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가족 내집마련 표류기 - 소박한 관사에서 평생 살 내 집까지 직업군인의 찐 드림하우스 정복기
노영호 지음 / 예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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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육군본부 및 국방부에서 군인 주거정책의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는 육군 수도군단의 주거지원과장으로 있는 저자는 전국에 있는 군관사에 대해 책의 1/2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나 역시도 이제까지 네 군데의 관사에 살았고 현재도 거주 중이기에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몇 년 전에 친구가 “너는 좋겠다. 집 걱정 안 해도 되어서.”라고 말했을 때 나는 애로사항이 아주 많은 15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할 수 없었다. 또 나는 이사를 할 때마다 집 걱정을 안 한 적이 없었다. 우리가 이사를 갈 때는 항상 인사발령으로 인해 관사 포화상태로 대기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늘 한 달 이상은 떨어져 살아야만 했는데, 그때마다 전전긍긍해하던 우리 둘의 모습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이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친구에게 나는 “나는 차라리 우리가 이사를 안 다니면 여기에 집을 사서 편하게 있을 거야.”라고 대꾸하곤 했다. 하지만 관사에 살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분명 있었던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 관사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집을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 많이 있었다. 연금이 나오니까 노후는 해결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대부분 그런 건 아니지만 주변에는 우선적으로 집이 보장이 되니 돈이 딴 데로 새는 경우도 많았다. 차, 식생활비 등등. 이유야 어떻든 그중 가장 큰 문제는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주거지가 결정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집을 언제라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안일했다고 말하지만, 누가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으랴.

또 한 가지 장애물은, 자가를 보유하고 있다면 관사를 얻을 수 없는 조건이 있다. 책에는 규정이 변화되어서 집이 있더라도 임대를 줘서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에는 군인관사가 제공이 가능하다고 쓰여있지만 전군이 통합된 규정이 아닌 걸까? 우리와 같은 경우에는 거주해야 하는 해당 지역에 자가를 보유하고 있다면 여전히 관사를 얻을 수 없다. 그래서 6개월마다 한 번씩 세목별 과세 증명서라는 것을 통해 우리는 이곳에 자가가 없으므로 관사에 계속 살 수 있음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가장 최근에 세목별 과세 증명서는 세 달 전에 요구를 하여 제출한 상태다.)

또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하는 환경 탓에 어느 한 지역에 집을 매매해두는 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현재 base로 언젠가 돌아가겠지라고 생각하여 집 구매를 미리 해두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저 집에서 언제 살아볼 줄 알고, 언제까지 살 줄 알고 집을 ‘벌써’ 구매해야 하지? 하는 입장들의 목소리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멀면서도 가까운 미래를 위해 집 구매에 대해 서두르지는 않아도 차근차근 계획은 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3. 책에서는 군인이 집을 매매할 수 있는 방법을 세 가지 알려준다.


ⅰ 군인공제회 공급(분양)

ⅱ 군인 특별공급

ⅲ 일반 분양

책에 의하면

군인공제회 공급의 경우에는 30대 초중반, 결혼 후 자녀가 2명 이상이면 확률이 꽤 올라간다고 하고

군인 특별공급의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가 있으므로 그 지역에 평생 살 것이 아니라면 약간의 위험부담이 있어야 하며

일반분양은 우리가 아는 그 일반분양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런 방법이 있대,라고 말을 하니 그는 벌써 알고 있던 부분이었다. 청약을 탐탁지 않아 하는 우리와는 해당사항이 없어서 써먹지 않았지만 군인으로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점이 있기 때문에 해당이 된다면 놓치지 않고 혜택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j가 다 읽으면 나는 커뮤니티에 이 책을 나눔 할 예정이다. 더 많은 군 가족들이 보고 미래를 준비했으면 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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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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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뜬금없이, 별자리를 묻는 걸까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답은 책을 다 읽고 나의 공간들을 둘러봐야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2019년 4월에 책을 구매하고 이 책을 두어 번 정도 읽으려고 했었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를 했다. 책이 어려운 건 아니었는데 마의 구간이 있었다. 타인을 기른 공간을 엿본다는 사실은 즐거웠지만 연속되는 공간들을 계속해서 보고 있자니 지루하기도 했었다. 그런 생각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나의 목표는 완독이었기에 꾸준히 읽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았다. 전에 읽을 때는 저자의 공간들을 ‘보기만’ 했다면, 이번에 읽을 때는 저자의 공간에 내 공간도 ‘겹쳐’ 읽게 된다는 점이 달랐다.

