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를 리뷰해주세요.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일상을 전복하는 33개의 철학 퍼즐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 / 마젤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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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
제목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뭐 그런 당연한 걸 가지고 질문을 하지?라고 생각하다가 아 맞다 철학은 원래 그렇게 당연하게 여기는걸 뒤집어보는데서부터 시작하는거지라면서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철학적 질문들과 논리학적 질문들을 끊임없이 오간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방패로 삼는 행위의 정당성에 대해서 논하기도 하고
진정한 양성평등이란게 가능한가? 내지는 완전한 평등이란게 진짜 말이 되는 상황인가라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내 흥미를 끌었던 것들은 이런 철학쪽에 가까웠던 질문들 쪽이었다.
교과서속에서는 너무도 쉽게 내려지는 결론들이 사실 현실사회쪽으로 적용하려면 얼마나 많은 상황과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그래서 결론이란게 결코 쉽지 않음은 누구나가 경험하는 바일 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들은 그런 인간사회의 복잡다단함에 대한 질문이다.
어디에도 해답은 없다.
당신이 직접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라이다.
뭐 급할 것은 없다. 어차피 저자도 천천히 하라고 했으니.... 

이 책이 좀 더 이런 철학적인 질문에 많이 할애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더 많은 부분에서 묻고 있는 것은 논리학의 문제들이다.
내가 지금 있는 시간이 과연 현재인가? 현재라는 말은 성립가능한가?
가장 위대한 존재라는 모순없는 개념은 과연 가능한가? 같은 순수 논리학 내지는 언어의 문제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철학이든 무엇이든 기본적인 개념이나 논리학의 도움 없이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책에서 펼치고 있는 논리학이란게 그렇게 이 책의 목적에 부합하는 가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 나처럼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즐겁게 그 고민에 동참할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나의 삶과 고민의 폭을 확대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데 있었다면 더더욱 논리학의 질문은 너무 많은게 아닌가 싶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짓말쟁이의 역설 같은 것들을 읽다보면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이런 식의 논리적 추론 문제는 어릴 때 많이 풀어본 문제들 아닌가? 이런 추론은 그런 어릴적 퀴즈 문제가 오히려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던 듯하다.
이런 면이 상당히 유익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인데도 이 책을 즐겁게 읽는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아 살짝 안타까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번역의 문제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읽은 줄 알았다. 그런데 곳곳에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잘못된 문장들이 진을 치고 있다. 한 두개가 아니니 나중에는 아예 멀쩡한 문장까지도 이해가 잘 안되면 이거 또 이상한 번역아냐하고 돌아보게 된다.  주어와 서술어의 불일치나 앞 문장과 뒷 문장의 명백한 모순도 자주 눈에 띄고, 또 좀 더 매끄럽고 읽기 편하게 만들 수 있는 문장도 그냥 원문을 순서대로 나열한듯한 번역들도 많이 눈에 띈다. 2쇄를 찍는다면 솔직히 몇몇 문장이 아니라 책 전체를 다시 교정을 보고 다듬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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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그 끔찍한 이름을 고발하다.
<어린 왕자의 귀환>을 리뷰해주세요
어린왕자의 귀환 -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
김태권 지음, 우석훈 / 돌베개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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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로 아저씨는 세계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돌아온 어린왕자는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황한다.
근데 공통적인건 세계화는 신자유주의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
그리고 마초로아저씨나 어린왕자나 둘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 

마초로아저씨는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자본주의라는 것 자체가 결국 신자유주의로 갈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그 속에서 멕시코와 같은 약한 나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제국주의 국가들의 밥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얘기한다.
그에 반해 어린왕자는 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얘기를 중심에 둔다.
고등학교때 배웠던 비교우위 이론에 근거한 자유무역이라는 것의 환상은 오로지 책에만 존재하는 것. 현실은 오히려 플렌테이션에 집중한 나라들에게는 기근을 선물했을뿐이며 식량같은 비교우위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한 대책은 전혀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의 환상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것은 결국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인가? 

