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 쓰기 연습 노트 1 - 10대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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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함께 근무하던 공무 이사는 사자성어를 줄줄 꿰고 있었다. 아니, 그 사람은 사자성어의 유래까지 알고 있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질리게 만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잘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정확히는 한자다. 글씨인데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서 한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한자를 너무 내 멋대로 쓴다. 아는 한자도 그렇게 많지 않다. 한자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뜻도 모르고 글자만 아는 한자도 있고, 어떻게 생긴 줄도 모르면서 뜻만 아는 한자도 있다. 4년 전에 느닷없이 한자를 공부해 보겠다며 몇 권의 책을 들여 한자를 그렸다. 그때 쓴 한자들은 기억 속에 남아있지는 않지만 한자를 쓸 때의 힐링을 알고 있다. 정확히는 한자를 그리면서 치유를 받았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다시 선택하게 되었다. 지금 나에게는 치유가 필요하니까.




<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는 말은 꼭 들어맞는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 그것을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비유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많이 쓰는 것 중 하나가 사자성어니까. 어휘력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단어를 알아야겠지만 제일 먼저 그 단어가 숨은 뜻을 알고 있어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책에는 크게 일곱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음, 인생·삶, 친구, 겸손, 학문·공부, 지혜,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차례로 펼치지 않고 아무 곳이나 펼쳐 심호흡을 한 뒤에 그날의 사자성어를 적어내려간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그 사자성어의 유래도 한번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 사자성어를 조금 더 깊이, 또 넓게 알게 되어 재미있는 루틴이 되었다. 무엇보다 내 멋대로 쓰던 한자들을 획수를 봐가며 하나씩 써내려갔는데 이제까지 쓰던 순서와 다르면 또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기분이 들어 색다르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책에는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사자성어들과 몰랐던 사자성어들의 조합으로 되어있어 너무 쉬워서 지루하거나 너무 어려워서 책을 덮고 싶어지지 않게 강약을 적절하게 잘 이루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나 혼자 외출을 했다. 집에 가기 위해 j와 통화를 하던 중 카페에 우산을 놓고 온 것을 기억해냈지만 15분 뒤면 주차료를 정산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어서 갈팡질팡하는 내게 j가 말했다. “소탐대실(小貪大失) 하지 말고 가서 우산 가져와. 주차비보다 우산이 더 비싸.”

아까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 글을 쓰다보니 평소에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사자성어가 많았다.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 사는 동안 알고 싶은 것들을 공부하는 그 시간들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아, 결론적으로 나는 카페에 다시 가서 우산도 가져왔고 나의 빠른(?) 걸은 덕분에 주차비도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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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자존감 수업 - 나를 사랑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 당신에게
너새니얼 브랜든 지음, 이미정 옮김 / 앤의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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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 당신에게’라는 부재로 하루 15분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이 나왔다. 이 책에서 자존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에서보다 좀 더 시야를 넓혀간다. 저자가 제시하는 자존감의 개념은 모든 영역에서 만족스러운 이상적 자아가 아니면 오히려 더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조건부 자존감이 아닌 삶의 결과가 어떻든 자신을 수용하고 통합하는 것이 자존감이었다.



나 역시 나를 증명하려고 애쓰다가 지쳐가는 사람 중 하나로 왜 내가 가진 것으로부터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 것일까에 대해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더 열심히 살아내야 한다고 계속해서 나를 채찍질하며 스펙을 올리려고 노력했던 것들은 단지 불안함에 더해져 나를 한층 업그레이드해줄 무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면 그것은 과연 올바른 자존감의 형태였을까?로부터 시작된 책 읽기였다.



자존감은 자기 유능감과 자기 가치감의 결합으로 자기 존중과 자기 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역경을 헤쳐나가는 자기 능력과 행복해질 권리를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마음에서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는 자존감이 있는 삶이 되도록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챕터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자신을 신뢰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자기 개념, 의식하며 살기, 자기수용,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지기, 자기 아이 껴안기, 자기 책임, 척하지 않는 진실한 삶, 자존감 소통법을 통해 자존감이 있는, 생기는, 높이는 등등의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자존감의 유무 및 높낮이는 부모로부터 배우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이라고 한다. 특히나 가장 마지막에 나온 문장완성법으로 자기수용을 기르라고 말하며 ‘나’를 회피하지 말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라고 한다. 그럼에 따라 책에는 질문이 많은 편이다. 전부 나에 대한 물음으로 타인이 아닌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질문들이었다. 단박에 튀어나오게 하는 질문들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질문들도 많다. 나 역시 몇 가지의 질문에 답을 해보면서 지금의 나는 어떠한 상태인지 조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자존감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생각을 해왔지만, 실제로는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아닌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나의 자존감 유무를 형성하고 높낮이를 결정하는 부분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26. 오만함과 자기과시, 자기 능력, 과대평가를 몇몇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존감이 지나쳐서가 아니라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다. 그렇기에 이 부분에 대해 나는 생각을 곰곰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상태에 대해 점검을 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보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외면해왔다는 점으로 인해 제자리걸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 176. 자기 존재를 책임지며 살아간다.는 말이 정말 와닿았다. 나를 태어나게 한 것은 부모님이지만 살아가야하는 것은 다름아닌 나다. 성향이나 기질 등 어쩔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들에 연연해하지말고 내가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부분들에 할애하면서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싶다.


