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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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정형신체증후군

<의학> 뚜렷하게 어디가 아프거나 병이 있지도 아니하면서 병적 증상을 호소하는 것. 머리의 무거움이나 초조감, 피로감, 불면, 견통, 심계 항진, 식욕 감퇴 따위가 일어나며 막연한 불쾌감이 따른다. 하지만 실제로 검사하여 보면 아무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다. ≒부정 수소.

 이 책의 '왓슨 박사'인 다구치가 일하는 곳. 부정 수소 외래. 다구치의 이름을 따서 '구치 외래'라 불린다고도 한다.  하루에 예약 손님은 다섯 명 정도. 건축상의 실수로 만들어진 땡땡이 치기 딱 좋은 공간에서 정년퇴임 후 재임용된 후지와라 간호사와 함께 꾸려 가는, 대학병원의 권력 다툼에서 멀어도 한참은 먼 그런 곳이다. 이런 다구치 강사에게 병원 최고의 인기 의사인 기류의 '바티스타' 수술팀에 대한 은밀한 내사가 의뢰된다. 그것도 병원장으로부터 직접.

그렇잖아도 드라마 <하얀 거탑>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여운을 맘껏 살려 가며 대학 병원에서 일어난 수술 중 사망 사건에 대한 이 소설을 너무 재미나게 읽었다. 물론 진지하기 그지 없는 하얀 거탑과는 꽤 관점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힘에 있다.
홈즈에 빗댄다면 '왓슨' 역할일 다구치 강사. 40대의 나이이긴 하지만 독신. 그러나 외모는 '홈즈' 역할이랄 수 있는 시라토리에 비해 오히려 꽤 멋지다. - 왠지 숀 코너리가 연기하는(비교적 젊은 시절의) 007 이미지일 것 같다. - 그에 비해 시라토리는 외모상 '바퀴벌레'에 비유 당했으니 알 만하지 뭐. ㅋㅋ

1부에서는 다구치 강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때는 '다구치 강사 꽤 쿨한데. 게으르고 땡땡이 치는 거 좋아하는 건 나랑도 비슷하군. 흠..' 하면서 매력을 팍팍 느꼈다. 그런데 2부에서 갑자기 시라토리라는 웃음의 원자 폭탄이 투하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된다. 1부에서는 나름 진지한 척 용을 썼다면 2부에서는 시라토리의 등장과 함께 완전 코미디가 되어 버렸달까.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고 돌아온 저녁, 침대에 책을 들고 누워 낄낄거리며 잠시 근심을 잊을 정도.

추리소설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그다지 완벽하거나 기똥찬 구조를 갖고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참신한 소재와 캐릭터의 힘이 이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게다가 정말 예쁜 삽화와 느낌 좋은 종이. 손에 들고 보기 딱 좋은 작은 크기. 등으로 인해 한 권 사다 놓고 친한 친구들에게 이리 저리 빌려 주며 자랑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3부에서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유쾌한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책은 꼭, 읽어줬으면 좋겠다. 왜?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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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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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왜 모방범일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었다. 1권 읽는 동안만 해도 음. 이 사건에 대한 모방범죄가 2,3권쯤에 나오겠군. 하면서 내내 기다렸는데. - 기다려도 정작 '모방범'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건의 결말이 날 때쯤엔 왜 이 책의 제목이 모방범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꽤나 독특한 추리소설이다. 3권짜리 책이 매 권마다 500페이지가 넘는데 1권에서 마치 사건이 결말이 나 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2,3권엔 대체 무슨 할 얘기가 더 있나 싶은데..

1권에선 비교적 객관적인 사건 서술이 이루어진다. 매스컴에 보도된 사건, 형사들이 수사하는 입장에서 보는 사건. 관찰 결과, 정보 수집 결과를 바탕으로 한 사건 서술이랄까.

2권에선 주로 범인의 입장에서 사건 서술이 이루어진다. 범인의 심리, 사건의 실제 전모. 를 보여주는 것처럼.

3권에선 피해자의 가족과 가해자의 가족이 겪는 사건에 대한 후유증이 그려진다. 그리고..

