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서 아버지는 이제 일흔 여섯이 되셨다. 여전히 여기저기 오라는 데 많고, 인터넷도 열심이시고, 돋보기 두 개 놓고 책도 열심히 읽으신다. 환갑 넘어 배우셨던 운전으로 여기저기 안 가시는 곳 없고, 일주일에 두 번씩은 꼭 무등산을 오르신다. 한 번은 친구분들과 함께, 또 한 번은 혼자.

엊그제, 아주 친한 친구 두 분과 함께 점심을 드시러 식당을 찾으시던 중이었다. 한 분은 서너 걸음 앞서서 걸으시고, 다른 분은 무릎이 안 좋으셔서 한두 걸음 뒤에서 걸으시고, 그리고 아버지는 양쪽 보조를 맞추느라 어정쩡 중간쯤에서 걸으셨단다.

그런데 한참 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쿵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금방까지 얘기하시던 아버지 친구분이 안 보이시더란다. 앞으로 쓰러져 계셨고, 지나가던 아주머니들이 119를 불러주어 금방 병원에 갔지만, 그냥 운명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한참을 아무 것도 드시지 못하셨고, 며칠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리신다고 한다. 잠을 잘 못 주무시고.

도대체 아무런 징조 없이, 그냥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는 것이 어디 있냐고 하신다.

병원에 계시는데, 연락 받은 유족들이 달려와서 아버지와 다른 친구분은 그냥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단다. 내가 괜히 점심 먹는 데 불러냈다고, 내가 아는 식당 있다고 괜히 앞서서 갔다고...

유족들이, 제일 좋아하는 친구분들과 얘기하다 그분들이 임종을 지켜주셨으니, 우리 아버지는 복이시라고, 정말 행복하셨을 것이라고 얘기해줘서 미안한 마음은 좀 가셨다는데, 그래도 사람 목숨이라는 게 이렇게 허망한 것인 줄 몰랐다고 자꾸만 얘기하신다.

이기적인 나는, 고인과는 그래도 한발 떨어진 처지라, 그저 내 아버지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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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1-1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이 많이 놀라셨겠어요.
겨울에는 아침 기온을 잘 확인하는 게 중요하고, 가능하면 오후에 외출하시는 게 좋다고 합니다만.

호랑녀 2005-01-1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는 또 산에 가서 넘어지셨대요. 엉덩방아를 찧으셨는데, 순간적으로 정신을 놓으셨다죠. 여기가 어딘가 모르셨대요. 머리를 다치신 것도 아닌데 말이죠.
늘 조마조마해요...^^

sooninara 2005-01-1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세가 있으신데..정말 놀라셨겠어요..저의 친정 아버님도 어느때는 판단력이 흐려지셔서 걱정입니다. 친하게 지내던 이모라 부르던 친척이 있으신데..그이모부가 혼자 가셨던 찜질방에서 돌아가셨단 말을 듣고 정말 놀란적이 있습니다. 인명은 제천이라는데.. 그 친구분은 좋은 친구분들을 마지막으로 보셨으니 좋으셨을거라고 생가해봅니다..

2005-01-18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1-1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나이 드니, 그만큼 부모님 연세도 높아져서... 하지만 그렇게 맑은 정신으로 움직이다 갑자기 떠나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명복을.

진주 2005-01-18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낮에 나갔더니, 친구가 뇌출혈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 장례치르고 오는 길이라고 했어요. "사람목숨 참 허망해~"하루 종일 입에 달고 다니더라구요.
그러고 보면 죽음은 우리곁에 가까이 있어요....건강관리도 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삽니다 우리^^

starrysky 2005-01-18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께서 정말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오래 앓다가 떠나셨어도 마음이 많이 허전하고 슬프실 텐데 그렇게 갑작스럽게 당신 눈앞에서 돌아가셨으니 말이어요..
빨리 기력 찾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세실 2005-01-2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시아버님도 올해 일흔 셋 되시는데..눈이 안좋으시네요. 충북대에서 충남대로 다음주엔 강남성모병원으로 가셔야 될듯 합니다.... 심한경우 한쪽 눈을 실명하실수도 있다니.... 제가 어떻게 해드릴수도 없고...연세드신다는 것이 참 심난하네요.

2005-01-29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랑녀 2005-01-29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늦게 댓글다는 사람... 서재 주인장 맞을까...ㅠㅠ
세실님... 아버님 눈 수술로 시력을 되찾으실 수는 없으신가요? 갑자기 시력을 잃는다는 거, 굉장히 힘들 것 같습니다.
스타리님... 많이 회복되셨다고 해요. 이젠 날짜가 좀 지났으니까요. 그래도 잠자리에 누우시면 아직도 좀 힘드시다고 하네요.
찬미님... 고마워요. 그러게 사람 목숨 참 허망해요. 건강할 때 하고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다 해야겠다 늘 마음먹는데 것두 잘 안 되죠?
숨은아이님... 맑은 정신. 이 부분은 나이와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아직 팔팔한 30대인 이 사람의 정신도 별로 맑지 않다 느낄 때가 있구요, 그리고 요즘은 정말 미친... 이상한 사람들 많잖아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구요.
수니나라님... 고맙습니다. 님의 감자탕을 못먹어서 넘 서운했어요. 제 복이여요...ㅠㅠ 가신 분... 글쎄 뭔가 가기 전에 할 말이 많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에휴...

2005-02-01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좀 깁니다만, 제가 평소에 고민하던 부분이라 퍼왔습니다. 조 아래 투표하는 곳이 있으니, 투표해주셔요.

 

독일, 유괴범 고문위협 '뜨거운 논란'

[해외리포트] "아이 살리기 위한 것" - "고문은 정당화 안돼"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강구섭(kanggusup) 기자   
어린 아이가 납치됐다. 범인은 잡혔으나 아이를 숨겨둔 장소를 말하지 않는다. 아이를 숨겨둔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 경찰이 범인에게 고문 위협을 가한다. 이때의 고문위협은 정당한 것인가?