자신이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기본적인 도전들에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이자, 자신에게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도 물음을 던진다.



책 속 밑줄_


27. 건강한 자존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자기 자신이나 남과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73. 의식하는 삶을 살수록 자신의 정신을 믿고 자기 가치를 존중하게 된다. 자기 정신을 믿고 자기 가치를 존중할수록 의식하는 삶이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자존감을 뒷받침해주는 모든 행동에 이와 같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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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있는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 30대 도시 부부의 전원생활 이야기
김진경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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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서 26년간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생각보다 아파트가 편리하다는 것에 놀랐었다. 그리고 아파트는 공동체 생활이라서 내가 누군가한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타인이 내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는 한두 번에 그쳤고 배려를 해줄 수 없는 상황도 생기면서 아파트가 편리한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 집을 겪으면서 느꼈던 불편함들을 고스란히 모아보았을 때 내가 지금 사는 집은 현재까지는 다행스럽게도 만족도가 높다. 담배 냄새도 나지 않고 층간 소음도 아주 가끔 윗집아저씨(?)가 출장을 다녀오고 집에 있을 때뿐이며, 주차를 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내가 사는 집에 국한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파트 카페에는 끊임없이 담배 냄새와 층간 소음으로 민원글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어떤 동의 주민은 주차장을 차지하기 위해 새삼스럽게 부끄러운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추정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또 앞 베란다에 세탁기를 설치했는지 소음과 진동이 난다는 집도 있고. 그에 비해 내가 사는 집은 어떤 것도 비껴가고 있어서 크게 불편함을 느낄 부분이 없다.

하지만 나 역시도 그것들 중 어떤 부분이라도 피해를 입게 된다면 이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j에게 강력하게 말했고 그도 역시 동의를 했다. 나만 잘 하면 되는 것은 운전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는 개인주의가 만연해있다고 하는데 개인주의가 아니라 이 정도면 이기주의다. 우리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별해야 한다.



어쨌든 나는 주택에 대한 로망은 없지만, 주택을 살게 된다면 좋은 점 한 가지는, 내가 원하는 대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집이 크든 작든 동선을 고려해서 내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을 만드는 것. 내 집을 설계한다는 것은 오랜 내 소망 중 하나였다. 그래서 저자의 남편이 고민했던 작고 세심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나는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누군가가 결정을 해주는 것이 더 편하겠다는 것도!



책에는 집을 짓는 과정을 세세하게 그려내지는 않았지만 그걸 지켜보는 마음이 어떤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 집을 짓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보다가 나 역시도 집이 지어지는 순간까지 설렘보다는 얼마나 걱정근심을 끌어안고 살까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전에 경주에 여행을 갔을 때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시골이라 그런지 텃세가 정말 심하다는 얘기를 하셔서 아무래도 주택도 그렇겠지? 싶은 마음도 들어서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면서 읽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저자는 그런 텃세를 피해 갈 수 있었는데 외지인이 유입되는 곳에 집을 짓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시간차를 두고 빠르고 느리게 집을 짓고 들어온 사람들이라 오히려 서로 배려를 하면서 지낼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옆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 질 수 없지! 나도 오늘 저녁은 고기야! 라는 부분에서 웃어버렸는데, 나 역시 아파트에 살면서도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주로 j씨가... 하하하


그리고 더 놀라웠던 건 외부 마감을 노출 콘크리트로 하는 경우는 많이 봐왔는데 종종 카페를 가면 내부 마감은 따로 하지 않고 노출 콘크리트를 매력으로 둔 곳도 많기는 하지만 내부 마감도 노출 콘크리트로 한 주택은 생각도 못 해봤다. 며칠 전 이번 여름, 습기로 인해 벽지가 우글우글한 모습들을 보면서 j는 도배를 할걸 그랬어...라고 후회가 가득 섞인 말을 했지만, 나는 도배를 했어도 우글우글한 건 똑같을 텐데... 라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래서 내부 마감도 노출 콘크리트로 했다고 했을 때 오! 그럼 도배랑 천장이 우글우글한 못생긴 모습을 보지 않아도 좋겠네! 싶었는데, 집을 본 다른 사람들은 그걸 분진을 핑계로 오지랖을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난 본인이 사는 집을 짓는 사람이라면 본인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보고 알아서 했을 텐데 참 할일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지가 살 것도 아니고 지보고 살라는 것도 아닌데...



