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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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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껍질보다 껍질을 벗겨낸 표지의 문구가 더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표사진으로 겉표지를 벗겨낸 표지를 선택했다. "어쩜 그런 기발한 상상을 하냐고들 물어보는데요..."에 대한 대답. "그냥, 무심코 떠오른 생각들이랍니다."

이 책은 표지의 말처럼, 무심코 떠오른 단상들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놓은 책이다. 책소개에 굉장히 기발한 뭔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되어있어서, 기대를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좀 실망감이 없지않다. 굳이 말하자면, 단상이 주가되고, 그림은 곁들여 넣기, 없어도 그다지 상관없는 것, 글과 크게 관련있어보이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뭔가를 기대했다가 푸슈슈 바람이 빠져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작가가 이러한 기록들을 남기게 된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사람마다 익숙한 기록법이 있듯 작가에게는 '스케치'가 익숙했고,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그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그 기록법이 나와는 조금 안맞는 것 뿐이고..

일상에서 기발한 무엇을 발견해내는 창의성을 배울 수는 없었지만, 일상의 단상들을 기록함으로써 짧은 에세이를 쓰고 누군가와 웃음을 나누는 작가의 습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생각이 병적으로 많은 사람으로써,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흘리고 살아가는가. 사실 이 생각에서 나의 강박적 우울증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재치'로 기록하겠다는 생각은 못해봤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그저 울적한 장문의 생각꼬리잡기에 대한 기록만 무수할뿐.

 

특히 마지막 장, 졸릴때까지 생각한 생각들은 제목만큼이나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었던 장이다. 가벼운 단상을 넘어선, 진지하면서도 발칙한 생각뒤집기.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작가의 발칙함을 만나면서 장점으로 뒤집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의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지만, 유쾌한 만남이었다고 마무리지어본다.

 

 

 

 

 

 

컬처블룸 리뷰단

​본 포스팅은 '온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도서만 무료로 제공받았을 뿐, 이후의 활동에 대해 아무런 지시도 받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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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기타 - 내 인생의 BGM은 내가 만들고 싶어서 난생처음 시리즈 3
송정훈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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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선지의 콩나물 읽기가 늘 고통스러웠지만) 하나쯤 악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기타?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입문자를 위한 기타 강의인 줄로 알았다. '기타를 사야하나?' 그런던 차에 책 소개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기타를 사기전에 이 책부터 읽어보세요.' 그제야 이 책이 어떤 기타리스트의 에세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편하게 책을 펼쳐들었다.

 기타를 구매하고자하는 마음이 우선 앞서지 않아서 다행이다. 리코더도 제대로 부르기 힘들어하는 내 둔한 손으로 기타를 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과도하게​ 즉흥적일뻔 했던 (그러니까 사실 나는 한번도 기타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나를 이 책은 꽉 잡아 세워주었다. 후회를 넘어 자책을 할 뻔 했다.


 사실 나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성격이고, 그건 취미도 마찬가지이다. 한동안 미쳐서 끝장을 보곤 미련없이 싹 돌아서버리는게 일반적인 나이다. 그래서 나는 취향이 없는게 취향이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취미일 만큼 취미가 많다. 그 중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것은 독서와 글쓰기. 최근에 입문한 것은 공연관람과 공연제작(조연출).

 

 

 

 불과 2,3년 전만해도 나에겐 취미라는 것의 의미는 꽤나 거창했고, 꿈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는 더더욱 거창했다. 그래서 그 의미들이 나를 짖눌렀고, 나는 그것들의 압박에 부담스러워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잘 해내야 할 것 같은 기분. 하지만 몇 년 사이 취미를 다루는 내 모습이 훨씬 가벼워졌다는 것을 문득 느꼈다. 삶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일정한 취미를 갖고 있었고, 그것을 통해 꿈을 꾸고 있었다.


 단순하 뮤지컬 관람에서 시작했던 ​살기위한 발악​은 '연기'에 대한 궁금증이 되었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며 '연출'공부를 즐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소품, 의상, 음향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이젠 내 손으로 '뮤지컬' 한 편을 꼭 내년에 동호회에서 올려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생각치도 못했다. 떠밀리듯 살아온 내 1년 반의 시간이 사실은 내 삶의 자양분이었고, 나를 그토록 압박하던 '취미'라는 단어의 실체라는 것을.

