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혁명과 5.18 - 만화로 보는 한국사 19
이원복 지음 / 계몽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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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났지만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았다. 광복과 정부 수립. 6.25 전쟁으로 이어지는 혼란기는 100만 명이 넘는 많은 실업자를 낳게 했다. 세상은 갈수록 살기 어려워졌다. 권력을 잡은 자들은 정권에 눈이 어두워 부정과 비리를 일삼는데다가 권력에 아부하고 결탁한 몇몇 대기업가들이 전체 경제를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었다. 민중의 생존권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독재 권력 유지에만 급급했던 자유당 정권. 그 아래에서 신음하던 민중들의 공통된 위기 의식이, 4.19혁명에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참여케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뭐지? 뭐지? 뭐지? 지금은 2019년 인데 마치 전쟁 이후 1950년 후반을 보는것 같은 이 현상들은 뭔가? 집 나간 민생은 찾을 생각 없고, 밥그릇 싸움만 한창이니, 정치는 끝없는 도돌이표 놀이만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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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개정판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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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것은 없다. 정답도 없다.  그것이 인생이고  삶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완벽을 원하고 정답을 찾으려 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때 누가 정답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때 책속에 답이 있다고 하니 이것저것 유명한다는 책을 찾아서 읽는다. 무수히 많은 책 속에 길을 찾고자 하나 어느 순간 혼란에 빠지고 헤매고 만다. 이 책에서는 인생을 여유롭게 즐기라고 하는가 하면, 저 책에서는 ‘하면  된다‘고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하라고 한다. 어떤 책은 그래도 ‘괜찮다˝ 하고, 또 다른 책은 무슨무슨 법칙까지 알려주며 그것이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 이게 맞는것 같고, 저 책을 읽으면 저게 맞는것 같은 혼돈 속에 빠지게 된다.

‘태도에 관하여‘에서 임경선 작가는 자신이 어떤 틀에서 어떤 생각을하고 있는지를 얘기해 준다. 그리고 자신의  글을 통하여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극 받기를 원한다.
작가는 대놓고 직설적 이거나 비판적이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흔히 접한 위로와 자존감, 동기부여 등에 관한 말들에 딴지를 건다. 판을 뒤집어 버린다. 상투적인 말도, 따뜻한 위로나, 격려도 없다. 지극히 현실적인 말들을 한다. 작가가 얼마나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를 알수 있다.  작가의 진취적이고 자기 중심적 세계관이 묻어 있다. 그렇다고 어투가 강하거나, 도선적이지는 않다. 혼자 곰곰히 생각하다 이건 아닌것 같은데 굿이~~~그렇게 까지? 라며, 차분하게 툭툭 말을 던진다.

작가가 강조하고 중요시 여기는 것은, 사랑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일은 성실하게. 인간관계는 자기 마음에 정직하게, 세상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쉽게하는 동기부여의 말 ‘힘내, 너라면 잘할수 있을꺼야˝,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해줘.˝   따위의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변명으로 이용 된다고 말한다.

작가의 기본 사상은 세상에 대해 무한정으로 긍정적이지 않으며, 기본적인 비관을 깔고 있다. 그렇지만 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려고 하며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고, 일관되게 몰두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거기에  마땅히 헌신 할 수 있다고 생각 한다.  그것이 작가가 인생의 공허함을 최소화 시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세상이 진흙탕 천지인데도. 체념하고 환멸이 끼어들어도 그 안에서 또 뭐가 툭 튀어나온다. 그건 알맹이 없는 긍정이나 낙관이 아니라 비관 위에서 시작되는 그런 새로운 한 걸음으로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게 끔 만든다.˝  -대담 내용 중-

작가의 뒤집기 한판의 말.
˝노력하는 행위 속의 정서적인 충만함을 도외시하고 무시하면 위험하다.
무모함과도 혼동하면, 위험 하다.   ˝삶의 여유를 가져라˝ 이 말을 하는 사람은 이 말을 하기 전까지는 엄청나게 무리하고 노력하고 스스로를 혹사시킨 사람이었다. 평소 여유로웠던 사람이 아니라, 똑같은 메시지라도 맥락을 잘 살펴서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노력하는 것이 되게 촌스럽고, 무모하고, 남 좋은 일 시키는 거다.‘ 라는 말에는 반대 한다. 노력한다고 하면 그것은 죽는 날까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이고 동력인 것 이다. 그러나 ‘하면 된다‘ 식의 맹목적 긍정과 연결되는 것 역시 조심해야 한다.˝

