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를 뺀다는 것은 육체로부터 영혼을 빼앗는 것과도 같다
모든 사물에는 어떤 성분들이 질료 속에 있듯이 숭고의 한 가지 요인도 이들 성분들 중에서 그때그때 가장 중요한 것들을 선택하며, 이것들을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 결합한다고 롱기누스는 말한다.
전자는 시상의 선택에 의해서, 후자는 선택된 시상들의 밀도에 의해서 청중을 매혹시킨다고 말한다.
그는 기원전 7세기 말 소아시아의 레스보스Lesbos 섬에서 태어난 그리스의 여류시인 삽포Sappho를 예로 들면서 그녀는 사랑의 광기에 내포된 감정을 항상 그 부수 현상과 실생활에서 취하면서 이런 현상들 가운데서 가장 두드러지고 열렬한 것들을 선택하고 결합하는 솜씨로 그녀의 재능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삽포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얼어붙는가 하면 불타고, 제정신이 아닌가 하면 정신이 온전하는 등 상반된 감정을 하나로 결합하여 한 가지의 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복합체를 드러낸다고 칭찬한다.
그는 그녀의 탁월한 재능으로 가장 두드러진 부수 현상들을 택하여 하나의 전체로 결합하는 솜씨를 꼽는다.
호메로스도 폭풍들을 묘사할 때 같은 방법으로 가장 무서운 부수 현상들을 골라낸다면서 『일리아스』(15권 624-628행)의 구절을 예로 들었다.
그가 그들 속으로 뛰어 들어가 덤비니, 그 모습은 구름 밑에서
바람이 키운 거센 물결이 날랜 배 안을 덮칠 때와도 같았다.
그럴 때면 배는 온통 거품에 싸이고, 바람은 돛을 향해
무시무시하게 울부짖으며, 선원들은 겁이 나서 마음속으로 떤다.
죽음 아래로부터 가까스로 벗어나 나아가기 때문이다.
소아시아 킬리키아Kilikia 지방의 솔로이Soloi 시 출신의 아라토스Aratos(기원전 315-240년)는 “널빤지 한 장만큼 저승으로부터 떨어져 있었다”라고 했는데, 이런 표현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작고 우아하다고 롱기누스는 말한다.
그는 아라토스가 “널빤지 한 장만큼 저승으로부터 떨어져 있었다”는 말로 위험을 제한했다고 비판한다.
널빤지가 그것을 막아준다고 했다.
이에 반해 호메로스는 위험을 한순간으로 제한하지 않고 물결이 다가올 때마다 다시 죽음에 직면하는 선원들을 그렸다고 칭찬했다.
게다가 호메로스는 여느 때는 결합하지 않는 전치사들을 억지로 결합시켜(전치사 hypek(‘아래로부터’)는 hypo('아래에'와 ek('...로부터')가 결합된 단어이다) “죽음 아래로부터”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단어들을 순간의 감정과 일치하도록 고문했다면서 그렇게 단어들을 함께 압축함으로써 재앙을 장대하게 표현했다고 칭찬했다.
이와 같이 훌륭한 작가들은 가장 탁월한 것만을 갈고 닦아 함께 이어 붙이되 과장되고 품위 없고 현학적인 것은 끼어들지 못하게 했다.
이런 것들은 전체를 망치기 마련인데, 조화롭고 인상적인 건축물들에 구멍과 틈을 만든다고 했다.
롱기누스는 장점으로 확장을 꼽았다. 확장은 주제와 쟁점들이 매 부분마다 수많은 출발과 휴지를 허용하고 장대한 구절들이 잇달아 굴러와 효과를 증대할 때를 말한다.
확장은 상식의 전개, 과장, 사실 혹은 논증의 강조, 행위 또는 감정의 세심한 배분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확장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지만, 이 방법들 가운데 어느 것도 숭고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목표에 도달할 수는 없다.
동정과 경멸의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 밖에 다른 형태의 확장에 있어서 숭고를 뺀다는 것은 육체로부터 영혼을 빼앗는 것과도 같다.
그것의 효력은 숭고의 힘에 의해 강화되지 않으면 당장 느슨해지고 유명무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