87.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기억들이 나를 먹고살게 한다.

여전히 저자는 골목길을 예찬하고 있고, 나 역시 골목길에 대한 추억들을 몽글몽글 떠올리기에 바빴다. 저자의 골목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그곳에 내가 아는, 내게 익숙한 골목길을 그리고 있자니 신기하게도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과 그때의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때는 저녁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소변을 눈 나에게 팬티를 입히며 “좀 더 놀고 와~”라고 했던 기억. 그래서 모기차를 쫓아다니기 여념이 없었던 순간들과 다른 언니오빠친구들은 담을 넘을 때 겁쟁이인 나는 담을 넘지 못해 1분이면 갈 거리를 5분 만에 당도하니 아무도 없었다는 서글픈 이야기까지. 선연한 추억들이 어렸던 나와 함께 떠올랐다.

당신의 지하철은 몇 호선입니까?

내 지하철은 1호선이다. 대전 1호선. 아, 대전엔 1호선밖에 없지. 하하하. 2006년에 개통된 대전 지하철은 시승식을 했었고 우리는 와르르 몰려나가 그 시승식에 합류했다. 와, 지하철이 이런 거구나. 하며 우리는 대전이 엄청난 발전을 하는듯한 착각에 행복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럴까, 아니면 나만의 문제일까. 나에게는 환승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늘 힘들다. 그런 내게 j는 말하곤 한다. “너한테는 1호선, 그리고 출구 4개인 지하철이 딱 어울려.”라고.

119.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가장 많은 삶을 빚는 공간이다. 그곳이 좋아야 그 사람의 삶의 질도 좋아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 있는 자리가 나를 만들어준다.는 당연하지만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최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단연 발코니이다. 그래서 언젠가 이 집에서 떠나야 할 날이 온다면 지금의 발코니를 가장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꾸만 애착을 넘어 집착이 생긴다. 언젠가 떠나야 하는 곳이라면 좀 더 뭉개고 있어보자. 하는 심산이랄까. 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발코니에서 엄마 코알라에게 부비적거리는 아기 코알라 심정으로 양껏 빛을 받으며 책이나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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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인생 수업 -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당신에게
성지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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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내 인생의 책’을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내게 미끼를 던졌을 뿐이지만, 그것을 물까 말까 고민하다가 물어버린 것은 나였다. 힘들 때마다 떠올렸던 그 책, 아. 그런 걸 두고 ‘인생 책’이라고 하는 거구나. 새삼 느꼈다. 그래서 그 책을 올해 언젠가 다시 손에 들기로 결심했다. 결심까지 해야 하는 것은, 그 책을 읽는 것이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급박하면서 종래는 얼마나 허탈한지. 나의 감정선을 정돈할 수 있을 때에 천천히 긴 호흡으로 읽고 싶으니까.



나는 이제야 오롯하게 30대 후반이 되었고, 곧(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 부분이 있지만)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두려움이 없다. 다만, 내가 그 나이를 먹어서도 인간이 되지 못할까봐 그게 조금 두렵다. 나이만큼 늙지 못하고 어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주책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나이만큼 늙어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까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젊은 감성들이 빼곡한 책에서 잠시 벗어나 잔잔하고 고즈넉한 마음을 품게 하는 그런 책을 2022년의 마지막과 2023년의 첫 책으로 꼽았다.