자유무역협정(FTA)은 그것이 무엇을 의도하든 간에 국가에 의해 유지되어져야할 공공부문의 약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그것은 바로 경제적 약자에게는 쓰나미와도 같은 충격이 되어 어린왕자들의 삶을 파괴할 것이라는 것. 경쟁력 강화의 명분으로 진행되는 온갖 공공부문의 민영화라는 것은 결국 부자들의 경쟁력 강화일뿐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경쟁력제로의 삶을 가져다 줄것이라는 것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왜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은 이전보다 더 단결하지 못하는가?
그 해답역시 신자유주의 속에 들어있다.
분할통치!
옛날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직접통치하던 시대에만 있던 것이 아니다.
모습만 달리했을뿐 자본주의는 여전히 분할통치를 핵심으로 내걸고 여전히 잘도 우려먹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국인과 외국인 노동자, 남성과 여성, 지역간 차별 등등등..... 나눌 수 있는 것은 다 나눠서 노동자끼리 적대하게 하는 아주 고전적인 수법.
이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실패를 더 아래의 자신에게 투사하고 적대하는 것이다. 

아 정말 멕시코든 대한민국이든 희망은 있는 것일까?
무엇이 나를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고 나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지, 내 삶의 안정성을 송두리째 뽑아가는지 일단은 알고 볼 일이다. 마초로 아저씨도 어린 왕자도....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할 경제지식이라는 부제를 붙여되 될 듯한 내용을 굳이 만화로 나타낸건 아마도 보다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할 것이라는 사명감때문일게다.
확실히 활자화된 책보다는 훨씬 쉽게 읽히는게 사실이다.
마초로 아저씨가 장면 장면의 그림에  촌철살인의 핵심을 절묘하게 표현하는데 보다 집중했다면, 어린왕자는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주력했다.
덕분에 그림을 보는 재미는 마초로 아저씨 쪽이 훨씬 낫다.
때로는 주절이 주절이 늘어놓는 것보다 한 컷의 그림이 훨씬 명확하고도 많은 뜻을 한꺼번에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별에서 쫒겨난 어린왕자의 고달픈 여행을 통해 정말 주절이 주절이 늘어놓는 푸념과 이야기들은 우석훈씨의 해제와 어울려 그림에서 우리가 더 읽어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대안은 있는가? 공정무역, 공동체적 가치의 회복, 환경친화적 삶 등등 대안으로 제시되는 삶들을 우리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함을 슬쩍 제시해주기도 한다. 

어쨋든 결론은 마초로 아저씨든 어린왕자든 그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당하고 있는 이 고통의 근원이 무엇인지, 진정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싸워도 싸울 것이 아닌가말이다.
기왕이면 저 두권 같이 읽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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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7-29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마초로 아저씨도 세계화의 위험을 경계하고 있죠.
문제는 신자유주의에 두손들고 항복한 노무현은 존경하면서 이명박을 욕하는 사람들의 희한한 논리죠. 노무현 정권이 분명히 잘못한 것들도 죽고 나선 어물어물 묻혀 넘어가면서 마치 노짱이 위인이었던 듯 신격화하는 거 보면... 아직도 멀었다 싶습니다.

바람돌이 2009-08-01 00:49   좋아요 0 | URL
노무현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과 그의 삶의 공과를 따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그걸 착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의 정책을 비판하면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갑갑할때가 많아요.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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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도덕적 가치 회복을 위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얘기한 오바마
그러나 미국 상원은 압도적인 표차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예산안을 부결시키다.
이른 바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미국내로 옮길 때는 미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우려된다는 것. 

그렇다면 고명하신 미국의 상원의원들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며 걱정할만큼 위험한 테러리스트들이 있는 관타나모로 가볼까?
쿠바의 남쪽 끄트머리, 스페인에서 쿠바가 독립할 때 미국이 영구 임대, 그러나 쿠바의 혁명이후 쿠바 정부가 강력히 반환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주변에 지뢰밭을 만들며 버티기 작전을 벌인 곳.
지금은 클린턴정부때 지뢰를 모션센스로 대체했다고 하나 여전히 미국이 불법점유지인 곳.
적성국가 쿠바를 코앞에서 위협하면서 동시에 미국 내에 들이기 싫은 또는 껄끄러운 이들을 모든 법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구속 수감할 수 있는 곳.
미국 영토가 아니면서 미국 영토로 만들어놓고 또 그러면서 미국내의 법률적용시에는 적용이 안되는.... 도대체가 관타나모라는 곳 자체가 말이 안되는 곳이란 말이다. 