지난해 이라크 포로에 대한 미군들의 비인간적 가혹행위가 세계적 논란거리였다면 독일에서는 은행가 아들 납치살해범에게 폭력과 고문위협을 가한 현직경찰관의 행위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납치범과 담당 경찰, 나란히 법정에 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 개프갠에게 희생당한 야콥 폰 메즐러의 모습.
28세의 법학생 마그누스 개프갠은 2002년 9월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11세였던, 한 은행가의 아들 아콥폰 메츨러를 납치했다. 개프갠은 아이를 질식사 시킨 후 아이의 사망사실을 숨긴 채 이틀 후 아이의 부모로부터 몸값 1백만 유로를 받았다.

몸값을 지불하는 순간부터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 프랑크푸르트 경찰은 다음날 그를 체포했다. 경찰은 아이가 사망한 상태라는 것을 모른 채, 개프갠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숨겨둔 장소에 대해 개프갠이 허위고백으로 일관하자 경찰은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않으면 폭력과 고문을 가할 것”이라고 그를 위협했다. 위협을 느낀 개프갠은 그제서야 정확한 위치를 자백했고, 경찰이 현장에 급파됐으나 아이는 물론 사망한 상태였다.

이듬해인 2003년 7월, 납치범 개프갠은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03년 1월, 검찰은 개프갠에게 고문위협을 지시한 프랑크푸르트 경찰서 부서장 볼프강 다쉬너와 직접 심문을 담당했던 경찰관 오트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2004년 11월, 두 경찰관은 협박 혐의로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정에 서게 됐다.

▲ 이번 사건을 지속적으로 다룬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인 짜이퉁 인터넷 사이트. 왼쪽의 사진이 프랑크푸르트 경찰서 부서장 볼프강 다쉬너다.
경찰의 고문위협 사실은 당시 독일 일간지 <타게스 슈피겔>의 대표기자로 근무하고 있었던 유르겐 슈라이버(현재 시사주간지 <슈테른>근무) 기자와 <프랑크 푸르트 빌트>의 크로나우어 기자에 의해 밝혀졌다. 당시 슈라이버는 이 사건을 집중 보도하면서 가해자였던 개프갠, 개프갠의 변호사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사과정에서 고문 위협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여론화했다.

이 사건을 여론화 시킨 공로로 두 기자는 독일 일간지 기자에게 수여되는 ‘바흐터상(파수꾼상)’의 2004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특히 슈라이버는 현 독일 외무부장관인 요시카 피셔의 1968년 젊은 시절의 활동을 발굴 보도해 2002년 같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담당 경찰들 “아이를 구하기 위한 행위였을 뿐”
납치범 개프갠 “그건 명백한 인권침해였다”


법정에 선 프랑크푸르트 경찰서 부서장 볼프강 다쉬너(61)는 법정진술에서 “아이가 사흘째 어디엔가 감금된 상태에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죽어가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아이를 빨리 찾기 위한 행동이었으며 고문위협이 아니었다”고 자신의 행동을 적극 변호했다.

개프갠의 첫 번째 허위정보로 시간을 허비한 상태에서 ‘직접적 강압’을 통해 아이의 소재를 파악할 것인가, 아니면 납치범이 붙잡힌 상태에서 아이가 사망한 사건으로 기록할 것인가의 두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

그는 또한 이를 실행에 옮기기 전 프랑크푸르트가 소재한 헤센지방의 내무부에 이를 보고했을 때 ‘긍정적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이를 ‘승인’의 신호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헤센 내무부는 <쥐트도이체짜이퉁>을 통해 “다쉬너에게 그런 지침을 내린 적이 없었다”며 다쉬너의 주장을 부인했다).

개프갠을 직접 심문했던 강력계 형사 오트빈은 개프갠에게 ‘물리적 고통을 가할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했을 뿐이며 그것이 개프갠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 직접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문과정 내내 시급한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생각했으며 개프갠이 그러한 모습을 연상하게끔 유도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개프갠의 주장은 다르다. <타게스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종신형을 선고 받은 상태에서 재판에 참석한 개프갠은 “2002년 10월 1일, 경찰은 나에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을 가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다고 위협했으며 밖에서 들리는 헬기 소리를 가리키며 그가 오고 있다고 위협했다”면서 두 경찰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개프갠은 심지어 “경찰이 ‘유괴범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우리는 너에게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의견1 “위급한 상황에서의 정당한 행위였다”

▲ 변호사 전문뉴스 홈페이지에 실린 사건 관련 기사. 사진속 인물이 납치범 개프갠이다.
납치범에 대한 고문위협으로 현직 경찰관이 법정에 서게 된 이번 사건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사건의 수사과정에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언론, 법조계를 비롯한 독일 각계의 관심과 논쟁을 가져왔다.