 

 

 작가가 서문에 쓴 말처럼, 그것이 꼭 기타인 것이 문제가 아니다. 보통의 삶 속에서 즐거움의 세계를 정성껏 만들어 온 흔적. 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었고, 비록 기타를 새로운 취미로 받아들이면 큰일 난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꿈 꾼다. 내가 만든 그 뮤지컬 작품에 한 곡의 넘버정도는 내가 직접 작곡까지 해보고 싶다고. 수많은 악기 중 오랫동안 내가 간직해왔던 씨앗, 칼림바를 구매할 예정이다.

 내년 이맘때엔 이미 쓰여져 있던 타인의 작품의 조연출/음향오퍼가 아닌 내가 직접 쓴 작품의 극작으로 지인들을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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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하야마 아마리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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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1년, 내게 주어진 날들은 앞으로 1년이야.'

 지금 ​나에게는 '죽지 못한 탓에 맞이하게 된 시간'밖에 없다. 나는 지금부터의 시간을 '남아 있는 목숨'이라 부를 것이다.

 그날부터 내 인생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46p.)​

​  나는 그다지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받아들여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조금 빨리 나이를 먹었으면.. 하고 바라는 편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이 쌓여간다는 것이고, 적어도 나는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성장해가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 과거의 나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선택하라면 오늘의 나를 더 좋아한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의 '성숙함'을 사랑한다.

 그런데 실제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들 나이를 먹어감에 대해서 슬픈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니까 지금 내 나이가 내년이면 반오십이라고 하는데, 다들 틈만 나면 그 이야기를 꺼내며 한숨을 쉰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씁쓸한 감정을 주는 순간은 9가 0으로 바뀌는 순간이 아닐까. 실제로 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는 그 해에 많은 친구들이 10대가 끝나간다는 것에 슬퍼했다. (나는 이상하게 21살이 되어 첫 대학 후배들을 받을 때 내가 20대임을 실감을 했었다.) 그리고 10대의 끝자락과 20대의 끝자락은 그 뉘앙스부터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는 듯 하다.

법적으로는 만19세가 넘어가면 ​더이상 미성년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20대(특히 초중반)에게는 학생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며, 실제로 사회도 딱히 그들을 성인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30대라는 단어에서는 어디서도 '학생'이라는 느낌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개인의 변화로 치자면 대부분이 취업을 끝낸 상태, 그리고 결혼을 맞이하는 순간일테니. 이제는 단순히 자신을 책임지는 단계를 넘어 타인을 책임지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통념과 편견들. '평범하게' 살지않으면 ​타인이 오히려 더 불안해하는 이상한 사회구조 속에서, 스물아홉 생일을 맞은 저자가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꽤나 불순한 의도의 연애이긴 했지만) 결혼을 생각했던 연인으로부터 급작스러운 이별통보를 받고, 마땅한 직장도 없이 3개월짜리 파견사원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으며, 소중히 지켜가야할 꿈도 없는. 내가 죽어도 슬퍼할 사람조차 없을 거라는 씁쓸한 생각속에서 혼자 맞이하는 스물아홉의 생일날. 바닥에 떨어져버린 딸기 한조각은 비참한 기분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긴 학창시절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수없이 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올리고 많은 공부를 한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 직장을 구하고 열심히 일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도 대부분 인생의 수단을 갖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그 다음'은 가르쳐 주지 않고, 또 그럴수도 없다. 그것은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찾지 못했다. 만일 텔레비전 화면에서 라스베이거스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나마 지금 같은 시간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86p.)​

​ 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읽는 내내 소설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책에 실린 이야기 하나하나는 지금도 누군가가 겪고 있을 지극히 현실이지만, 전체를 한번에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은 기적과 같이 느껴진다. 그것은 1년 뒤에 죽음을 결심했기 때문에 실행될 수 있는 계획이었고, 지켜질 수 있는 결심이었다.

 꿈도 없이, 그냥 고속열차처럼 학창시절을 내달리다가 어느날 '툭'하고 세상에 내던져진 그런 사람들이. 그러니까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언젠가는 한번쯤 부딧히고야 말 문장. '나란 인간, 과연 살 가치가 있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일까?'. 남들은 각자의 행복을 위해서, 꿈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는데, 나 혼자서만 그저 세상에 떠밀려서 살아지고 있다는 느낌.

 그런 절망 끝에 한 손에 식칼을 집어들고 자신의 손목을 노려보던 아마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TV속의 '라스베이거스'였다. '불쌍한 나에게 죽기 전 한번쯤 저런 희열을 맞볼 수 있게 해주자. 그리고 스물아홉이 끝나는 날 나는 죽을 것이다.​'

 '어차피 죽을 거잖아. 쓸데없는 감상 따윈 집어치워!' (94p.)