이곳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9.11테러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세계의 보스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나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시킨다.
그리고 그 이후... 테러 용의자를 잡기 위해 뿌려진 현상금 전단 

"상상 못할 부와 권력을 잡으시오"
누구라도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조직원을 신고하면 5,000달러에서 25,000달러를 준다는 것 

아프가니스탄의 연간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천문학적인 금액.
이런 전단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아프가니스탄의 군벌들과 지역민들이 이 돈을 위해 사람들을 신고하기 시작했고,
더욱 더 크게는 바로 옆의 나라 파키스탄에서 현상금 사냥이 시작됐다.
파키스탄의 비밀 정보국은 미국의 공습이래 파키스탄으로 피난을 간 수천명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미군에 고발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잡혀갔다.
아프가니스탄의 소아과 의사 무소비씨는 탈레반을 피해 12년간이나 망명생활을 하다가 탈레반 몰락 직후 조국의 재건에 기여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병원을 개원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갑자기 체포된다. 그는 자신이 왜 미군에게 체포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70이 넘은듯한 노인 누스랏 칸씨도 자신이 왜 관타나모로 왔는지 모른다.
15년 전 뇌졸중으로 몸이 마비된 이 노인은 단지 미군에게 체포된 아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러 미군정 당국을 다녀왔다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이 정도의 노인이면 설사 평생을 테러리스트로 살았다 하더라도 인도주의에 의하면 석방되어야 할 노인을 말이다. 

이렇게 끌려간 이들은 누구도 재판을 받지 못했다.
그저 미군에 의해 체포되었고 미군기지로 끌려갔으며 근처의 수용소에서 갇혀 구타, 모욕, 성폭력 등의 고문를 고스란히 당해야 했다.
그들의 입으로 듣는 고문의 기억은 저절로 이라크에서 미군 병사들이 저질렀던 고문과 성적인 모욕과 폭력을 떠올린다.
미국인이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지지 못하는, 그저 짓밟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해야할 벌레 또는 그 비슷한 것으로 인간을 취급하는 미국
끊임없이 계속되는 성적인 학대(성기를 끊임없이 면도칼로 그어대는...)에
"대체 이짓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라는 질문에
미군은 " 내가 아는 한, 그건 단지 너에게 모멸감을 주려는 거야. 네가 여기를 떠나도 흉터는 남을테니 결코 잊지 못하겠지. 그래야 미국이 원하지 않는 짓을 한다는 것에 항상 두려움을 가질테니 말야."
 아 고문을 하는 미군은 이렇게 자신을 합리화하는구나....
미국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는 저항하는 것들은 다시는 그런 생각 자체를 못하게 두려움을 가지도록 할 것이라니....
누구나가 이렇게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고문을 하고 모욕을 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심층에는 아마도 모두가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으리라.....
이정도 되면 절대선 미국앞에 나머지 모든 기타 등등은 절대악이리라... 

이렇게 고문과 모멸로 인간의 영혼을 짓밟으면 이제 관타나모행이다.
구속영장도 아무것도 필요없는 수용소.
부당한 구금에 반대하는 어떤 행위도 인정되지 않는 곳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는 강제 음식투여로 답하는 곳.
자살했다고 발표한 이들의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면서 사인파악에 유용한 일부 신체 장기를 없애고 인도하는 곳.
변호사와 만날 때 조차도 쇠사슬로 그들을 묶어두는 곳.
설사 테러리스트라 하더라도 이런 대우는 부당하다.
적어도 미국이든 이 나라든 헌법에는 그렇게 되어 있다.
미국땅이 아니면서 미국땅이라고 우기는 곳, 그러면서도 미국 국내의 기본법조차 지키지 않아도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신경도 쓰지 않는 곳 그곳 관타나모에 인간임을 거부당한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형제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은 한 아프가니스탄계 미국 여성, 법률가 지방생인 한 여학생으로부터 나온 기록이다.
불평한 하지 말고 진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부당한 것을 위해 어떻게든 싸우고자 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을 위해 작은 무엇이라도 해보겠다고 나선 이 당찬 여성덕분에 관타나모의 오늘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형제인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용기에 감사를... 그리고 제발 관타나모의 억울한 이들에게 자유를, 또한 미국의 제대로 된 사과를... 그리고 관타나모 기지의 폐쇄와 함께 나아가 관타나모 땅이 쿠바에 돌려지기를....
돌려받아야 할것은 많고 갈길도 멀다.
그 머나먼 길을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미국은 이제 거꾸로 돌아가던 길에서 제대로 방향을 틀었을까? 두고볼 일이다. 