책에는 우리 집은 이렇고 저렇고 그렇습니다! 라는 자랑 섞인 말들 대신에 그 집을 짓고 어떻게 녹아들어가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불편한데 어떻게 대체해서 지내고 있는지 등에 대한 변화가 생긴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은 책이기도 하다. 나도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주택에서 살고 싶은 날이 오려나하고 읽고 있는데 작물을 기른다는 것에는 크게 동요해서 3% 정도 기울었다. 집에 있는 내 상추들은 텃밭 화분이 너무 작아 보인단 말이야? 실눈을 뜨면서.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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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안녕이 기준이 될 때 - 멍든 대한민국의 안전 재설계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6
권오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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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안전관리자다. 아니 안전관리자였다. 앞으로 안전관리자로 일을 하고 싶은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는 출근해서 작업 전 신규자가 몇 명인지 파악하고 아침체조를 하고 TBM에 참석하고 신규교육을 하고 패트롤 현장점검을 텀을 두고 두 번 정도 돌고 그날의 서류를 꾸미고 금주에 해야 할 것들을 정리를 해두고 나면 오전이 금세 간다. 오후에도 별반 다르지 않게 패트롤 현장점검을 수시로 나가고 서류를 꾸몄다. 그 와중에도 공사팀과의 마찰은 너무 불가피했다. 피할 수가 없으면 즐겨야 하는데 책임이라는 것이 주어진 순간부터는 마냥 피할 수가 없어서 맞부딪히는 편을 택했더니 나는 “어차피 소규모 현장이고 융통성 있게 넘어갈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일어나지도 않을 사고 때문에 유난을 떨고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없어졌다. 내가 하는 업무가 이게 맞나.

나는 그것보다 상위의 업무를 원했다.

위험성평가를 그저 법적 서류로 꾸며놔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회의 따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정회의를 하면서 찍은 사진을 관리감독자교육을 꾸며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장비가 들어왔다가 나간 뒤에 받아야 하는 건설기계 작업계획서가 아니라

건진법이 아닌 산안법의 서류만 완벽하게 해두겠다 말했을 때 “그러면 하는 일이 뭐냐.” 따위의 질문을 받는 게 아니라

등등등의 보여주기식 안전이 아니라 진짜 안전을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나도 성장하고 기업에도 도움이 되고 근로자들의 안위도 함께 챙기는 그런 안전관리자가 되고 싶었다.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2021년 7월 1일 기준 건축공사 100억 원 이상이면 법적으로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했고,

2022년 7월 1일 기준 건축공사 60억 원 이상이면 법적으로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했으며,

2023년 7월 1일 기준 건축공사 50억 원 이상이면 법적으로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

나는 그 덕에 안전관리자라는 직업을 얻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사업주들이 그렇듯 선임을 하지 않았을 때의 과태료를 비껴가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안전관리자를 선임하는 현장도 꽤 되었고

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았을 시절에 공사, 공무, 안전, 품질을 다 했던 이들로부터 안전만 한다는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안전관리자로 시작한 첫 현장에서 이사님이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셔서 나는 자유롭게 역량을 펼칠 수가 있었다.

이후에 들어간 현장에서는 단지 노동부 선임의 이유로만 채용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나는 주체할 수 없이 무너지고 흔들렸다.

<당신의 안녕이 기준이 될 때>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바라는 바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껏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일을 하면서 ‘당신의 안녕’을 기준으로 일해왔다. 아침체조가 끝나고 안전구호를 외치기 전 내가 빼놓지 않고 한 말은 “오늘도 안녕하세요!”였다. 누군가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안전은 잘해도 본전이다. 그 말이 맞았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끝끝내 외면하고 싶었다. 그걸 인정해버리면 남몰래 가진 내 목표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만 같아서.