끝으로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태도가 있어야 하며.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가고자 하는 개인적인 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을 발판으로 삼아 각자가 뼈대를 만들어보고 거기에 살을 붙여나가라고 한다.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으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난 그때에 내가 듣고 싶은 말 만을 골라 들었다. 자기 합리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말의 맥락을 살피지 못한 때문이다. 남이 장에 간다하니 무릎에 망건 씌운 꼴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나 자신을 아는 것에서 부터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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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2 - 제1부 아, 한반도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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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다시금 일어서는 의병과,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방조약으로 국권 일체를 빼앗긴 조선의 혼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극악무도한 탄압에 잠시 주춤했던 민중 봉기가 봄의 기운을 얻어 땅이 기지개를 켜듯 다시금 불길을 당기기 시작하였다. 밟아도 밟아도 이듬해 다시금 고개를 내미는 허허펄판의 풀들과 같이, 갑오년에 일어났던 의병들이 다시금 모여들기 시작 하였다. 항쟁을 위한 준비의 침묵이 깨지고 있었다.

"들녘에 봄기운이 아련하게 어렸다. 그 아련함은 땅에서부터 하늘까지 자욱했다. 그 환상적인 자욱함은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아른아른 피어오르고 꼬물꼬물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건 겨울이 풀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얼었던 산천만 풀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몸도 풀리고 있었다."

"남자의 나이 스물다섯, 죽기는 아깝지만 큰일에 나서기는 더없이 적합한 나이였다. 이미 큰일은 여러 곳에서 벌여져 있었다. 그 길이 옳은 것은 두말할 것이 없었다. 옳은 길을 가는 것, 그것은 당연한 사람의 도리였다. 이기고 지는 것, 죽고 사는 것, 그런 것은 모두 그다음의 문제였다."

옳은 길을 가는 것이 당연한 사람의 도리였어도 사람의 도리란 그 지위와 위치에 따라 달랐다. 뜻이 같아도 그 가는 길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명분과 신리. 반상의 도리 앞에 그들은 또다시 서로의 길로 갈릴수 밖에 없었다.

"서로 다른 길. 서로 생각이 다르면 가는 길도 다를 수밖에. . . . . 그 말은 들으나마나 양반 유생의 입장을 강변하는 것일게 뻔했다. 주자학이 골수에 박힌 유생들은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말든 충효가 으뜸이고 양반 지체를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그건 그들의 고칠 수 없는 고질병이었다. 지난번의 최익현의 처사가 그 고질병이 얼마나 깊은지를 잘 보여준 것이었다. 황제인 고종도 고종이었고, 의병장이라는 최익현도 최익현이었다. 풍전등화인 나라를 구하겟다고 목숨 걸고 나선 의병들에겐 국왕이 해산명령을 내리는 것은 무엇이며, 그 이름 좋은 황칙을 받았다고 하여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며 일으킨 의병을 일순간에 해산시키고 포박당하는 의병장의 차사는 또 무엇인가, 그 결과 불쌍한 평민들만 왜놈들에게 무참히 살육당했다."

망국 백성의 설움은 이역만리 백성들에게도 찾아들었다.
본토 샌프란시스코로 가기 위한 4년의 세월이 허송세월로 돌아가버리게 된 하와이 이민자들은 허망하기 그지 없었다. 잡역부들이 많이 필요했던 초기의 공사가 다 끝나 사람이 더 필요없어지자 노동자들이 하와이에서 본토로 건너갈 수 없도록 조처가 취해진 것이다. 본토로 건너가기 위해 60달러의 목돈을 모으는 데 흘러간 세월이 1년이었다. 좀더 나은 벌이를 찾아 가려던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고, 이역만리까지 들려온 나라의 소식에 그들은 주저앉고 말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목에다가 불이 붙도록 독한 중국술을 털어넣는 것이었다. 슬픔을 태우듯 목줄기를 타고 내리는 독한 술기운을 빌어 꺼억꺼억 한맺 힌 소리를 시커먼 하와이 바다에 토해낼 뿐이다.

남한 대토벌과 한일합방조약으로 기세가 꺽인 의병활동은 의병들뿐 아니라 그 가족과 백성들 마저도 갈길을 잃고 헤매게 만들었다.
의병으로 떠난 남편을 한없이 기다리며 모진 고초를 당하는 것은 여인네들의 몫 이었다. 남은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일본군의 매타작을 견디어 내야 했다. 그녀들은 또다른 형태의 의병 이었다.

