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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력
다카이 노부오 지음, 은미경 옮김 / 명진출판사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최근들어 동생방에 있는, 아직 내가 보지 못한 책들을, 끄집어 읽는 재미를 붙였다. 구입해놓고 아직 안보고 있는 책들도 쌓여있는데 왜? 글쎄다. 최근 몇 차례 책주문을 통해 읽을 책들이 산적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른 서재에 기웃거리며 읽을 책을 또 찾고 있는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아마도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책들은, 읽지도 않았지만, 가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나의 소유가 되었다 라는 인식이 박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또 다른 지식의 소유를 위해 다른 서재를 기웃기웃.
이번에는 동생방에서 <3분력>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딱 보아하니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책이다. 자기계발서 혹은 처세술 서적이라고 분류되는 이런 책들의 공통점은 그닥 내용이 없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책이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 <3분력> 이라는 요 책에서는 모든 것을 3분안에 끝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영업사원이든, 회사 면접을 보러 왔든, 연애를 하든간에 모든 것은 3분안에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와 같이 정보가 흘러 넘치고 바삐 사는 사람들 틈 속에서 내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은 나에게 많은 시간을 할당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므로, 짧은 시간안에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쩜 지금 이렇게 빠르게 사는 시대에 더 빠르게 살 것을 주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시각에서 '3분'을 바라보고 있다.
"3분력이 의미하는 스피드란 경쟁력을 갖춘다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삶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남은 시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쓰라는 것이다. 일처리를 반듯하게 하면, 오히려 시간적인 면에서 여유가 생기고, 인생을 충실하게 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최근 '슬로 푸드'운동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런 사고를 실천하기 위해서도 일에 관해서는 신속함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일에 미치고 나면 늦잠을 자든 게으름을 피우든 상관없다. "(P25)
느리게 살기 위해, 우리는 3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빠르게, 신속하게, 를 외치고, 나의 삶으로 돌아와서는 게으르게, 느리게, 를 외치자는 것이다. 이는 나의 삶에 대한 태도와 비슷하다. 나는 업무를 할 때,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최단기간에 후딱 끝내놓고 나머지 여유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여유시간에 내가 낮잠을 자건, 음악을 듣건, 영화를 보건, 아니면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건 그것은 나의 업무에 대한 신속함 이후에 누릴 수 있는 여유다. 일은 빠르게, 삶은 느리게. 그것이 나의 신조이고, 또한 <3분력>에서 말하는 바이기도 하다.
저자는 3분 안에 나의 영향력을 발휘하기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자신감, 대화의 기술, 들어주기, 말하기, 정보수집하기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고 습관화되었을 때 비로소 3분력이 발휘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어찌보면 매우 어려운 것 같지만 다 뻔하고 뻔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고, 단지 남은 것은 내가 그것을 얼마나 습관화 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바는 우리가 이미 다 어디선가 들었던 내용들이다. 그는 단지 그것을 수집하여 요약하고 정리해서 책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정보가공력. 읽어서 후회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사놓고 두고두고 볼 책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