뱀꼬리 - 저자의 행동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신뢰에는 우려가 먼저 든다.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그녀의 집안을 생각하면 그녀가 미국사회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환상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지만....
하지만 환상은 언젠가 깨질터이다. 부디 그 때 그녀가 너무 충격받지 않기를... 관타나모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닐 수도 있음을... 미국 내 수많은 빈민들과 이민자들, 불법체류자들, 유색인종들의 문제에 대해 미국이 과연 민주적일까? 부디 그녀의 눈이 관타나모에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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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를 리뷰해주세요.
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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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초등학교 6학년
뭣 때문에 안보던 뉴스를 봤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밥먹다고 우연히 눈에 들어온거겠지.....
하여튼 그날의 뉴스는 광주에 북한군이 들어와 전쟁이 났다는 거였다.
tv의 화면속에는 뿌연 먼지속에 돌멩이가 뒹구는 거리의 모습이 나왔고....
그날 밤 악몽을 꾸었다.
우리 동네에 북한군이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막 죽이는.... 너무 무서워서 울다가 깼던듯...
한 동안 어린 내 머리속은 광주처럼 빨갱이들이 우리 동네로 쳐들어오면 어쩌나 싶어 무진장 고민... 그리고 나는 책 속 영호처럼 그렇게 반공소녀로 컸다.

그 사건이 내 머리속을 다시 찾아온건 1987년 대학 1학년 광주사진전에서였다.
어릴 때 tv에서 본 화면이 잊었다 싶었는데 어느 구석에 숨어있었나보다.
그 때 그 뉴스가 바로 이거였어?
도대체 나는 뭘 믿고 산거였지?
세상이 뒤집어지는 아득한 느낌!!!
내가 배운 모든 것이 거짓으로 환멸로 뒤바뀌는 순간!!!
그렇게 광주는 나에게 부채가 되었고 원죄가 되었다. 흔히 386으로 지금은 비아냥으로 더 자주 불리우는 세대는 그렇게 광주에서 새로운 삶의 지표를 얻었다. 

그리고 이 세대의 학교는 더이상 교정이 아니라 거리가 되었다.
아니 학교교정에 도서관에 남아있었던 이들도 거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들은 거리에 나가는 이들에게 원초적인 죄의식을 느꼈고 그리고 든든한 후원군이 되어주었다.
숨죽이고 경찰들 사이로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시위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순간
드디어 그 순간이 되면 모두 차도를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는 순간 여기저기서 들리던 박수소리와 같이 거리로 뛰어들던 친구, 선배들. 거리를 가득 메웠다가도 그놈의 최루탄, 지랄탄, 백골단에 의해서 순식간에 해체되어도 그다음 장소를 다급하게 외치던 목소리들. 어김없이 다음 약속장소에 다시 나타나던 그들. 체포의 순간을 시민들의 도움으로 벗어나던 순간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끓는 점 100도씨다. 

책을 보며 눈물이 났다.
그래 누가 봐도 나의 눈물은 감상이다.
책속에서 박종철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회사원들을 향해 조소를 날리는 대학생의 말에 펀치를 맞아도 싼 그런 싸구려눈물이다.
나의 눈물이 싸구려인 이유는 작가의 말처럼87년 6월 김밥을 나르던 빈민들이 여전히 빈민이어서고, 87년 7,8월 노동자 대투쟁을 벌였던 노동자들의 삶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어서이다.
또한 지금 용산의 철거민들이 여전히 울고 있어서이며, 비정규직의 한숨이 날로 깊어가서이다. 

그러나....



교도소에 갇힌 아들을 위해 목놓아 "엄마 여기 있은게 겁먹지 말어"라고 하는 저 외침에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쫒아내야 하는 교도소 경비를 서는 저 또다른 아들의 모습에 울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사회 아닌가?
모든 이가 싸구려라 치부해버린다 하더라도 나는 이런 눈물들의 힘을 믿는다.


책속 영호의 형 영진의 말처럼 변절자도 같이 울수 있는 때!
그런 눈물이 모여 물이 끓는다.
100도씨의 폭발을 만들어내는것이다. 
우리는 지금 몇도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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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9-06-13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 정말 뜨겁군요 :)

바람돌이 2009-06-14 22:19   좋아요 0 | URL
뭐 서평단 선정도서인 덕도 있고, 알라디너들 중에 최규석씨 팬도 많고... 그리고 저도 최규석씨 팬이라면 나름 팬이고...
근데 제일 중요한건 참 잘썼어요. 그림도 이야기도.... 그가 6월항쟁을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닌데도 오히려 겪은 세대보다 더 잘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오기 2009-06-13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옥분 여사가 나타난 장면마다 눈물이 마구 터지더군요~~
우리 가슴을 뜨겁게 하는 책이에요.