​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결심한 아마리에게 찾아온 것은, 삶에 대한 의욕과 새로운 희망이었다. 1년짜리 단기 목표, 그것을 위해서 아마리는 쓰러져 병원에 실려갈때까지 자신을 몰아붙였다. 낮에는 파견사원으로, 밤에는 호스티스로, 주말에는 누드모델로, 그리고 틈틈히 라스베이거스와 블랙잭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일이, 1년 뒤의 그 하루를 생각하니 크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피로한 하루들이 정신없이 흘러갔지만, 오히려 아마리는 모든 것을 더욱 완벽하게 해냈다.

 아름답건 어떻건 사람이 자기 몸을 자주 본다는 건 좋은 일인것 같다. 자주 보면 볼수록 정이 들기 때문이다. 자기가 자기 몸을 싫어하는데 누군들 좋아해 줄까. (105p.)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인도 있을 때보다 훨씬 보수를 많이 받거든. 그러다 보니 자꾸 나 스스로 계획을 미루게 되더란 말이지. 미나코, 아마리 너희들을 만나고 나서야 아차 싶었아. 고향에 있을 때 나한테 요리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적의 행군을 막으려면 술과 고기를 베풀어라.'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것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그래서 오늘 이 만찬을 계기로 다시 나의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어. (168p.)

​ 그래서 스물아홉의 마지막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아마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우리는 그 결과를 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알고 있다. 서른의 아마리가 세상에 없었다면, 이 책도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테니까. 플라스틱 통에 가득 담아갔던 하얀색 알약들을 깨끗하게 털어버린 그녀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자신의 1년을 가득 채웠던 모든 생활들을 말끔히 정리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한바탕 힘차게 달린 후, 그 목표 너머의 세계는 꽤 공허하고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하지만 이미 골인지점까지 달려본 사람들은 아마 곧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서른한살이 되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사회 통념으로 인한 선입견은 어쩔 수 없다. 그래,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 하지만 저마다 흘리는 땀에는 귀천이 있을 수 없다. (165p.)

​ 스물아홉의 아마리는 멋지게 자신의 1년을 살아내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나 알만한 회사의 정직원도 아니고, 남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어느 누가 아마리의 그 1년을 비난할 수 있을까. 그녀가 흘린 땀의 가치를 폄하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녀의 1년은 대다수 우리들의 1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고귀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꿈과 목표라는 것이 반드시 타인에게 보이기에 그럴듯 해야만 하는 걸까. 1년 뒤 라스베이거스에서 블랙잭을 하며 화려한 하룻밤을 보내보겠다는 목표도​, 나는 충분히 훌륭했다고 본다. 오히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하는 것은 현재의 안정적인 삶에 자신이 품어왔던 꿈을 흐지부지 잊어버리고 안주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하루 살아갈 의지와 의미를 갖는 것이며, 자신의 하루하루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과 다르게 '죽음'보다는 '꿈'에 중심을 두고 읽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아마리를 진정으로 살아가게 한 것은 '죽음을 결심'한 사실이라기보단,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겠다'는 꿈이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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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인 척 호랑이
버드폴더 글.그림 / 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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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를 통해 쓰여진 책이라는 사실이 신기해서 구입했던 책이었다. 지금은 SNS를 통한 출판이 자주 보이지만, 그래도 역시 단 140자만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트위터를 매체로 하여 동화가 쓰여졌다니 신기하다. 거기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애초에 콘티를 짜고 그려진 것이 아니라 트위터로 여러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살을 붙여가는 방식으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책의 전체적인 내용보다는 이 그림들에 달렸을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트윗동화'라는 특별한 장르만큼 책으로 묶여진 내용보다는 그 안에 숨겨진 소통의 과정자체가 참 소중하고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면 책을 읽는 감회가 훨씬 새로웠을텐데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역시 SNS는 너무 어려워서....)

 책의 내용은 소리내어 천천히 읽어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짧고, 내용의 흐름자체도 특별한 갈등이나 반전보다는 동화스러운 잔잔함이 주를 이룬다. 할머니를 놀라게 할까봐 스스로를 숨기고 고양이인 척 연극을 하면서 살아가는 호랑이와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화려한 꿈으로 자신을 치장한 채 호랑이인 척 살아가는 고양이. 그 중에서도 나는 자꾸 고양이에게 눈길이 간다. 아마 현실을 알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어서가 아닐까.