독일일간지 <디벨트> 11월 18일자에서 다수의 형법전문가들은 “두 경찰관이 행했던 ‘강압적 압력’이 대단히 복잡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두 경찰관의 행위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타게스슈피겔> 또한 11월 19일자에 “독일의 사회체제이론 권위자로 알려진 사회학자 루만 또한 법치체제에서 어떤 경우에도 인권의 불가침성과 그에 따른 고문금지 원칙을 포기할 수 없지만 일부의 경우 이러한 금기원칙이 포기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글을 실었다. 예를 들어 테러리스트가 공공장소에 시한폭탄을 설치했을 경우, 그것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밝혀내기 위해 테러리스트에 대해 고문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커 엡 마인쯔대학 형법교수도 독일 시사주간지 <디 짜이트> 12월 9일자에 실은 기고문에서 “두 경찰의 행위는 위급한 상황에 처해있는 아이를 구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엡 교수는 “형법 32조에 따르면 납치사건이 발생한 위급상황에서 희생자를 구하기 위해 가해자에게 가해지는 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아이를 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다쉬너의 행위는 정당한 것이었다”며 “두 경찰관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도 금하고 있는 기본법 1조에 동의하지만 두 경찰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앞으로 발생할 유사한 상황에서 희생자를 구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반경의 제한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희생자의 도움요청을 거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가해자를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국민 다수가 두 경찰관에 대한 처벌에 반대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법과 도덕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법은 도덕, 인도적 측면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반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타게스슈피겔> 11월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관한 여론조사 응답자의 60% 이상이 ‘두 경찰이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2 “어떤 경우에도 고문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현지 언론을 비롯한 독일 각계는 대체로 '어떠한 경우에도 고문위협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에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극단적 상황에서 인질을 구하기 위해 경찰이 납치범에게 총격을 가할 수도 있지만 고문이나 고문 위협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 고문을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현지 언론은 “그러한 극단적 상황을 상정해 고문을 정당화하는 것 자체가 아주 위험한 시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독일 기센대학 범죄학연구소 소장 법의학자 아서 크로이처 교수는 <타게스 슈피겔>을 통해 “어떠한 예외적인 경우에 따라 ‘한번쯤’ 고문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나갈 경우, 고문을 허용하는 틈이 형성되고 그 틈새가 점점 커져 자칫하면 ‘댐’이 붕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문을 예외적으로라도 허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고문을 가능한 방법으로 인정하는 것이며 그것은 결국 더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크로이처 교수는 “이번 사건이 법과 생명을 구하는 것 사이의 양심적 갈등에 해당되는 사건이지만 국제법상으로 전쟁이나 테러 상황에서도 고문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며 “다쉬너의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법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비록 개인적인 결정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할 수 있을지라도 민주국가에서 그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크로이처 교수는 “두 경찰의 행위가 희생자가 살아 있다는 생각 하에 양심에 준해 행해진 선택적 행동이었다는 것을 고려해 상징적 처벌만 내려져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법원의 선택 ... 벌금형과 ‘인권침해’ 규정

▲ 독일경찰 노조 홈페이지. 경찰 노조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과 현직 경찰의 실제상황을 고려한 정확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화면 하단의 인물은 독일 경찰노조 대표 콘라드 프라이베르그.
지난 12월 20일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은 기소된 두 경찰에 대해 각각 10800유로, 3600유로 벌금형 및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판결을 내린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 판사 베벨 스톡은 기본법의 정신을 언급하며 인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비록 범죄자라 할지라도– 수단화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두 경찰의 행위는 납치범 개프겐의 인권을 명백히 침해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은 그러나 두 형사의 행위가 어린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감안해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고문위협은 통상 6개월에서 최고 5년의 징역형에 해당한다.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 판결에 대해 독일 경찰노조 베를린 대표 볼프강 스펙은 “법이 허용하는 범죄자 심문방법의 범위를 명확히 보여준 동시에 심문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수상황을 적절히 고려한 적합한 판결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독일지부는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인 짜이퉁> 12월 20일자를 통해 법원이 ‘고문금지’를 분명히 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두 경찰의 행위를 명백한 ‘고문’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나타났다.

독일인권연구소는 “두 경찰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은 법치주의 질서의 근간으로서 고문금지를 무조건 금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부적절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대체로 이번 판결이 적합하게 내려졌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디 짜이트> 12월 22일자는 “이번 결정은 법치주의 질서를 분명히 하는 동시에 두 현직 경찰의 정상을 참작한 적합한 판결이다”라고 평가했다.

두 현직 경찰이 사건 발생 이후 광범위하게 이뤄진 열띤 논쟁의 당사자였다는 점과 납치 살해범과 함께 나란히 법정에 선 것 자체가 적지 않은 처벌이라는 것이다.
투표기간 : 2005-01-13~2005-02-03 (현재 투표인원 : 16명)

1.
68% (11명)

2.
31%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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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1-13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렵네요. 무엇보다 저 경찰관들이 그 전에 정말 비폭력적인 설득 방법을 다 동원했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최선을 다한 뒤의 마지막 방법이었다 해도 유죄는 유죄라고 봐요. 다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내린 판결에 동의합니다(하지만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라는 건... --a).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처럼 실제 고문한 것도 아니고 단지 "고문하겠다고 위협"한 것만 가지고 이 정도 논란이 벌어지는군요.

물만두 2005-01-13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라크와는 좀 다르게 봐야겠지요. 유괴라는 범죄는 어떤 범죄보다 특별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괴범은 대부분 아이를 먼저 죽이죠. 아이의 생명과 범인의 생명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당연 아이의 생명이 먼저죠. 고문하지 않아 아이가 죽는다면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범죄자의 인권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자의 인권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인권보다 우선할수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호랑녀 2005-01-1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투표 부분이 왜 날아갔죠? 잉잉...

1번이, 경관은 무죄이다

2번은, 고문 위협은 어떤 경우라도 유죄이다

입니다. 고치려고 해도, 이미 투표자가 있어서 수정이 안 된다는...ㅠㅠ

깍두기 2005-01-13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번입니다. 실제로 고문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위협만 가한 것 뿐인데 아이가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그것도 용서가 안되다니요. 그리고 이런 사안은 절대 일반화시킬 수 없다고 봅니다. 이 상황에서 고문위협을 가한 경관이 무죄가 되더라도 그것을 다른 경우에 무조건 적용시킬 수는 없겠죠. 제발 법이 개별사안의 특별함을 감안할 수 있기를....

진주 2005-01-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어려버러....좀 더 생각해서 내일 투표할게요^^

로렌초의시종 2005-01-1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에 투표합니다. 절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고문의 실행 자체는 매우 심각한 고민의 여지가 있지만, 그 상황에서 고문의 가능성에 대한개진은 허용할 수 있으며, 처벌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개별사안에 있어서의 문제가 아니라(왜냐하면 제 생각에는 이건 절대적으로 정당한 행위이기 때문에), 이런 전례가 다른 사안들에 절대 함부로 남용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기준을 세우는 것인 듯 합니다.(써놓고 보니 깍두기님 말씀과 대동소이하네요)

반딧불,, 2005-01-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아이의 생명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 이전에 어떠한 것도 먼저할 수는 없지요.

