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나이를 알게되면 그 한가지로 많은 것들을 알수가 있다. 어디까지나 대략적이기는 하지만 자랄때 어떤 TV프로그램을 보고 자랐으며 어떤 큰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 있을지 없을지 어떤 입시제도에서 공부했는지 취업할때 상황은 어떠했을 것이며 군대에선 어떤 일을 겪었을지, 결혼은 했을지, 결혼 했다면 아이들은 어느정도 나이이고 어떤 걱정꺼리를 가지고 사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안다면 그 일에 대한 지식의 깊이는 어느 정도일지 등등을 말이다. 

물론 이것은 앞에서 말했듯 매우 대략적이며 상당히 부정확하지만 이러한 정보는 대화의 단초로써 기능을 할수 있고 부정확한 정보는 이때 교정이 되고는 한다. 무엇보다 단지 숫자 하나로 상대방과 어떤 대화까지 가능하고 어떤 대화는 부적절한지를 가늠할수 있기때문에 상대방의 나이에 대한 궁금증은 항상 주위에 머무르게 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너, 몇 살이야?" 라고 질문하는 태도.
나이로 상대방을 재단해버리겠다는 마음을 먹고 묻는 것은 분명 저질스러운 태도가 아닐수 없다. 가끔 그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보곤 하는데 모두의 비웃음만 살뿐이다. 백 년도 못사는 주제에 나이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게 우습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70,80 노인이나 10대 청소년이나 상식선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10대 청소년이 노인보다 훌륭해 보일때도 많다. 사려깊은 청소년과 철부지 노인이며 이때 나이란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 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굳이 나이를 따지지 않을터이니 더더욱 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나 저질에 교양없고 실력없고 나이값 못하는 사람이오!"라고 고백하는 셈이된다. 

우리는 언제부터 나이를 묻게 되었을까?
아마 도시화가 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농경사회로 지내던 오랜시간동안 인간은 태어난 곳에서 자라나 평생 한 곳에서 살다가 같은 곳에 죽어 묻히는 것이 일반적인 삶이었을 것이다. 서로 나이를 모르는 사람도 없었겠지만 다른 위계질서가 공고히 자리잡고 있어서 나이를 물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먼 옛날을 상상할 것도 없다. 내 아버지는 고향을 떠나 사신지 40여년 되어가시지만 지금도 명절때 고향에 가서 '누구네집 아들 누구'라고 하면 눈 침침한 노인분들도 다 아는 척을 하신다. 이런 분위기에서 "너, 몇 살이야"라는 질문이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그건 딱 아버지 세대까지만의 이야기이다.
2008년 통계인데, 내집 마련까지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이사횟수는 4.5회라고 한다. 이건 내집마련(평균8년)까지의 횟수니까 평생을 놓고 보면 누구말대로 우리는 유목민같은 삶을 살고 있는것이나 마찬가지다. 언제나 새로운 이웃, 새로운 직장, 새로운 동료, 새로운 파트너, 새로운 고객, 새로운 커뮤니티... 우리는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환경과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여야만 하고 또 그렇게 흘려보내야만 하도록 강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나이'는 내가 판단해야 할 많은 것들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덜어줄수 있다.  
(한편 판단기준이 변형이 되기도 하는데 주로 고향이나 학번, 학교, 직장 등이 될때가 있다. 이런 것들은 나이로 갖는 편견과 조금 다른 방식의 편견을 주는데 그건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는 자원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는 공평하고 배타적이지 않지만 사는 곳과 학벌과 직장 등은 매우 배타적이며 환경까지 싸잡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와 함께 이야기할 꺼리가 못된다.)

'나이는 속일 수 없다' VS. '나이를 그냥 먹은게 아니다'  
단순한 숫자인 나이는, 그러나 참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때론 부정적으로, 때론 긍정적으로 어떤 사건의 책임을 뒤집어 쓰기도 한다. 잘하던 일이 힘에 부칠때는 나이탓, 별 생각없이 해도 잘될때는 나이덕을 말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고 나쁜 일인줄 알았는데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뭐, 그런게 인생이지 싶다. (쓰다보니 나이답지 않게 노인네 소리를 하는 것 같다...^^;; )  
아무튼 남의 나이를 물어보는 일은 항상 그 사람에 대해 좋은 쪽으로 놀라기 위해서였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누군가 나의 나이를 알아볼때는 속으로나마 '나이는 속일 수 없지만 그냥 먹은건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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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4-18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보기에 자기보다 어려보이면, 곧바로 반말을 지껄이는 사람들이 있죠.
따져보면 몇 살 차이도 안날텐데, 나이가 무슨 지위나 권력인 것처럼 구는 사람들.

저도 가끔 나이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는데,
이 글에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정리를 참 잘 하셨네요.
멋진 글입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4-18 17:3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칭찬이 후하신편인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