올해에 들어 안전관리자를 왜 선임해야 하냐고 물은 적이 두 번 있다. 모두 안전보건총괄책임자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내게 말했다.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 정말 그 말이 맞을까? 안전관리자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까?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나의 포지션은 재해로부터 현장 내의 모든 근로자들을 멀찍이 떨어뜨려놓는 사람이고 싶었다.

하지만 내 대답은 달랐다.

안전관리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한 서류들을 공고하게 다져놓음으로써 고용노동부 등의 점검으로부터 과태료를 적게 맞으면서 혹시라도 중대재해가 일어났을 때 면피용 서류로 저를 포함한 특히 안전보건총괄책임자까지도 지켜야 하는 사람입니다.”

안전관리자의 쓸모, 이게 현실이다.

책에는 내가 그동안 공부할 때와 실무로 있으면서 몇백 번씩 자주 들여다본 법령들과 하인리히 법칙 등이 실려있었다. 나는 눈에 익으니 익숙하게 넘기기는 했지만 법령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읽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건 과연 누구를 위한 책인걸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한국은 경제발전이 너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게 되었다. 안전모를 쓰지 않고 H빔을 뛰어넘어 다니면서 일을 해도 다치지 않는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생각 외로 정말 자주 본다. 상흔을 보고 이게 무어냐고 물어보면 업무 중 다친 것이라고 꽤 자랑스럽게 말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예전에 안전모 안 쓰고 다녔다는 말에 그럼 그때 임금 받으시라고 맞받아치기도 하고, 전에는 안전대 착용 안 했다는 말에는 그럼 지금 자동차 끌지 말고 가마타고 다니시라 말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그게 법이든 사람이든. 하지만 어떤 것이나 다 그렇듯 한번에 갑작스럽게 변화하기란 어렵다. 너무나도 당연하다. 한국은 현재 과도기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사업주의 책임에 대해 힘을 주어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은 한쪽으로 치우쳐져야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평등관계에 놓여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사업주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 별동부대라고 불리는 안전관리자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안전관리자도 벌금형인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까닭은 업무태만이라는 것이다. 현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는 내 포지션에서 촉각을 곤두세워 좀 더 타이트하게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타자들은 유난이라고 멸시한다.

하지만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총괄책임자도 수사를 받을 테고,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나는 안전관리자로부터 지도 조언을 받은 게 없다. 라고 해버리는 순간 안전관리자의 기록이 없다면 그 안전관리자는 업무 태반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기록을 남겨놔야 하는데 그 기록을 어떻게 남겨놓느냐 하는 것은 안전관리자들에 있어서 굉장히 고민되는 부분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일일안전일지에 써두기도 했고 하루에 몇십 장씩의 사진들을 그러모아 사진대지를 만들어놓기도 했는데 양이 방대해 결재자인 현장대리인이 꼼꼼하게 다 읽어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몰랐지만 어떤 이는 현장대리인이 크게 노하며 그 부분은 삭제 후 다시 가져오라고 한다는 말도 들었다. 어쨌든 애로사항인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 꾸준히 방법을 강구해봐야하겠다.

그리고 근로자. 나는 대체로 근로자들의 편이다. 하지만 안전의식이 미흡한 근로자들은 퇴출밖에 방법이 없으나 중소규모의 현장의 경우 (때때로 대규모 현장에서도) 퇴출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공사팀과 현장대리인이 그걸 막고 서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을 내보내면 공사가 더디다.가 그 이유다.




교육을 안 했냐고?

이번 한 번뿐이냐고?

패트롤 점검 돌면서 얘기 안 해줬냐고?

안전모나 안전대 등 개인보호구 지급 안 했냐고?

소화기나 불티방지망이 없냐고?

아쉽게도 전부 아니다.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정확히는 위험불감증이다. 불감하다는 것은 느끼지 못한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안전이 아닌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현주소다. 신규채용교육, 공정에 따라서는 특별교육, 정기교육, 수시교육을 진행했고 개인보호구 지급도 전부 해주었으며 패트롤 점검 돌면서 몇 번씩이나 말하고 몇 분 후 다시 오면 마찬가지의 상황이 되돌이표가 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비단 근로자들을 처벌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 책임 외에도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이 미흡하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고 그것에 대한 다른 대안법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또 가장 크게는 관리감독자 역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관리감독자는 대부분 공사 팀원을 일컫고 직접적으로 현장을 총괄하고 지휘하는 역할은 그들인데 그들에게는 책임이라는 것이 없다보니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안전보건총괄책임자(현장대리인)의 역량으로 달라질 수 있지만 대부분은 회사의 이윤 때문에라도 공사가 먼저일 수밖에 없다. 안전은 사업주만의 책임을 강화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그 현장에 있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안전관리자, 관리감독자, 근로자 각자의 책임과 안전의식 속에서 비로소 바로 설 수 있고 지켜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가장 최근에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공사비로 돌리자는 말이 나왔다. 안전을 하려니 돈이 없다. 라고들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공사 금액에서 요율로 따지는 것이다 보니 정말 많이 써야 하는 현장에는 부족하고 덜 써도 되는 현장에는 남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보니 이런 식의 돌려막기를 안전관리자에게 종용한다.