호랑녀 2005-01-1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피의자의 인권만 생각하느라 피해자의 인권은 잊고 있는 건 아닌가 저는 가끔 생각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 뭐 이런 것때문에 성폭행했던 사람이 버젓이 돌아다니는 걸 봐야 하는 그 피해자는 얼마나 끔찍할까...
또 그렇다고 죄가 있는지 100% 확실하지도 않는데(딱 잡아떼는데) 막 잡아넣는 건 안 되는데...
그럼 결국 파렴치하게 딱 잡아떼는 놈이 반성하면서 술술 부는 놈보다 빠져나갈 확률이 높은 건 아닌가...
오지랍도 넓다구요? ^^

딴소리
ㅠㅠ 이럴 때 참... 평소 서재질에 게을렀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도 저를 즐겨찾아주시는 분이 50분은 넘는데, 딱 네 분이 투표하셨습니다...
흑흑...

부리 2005-01-1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얘긴데요, 박노자라는 분은 안중근이 이또오 히로부미를 죽인 것도 테러라고 했습니다. 그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고요.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어째 좀 한가하게 들리지 않습니까??

호랑녀 2005-01-17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부리님... 예, 한가하게도 들리고 배 부르게도 들리네요.
박노자의 글... 늘 읽어야겠다 생각만 하고 미루다 미루다 여기까지 왔는데, 진짜 함 읽어봐야겠네요.

조선인 2005-01-18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에 투표하긴 했지만, 정말 뻔뻔하고 잔인한 피의자네요. 돌팔매질이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로.

호랑녀 2005-01-18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대한 중형으로 응징해주어야 하는건지, 아님 이 사회가 널 이렇게 만들었으니 너도 또한 피해자이다 하면서 잘 교화해서 보내주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독일은 법대를 졸업하면 바로 법률전문가가 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저놈이 잡혔기에 망정이지 아님 큰일날 뻔했잖아요?
 

[전문] 기자와 아내 /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

사회생활 만 10년째. 일에 묻혀 세월 모르고 살아왔다. 내가 사랑한 일이란 다름아닌 고발기자질.. 탐사전문 기자라고 치켜세워봤자 허망하긴 마찬가지다. 본질은 그저 '고발'일 뿐이다. 아무리 훌륭한 탐사기자도 본질적으로는 '고자질쟁이'에 불과한 것이다.

스스로를 '언론인'이라 칭하며 무리지어 대접받기 원하는 자들 중에 상당수는 이미 고발의 소명을 잊은 사람이 많다. 기자됨의 소명을 잊은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때로 그들이 나는 낯설다. 스스로 낮아지려 하지 않으면서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고자질하겠다는 것인지..

기자란 무엇일까? 끊임 없이 던져본 질문이지만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돈과 권력 또는 정보를 지닌 자들,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과점하고 있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그들의 反공동체적 행태를 집어내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 시민에게 알리는 일.. 이런저런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기자됨의 기본이다.


10년을 고발기자로 흐르다보니 이런저런 애환도 많았다. 남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일이란게 그 자체가 내겐 멍에가 된다. 남에게 혹시 싫은 소리라도 듣지 않을까, 나를 노리는 사람에게 약점이나 잡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맞은 놈은 발 뻗고 잔다지만 때린 놈은 그렇지 못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얼굴이 알려질 수록 세상에서 나의 영역은 더욱 좁아진다. 나도 모를 그 누군가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보고 있을 것이라는 강박이 괴롭다. 그래도 나야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그렇다쳐도, 내 기자생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가 뭐래도 나의 아내일 것이다.


나의 아내와 내가 결혼한지는 올해로 9년째다. 제 갈길 잘 가고 있는 사람을 꼬드겨 내 삶의 길에 눌러 앉혀놓고, 나는 그동안 기자질에 들떠 밖으로 잘도 떠돌았다. 뒷모습 뿐인 남편의 존재.. 그런 나를 아내는 지금껏 참 잘 참아주었다.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에 또 나머지를 각종 이자로 떼이고 뼈다귀만 남은 월급봉투를 쥐어줬지만, 여태껏 불평 한마디 없던 사람이다. 혹시나 남편에게 해가 될까봐 남들 다 하는 부동산이나 증권에도 손한번 못 대본 바보다.


나는 그런 바보 아내에게 아직 변변한 선물 한번 해준 적이 없다. 옷 한 벌은 물론이고 스카프 하나 제대로 사줘보지 못했다. 이따금 '소품'이라도 하나 걸치라며 노동조합에서 받은 백화점 상품권을 건내준게 전부다. 그때면 얼굴가득 기쁜 미소를 내게 보내주는 나의 아내.. 그런 날마다 저녁 식사가 풍성해진다. 상품권이 몇시간 만에 후다닥 식탁 위의 찬거리로 잘게 부서져 올려진 것이었다.


그러던 나에게 며칠 전 기회가 왔다. 아내를 기쁘게 해줄 절호의 찬스였다. 회사 선배 A가 모처럼 저녁을 내겠다고 연락이 왔다. 약속장소는 서울시내 최고급 레스토랑. 그 장소에는 또 다른 회사선배 B도 미리 나와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그들과 함께 있는 노신사는 얼마전까지 내가 고발해온 C사의 D사장이었던 것이다.


문득 A선배가 몇차례 내게 건냈던 말이 생각났다. C사 D사장이 나를 보자는데 함께 나가지 않겠냐는 얘기었다. 나는 그때마다 완곡하지만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A선배는 그런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D사장과 약속을 잡았고 그 장소로 나를 부른 것이었다.


선배의 처사를 이해해 보려했지만 웬지모를 처연함에 목구멍이 간질거렸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걷잡을 수 없도록 끓어올랐다. 하지만,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갈 만큼 나는 무모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벗어날 방법은 없어보였다. 연신 술을 들이켰다. 술 탓인지.. 어색하기만 했던 나의 미소는 점점 크고 자연스럽게 내 얼굴 전체로 번져갔다. '창녀'라는 단어가 자의식의 저편에서 꿈틀거렸다.