범인이고 사건의 결말이고 처음부터 다 공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그것이 사건의 전체가 아니라고. 어떤 사건에든 그 사건에서 크건 작건 영향을 받는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는 거라고.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가 바로 우리 주변에서 나처럼 숨쉬고 고민하고 상처입고 자책하고 살아가는 그런 보통 사람들이라고. 얘기해 주고 있다.

역자의 말을 보니 5년 동안 잡지에 연재했던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런 만큼 한 장(章), 한 장이 끝날 때마다 다음 내용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장편 만화를 읽을 때 같은 기분. 이 책을 사려는 분이 있다면 살 때 3권을 한꺼번에 사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다. 한 권 한 권 끝날 때마다 다음 책이 없다면 내용이 궁금해서 버틸 수가 없을 테니까. 비바람이 몰아치는 겨울밤에도 책을 사러 서점으로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 된달까 ^^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이유, 화차, 스텝파더 스텝, 그리고 이 책을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꽤나 복잡한 사건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보는 내내 주먹을 꼭 쥐고 긴장하게 만드는 정말 재밌는 책. 두껍고 3권짜리라고 겁먹지 말고 시간 여유 있을 때 과감히 도전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책장이 술술 쏜살같이 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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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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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열 세 살의 쌍둥이 형제와, 하늘이 내리신 번개 탓에 그들의 아버지가 된 신세대 도둑이 맞닥뜨리는 7개의 사건들 .

아카가와 지로의 <세 자매 탐정단>과 비슷한 분위기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미스터리'를 이 도둑씨가 탐정의 입장이 되어 풀어나간다. 그것은 때로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 사는 옆집 여자가 되기도 하고, 매일 아침 마당에 툭툭 떨어지는 지방 신문이 되기도 하며, 쌍둥이네 집에서 발견되는 '살인'이나 '협박'이라는 말이 여기저기 오려져 나간 신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절대로, 절대로 심각해지지 않으며 실제로 누군가 다치거나 죽는 일도 좀처럼 없다. 덕분에 추리가 다소 엉뚱하거나 이건 심한 비약이다, 싶은 면이 있어도 귀엽게 받아들일 수가 있다. 이런 류의 추리소설은 '추리'나 '미스터리'가 본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자에게는 너 싫어, 란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이 쿨한 도둑씨도, 흔히 생각하는 '쌍둥이' 그 자체인 이 귀여운 두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쌍둥이 부모가 돌아오면, '아빠'가 아닌 '아버지'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상처받을 것이다, 라고 애써 쌍둥이와 거리를 두려는 도둑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 웬만한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보다 더 애틋해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미유키씨의 책은 '이유'밖에 읽은 것이 없었던 터라.. 이 책에도 기대하던 바가 아주 컸었다. 그런데 이 책은 완전히 다른 종류. 아마 다른 상황에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틀림없이 별을 네 개 주었겠지만, 기대와 달랐기 땜에 세 개밖에 주고 싶지 않은가보다.

하지만, 정말 유쾌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며, 읽고 있으면 마음도 따뜻해지는, 이 겨울에 읽기 좋은 책이었다.

그리고- 타다시 같은 아이가 우리 집 굴뚝으로 뚝 떨어져 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문뜩 해봤다. 어질러져 있는 건 못 보고, 절약 정신이 투철하며, 요리 솜씨도 좋은, 이런 환상적인 중 1 짜리 아들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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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6-12-0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유와는 완전 상반되는 이미지죠? ^^
좀 말랑한 감이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었어요

알맹이 2006-12-08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매지님이시다~ 셤공부하느라 바쁘실 텐데 댓글까지 남겨주시고 기분 좋네요 :) 저도 재밌었어요.. 그리고 말랑한 거 좋아라 하구요 ㅎㅎ

알맹이 2006-12-1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재밌긴 한데요, 꼭 읽어야 할 책은 아니죠~ 물론 꼭 읽어야 할 책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

픽팍 2006-12-16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미야베 미유키를 공략해 볼까 생각중인데 이 작품도 꽤 괜찮은 듯 하네요. 글재주랑 말재주가 넘치는 작가가 아닐까 싶네요 ㅋ
 
