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0권 당첨된 이야기
올해는 이벤트 당첨 운이 좀 따르고 있는지, 굵직한(?) 이벤트에 여러번 당첨이 되고 있다. 아마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하면서 서점이나 출판사 계정과 친하게 굴어서 그런듯 싶다. (이 말은 곧 응모한 이벤트라는게 죄다 책을 경품으로 주는 이벤트였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중 가장 대박은 K문고 페이스북계정에서 열었던 이벤트. 당첨 대상은 오로지 1명이었고 경품은 새 책 100권! 처음엔 기대도 안하고 혹시나 해서 응모를 했는데 덜커덕 당첨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사실 처음 생각은 100권 중에 10 권 정도만 챙기고 나머지는 어디가 되었든 기증을 할 생각이었다. 관심분야의 책들은 보유하고 있는 책과 다수 중복이었고, 관심이 덜한 분야의 책들은 굳이 집에 쌓아둘 필요가 없겠다 싶어서였다.
K문고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골라 갖는 책만큼 자신들이 다시 100권 채워서 기증할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듣고보니 원래부터 기증하는 모양새를 만드는게 이벤트의 목적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에 아예 손 안댈테니 원하는 곳으로 기증처리만 해달라고 했다.
나중에 기부문화 증진을 위한 것이라며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담당자와 만나 사진찍고(기증 문구 인쇄된 패널까지 들고.. -.-;;) 커피도 한 잔 얻어먹고 결국 선물로 책 2권을 받기는 했지만 암튼 처음 100권의 책은 그대로 내가 지정한 지역 도서관으로 전달되었다.
여기서 좀 아쉬운것이, 그때 그 사진은 찍기만 하고 어디서도 볼 수가 없었다는 점인데, 내 사진이 어디 공개되는걸 원해서가 아니라(그야말로 '쪽' 팔려서 사실 공개안하는게 더 좋긴하다.) 뭔가 기부문화 증진한다는 취지로 행사를 해 놓고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듯 처리하는 것이 뭔가 '소홀하다'는 느낌을 주어서 그렇다.
기증자 입장에서 볼때 별로 흥이 안나는, 심드렁한 느낌의 행사가 되어버렸다. 기증하면 뭔가 기쁘고 흥이나거나 보람을 느끼게 될줄 알았는데 조용히 가져다가 조용히 전달하고 받는 쪽도 아무말없이 조용하니까 '어..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기증이 재미없어서야 두 번 할걸 한 번 하고 말겠다는 생각도 함께..
2. 알라딘에서의 당첨
위화감(^^) 일까봐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겠지만 알라딘에서도 여러 권의 책을 받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책들에 대한 이벤트는 운좋게도 한산해서 당첨 확률이 높았던 탓이다. 지금도 썰렁한 이벤트가 적지 않아서 내가 불쏘시개라도 되고 싶지만 미안해서 자제중이다.(그만큼 받았으면 좀 빠져! 이런 소리가 들리는듯..ㅎㅎ)
알라딘의 이벤트의 특징은 기일을 지키지 않는 다는 점. 마감은 칼같이 지키는듯 한데 결과 발표일는 항상 1~2주 늦고 결과물 인도는 훨씬 더 늦고... 상황이 있을거라는건 이해하고, 어차피 읽어야 할 책들은 집에 쌓여있으니 담당자가 잊지만 않는다면 늦는건 상관없지만 성격상 미완의 일이 남아 있으면 신경쓰여서 좀 답답한 점은 있다.
3. ㅇOOO, 그리고 딴지
개인적으로 아주 소액의 기부처가 두 군데 있는데 한 군데는 그만둘까 고민중이다. 본연의 일처리는 맘에 들지만 요즘 함께 손잡고 일하는 회사가 아주 부도덕하기로 소문난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쪽 사장과 나란히 사인한 문서 걸어 놓고 후원기업으로 널리 알리고 있는데 속으로 열불이 나서 죽을뻔 했다. 어려운 지역의 아동을 돕자는 단체가 어떻게 저런 회사와 사장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올려 놓고 있는지....
그 회사로 말할것 같으면 (언론사다) '가난한 건 게을러서' 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의 열렬한 지지자로, 돈 되는건 다 좋은거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회사다. 소외받는 우리나라의 아이들, 제3세계의 어린이들이 어렵게 사는 건 누구의 잘못인가? 바로 저런 언론사들, 그리고 그런 언론들이 떠받들고 옹호해주는 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들과 국가들의 잘못이 크다. (전부 그들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남의 불행을 이용해 돈을 벌 뿐만 아니라 불행을 지속시키는 불합리한 구조를 유지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사장 또한 말종으로 알고 있다.
차라리 딴지일보에 정기기부를 해볼까 고심중이다. 정말 고마움을 느끼는 방송이다.
나꼼수 4인방
4. 2억
부끄러운 이야기를 잠시 해야겠다. 가까운 친척분 중에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하신 분이 있다. 그분이 전에 한명숙 수사 건이 뉴스에 나오는 걸 보시면서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돈 받은게 분명해. 어떻게 돈을 줬는데 안 받을수가 있어? 돈이 떨어져 있는데 안가졌다는데 말이 되냐고!"
그러니까 저 분은 뇌물을 주면 당연히 받는 거라는 생각으로 일생을 살아오셨다는 거다. 여기서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겐 상상할 수도 없는 미친 짓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한명숙 수사는 검찰이 부정부패로 얼룩졌다는, 심지어 머리까지 나쁘다는 증거가 되어가는듯 하다)
나는 2억을 교육감 선거시 단일화로 사퇴했던 다른 교수에게 주었다는 곽노현 교육감의 말이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다. 아직도 뭐가 '도덕적'문제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차라리 법적인 문제라면 이해를 하겠다. 선의로 주었다 하더라도 후보매수용으로 사용되는 것과 구분하기 어려우니 아예 그러한 거래는 금지되어있을 수 있을듯도 싶어서다.
아무튼, 35억이라는 선거비용을 보전 받은 상태에서 단일화로 힘을 실어준 후보는 아주 어려운 형편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인간적으로 2억이든 10억이든 개인적으로는 줄수 있고, 나같아도 2억 정도는 흔쾌히 주었을 것 같다. (물론 나같은 의지박약자는 눈앞에 돈이 있으면 흔들리긴 할테지만...)
한편 두려운 것은 결백하다는 주장이 이러한 나의 선의의 해석을 바래서 한 거짓말일 가능성이다. 직접 만나본 적도 없고 언론으로만 접한 사람을 내가 무슨 수로 '절대 믿을 만한 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언제나 그랬듯 그 사람의 평소 행동과 소신으로 믿어보는 것이다. 잠깐 언급했지만 평소의 행동이나 소신으로 보았을 때 '검찰'이야 말로 못믿을 집단이니까. 차도 받고 돈도 받고 여자도 받고 고위직도 보장 받고...... 그리 쉬지 않고 받아도 아무런 댓가성이 없었다며 제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니 어쩌면 곽노현 교육감의 진정성을 더 믿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뻘 생각도 들고...
암튼 좀 더 기다려 보련다. 더 나빠질 것도 없는걸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