바람돌이 2009-06-14 22:19   좋아요 0 | URL
어머니라는 존재 자체가 그렇죠? 거기다 민가협어머님들 생각하면 더더욱요.

꿈꾸는섬 2009-06-15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보아도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보고 싶어요. 어떻게 그려냈는지......

바람돌이 2009-06-15 08:47   좋아요 0 | URL
6월 항쟁을 겪은 세대도 그렇지 않은 세대도 재밌게 감동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네꼬 2009-06-15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모여서 물이 끓는다는 걸 저도 믿어요. 아 바람돌이님, 이 리뷰 너무 좋으네요.

바람돌이 2009-06-15 16:41   좋아요 0 | URL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리뷰보다는 책이 비교도 안되게 더 좋아요. ㅎㅎ

행복희망꿈 2009-06-1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규석작가의 책 원주민에 이어서 이 책도 구입해야겠네요.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넘 멋진 그림도 보고싶구요. 덕분에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바람돌이 2009-06-15 16:41   좋아요 0 | URL
전 대한민국 원주민은 연재때 봤던지라 구입을 안했었습니다. 근데 막상 이 책 보고 나니 전작도 사야되지 않을까 싶어졌어요. ㅎㅎ

글샘 2009-06-1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4거리에 바글거리고 독재타도...외치는 그림에서, 눈물이 콱, 솟더군요.
그때 백골단은 정말 무서웠는데요. ㅠㅜ

바람돌이 2009-06-15 16:42   좋아요 0 | URL
백골단 정말 무서웠죠. 걸리면 뼈도 못추렸잖아요. ㅠ.ㅠ
저 장면은 우리처럼 경험했던 세대에게는 눈물이 쏟아질 수 밖에 없는 장면 같아요.

짱꿀라 2009-06-15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거웠던 6월 항쟁, 다시 서울광장으로 촛불 들고 나가야 겠죠.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바람돌이 2009-06-16 08:47   좋아요 0 | URL
지금도 그렇죠. 아니 지금이 워낙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자꾸 벌어지며 과거로 회귀하려는 듯하니 최규석씨가 이 책을 단행본으로 다시 펴낸것 같아요. 역사는 반복된다는데 이번엔 비극일까요. 희극일까요?
 
남미 인권기행 - 눈물 젖은 대륙, 왼쪽으로 이동하다
하영식 지음 / 레디앙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한 때 내게 보이는 세상은 참으로 단순했었다.
혁명이냐 반동이냐 그것으로 세상은 나누어졌었고, 그 흑백논리속에서 모든 사람은 내 편 아니면 적이었다. 적은 너무나 분명했고 그 적외에는 모두 현재의 동지 또는 잠재적인 동지, 즉 앞으로 내가 동지로 만들어야 할 사람정도?
근데 이런 이분법으로 세상을 보면 참 편리하다. 그렇게 명쾌할 수 가 없다.
러시아 혁명, 베트남전쟁, 쿠바혁명, 산디니스타혁명 이 모든 것들이 동경과 열망의 대상이었으며 이들에 대한 비판은 아예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아니 비판받아야 마땅한 점이 보여도 그것은 적들의 농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 되곤 했다.
이런 이분법속에서는 내 안의 적은 보이지 않는다. 혁명세력의 과오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성과 인간 세계의 그 복잡다단함과 변화의 엄청난 폭은 그 시절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이건 내 20대 초반의 초상이다.
이런 이분법 덕분에 나는 늘 확신에 차있었고 늘 자신감에 넘쳤으며 그리고 헌신적일 수 있었다.
또한 그만큼 무지했으며 그만큼 독선적이었다.