이런저런 일이 많이 겹치면서 자기 계발과 에세이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책들이 말하는 것은 하나로 통합되었다.

적을 만들지 말고 적당히 타협해라.

처음에는 다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데 왜 나는 그러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자책감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안 되는 것을.

실제로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지금의 안전관리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채로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나처럼 목소리를 내는 순간,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들어야하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수혜를 보는 것이 안전관리자라면 피해를 입는 쪽도 안전관리자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것이 안전관리자라면 안전관리자라는 직업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 안전관리자는 재해가 일어났을 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방패막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내 자리를 온전하게 지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기에 나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계획한다. 올바르지 못한 사회에서 내 신념을 지켜간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미처 모르고 덤벼들었다. 어쩐지 긴 휴지기가 될 것 같다.

오늘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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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Job
문현호 지음 / 더로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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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곳곳에 너무 자주 보여서 읽는 데에 방해가 많이 되었다. 혹시라도 개정판이 나올 예정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수정이 됐으면 좋겠다.




7월은 특히나 일에 대해, 직업에 대해, 업무에 대해 생각이 많은 시기였다. 사람 마음이 다 같을 수는 없고 또 다 내 마음 같을 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무엇을 기대하는가.라고 생각하면서 결국 나는 내 직업에 대해, 내 업무에 대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선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때 진로 취업 컨설턴트로 30년 이상 인사 채용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의 책 <happy job>을 읽었다.



나는 언제나 지원자의 입장이었는데, 처음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가 원하는 사람에 대해서.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한 팀장님이 경력자보다 신입사원이 편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경력자는 기존에 본인이 구축해놓은 시스템이 있다보니 회사에 본인을 맞추지 않고 회사가 본인에게 맞춰주기를 바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요? 하면서 하하하 웃어넘겼는데, 지금 보니 내가 그런 꼴이 되어버렸다. 업무에 대해서는 완벽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마는 성실하게, 또 최선을 다해 해왔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물론 마찰도 있었지만 원활하게 진행했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나만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공무 이사가 “직원이 너무 똑똑하면 안 된다.”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업무를 보조로 할 사람에 대해 “집에서 놀고 있는 아줌마도 할 수 있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보조로 정말 이 업계에서 한 번도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들어왔는데 뭐 하나를 물어볼 때마다 “내가 하라는 것만 하면 된다.”라는 식으로 일축해버렸다. 그러다보니 그 직원은 본인에게 주어진 일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 몰라서 힘들다는 하소연을 한 적이 있는데 두어 달이 되니 이제 좀 눈에 익는다고 말하면서 그때 본인이 했던 업무들을 재정비하기에 나섰다. 그래서 신입사원을 채용해서 회사에 맞춤형 인간을 만들어놓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대해 이번에야말로 크게 동의하게 되었다. 그래, 회사 입장에서는 그게 편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




59. 단체에서의 본인 역할을 지정하고, 역할의 담당 업무와 실제로 진행된 과정들 주에 상황별로 갈등 상황, 설득 상황, 관리 상황 등에 대한 과정은 자소서에 녹여내면서 성공의 나열보다는 실패의 원인분석과 향후 개선방안에 주안점을 주는 것이 전달력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결국 회사는 이윤을 목표로 하는 것이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기에 결국 협력을 통해 목표까지 정진해야 하는데 그 상황에서 성공은 목표에 도달했다는 점일 테고 그 성공 속에는 수많은 실패와 갈등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들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다.

나는 자소서를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자소서를 제대로 준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실패담, 그의 원인과 개선방안까지.




크게 숨을 쉬자. 천천히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신발끈을 묶자.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질문하고 질문하고 또 질문해서 그 답을 찾아내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준비하자.

69. 자격증을 취득했으니 그 직무에 지원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직무에 관심이 생겼고, 내가 그 직무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 직무에 필수인 해당 자격증을 취득한다는 것으로 명확하게 자격증 취득의 순서는 바뀌어야 하는 것처럼 준비해 나가다보면 결국 내가 그 직무에 맞는지 아닌지도 조금은 명료해질지 모른다.






나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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