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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 막상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 페르시아, 사파위 제국 이런 이름들은 세계사 과목 시간에 가장 취약한 지점들이었고 이름들부터가 헷갈려서 도통 가까워지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동경은 또 그만큼 커지는 법이다.
내가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는 만큼 호기심도 동했고 또 이 소설의 형식이 살인자를 찾아가는 추리 형식이기 때문에 두권에 걸친 긴 이야기지만 끝까지 잘 쫓아갈 수 있었다.
세밀화가들의 삶과 예술. 그것을 묘사하기 위한 작가의 세밀한 문장들에 숨이 막히기도 하였다.
문명의 충돌과 천년 역사를 가진 오스만제국의 쇠락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세밀화가들. 신의 경지에 오르려는 예술에 대한 열망과 작품을 위해서라면 영혼과 두 눈 마저 바치는 장인 정신. 그러면서도 세속의 욕망에 솔직한 인간적인 모습. 이 모든 것을 뭉뚱그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오르한 파묵은 정말 정교한 세밀화를 완성해내는 세밀화가들을 닮은 듯 하다. 그의 문장을 읽으면서 세밀화가들의 그림이 떠오르고, 저마다 다양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한편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것을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지막 세큐레의 목소리로 아들 오르한의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 작가의 이름과 오버랩이 되면서 그의 센스에 무릎을 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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