사설이 길었다. <어른의 인생 수업>에는 챕터마다 책들을 소개하면서 그 책을 읽었을 때의 당시 저자의 생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타자들에게 건네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말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는데 읽다 보면 저자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다는 착각을 일게 하는 것은 고민과 불안의 지점을 알 수 있게끔 챕터마다 중복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2022년의 내 인생도 입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2022년의 끝인 12월에 나는 방황을 했다. 지금은 또 해가 달라졌다고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다. 편안해졌달까. 이거든 저거든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래서 사람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나보다. 일할 준비, 쉴 준비, 과거를 청산할 준비, 현재를 즐길 준비, 미래를 위한 준비 등등 우리는 수없이 많은 준비들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늘 불안과 염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가 끝을 알 수 없는 일시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이런 말을 굉장히 싫어하는 부류에 속한다. 내가 힘들어 죽겠다는데 그걸 위로한답시고 거기에는 의미가 있을 거라든지, 뜻이 있을 거라든지, 결국은 그 일로 더 단단해졌다든지 하는 말은 아직도 벽을 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 뒤에 있었다. 크고 작은 피할 수 없는 시련들은 우리에게 너무 많이 주어지고 (물론 피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걸 맞닥뜨리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물음으로써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 태도를 결정하게 되는 계기가 어떤 것이든 ‘내’가 결정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 결정을 믿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결정이 옳은 것이든 틀린 것이든 그건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인생은 원래 수정테이프로 덕지덕지 그어야 제맛이니까.



크라슈나무르티에 따르면 어떤 것을 즉각적으로 대면할 때, 마음이 완전히 현재에 살 수 있을 때 두려움은 없다.고 하는데 나의 마음은 현재보다 미래에 가 있는 경우가 1:9 혹은 2:8로 훨씬 압도적이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두려움에 떨면서 살고 있으니 현재는 없나 하고 생각할 수는 있는데 또 그 현재에도 나는 열심히 즐기고 싶어 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니 모든 것이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지. 다만, 그 미래에 도달했을 때 ‘그건 그렇게 신경 쓸 게 아니었어. 으휴. 시간 낭비였지 뭐야!’라고 나를 꾸짖을 때가 많다.


러셀은 자기 자신에게 과도하게 몰입한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며 외부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외부에 대한 관심이 ‘나’를 활동하게 하고 권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는 말이었다. 나에게 몰두하는 상황에 대해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외부로 시선을 돌리니 훨씬 마음이 이전보다 편해진 것을 깨달았다(지칠 때까지 나에 몰두를 하면 답을 찾거나 포기를 할 줄 알았는데 나의 경우에는 둘 다 안 됐다). 모든 것이 과유불급이지. 그래서 요즘의 나는 바깥에 나돌아다닌다. 이러다가 또 귀찮으면 집에 콕 박혀있기도 하고.


삶이란 부단히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도 괜찮겠다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던 연금술사에서처럼 나의 삶을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지금을 또 살아내고 살아가며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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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발밑에는 피렌체보다 화려한 부여가 있다
최경원 외 지음, 홍경수 엮음 / 북카라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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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에게 부여는 두 가지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몇 살인지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리 가족과 이모네 가족이 더해져 두 식구가 부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아주 뜨-거운 여름날, 연꽃을 보러. 그곳이 부여라는 것만 알지, 정확히 어디인지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도 부여서동연꽃축제로 활기가 넘치는 궁남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때의 뜨거웠던 기억 때문에 나는 연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연꽃이 도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그리고 또 하나, 2018년. 지금으로부터 4년 전에 부여와 공주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내 고향은 대전이지만 친가가 공주에 있어 자주 다녔기에 시골의 주는 안락함에 이질감은 전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친숙했지만 j는 어떨까 싶었다. 정말 밭과 들이 있는 시골을 나의 외갓집인 충북 옥천군을 들어가서야 “아, 정말 시골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그이니까. 다녀와서 우리에게 부여와 공주 여행은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자리매김했고, 우리는 언제 갈 수 있을까 하며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다.