한잔두잔 술이 들어가니 어느새 경직된 나의 자세 만큼이나, 나의 경계심도 거북하게 느껴졌다. 발렌타인 21년의 맛이 아직도 혀 끝으로 전해온다. 그래.. 좋은 술은 확실히 부드럽다. 문득, '천박한' 고자질쟁이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싶다는 욕망이 틈입한다. '젊잖은' 언론인의 모습을 흉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모레면 나이가 40인데, 세상에 이해못할 일은 또 뭐가 있겠는가. 짐짓 목소리를 깔아본다. 낮고 침착하게 깔리는 나의 목소리.. 그럴듯하게 들려 적잖이 만족스럽다.


경계가 풀리자 비로소 방안을 둘러봤다. C사의 쇼핑백 3개가 나란히 방구석에 정렬된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묘한 흥분감에 휩싸인다. 이 방에서 나가게 될 때쯤 저 쇼핑백중 하나가 내게 전달될 것이다. 과연 저 안엔 무엇이 들어있을까. 비릿한 욕정으로 내 몸을 탐닉하는 손, 그 손끝에 쥐어진 돈다발의 출렁거림. 금지된 것이 주는 은밀한 속삭임과 끈적거리는 유혹..


술자리를 통해 우리는 모두 친구가 되었다. 정말이지 술은 위대했다. 취하지 않겠다는 나의 자의식 너머로 쇼핑백이 출렁거린다. 그래.. 적당한 타협은 필요해. 사실, 난 너무 심하잖아? 그래 약간만 타협하자. 너무 전면적으로 싸우게 되면 삶이 너무 피폐해져. 지켜져야할 온갖 금조들이 너무 불편하다. 내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세상 모두와 모든 자본과 맞서 싸울 순 없잖아? 한 두개쯤 자본과는 친구해도 될거야. 맞아.. 업체와 술한잔 먹고 기념품 하나 받았다고 흔들릴 신념이면 아예 시작할 필요도 없어. 적당한 어울림 없이 어떻게 '그들'의 세상을 알 수 있겠어? 적당한 관계는 오히려 약이지.. 잔바리 기자도 아니고 낼 모레면 차장인데. 그래.. 내게 쇼핑백이 전달될 때까지 너무도 많은 상념이 나를 빠져나갔다. 아내들을 위한 선물이란다. 묵직한 가방을 손에 들고 나는 그 만큼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이미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 아내는 아직 자지 않고 있었다. 아내에게 쇼핑백을 전했다. 포장을 열자 그 안에는 한눈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구찌 핸드백이 들어있었다. 일순 아내의 얼굴에서 '불안감'과 '설레임'이 교차했다. 나는 아내의 '불안감'을 해소시켜보려 서둘러 이런저런 말을 펼쳐놓았다. 하지만 실패! 나는 특히 아내에게 거짓말을 잘 못한다.


생전 처음보는 명품. 구찌 핸드백을 사이에 두고 우리 부부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말 말고 그냥 쓰라고 아내쪽에 밀어넣고서, 나는 혼자 잠자리에 들었다. 고발기자의 아내는 한동안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연예계 '노예계약'을 고발해 촉발됐던 연제협 사건. 당시, 기자생활에 깊은 회의와 수렁에 빠진 나를 세워준 사람은 다름아닌 나의 아내였다. 당시 연제협은 소속 톱가수 백여명을 동원해 집회를 갖고 나의 처벌을 요구했었다. 기자생활을 접고 어디론가 떠나자는 나의 손을 잡아주던 아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당신 소신대로 싸우다 죽으라고. 아이는 자신이 키우겠다고 말이다. 현관 문을 닫고 세상 속으로 걸어나가며 흘렸던 엉터리 가장의 눈물을 아무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그 한마디는 난리통의 나를 흔들림없이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몇차례 재산증식의 기회를 고스란히 놓쳐버린 나는 사실 빵점짜리 가장이다. 결혼 전 아내에겐 한강변 잠원동에 조그마한 아파트가 있었다.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의 피해자인 아내는 당시 받은 보상금에 약간의 저축을 합쳐 제 살집을 마련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첫째를 임신했을 무렵 우리는 첫번째 이사를 가게되었다. 아내는 극구 아파트 처분을 반대했다.


그런데 아내의 한마디가 문제였다. 조만간 이 아파트가 '재개발'된다는 얘기가 있으니 팔아도 그때 팔자는 것이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재개발'이라.. 강남 복부인들이 할 만한 이야기를 지금 내 아내가 하고 있지 않는가. 아내는 이 말 안통하는 사내로부터 한참동안 '경제정의'에 관한 '훈시'를 들어야만 했다.


결국 그날 이후 우리는 전셋집 생활을 시작했고, 헐값에 매각한 우리의 신혼집은 이후 4년 만에 7배나 가격이 상승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있을 때면 지금도 가급적 잠원동 근처를 가지 않으려 애쓴다. 아내의 슬픈 표정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전셋집 생활은 기자인 내겐 집 없는 서민의 입장에 주택정책을 볼 수 있도록 해준 점에서 매우 고마운 일이었으나, '기자가 아닌' 아내에겐 견디기 힘든 불편과 좌절을 안겨주었다. 정확히 2년 마다 전세값은 절반 가까이 꾸준히 인상돼 주었고, 그때마다 우리는 강남에서 조금더 먼곳으로 밀려나는 엄혹한 사회현상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화장품 사건은 그러던중 일어난 일이었다. 어느날 아내의 옷장에서 우연히 화장품 세트를 발견했다. 그런데 화장품 세트는 한두개가 아니라 7-8개에 달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려운 살림살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왠 사치란 말인가. 더구나 화장품을 사달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사줄터인데 한 개도 아니고 이렇게 사재기를 해가면서까지 필요했냐 말이다. 아내에게 추궁하자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더욱 더 화가나 큰 소리가 나왔다. 그제서야 아내는 무너지듯 말했다. 부업으로 화장품 장사를 해보려고 물건을 받아둔 것이라고..


