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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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문화혁명시대의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환타지 같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부르조아의 자식이란 이유로 재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시골에 보내진 두 청년의 앞에 펼쳐지는 삶은 그리 오래 전 이야기도 아닌데도 마치 환타지처럼 그려졌다. 이런 일이 정말 가능했을까? 중국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
언젠가 학생들에게 책을 읽게 하려면 독서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 책에서 두 청년들이 보여주는 책에 대한 갈망을 보며 나는 그 생각이 났다. 서양문학을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고 혁명에 관련한 책이 아닌 모든 것들을 불태우고 금지했던 시절. 그들이 우여곡절 끝에 손에 넣은 책들을 아껴가며 읽고 또 읽고 몸으로 체화하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이 밀려왔다.
자신들의 가장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문학의 힘으로 헤쳐 나가는 청년들과 발자크의 힘으로 재교육된 바느질 소녀. 상상도 못할 힘든 상황이지만 이 책의 분위기가 오히려 따뜻하고 행복한 것은 인간 본성을 깨닫게 해주는 문학의 힘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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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5-05-05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중국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은데..이 책 구미가 마구마구 땡기네요. 언제쯤 읽어볼수 있으려나...아쉽습니다.

살리미 2015-05-05 17:45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시대의 소설이나 영화들을 참 좋아합니다. 특이한 것은 작가가 대부분 체험한 일이라는 것과 이후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이 책을 프랑스어로 썼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제가 읽었던 중국 문학과는 또 다른 느낌이 나더라고요.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라 금방 읽을 수 있으니 꼭 한번 도전해 보세요^^

해피북 2015-05-05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의 글을 읽으니 막 읽고싶어지는 책이예요 금서에 대한 열망과 손에 넣은 금서를 아껴읽으며 체화하는 장면...눈에 그려지는듯한 설명들이 와닿네요^~^

살리미 2015-05-05 20:55   좋아요 0 | URL
책을 얻기까지의 에피소드들이 정말 흥미진진(?) 합니다 ㅎㅎ 저라도 그렇게 소중하게 만난 책이라면 한글자 한글자 다 외우고 싶어질거에요.
 
진격의 대학교 -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 대학의 자화상
오찬호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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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학이 선택한 대안들이 틀렸다고 고발하는 데 이 책의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대안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대학의 변화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잘못된 일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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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아무리 가상이라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어보이는 상황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하긴 이미 초중고에서 학교와 교육의 파행을 겪어왔는데 대학이라고 다를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진격대로 이름붙여진 대한민국 평균의 가상 대학교의 상황은 나는 너무 무섭지만 이 시대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 우리 아이들이 과연 그게 무서운 상황임을 눈치 챌수 있을까? 오히려 취업에 특화된 진격대는 학생들에게 너무나도 멋진 유토피아와 같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더욱 무섭다. 이것이 모두 교육의 파행을 뻔히 보면서도 애써 외면해온 결과인 듯 해서 수치스러워진다. 잘못인 줄은 알지만 내 아이만 뒤쳐질 수는 없으니까 나 또한 그 경쟁의 대열에 자발적으로 동참해 온 결과이므로 고개를 들 수 없다. 이렇게 객관화 해서 보여주어야만 잘못을 인식하는 이 무모함이라니.
<우리는 차별을 원합니다>로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준 작가는 두번째 저서로 다시 한번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 대학의 자화상을 고발한다.
대학의 풍경이 이렇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고등학생인 내 아이들이 학원에만 매달릴때 학원에서 주는 것만 받아 먹는 공부는 소용이 없다고, 당장은 입시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대학 가서 할 진짜 공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렇게 공부해서는 대학가서 할 공부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잔소리를 자주 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다보니 대학은 현재 입시위주의 교육보다도 더 파행적으로 취업을 위한 교육이 되어버린 듯 하다. 차라리 취업에 강한 대학이라고 슬로건을 건 대학은 속은 기분이라도 들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대학을 나와서 좋은 곳에 취업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대학이 이렇게 발전(?)한 것인가? 그 민낯은 무서울 따름이다.

P.45 대학은 `영혼 없는 수월성 excellence without a soul`의 민낯을 보여주는 정도가 아니라, 기업이 원한다면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간도 쓸개도 내줄 태세다. 수년 전, 대학거부선언을 한 김예슬이 "대학은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어 내 이마에 바코드를 새긴다."고 했던 게 빈말이 아니었음을 해준이는 몸소 느끼고 있다.

P.60 대학은 학문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돈이 되면` 키우고 `돈이 되지 않으면` 버릴 뿐이다. 국어국문학? 그게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적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취업이 잘되지 않으니 폐지할 뿐이다.

P. 76 인문학은 `점수 맞춰 지원한 것에 불과`한 수준을 넘어, "지독한 반기업 정서에 물든" "걸핏하면 실체도 없는 인성교육만 떠들어" 대는 문제의 학문이 된다.

P. 116 학문적 영감을 구체화 하는 순간이 `그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자`는 의무감에 위협을 받는다. 세영이가 `사회학개론` 강사가 꼭 읽어보라고 했던 <총, 균, 쇠>를 인터넷 리뷰를 훑어보는 것으로 대체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수강료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세영이에게 책 읽기는 시간낭비다. 솔직히, 그런 책을 돈주고 사서 한 장 한 장 읽어봐야 `팔자 좋다`는 식의 눈총만 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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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선생님이라면 어떻게 읽을까 - 나와 세상이 이어지는 즐거운 책 읽기
박현희 외 지음 / 티티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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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질문을 스스로 품게 한다면 한권의 책이라도 좋다!!

이 책은 현직 사회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모두 23권의 책을 소개하는데 정말 내 아이가 이 책만큼은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선생님들의 바른 시선이 참으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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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5-0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딩 읽기도 괜찮은가요?

살리미 2015-05-02 14:19   좋아요 0 | URL
네. 제 아들도 고1인데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은 방학때라도 꼭 좀 읽혀보려고요. 물론 이 책도 아들에게 권하려고 제가 먼저 읽어본 거고요. 읽는 도중에도 학교에서 하는 토론이나 발표 수업에 도움되는 내용이 있어서 부분적으로 읽어 보게 하기도 했어요. 아이도 나름 재밌게 보더라고요.
 
내 이름은 빨강 2 민음사 모던 클래식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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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 막상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 페르시아, 사파위 제국 이런 이름들은 세계사 과목 시간에 가장 취약한 지점들이었고 이름들부터가 헷갈려서 도통 가까워지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동경은 또 그만큼 커지는 법이다.
내가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는 만큼 호기심도 동했고 또 이 소설의 형식이 살인자를 찾아가는 추리 형식이기 때문에 두권에 걸친 긴 이야기지만 끝까지 잘 쫓아갈 수 있었다.
세밀화가들의 삶과 예술. 그것을 묘사하기 위한 작가의 세밀한 문장들에 숨이 막히기도 하였다.
문명의 충돌과 천년 역사를 가진 오스만제국의 쇠락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세밀화가들. 신의 경지에 오르려는 예술에 대한 열망과 작품을 위해서라면 영혼과 두 눈 마저 바치는 장인 정신. 그러면서도 세속의 욕망에 솔직한 인간적인 모습. 이 모든 것을 뭉뚱그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오르한 파묵은 정말 정교한 세밀화를 완성해내는 세밀화가들을 닮은 듯 하다. 그의 문장을 읽으면서 세밀화가들의 그림이 떠오르고, 저마다 다양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한편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것을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지막 세큐레의 목소리로 아들 오르한의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 작가의 이름과 오버랩이 되면서 그의 센스에 무릎을 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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