것이 좀 걸렸거든요. "너무 좋았다"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것을 이미 저자께서 보신 후이니... 너무 건방져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각설하고 , 친절하게 답변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대로 '무조건'이란 말은 제가 덧붙인 것이고 바로 잡아주신 내용이 맞습니다. 저도 좋아하게 된 책을 오해하도록 글을 썼으니 이점 유죄네요. 굳이 변명하자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과거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격한 기억들이 뒤섞여 글로 나오다보니 그리되었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개인 블로그라는 점도 참작해 주시고요^^ 어쨌든 덕분에 저자분의 멋진 답변을 볼수 있게되어 너무 좋네요.
계속 좋은 책으로 만나뵙게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감은빛 2011-04-12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무척 좋지만, 댓글들도 하나같이 대단해요!
멋진 통찰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