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면허 프로젝트 - 드로잉 기초부터 그림일기까지, 삶을 다독이는 자기 치유의 그림 그리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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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쨋든 그림그리기에 한정하여 서술되고 있지만, 굳이 그림이 아니더라도, 음악이나 글쓰기, 사진촬영, 하다못해 종이접기까지 '창작'이라고 말할만한 전 영역의 것들은 대개 우리에게 부담스러운 감정을 준다. 다들 그것들에 대하여 한번쯤은 환상을 품고, 때로는 도전을 위해 돈을 들이지만,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늘상 뒷걸음질치고 만다. 그것들은 우리와는 너무나 먼 세상의 이야기인듯 하고, 아무래도 그러한 '능력'들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 듯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작'이란 으레 정해진 형식이나 답이 없는 것이고, 적어도 어릴적의 우리는 그러한 걱정없이 마음껏 표출하여 주변의 어른들을 당황스럽게 하지 않았던가.

 

 딸이 일곱 살쯤 됐을 때 내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다. 대학에서 사람들에게 그림 그리는 걸 가르친다고 했더니 아이는 날 이상하게 쳐다보며 되물었다. '그럼 그 사람들은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 잊어버렸단 말이야?' -하워드 이케모토  (23p.)

 창작에 대한 부담감은, 어떤 것이든지 잘 해야 한다는 생각과 예술은 타고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착각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단지 핑계를 대며 예술과 마주보기를 거부하고 있었던건 아닐까?

 

 해 보는게 아니라 그냥 해라. '해 본다'는 건 낑낑거리며 애를 써야 하는,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묵인하는 말이지만, '한다'는 건 뭔가 시작하도록 당신 자신에게 허락한다는 의미다.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뭔가 만들어 내는 것 자체란 뜻이다. 나이키에서 말하듯 "Just Do It" 그냥 하자. 결과가 어떨까 재지 말고 흐르게 두는거다.(136p.)

 할 수 없는 이유를 찾는 것은 정말 쉽다. 어쨋든 시중에는 누가봐도 감탄할 만한 작품들과 아이디어들이 가득하고, 그에 비해 나는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나의 첫번째 직선은, 첫 번째 단어는 왜 이렇게 안쓰럽게만 느껴지는지, 그렇게 우리는 '아직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좀 더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해서 시작하면 된다'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아니 도망치기위한 완벽한 핑계를 찾는다. 차라리 '하고싶지 않다'면 문제가 없지만, 하고싶은데 나는 아직 멀었다는 말은 올바른가?

 그것은 꼭 예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는' 많은 것들에 해당한다. 머뭇거리면서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일들. 언젠가는 이룰 것이라며 몇년째 말만하고 있는 이제는 기억에서조차 가물가물해져버린 일들. 우리는 그렇게 잘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작할 만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세상의 모든 경험들은 우리의 인생을 얼마나 더 풍요롭게 해주는가. 일단 시작하고, 조금씩 더 나아지면 된다. 망설이고 있는 것보다 도전할 때, 우리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된다. 어떠한 시작앞에서 머뭇거리며 망설이고만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 스스로가 하고 있는 고민이나 망설임이 얼마나 의미없는 시간이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전공자들의 생각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진정한 예술은 비전공자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여러가지 테크닉이나 기본지식은 확실히 전공자가 낫겠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창작'을 하는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딱딱한 감이 없지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틀렸다, 저것은 옳지 않다. 그러다보면 그들의 작품은 공장에서 찍어낸듯 천편일률적이 된다. 말하자면 '팔리는 작품'이 나온다. 그에 반에 비전공자들은 자유롭고 제멋대로이다. 구도나 배치로 고민하지 않고, 색들 사이의 조화도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제작자의 개성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뭘 머뭇거리고 있는가? 당신은 전문가가 아니다. 누구도 당신의 작품에 기대를 걸거나, 그것을 평가하고 실망하지 않는다. 그냥 한 번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해보라.

 

 완벽한 일기장과 펜, 최적의 시간과 장소를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그런 건 시작을 미루기 위한 핑계거리일 뿐이다.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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