충청도 음식을 슴슴하다 혹은 맹맛이다 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더러 만난 적이 있는데 오히려 다른 지역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을 한 적이 있는 대전 태생의 나는 그 까닭이 간이 세지 않아서 그런 걸까 사뭇 궁금해졌다. 실제로 부여/공주 여행에서 우리는 너무 잘 먹고 왔다며 공주의 공산성을 거닐며 “백제 사람들은 오늘 저녁은 뭐 먹지?” 하다가 활에 맞았을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했는데 말이다.




2.

경상도를 벗어나게 되면 부여와 공주에 여행을 꼭 다시 가보리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당신의 발밑에는 피렌체보다 화려한 부여가 있다>라는 책을 보고 끌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읽으면서 처음에는 역사책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다섯 명의 작가가 부여를 만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 챕터마다(작가마다)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백제의 수도 중 가장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라는 부여의 가장 큰 특징은 라는 점이었다. 높은 건물도 없고 산도 없기 때문에 하늘을 보면 막힘이 없다는 것이 그 까닭이었다. 부여에 가서 하늘을 보게 되면, 큰- 하늘을 실감할 수 있을까.



부여에 열기구는 이전부터 있었을 법한데, 왜 지금에야 알게 됐을까. 그때 알았다면 아마 가서 구경이라도 했을 텐데. 나는 열기구를(타고 싶은 건 아니고) 보고 싶어 터키 카파도키아를 가보고 싶다고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열기구를 보기 위해서라니? 하지만 아마 j의 신분으로는 평생 갈 수 없는 곳일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에 대구에서 하는 풍등축제를 기다려왔는데 예매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통에 다음 해에는 멀리서 구경이라도 해야지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다음 해에는 코로나로 인해 풍등축제가 취소되어 이곳에 거주하는 동안은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안 맞아서야 원. 기다려라, 부여 열기구...




3.

책을 읽으면서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장이라도 부여를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부소산성에 가서 낙화암에서 떨어진 삼천궁녀들의 한을 기리고 싶기도 했고, 5일장이 열리는 부여읍의 전통시장을 가서 우와 하며 눈 반짝거리며 구경하고 싶기도 했고, 돌담길이 예쁘다는 반교리의 금반향을 가서 커피 한 잔 나긋한 마음으로 마시고 싶기도 했다. 롯데리조트에 묵는 것도 좋겠지만 흙의 향이 느껴지는 수리재 펜션에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으며 궁남지에 가서 이전에 들었던 생각인 ‘부여는 너무 더운 도시’라는 오해를 벗기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의 부여는 너무 추웠기 때문에 지금은 ‘부여는 너무 추운 도시’라고 각인되어 있으니 아마 합의점을 잘 찾아봐야겠다. 하하. 아! 무엇보다도 나는 백제향에 가서 팥앙금이 들어있는 연꽃빵을 나는 못 먹겠지만 팥앙금이 들어간 빵을 좋아하시는 양가 아버지들께 한 박스씩 보내드리고 싶다. 방부제를 넣지 않아 유통기한이 짧으니 많이 드시라고 한 마디씩 곁들이면서.



무엇보다도 당시에 우리가 갔을 때는 몇 없었던 규암면에 이것저것 생긴 것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부여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곳이라고 한다. 그것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워지며 규암면에 가서 느긋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한 바퀴를 빙ㅡ 둘러보면서 4년 전에 다녀왔던 책방 세간을 다시 가서 책을 한 권 사오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오고 싶다. 규암면에서 들썩이는 엉덩이를 칠렐레팔렐레하고 다녀도 좋겠다.