그리곤 집 밖으로 어떻게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담배를 피워물고 나는 그저 걷고 있었다. 속상한 마음에 울컥 울고 싶어지기도 하고, 자신이 무능하다 싶어 화가나기도 했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수필까지 생각났다. 쌀이 없어 감자인가 고구마로 상을 차린 아내.. 그 아내를 멋모르고 혼냈다가 당황해하던 수필 속의 그 남자.. 훗날 자라나 내가 그 어리석은 남자가 되리라곤 상상해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며칠을 고심한 끝에 차라리 아내를 돕기로 했다. 부족한 것을 떳떳하게 여겨보자고 나를 달랬다. 하지만 나는 단 한 세트의 화장품도 팔지 못했다. 세일즈가 아니라 기자질 하기를 너무도 잘했다고 위안했다. 아내의 성적도 좋지 않았다.


다른 부업거리를 찾기로 했다. 사내 아이를 둘씩 키우며 할 수 있는 부업은 없었다. 어느날 아내가 내게 포장마차 이야기를 꺼냈다. 쇼핑센터 부근에 오징어를 구워파는 간이 매대를 내면 짭짤한 부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나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당시는 보증을 섰다가 생긴 빚에다가 그나마 적은 월급도 소송 때문에 절반이 가압류된 상태여서 몹시 견디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어차피 구겨진 스타일..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그러자 모든게 차라리 떳떳하다는 생각이들었다. 나의 곤란을 부끄럽게 여기면서 어떻게 남의 궁핍을 존중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기자에게 가난 만큼 좋은 스승이 어디있겠는가 생각도 되었다.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적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는 금언도 도움이 되었다.


한 선배의 배려로 포장마차 자리를 보러다녔다. 관념과 실제는 천양지차였다. 그저 건물 입구쯤에 예쁜 매대를 내면 아내도 별 어려움 없이 일을 할 수 있으리라던 나의 기대는 처절히 무너졌다. 바람부는 거리를 헤매다니면서, 나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수많은 포장마차를 새롭게 발견했다. 거리에서 오댕을 파는 아줌마나 떡볶이를 파는 할머니, 오징어를 구워파는 아저씨.. 그들에게서 모두 나의 아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선배는 그들 대부분 적지않은 자릿새 까지 내고 있다고 귀뜸해주었다. 지저분한 길거리를 벗어나 서둘러 회사로 돌아왔다. 자꾸만 길거리에 있을 나의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차장을 열고 심호흡을 크게 해봤지만 자꾸만 코가 맵게 느껴졌다.


목이 말라 여느 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탁자엔 악몽같은 구찌 핸드백이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출근길 나는 아내에게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내는 속없이 주섬주섬 핸드백을 꺼내본다. 천진난만한 나의 아내는 핸드백이 맘에 드는지 작은 행복감을 내비친다. 그저 잘 어울린다고 나는 말해주었다.


그리고 하루이틀 핸드백을 중심에 두고 우리집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은 일종의 집행유예 같은 것이었다.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우리부부는 핸드백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꺼내지 않았다.


핸드백 이야기를 다 시꺼낸건 어제 아침이었다. 아내도 마음의 준비가 된 듯 내 말을 맞아주었다. 핸드백을 돌려주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며칠 만에 다시 행복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오후. 우체국에서 핸드백을 돌려 보내며 나는 작은 시험을 이겨낸 승리감을 맛볼 수 있었다.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이제 2시간 후면 먼 나라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다. 그곳엔 더 큰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일생일대의 시험과 나는 맞서게 될 것이다. 아내에게 핸드백 이야기를 미룰 수 없었던 것도 모두 이번 출장때문이다. 또한 밤 잠을 포기해가며 지금껏 구찌 핸드백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내려가고 있는 것도 모두 이번 출장의 성격 때문이다.


이번 출장은 자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수반하는 일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향후 기자의 숙명은 자본을 경계하는 일이다. 기자의 본분은 시장을 감시하는 일이다. 이 모든 일은 기자가 자본으로부터의 순수성을 지키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모두 자본과 시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기자라면 젖어서는 안될 일이다. 자본의 공세에 한번 젖게되면, 해일에 몰디브가 잠기듯 한순간에 끝난다. 자본에 젖은 기자는 앞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기자상을 자임할 수 없는 것이다. 시장 안에서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시장을 넘어선 통찰과 감시를 수행하기 곤란하다는 얘기다.


오늘 떠나면 나는 내년 초에 돌아올 계획이다. 나의 출장계획이 누군가에게 알려질 경우, 나는 이곳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안다. 그리고 각오한다.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자본의 심장에 도덕성의 창을 꽂는 일. 이를 위해 기자는 어쩌면 목숨 보다 소중한 것을 걸어야할 수도 있다. 불명예와 누명.. 자본은 자기 보호를 위해 그 보다 더한 오명을 기자에게 씌우려할 것이다. 두려운 가운데 형용할 수 없는 비장미가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나의 삶은 이번 출장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분기점이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대의 좌판 위로 주사위는 던져졌고, 활은 시위를 떠났다. 그저 담대하게 운명의 길을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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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5-01-0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호 기자의 책이다.

솔직히... 난 기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마냐님, 죄송합니다. 마냐님은 좋아합니다.)

이상하게 난 조연에 관심이 많아서, 각종 고발프로그램의 주연인 기자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을 빛나게 해 주는 조연들, 혹시 그들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지는 않는지 그쪽에 관심이 더 많다.

그런데 이상호 기자... 말뿐이라도 아내를 이만큼이라도 생각하는... 이 사람에게는 관심이 간다. 아니, 이제라도 이 책 많이 팔려서 인세 많이 벌었음 좋겠다. 구찌 핸드백에 눈 돌리지 않아도 될 만큼...


