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 - 달콤한 맛 1318을 위한 청소년 도서관 철학통조림 2
김용규 지음, 이우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도덕을 위한 철학 통조림>은 뻔하디 뻔한 도덕 교과서적인 결론으로 내닫는다. 궁금증으로 시작된 딸의 반격은, 이래서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고,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삶을 포기해서는 안되고, 우리는 지나친 쾌락을 추구하며 인생을 살아서도 안되고, 행복은 결국 내 안에 있다는 아빠의 대답으로 이어진다. 그렇담, 이 책은 학교에서 접하는 도덕 교과서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도덕 교과서는 우리가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를, 도구적 가치보다는 본래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며, 약속은 지켜야하고, 교통법규는 준수해야하며, 부모님께는 효도하고, 어른은 공경해야 한다고 말할 뿐, 결론에 도달하는 중간단계에서의 사고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쾌락적으로 살면 왜 안되는가, 밤을 새우며 벗들과 더불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을 하며 피씨방에서 몇날며칠을 지새우는 것이 왜 나쁜가. 담배를 피우는 건 왜 안되고, 야한동영상을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건 왜 안되는가. 어른들은, 선생님들은, 안된다 안된다고만 말한다. 하지만 왜 안되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건, 그들도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물질적 풍요는 행복을 보장해주는가? 물질적 풍요는 반드시 행복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물질적 풍요 없이 행복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김용규는 이를 피터싱어의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라는 책의, 근 20년간의 미국의  소득증가분과 행복도에 대한 통계자료를 통해 물질적 풍요와 행복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이어 그는 에리히 프롬의 <자기를 찾는 인간>을 통해 우리는 '욕구'와 '욕망'을 구분지어야 하고, '욕구' 그중에서도 생리적 욕구를 채움으로써 만족을 느껴야하지만, 욕망을 채움으로써 쾌락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철학사상 쾌락주의는 비관주의로 흐를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쾌락은 더 큰 쾌락을 불러옴으로써 삶을 망치게 된다고 말한다. 동시에 물질적 풍요를 의미하는 '어플루언스'라는 개념을 통해서 그것이 빚, 근심, 낭비 등의 증상을 동반하게 됨을, 대표적으로 광고에 의해 우리는 조종당하고 쾌락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결론은 도덕교과서와 다를 바 없지만, 그것이 도출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중간중간 사색의 공간을 넓혀놓음으로써, 각자로 하여금 고민하게 한다. 물질적 풍요는 행복을 보장해주는가, 라는 질문에 김용규는 이와 같은 전개를 통해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지만, 우리는 이 책을 손에서 놓은 후 자기만의 사유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사유의 방식과 그 하나의 예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철학은 홀로 하는 것이다. 내 안의 나와 대화를 시도함으로써, 나에게서 벗어나 나를 관찰함으로써, 자기를 깨달아가는데서 철학은 시작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궁금증과 고민은 모두 나에게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대답 또한 나에게서 얻어낼 수 있다. 무엇인가를 의심하고 궁금해한다는 자체로 일단 자기만의 철학은 시작된다. 남은 것은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만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 뿐이다. 이 책이 그 길잡이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 1318 청소년들뿐 아니라 삶을 성찰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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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3-2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어쩌죠? 저희 집 큰 아들녀석은 돈을 조금 중요하게 생각하는터라...^^;;
'... 욕망을 채움으로써 쾌락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 말에 공감합니다!!
중학생인 저희 집 두 아들 녀석에게 필요한 책이지만, 큰 아이는 읽고 싶어하지 않을 듯 합니다.^^;;;
돈보다 마음의 행복을 소중히 생각하게 할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잘 읽고 갑니다.^_*

마늘빵 2007-03-2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큰 아이가 중학생쯤 됐나요? 대부분 다 그렇게 생각해요. 그 나이 애들은. 특히 남자들은 더더욱. 가장 좋은 깨달음의 방법은, 경험하게 하는 것이지만 -_- 위험하겠죠. 책을 좋아한다면 - 대개 돈이 중요하다고 하는 학생들은 책도 잘 안읽는 경향이 - 몇몇 책을 읽어봐도 좋으련만. <자발적 가난> 이나 <무소유> 와 같은 수필이나 아니면 이런 책도 좋고요.

뽀송이 2007-03-26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아주 정확하십니다.^^;;
책은 저의 강압에 못이겨 읽기는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토를 심하게 답니다.^^;;
요즘은 판타지만 읽어대서 또 한바탕 했지요...(__);;
<무소유>는 읽어보더니... 시큰둥하고...
그냥... 이대로 내버려두면 정말 돈밖에 모르는 놈으로 자라겠지요? ^^;;;
아프님^^ 말씀 너무 고마워요.^^*

마늘빵 2007-03-2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든 삶에는 커다란 변화가 다가오기 마련이니까요. 기다려보세요. ^^
저도 중고등학교 때 책 거의 안봤습니다. 책은 좋아했는데 뭘 읽어야 할지 몰라서.

moonnight 2007-03-2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추천 누르고 갑니다. ^^

드팀전 2007-03-27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르네 지라르의 욕구의 삼각형이 생각나네요.매개되는 욕망이라는...
소비주의와 반소비주의는 제가 요즘 관심을 갖는 주제라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물질적 풍요가 빚,근심,낭비로 이어지는지...또 광고에 의해 조종당하는 소비자라는 개념이 매력적이긴 한데 정말 그런지...아주 아주 재미있는 주제입니다.
'광고에 의해 조종받는 소비자'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반대시각도 존재합니다.
제 나름대로 서있는 입장은 있지만 제 생각에 대해 질문을 계속해보는 차원에서 통상적인 금욕,반소비주의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봅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무소유><자발적 가난><반소비주의><생태주의><유기농>등이 또 하나의 상품으로 작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과제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 짧게 언급하면 개인화된 문화적 접근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이 없다는것이 현재로서 제 생각입니다....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바람구두님이나 로쟈님의 페이퍼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
니다.알라딘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늘 즐겁습니다.


마늘빵 2007-03-2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 이런 리뷰에도 추천을. 감사합니다.
드팀전님 / 아 르네 지라르는 어디선가 들어본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한데요, 이 책에서도 '광고에 조종받는 소비자'에 대한 개념이 등장합니다. 소비주의와 반소비주의는 관심갖지 못한 주제였는데, 언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07-03-2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용히 추천 누르고 퍼 갑니다^^
새로운 의견들, 식견들 너무 좋아요~^*^

마늘빵 2007-03-28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청소년 책인데다 리뷰도 새로울 것이라곤 없는데 이렇게 추천을 받으니 당황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07-04-0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청소년책이 더욱 어려운 것 아닐까요? 좀더 이해되기 쉽게 그러면서도
내용은 빈약하지 않게 써야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청소년책 리뷰는 더욱 추천도장을 많이 받아야지요^^

기인 2007-04-0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추천하고 갑니다. 저도 참 잘 읽은 책이었습니다. :) ㅎ
김용규 선생님의 다른 책들도 추천합니다~

마늘빵 2007-04-03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도 이거 보셨군요. ^^ 재밌더라고요. 저도 김용규를 제 저자 목록에 올려놓은지 좀 됐습니다. 집에 사놓고 안본 책도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