내게 남미는 체게바라, 카스트로의 땅, 그리고 산디니스타의 땅이며 약간은 아옌데의 땅이기도 했다.
그들이 바로 남미 그 자체였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구성된 남미는 그저 내 욕망과 희망의 그림이었을뿐.... 현실은 아니었을게다. 
혁명 그 자체에 열광하던 20대를 지나고 이제 와서는 어쩌면 더 어렵고도 중요한 것은 혁명 그 자체보다다 그 이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혁명의 성공은 그저 생각일뿐 폭발의 순간을 지난다고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되는 법은 절대로 없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참을성과 더 많은 결단과 더 많은 위험들 위협들을 건너야한다. 그리고 더 많은 새로운 탐욕들과 싸워야 하고......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권의 부패는 그래서 더더욱 충격적이며 혁명이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감하게 한다.
체 게바라가 마지막을 맞이했던 볼리비아에 최근 좌파정권인 모랄레스 정권이 들어섰다.
그 자신 가난한 농민출신이면서 그 가난한 농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들어섰다. 그야말로 공산주의 서적에서 말하던 프롤레타리아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이제 볼리비아는 바로 토지개혁이 이루어질것이며 농민들이 가난에서 점차 벗어나고 점진적인 평등이라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아 여기서 바로 대답이 네라고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대답은 글쎄요. 아마도 쉽지 않을걸요이다. 미국의 간섭만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내부에 있다.
주요 지지층인 농민들을 위해서는 곧바로 토지개혁에 착수해야 하고 농업생산력발달 비용과 의료비등 각종 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곧바로 기간산업의 국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전체 9개 주의 7개주가 급진적 개혁에 반대해 자치를 선언하고 떨어져나가는 상황에서 개혁이 과연 가능할까?
지주들, 외국인 투자자나 이민자들 그리고 그들의 뜻에 동조하는 중산층과 노동자들....
세상이 계급과 그 지향이 딱 맞아떨어진다면 세상의 혁명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으리라..... 

물론 내부의 계급이나 계급의식 그리고 물질적 욕망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당연히도 주변의 외세의 영향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니 그 주변이 미국이라고 하면 무시못할 정도가 아니라 절대적이라 할 것이다.
태평양을 온전히 건너야 하는 이놈의 한반도에서도 미국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자기 앞마당이라고 생각되는 중남미에서는 오죽할까?
마음에 안들면? 폭력, 살인은 당연한 수순이고 아르헨티나에 이르면 어린이유기까지 저지른다.
아르헨티나의 군부는 수많은 시민을 수용소로 끌고가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행해지지 않은 아르헨티나 군부의 독창성은 임산부를 대하는 그들의 방법에서 이루어졌다. 임산부가 아이를 낳고 나면 임산부는 사라지고 아이는 군부 내의 여러 주요 인사들의 호적으로 입적된 것.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이런 발상이 가능할까?
그렇게 군부에 입양된 아니 강탈되어진 아이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사람이 양부모라는 것을 알게된 이들은 그 고통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아르헨티나의 고통은 그래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마요 광장에서 여전히 실종자를 찾기 위한 그리고 학살자 처벌을 위한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할머니들. 그들에게 아르헨티나의 고통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당시 학살을 저질렀던 군부의 인사들은 반드시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고서 학살을 저지른 뒤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 전체가 아무런 도덕성이 없음을 말해 준다.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산교육이라면 정의가 살아 있다는 점을 사회가 보여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미겔 드 쿠카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대로 우리 나라와 겹쳐진다. 친일파도 1980년 광주의 학살자도 심판대에 올리지 못한 이 나라에서 젊은이들에게 무슨 면목으로 정의를 가르칠까?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다는 오늘 날 20대를 말하는 말에 오히려 윗세대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런 일들을 보다보면 일종의 데자뷔를 경험하게 된다. 피노체트의 죽음을 슬퍼하는 칠레의 모습은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우리의 모습과 겹친다. 피노체트덕분에 경제발전이 이루어졌다고 하는 말까지 어쩜 그리 똑같은지....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지도부가 혁명의 성공 이후 부패의 길을 걷는 것 역시 낯익은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데자뷔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
남미든 아시아든 그리고 여기 대한민국이든..... 더 이상 세계도 인간이란 존재도 단순해보이지 않는 나이. 흑백 사이에 놓은 수많은 컬러들, 그럼에도 늘 진실은 있다는 것
무엇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게 할 것인가?
남미에서 아시아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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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6-11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의 고백록 비슷한 글이로군요.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요?

바람돌이 2009-06-12 14:13   좋아요 0 | URL
무슨 고백록까지.... ㅎㅎ
인간이란 참 이상해요. 저렇레 변절하고 혁명을 얘기하다 바로 돈과 권력에 폭 빠지는 인간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디선가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싸우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희망이라면 희망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