마냐 2005-01-0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기념회, 언제였더라....글구보니 대박나지 못했군요. 다들 기자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가요? ^^;;; 그래도 괜찮은 기자들이 있다는 식의 기자열전이라도 함 연재해볼까요..흐흐. 뭐, 촌지에 얽힌 에피소드를 써내려 갈라치면, 두밤 정도는 세야 할 거 같슴다....

호랑녀 2005-01-07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강 모라는 보도국장과 신강균 기자가... 보직사퇴하나 보네요.

아마 이상호 기자도 이런 걸 원했던 건 아닐 터인데...

촌지에 얽힌 에피소드, 기자열전... 쓰시면 재밌겠습니다. 가끔 한가하실 때(뭐 늘 바쁘시지만) 써주세요 ^^

세실 2005-01-10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촌지가 참 무섭죠? 저도 어제 신강균기자건 보면서 혹시 내가 뭐 받은것은 없나 한참을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글쎄...사서는 받는것 보다는 주어야 하네요. 엄마들 도서관 무료자원봉사 해주면 담당사서가 밥 사주고(물론 공금으로 하는 경우도 간혹. 그 명목이 없다고 하는 관장님 만나면 끝), 실습나오면 밥 사주고, 강좌 선생님이랑 밥먹고..아 있다. 강좌 끝날때...비즈목걸이~ 한지공예 소품...이건 촌지수준은 절대 아니죠?

호랑녀 2005-01-11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공무원이 받는 선물은 3만원이 넘어가면 안 된다고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서...

저는 학교 선생님께 선물할 때도 3만원 안 되는 걸로 골랐습니다. 책을 사 드리면서도 혹시 3만원 넘을까 알라딘에서 할인받아 보냈습니다 ^^

이상호 기자의 의도는 아니었을 텐데, 사건은 일파만파입니다. 대국민사과성명을 낸다는 둥,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둥... 혹시 한쪽에서, 잘 됐다고 쾌재를 부르는 사람들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놀랐던 일이야 많다. 최근의 동남아 지진도 그렇고...

지극히 사적으로, 10월 말이던가, 학교를 그만 둘 무렵... 아들놈 얼굴이 다소 우울했다. 그런데 나도 학교를 정리하느라 한참 바쁠 때라 자꾸만 아이들의 일을 뒤로 미루게 되었다. 다음달부턴 학교 그만 두니까 그때 아이들을 챙겨야지, 며칠만 기다려다오...

그런데 결국 아들놈이 상담을 청해왔다. 아니, 밥 먹다 그냥 뚝뚝 눈물을 흘렸다.

일주일에 세 번,  영어학원에 다니는데... 엄마가 좀 데려다주고 데려오라는 거다.  것두 함께 다니는 다른 놈이랑 둘이.

무슨 소리냐고 캐물었더니...

나 참, 다른 놈들이 자꾸만 때리고 괴롭힌단다.

엄마가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이것이 문제의 해결은 아닌 것 같다, 자꾸만 피하면 결국 또 문제는 터진다, 그러니 해결해보자... 고 얘기했다.

함께 차를 타는 놈들이 늘 집중적으로 한 놈을 때리는데(그러니까 이놈과 자기를 함께 데려다달라는 거였다), 우리 아들도 함께 때리도록 강요를 한단다. 혹시 동참하지 않으면 자신도 맞을까 봐 눈치를 보면서 자기도 때리는 척 한 적도 있단다. 가끔씩은 자기가 맞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평소에 맞는 놈도 자기를 떄린단다.

너무나 너무나 놀랐다. 스스로 자책도 하고... 아이를 생각하니 정말 안스러웠다.

지금은 두어 달 지나서 안정이 되었지만, 그 당시엔 정말 때리는 집에 쫓아가서 난리를 칠까, 영어학원에 쫓아가서 난리를 칠까, 학교에 가서 때리는 놈 담임에게 얘기를 할까... 정말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다.

담날 아침 일찍, 함께 맞는 놈의 집에 전화했다. 그 엄마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다만 장난이 심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우리 아이가 그런 걸로 고민한다고 얘기했더니 아이에게 묻고는 나에게 아이가 장난이라고 얘기한다고, 자기네 아이는 스트레스를 안 받으니 괜찮다고... 한다. 그리고 때리는 놈(평소에 내가 학교에서 늘 보는 놈인데 굉장히 예의바른 데다 카리스마가 있는 놈이었다. 담임의 총애도 대단한 놈이었다) 엄마가 만만치않으니 얘기를 하려면 아주 잘 준비해서 하라고... 나에게 충고했다.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영어학원에 전화해서 학원차량에서 매일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책이 무엇인지 전화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결국 쫓아갔다. 부원장이시라는 분이 나와서, 안전요원을 배치할 수도 없고, 기사 말로는 아무 문제 없다고 했으며, 더 조사한 후에 연락 주겠단다.(연락 없다, 아직도)

학교에서 때렸던 놈 중 제일 고학년인 놈을 불러 물었다. 장난이었단다.

그러니 결론은... 때린 놈도 장난이었고 맞은 놈도 장난이라는데, 중간에 끼어서 바보같은 울 아들놈만 마음고생을 하는 거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늘 때리는 놈이 정해져 있고, 늘 맞는 놈이 정해져 있는데 그게 어떻게 장난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주로 맞는 놈도 스트레스가 없다니... 내가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보였다.

결국, 울 아들은... 평소에 가고싶다던 유도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영어학원 끝나자마자 바로 학원차를 탈 수 있는 곳이 있기에, 그곳으로 보낸다. 영어학원 차량에 탑승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난 격투기 쪽 학원을 늘 싫어했는데, 결국 아들놈 소원대로 되었다...ㅠㅠ 수영이나 농구나... 뭐 이런 운동을 하면 얼마나 좋냔 말이다...

