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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12월
평점 :

겉껍질보다 껍질을 벗겨낸 표지의 문구가 더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표사진으로 겉표지를 벗겨낸 표지를 선택했다. "어쩜 그런 기발한 상상을 하냐고들 물어보는데요..."에 대한 대답. "그냥, 무심코 떠오른 생각들이랍니다."
이 책은 표지의 말처럼, 무심코 떠오른 단상들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놓은 책이다. 책소개에 굉장히 기발한 뭔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되어있어서, 기대를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좀 실망감이 없지않다. 굳이 말하자면, 단상이 주가되고, 그림은 곁들여 넣기, 없어도 그다지 상관없는 것, 글과 크게 관련있어보이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뭔가를 기대했다가 푸슈슈 바람이 빠져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작가가 이러한 기록들을 남기게 된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사람마다 익숙한 기록법이 있듯 작가에게는 '스케치'가 익숙했고,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그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그 기록법이 나와는 조금 안맞는 것 뿐이고..
일상에서 기발한 무엇을 발견해내는 창의성을 배울 수는 없었지만, 일상의 단상들을 기록함으로써 짧은 에세이를 쓰고 누군가와 웃음을 나누는 작가의 습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생각이 병적으로 많은 사람으로써,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흘리고 살아가는가. 사실 이 생각에서 나의 강박적 우울증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재치'로 기록하겠다는 생각은 못해봤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그저 울적한 장문의 생각꼬리잡기에 대한 기록만 무수할뿐.

특히 마지막 장, 졸릴때까지 생각한 생각들은 제목만큼이나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었던 장이다. 가벼운 단상을 넘어선, 진지하면서도 발칙한 생각뒤집기.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작가의 발칙함을 만나면서 장점으로 뒤집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의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지만, 유쾌한 만남이었다고 마무리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