소름 동서 미스터리 북스 99
로스 맥도날드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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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유명한 서재지기님들 - 개중에서도 추리계의 대모이신 M모님과 추리계에도 능통하신 H모님-이 좋게 평했던 소설이라 계속 읽어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로스 맥도날드의 '소름'을 이제야 읽었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왜 이제야 읽었을까, 진작 읽을 걸. 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보다 탐정 '루 아처'에게 있다. 루 아처 책을 처음 읽는 것이라 그의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희끗희끗한 머리의 덩치가 꽤 큰,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추레해 보이는 남자. 눈만은 언제나 샤프하게 번득이는 남자, 입술이 언제나 약간 일그러져 있을 것 같은 그런 남자, 라고 상상이 된다.  하지만 마음 속은 공명정대하고, 따뜻하다, 쉽사리 드러내 보이지 않지만.
게다가 이 남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도 뛰어나다. 여러 개의 사건과 여러 명의 사람들이 복잡하고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추적해 가는 모습 - 게다가 난 이런 일엔 베테랑이지, 하는 여유마저 보이면서 -이 너무 멋있었다. 챈들러씨의 필립 말로위 소설도 단 한 권밖에 안 읽긴 했지만, 어쩐지 필립 말로위랑 비교도 하게 된다. 그런데 내게는 이 책의 루 아처님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일견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실종 사건에서 시작하여, 몇 십 년의 세월을 가로지르는 복잡한 살인 사건으로 끝맺는 이 소설은, 사건의 구조 자체가 꽤 복잡하여, 다 읽어서 범인을 이미 알게 되었는데도 한 번 더 찬찬히 읽어 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하나하나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이 로스 맥도널드의 최고 걸작이라는 말이 있기 하지만, 이 작가의 루 아처 시리즈를 하나하나 섭렵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했다. 그런데 번역되어 출간된 작품이 몇 없다, 아쉽게도.

사족.. 번역 문제에 대해서  - 일본 추리 소설은 그렇지 않은 편인데, 원작이 영어로 된 추리 소설을 읽어 보면 비록 실력은 안될지라도 원서를 사서 읽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아진다. 그만큼 날림으로 번역된 티가 나고, 날림으로 번역된다는 것은 그만큼 출판사에서 투자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을 거라는 짐작이 가긴 한다. 그래도 이런 책은 제발, 솜씨 있는 번역가가 정성 들여 제대로 번역한 것으로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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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6-11-01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고 보니 제목이 이상하네, 휴 그랜트는 탐정은 아니지만, 내가 젤 좋아하는 어른 남자 중 한 분이라. ^^
 
딸기 쇼트케이크 살인사건 한나 스웬슨 시리즈 2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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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에 이은 조앤 플루크의 두번째 소설(내가 읽은).

주인공은 쿠키 단지(영어로 하면 cookie pot이 아니었을까?)라는 쿠키 가게를 하는 한나 스웬슨. 아직 백조로 거듭나지 못한, 영문학을 전공한 미운 오리 새끼다.

이 책은 본격적인 추리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예전에 유행하던 하이틴 로맨스류의 소설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을 보려면 날카로운 트릭이라든가 완벽한 구조, 논리적인 전개,

이런 것들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냥 한나의 동생 안드레아처럼 스웬슨을 따라 탐정 노릇을 하며 이웃들을 탐문하고 다닌다는, 그런

기분만 맛볼 정도의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술술 읽어나가기만 하면 된다.

추리나 미스터리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그냥 로맨스 소설에 추리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라는 정도의 기대만 하고 읽으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야기 중간중간 쿠키며 케Ÿ?등 디저트 레시피가 들어 있기 때문에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침까지 질질 흘리며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를 비워야 하는 때, 또는 한가로운 휴가지에서

마실 것을 홀짝이면서 드러누워 읽기 좋은, 그런 책이다.

나는 언제나 씩씩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이 강한, 쿠키 만들기의 명인 한나 라는

캐릭터가 참 좋다. 그리고 레이크 에덴이라는 작은 마을 - 동네 사람들이 서로 다 친구인 - 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사건이 그다지 복잡다단하거나 진지함에 묻히지 않고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따뜻함이랄까, 그런 걸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참 좋다.

따뜻한 추리소설이라 할까. 강렬하고 무거운 추리 소설에 질려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기분 전환으로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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