 이미 <고양이 낸시>를 접한 경험이 있는지라 내용에 대한 기대도 많이 했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 내용적인 면에서는 다소 실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버드폴더'님만은 아니라는 숨겨진 사실로 봤을 때,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높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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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천재 이제석 - 세계를 놀래킨 간판쟁이의 필살 아이디어, 개정판
이제석 지음 / 학고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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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귀찮고, 불쾌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특히나 광고가 진실인 양 위장하고 다양한 매체들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요즘은 조금만 의심스러운 냄새가 나면 그 매체에 대한 신뢰마저도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요즘의 광고들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비밀스러워지고 있다. (근데 아무리 숨겨도 광고는 눈에 보인다는 게 함정.) 

 그런데 이상하게 불쾌하지 않고, 자꾸 눈이가며, 심지어는 스스로 그 광고를 여기저기 퍼트리게 만드는 광고들이 있다. 그것들은 마치 광고가 아니라 하나의 놀이같은 느낌마저도 든다. 특히 그러한 광고들은 외국의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나는 가끔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보기위하여 일부러 광고물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광고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흔히들 '병맛'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광고인 줄 알면서도 호탕하게 웃어넘기거나 '좋아요'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신선하다면서 놀랐던 많은 광고들 중의 상당수가 이 책의 저자인 '이제석'씨의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는 사실에, 그리고 그가 그러한 광고의 시초였다(대한민국에서)는 사실에 놀랐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이제석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었다.)

 "사기를 치더라도 좋은 사기를 치고 싶다고 그게 가능할까? 지금 같은 풍토에서?" 라고 되물었다.

 그는 광고판에 소비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없는 것에 실망했다. '일단 팔고 보자'주의로 흐르기 때문에 어떻게든 소비자를 들쑤셔놓는 광고에 염증을 느꼈던 것이다.

(중략)

 회사 사장이든 광고주든 어느 한 사람을 위한 광고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위한,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그런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 (176,177p.)

 책의 시작은 우리가 흔히 아는 뻔한 이야기, 한국에서 천대받는 지방대 출신이 해외에 가서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계명대 출신의 인생 역전극 사례가 유독 많은 건 무슨 이유일까?) 그리고 그는 곧 광고판의 현실에 염증을 느낀다. 지긋지긋한 가난속에서 어렵사리 얻어낸 성공이지만, 그에게 그것은 성공이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가 빠져있었다. 그에게는 '광고로 세상을 바꾸고 말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지위를 버리고 다시 한국으로, 다시 찟어지게 가난한 생활로 돌아온다.

​ 영업력이 생명인 이 바닥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단 한번도 따로 영업 사원을 뽑아 본 적이 없다. 우리에게 최고의 영업사원은 바로 '작품'이다. 좋은 작품을 꾸준히 열심히 만들면 그 작품을 보고 계속해서 새로운 일감이 들어온다.  (190p.)

​ 외국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고 귀국한 사람이니 한국에서의 생활은 시작부터 탄탄대로였을까? 물론 많은 대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는 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으로 자신의 가게를 창업한 그에게는 비참한 현실만이 있을 뿐이었다. 당장 직원을 뽑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대기업들의 횡포에 피해를 본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해냈고, 우리는 상당히 자주 그의 작품을 우리의 주변에서 마주하고 있다.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그의 바람처럼 세상은 조금씩 하지만 눈에 띄게 변해가고 있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다. 그의 이러한 성공사례를 듣고도, 선뜻 나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하지만 그는 정말 꿈을 꾸는 사람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저런 꿈을 꾸어야 한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세상에 흐르는 데로 따라가면, 정말 세상은 바꿀 수 없는 것이 되버리고 만다. 뭐 그리 큰 일인가. 그는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데로 냉큼 저질러버린 것 뿐이다. (자율에 대한 책임은 당연한것이고.)

 사실 나는 광고의 효용성이라거나, 광고가 사람의 마음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겠다. 자주 노출이 될 수록 사람들이 그것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딱히 그랫었나 싶기도 하고. 이 책에 수많은 광고들이 실려있지만, 나는 그의 빛나는 아이디어에 감탄했을 뿐, 그것들에 설득이 되어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한번 더 둘러보고 정의에 불타오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냉소의 시선으로 그것들을 보았다는게 더 맞는 설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사례들에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고, 설득이 되었다고 한다.

 사람은 각자 다르고, 그러니 같은 현상에 대하여 느끼는 바도 다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광고를 소통의 수단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아마 우리 모두는 각자만의 다른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뒤집어 보라!" 한사람의 마음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

​ 광고인 최초로 노벨상 후보에도 한번 올라보고 싶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전 인류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이롭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나는 권력가도 창조자도 아니다.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메시지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대중에게 잘 들릴 수 있도록 통역하는 통역자일 뿐이다. 소통의 중심에 서서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나는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 (3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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