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있는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 30대 도시 부부의 전원생활 이야기
김진경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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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서 26년간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생각보다 아파트가 편리하다는 것에 놀랐었다. 그리고 아파트는 공동체 생활이라서 내가 누군가한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타인이 내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는 한두 번에 그쳤고 배려를 해줄 수 없는 상황도 생기면서 아파트가 편리한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 집을 겪으면서 느꼈던 불편함들을 고스란히 모아보았을 때 내가 지금 사는 집은 현재까지는 다행스럽게도 만족도가 높다. 담배 냄새도 나지 않고 층간 소음도 아주 가끔 윗집아저씨(?)가 출장을 다녀오고 집에 있을 때뿐이며, 주차를 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내가 사는 집에 국한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파트 카페에는 끊임없이 담배 냄새와 층간 소음으로 민원글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어떤 동의 주민은 주차장을 차지하기 위해 새삼스럽게 부끄러운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추정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또 앞 베란다에 세탁기를 설치했는지 소음과 진동이 난다는 집도 있고. 그에 비해 내가 사는 집은 어떤 것도 비껴가고 있어서 크게 불편함을 느낄 부분이 없다.

하지만 나 역시도 그것들 중 어떤 부분이라도 피해를 입게 된다면 이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j에게 강력하게 말했고 그도 역시 동의를 했다. 나만 잘 하면 되는 것은 운전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는 개인주의가 만연해있다고 하는데 개인주의가 아니라 이 정도면 이기주의다. 우리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별해야 한다.



어쨌든 나는 주택에 대한 로망은 없지만, 주택을 살게 된다면 좋은 점 한 가지는, 내가 원하는 대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집이 크든 작든 동선을 고려해서 내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을 만드는 것. 내 집을 설계한다는 것은 오랜 내 소망 중 하나였다. 그래서 저자의 남편이 고민했던 작고 세심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나는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누군가가 결정을 해주는 것이 더 편하겠다는 것도!



책에는 집을 짓는 과정을 세세하게 그려내지는 않았지만 그걸 지켜보는 마음이 어떤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 집을 짓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보다가 나 역시도 집이 지어지는 순간까지 설렘보다는 얼마나 걱정근심을 끌어안고 살까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전에 경주에 여행을 갔을 때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시골이라 그런지 텃세가 정말 심하다는 얘기를 하셔서 아무래도 주택도 그렇겠지? 싶은 마음도 들어서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면서 읽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저자는 그런 텃세를 피해 갈 수 있었는데 외지인이 유입되는 곳에 집을 짓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시간차를 두고 빠르고 느리게 집을 짓고 들어온 사람들이라 오히려 서로 배려를 하면서 지낼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옆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 질 수 없지! 나도 오늘 저녁은 고기야! 라는 부분에서 웃어버렸는데, 나 역시 아파트에 살면서도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주로 j씨가... 하하하


그리고 더 놀라웠던 건 외부 마감을 노출 콘크리트로 하는 경우는 많이 봐왔는데 종종 카페를 가면 내부 마감은 따로 하지 않고 노출 콘크리트를 매력으로 둔 곳도 많기는 하지만 내부 마감도 노출 콘크리트로 한 주택은 생각도 못 해봤다. 며칠 전 이번 여름, 습기로 인해 벽지가 우글우글한 모습들을 보면서 j는 도배를 할걸 그랬어...라고 후회가 가득 섞인 말을 했지만, 나는 도배를 했어도 우글우글한 건 똑같을 텐데... 라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래서 내부 마감도 노출 콘크리트로 했다고 했을 때 오! 그럼 도배랑 천장이 우글우글한 못생긴 모습을 보지 않아도 좋겠네! 싶었는데, 집을 본 다른 사람들은 그걸 분진을 핑계로 오지랖을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난 본인이 사는 집을 짓는 사람이라면 본인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보고 알아서 했을 텐데 참 할일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지가 살 것도 아니고 지보고 살라는 것도 아닌데...



책에는 우리 집은 이렇고 저렇고 그렇습니다! 라는 자랑 섞인 말들 대신에 그 집을 짓고 어떻게 녹아들어가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불편한데 어떻게 대체해서 지내고 있는지 등에 대한 변화가 생긴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은 책이기도 하다. 나도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주택에서 살고 싶은 날이 오려나하고 읽고 있는데 작물을 기른다는 것에는 크게 동요해서 3% 정도 기울었다. 집에 있는 내 상추들은 텃밭 화분이 너무 작아 보인단 말이야? 실눈을 뜨면서.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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