하지만 규암면에서는 임대 5년 약정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2-3년 후 임대료를 올리려는 임대인도 있다고 한다. 인심이 팍팍해진 현실에 저항하기는 힘들지만 그로 인해 규암면에 있는 사람들의 거취를 불분명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천천히, 느긋하고 여유롭게 부여의 매력을 알 수 있었던 책이었고, 여행 시에 참고해도 좋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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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 - 회사 밖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가희 지음 / 찌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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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퇴사를 했다. 퇴사를 한 건지, 퇴사를 당한 건지 아직까지도 좀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백수가 되었다. 11개월 동안 내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그렇게 외쳐댔지만 정말 소원대로 시간이 남아돌게 되었다. 일을 할 때는 1분 1초가 아쉬워 일을 하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며 발을 동동 굴렀는데 지금은 그러한 시간들을 느긋하게 즐기기도 하고 흥청망청 낭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 상태는 <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의 책 제목과 꼭 맞아떨어졌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너는 뭐라도 할 거야.”라고 말하며 웃지만, 정작 내면에는 불안감으로 가득하다. 지금을 즐겨야지!라고 겉으로는 호탕한 척 웃어도 불안은 늘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불안한 것만은 아니다. 자유로우니 내가 원하는 만큼 잠도 잘 수 있고, 평일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자유롭게 하면서 지금을 만끽하고 있다. 인간의 양면을 보는 것 같은 요즘의 내 모습이다. 불안은 자유의 대가라는데, 어쩔 수 없지.






<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는 대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부제 역시 ‘회사 밖에서 일하고 있습니다’가 된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다름 아닌 ‘성공’ - 성공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다짐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저자에게 성공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 돈을 많이 버는? 즐거워하는? 명성을 얻는? 하지만 인생은 너무나도 괴팍해서 내가 원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물론 소수의 그런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논외로 한다.



나는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지 않는다. 유튜버의 지식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라는 인간이 영상에 취약하여 영상을 본다는 것은 내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번씩 유튜브를 들어가서 듣고 싶은 음악을 검색해서 듣거나 티파니 허리운동 정도..를 검색한다.


주변에 누군가는 유튜버를 응원하며 구독하기도 한다는데, 아직 나한테는 너무나도 먼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먹방...은 정말이지, 나와는 거리가 멀다. 전에 밥을 혼자 먹기 싫어서 먹방을 본 적이 있는데 상대가 쩝쩝거리고 먹는 것을 보고 있으니 밥맛이 떨어져서 먹던 밥도 버린 적도 있다. 꼭 쩝쩝거려야만, 많이 먹어야만 맛있게 먹는 게 아닐 텐데 변질된 건 아닌가 우려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오글거림은 내 몫이 될 때도 더러 있다. 그래서 을 하지 않고 자막으로 나오는 영상을 좋아한다.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유튜버는 할 직업이 못된다. 볼 사람이 없을 테니까...



그래서 남들이 유튜버에 대한 꿈을 실천할 때 나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구경만 했다. 물론 창의력이 없는 것도 한몫하기도 하고 불확실한 것을 믿지 않는 성격은 8할이다. 저자는 그런 나와 별개로 유튜브 시장에 책을 매개로 나섰다. 책을 좋아하니까 시작할 수 있었을 일이었을 텐데... 좋아하는 콘텐츠로 돈을 버는 일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또 한 번 간접적으로 느낀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에서도 그랬고, 주변에 크고 작은 본인의 사업을 하는 지인들을 봐도 그랬다. 안타까운 일이다.




책에는 유튜브의 지분이 생각보다 크고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아 읽기가 버거웠는데 일부분은 ‘유튜브 구독자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부제를 붙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튜브 지분이 너무 많다 보니 결국은 이 책은 유튜브를 홍보하기 위함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는데 어차피 본인 이야기인데 뭐 어때?라는 생각도 올라왔다. 그러면서 성공, 1등에 대한 단어가 많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나. 그 많은 콘텐츠들에서 볼쏙 위로 올라와야 할 테니까... 책의 뒷부분에 이르러서는 주제가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수선했지만 가볍게 읽기에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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