또 한 놈... 맞고도 스트레스 안 받던 그 성격 좋은 놈은... 늘 게임기를 가져온단다. 아이들이 그 게임기 주변에 몰려들어서 그 후로는 그런 '장난'이 없나 보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아들놈이 산타에게 편지를 썼다. 무슨무슨 선물을 받고싶다는 얘기 끝에, 반성할 게 있다면서,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일을 자기가 막지 못하고 오히려 가끔 자기도 끼었던 것을 정말로 반성한다고 썼다.

두 달이 지나고서야 눈물이 나왔다. 무능하고 알량한 이 에미의 모습을 자책하는...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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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12-3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는 당사자가 장난으로 인식하니까 괜찮다고 볼 수 있을지.... 때리는 아이도 맞는 아이도 그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그런 것일까요? 각설하고, 호랑녀님의 아드님은 정의의 사도로 클 것 같아요.^^(유도를 배우면 자기를 보호할 능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요?)
-아참, 평민이라는 단어를 쓴 건 아영이가 아니고 한 반의 다른 아이랍니다.

로드무비 2004-12-3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도 초등학교 입학하는데 걱정이 많습니다.

호랑녀님은 그래도 최근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하셨잖아요.

분위기는 최소한 파악하고 계실 것이고.

학교 입학 전에 전문영어학원 보내야 한다느니 법석을 떠니

그런 광경을 보며 마음이 무겁습니다.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폭력 문제도 장난이 아니군요.

많이 놀라셨겠어요. 그래도 최선의 노력을 하셨네요 뭐.

그것만 해도 장하십니다.

가을산 2004-12-3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끔 아이들이 더 무서울 때가 있어요. 아무 생각없는 '장난'이 더 큰 상처를 주는데...

자기 뿐 아니라 맞는 친구까지 걱정해 주는...그런 심성을 가진 아이는 흔치 않답니다.

호랑녀님 아들은 사려깊은 아이로 자라날 것 같아요.


진주 2004-12-3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격투기는 싫어하지만, 남자아이(여자아이도 포함해서)는 반드시 호신술을 익혀야 한다는 게 남편의 지론이에요.

특히, 남자애들은 중학생 정도가 되면 몸싸움이 심한가 보던데, 자기몸을 방어할 힘과 의지가 아주 중요하대요..

호랑녀님의 눈물에 제 맘도 아파오네요.

아흑, 남의 일이 아녀..이건..

반딧불,, 2004-12-3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일이 아니다에 동의 합니다.

얼마나 힘드셨을지...



무엇이 옳은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의 방어는 필요하다고 가르칩니다.

아들내미가 여려서 저도 신경이 쓰입니다.

여린 마음에 맺힌 상처는 많이도 오래가는데....잘 다독여주세요.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다른 엄마의 문제처리 방식이 참 맘에 안드네요.

어떻게 그렇게 다른 식으로 해결 할 수 있는지...

마태우스 2004-12-3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부모가 개입되면 고자질했다고 또 때리고 그러는데, 호랑녀님 경우는 그래도 잘 해결된 듯 싶네요. 장난이라.... 한명이라도 장난이 아닌 걸로 느낀다면 그건 장난이 아닌 거겠죠.

숨은아이 2004-12-3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한 사람이 괴로워한다면 장난이라도 멈추는 게 옳죠. 성희롱 문제도 그렇잖아요. 가벼운 장난이라도 듣는 사람이 불쾌하고 모욕감을 느낀다면 그건 성희롱이에요. 아드님의 양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전에도 느꼈지만, 호랑녀님 아드님은 정말 멋져~!)

호랑녀 2004-12-30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투기 운동... 제가 안 시키려는 이유는 안 되는 놈은 영 안 되더라는 생각 때문이랍니다 ㅠㅠ 태권도를 배웠는데, 심사보는 날 온 식구가 갔더랬습니다. 대련을 하는데, 상대가 멀리 있을 때는 무지무지 손발을 뻗다가, 상대가 다가오니... 멈추더군요. 선천적으로 때리지 못하는 놈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ㅠㅠ

제 방법 역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었죠. 때리는 놈 불러다가, 당하는 놈이 기분 나쁘면 그건 더이상 장난이 아니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는데, 그 후로도 늘, 그놈이 울 아들에게 보복할까봐 두려웠습니다.

네가 형이고, 울 아들놈이 널 좋아하니 내가 널 부른 거라고, 너만 믿는다고, 후배들이 신사답게 행동하도록 네가 좀 도와줘라고... 부탁한다고 얘기했는데, 어쨌든 그놈도 학원을 떠나고, 같은 학년, 카리스마 있던 그놈도 학원을 떠났대요. 유치원부터 다녀서 영어를 무지 잘 했다나 어쨌다나...

울 아들넘은... 아직도 늘, 저놈이 커서 사람구실이나 할 수 있을까 염려되는 상태입니다 ㅠㅠ

진주 2004-12-3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제가 아들키우면서 두 번의 폭력 피해가 있었는데, 다행히 잘 해결했답니다만...

저를 비롯하여 호랑녀님이나 댓글 다신 다른 분들이나 아이 키우면서 공통된 고민거리가 폭력인 것 같은데 우리 아이의 경우를 한 번 이야기하면서 지혜를 나누고 싶군요...

새해에 제가 페이퍼 한 번 올리겠습니다.

진주 2005-01-01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이퍼 올렸어요^^
 
 전출처 : 비발~* > Fun facts for libra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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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eb.archive.org/web/20030416231559/pwclis.pwc.ac.kr/lis/fun/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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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13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요즘 많이 바쁘세요?

얼마 전 댓글로는 뵈었는데 통 글을 올리지 않으셔서요.

잘 지내시는 거죠?^^

호랑녀 2004-12-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기 왜 여ƒ…지? 펌 페이퍼는 따로 두고 비공개로 해 두었는데, 이기 학교도서관 페이퍼로 갔네요...^^

로드무비님... 어서오셔요. 요즘 페이퍼 하나도 못올리고, 그냥 서재질만 열심히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