" 그 타는 속 아는디, 쬐깨만 더 기둘리소. 기연시 델로 올 것이네. 여자넌 뿌리 실헌 나무가 돼야 허는 법이시. 남자가 날개 돋친 새로 멫십년 떠돌다가도 소리 소문 없이 들이닥치면 그간 건사헌 자석덜 내뵈고 편안헌 잠자리 피게 여자넌 실헌 나무가 돼야 허는 법이여. "

여지없이 아리랑에도 여인네들에 대한 비하? 발언과 소모품 취급은 있다. 페미니즘에 반하며 공격의 대상이 될것만 같다. 여인네는 남자를 위한 하나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 시대에 우리네 여인들이 그런 취급을 받고 살았음을 말하고자하는 것임을 안다. 이전까지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 읽을때는 문득 걱정아닌 걱정이 생긴다. 페미니스트들이 맘먹고 깔려고 든다면 깔수도 있는, 논쟁 거리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8년에 아리랑이 발간 되었다면 페미니스트들에게 뭇매를 맞지 않았을까 싶다. 괜한 노파심이 생긴 것이다. 이 대작을 과연 , 누가,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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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철학을 만나다 - 소프트웨어를 사랑하는 기술 사람과 프로그래머 4
유석문 지음 / 로드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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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가 철학을? 굳이? 왜? 전문적인 얘기를 들려줘야 하는거아닌가? 엉뚱하다 생각한 나에게 책 속에는 엉뚱함의 답이 들어 있었다. 인문학과 철학이 무너진 지금의 사학. 무엇을 할까? 보다는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라는 작가.... 모든 학문의 기초는 철학에서 출발함을 강조 한다. 철학을 바탕으로 '나' 라는 존재의 기둥을 튼튼히 세우고 서까래를 얹는다면 자기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자리매김을 할수 있다. 그 무엇보다 인성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만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신의 일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프로그래머로 살면서 경험하고 느낀점을 선배의 마음으로 얘기해주고 있다. 대기업, 벤처. SI, 포털서비스를 거쳐 지금 라이엇 게임즈 소프트웨어 개발 이사로 재임 중이다. 프로그래머가 들려주는 철학과 심리학, 멘탈관리 이야기. 프로그래머를 꿈꾸거나, 프로그래머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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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1 - 제1부 아, 한반도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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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이오덕 선생님은 말을 마음대로 마구 토해내는 사람, 그렇게 토해내는 말들이 모두 살아 있는, 구수한 우리 말이 되어 있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고 하셨다. 그러한 말에서 비로소 잊었던 고향으로, 우리의 넋도 깃든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고 하시면서. 어렸을 때 배운 고향의 말을 용케도 잊어버리지 않고 빼앗기지도 않고 잘도 가지고 있는것이 한없이 부럽다고 하셨다. 이는 꼭 박경리, 조정래 작가님을 두고 하시는 말씀 같다. 그중에서도 조정래 작가님은 거칠고 투박 하면서도 말의 흐름이 강물이 유유히 흘러 바다로 나가듯이 매끄럽고 광대 하다. 또한 말 속에 해학과 비유가 넘쳐나 읽는 즐거움 뿐 아니라 가슴이 뻥 뚤리는 통쾌함까지 느끼게 한다.

"거칠게 휘도는 바람을 앞세우고 탁한 회색빛 구름이 바다 쪽에서 몰려 오고 있었다. 시꺼먼 먹구름은 하늘을 금방금방 삼켰다. ~ 그 구름떼는 성난 짐승들의 무리가 내달아오는 것 같은가 하면, 총칼을 든 도둑패들이 아우성치며 몰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

"허리가 반으로 휘어지는 고초를 당하면서도 서로서로 의지해 가며 용케도 다시 허리를 세우고는 했다. 그 슬기로움은 험한 기세로 몰려오고 있는 먹구름도 그다지 두려워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아리랑 1권 첫장은 넓은 들을 휘감는 거친 하늘의 기세를 묘사함으로 우리민족의 앞날이 얼마나 파란만장 할지를 예고하며, 들판의 벼들을 묘사하는 문장에서는 험난한 삶을 살아내는 민초들의 애환과 자생력을 보여준다.

"말이야 덕유산 칡넝쿨이시. 말허디끼 부채질이나 활활 혀, 활활"
" 아이고 잡것 안 더울라면 뜨거운 밥이나 묵지 말고, 뜨거운 밥 쳐묵을라면 덥다고나 말 것이제"

"아부지, 아무리 생각혀도 앞길이 벨로 가망이 없구만요, 귀신이 붙어야 굿판을 벌이고 꽹과리가 있어야 풍물얼 치더라고 이민 가겄다고 나스는 사람이 있어야 회사 될 것 아닌감요,

"여그 징게 맹갱 들얼 미친년 널뛰딧기 심바람꾼 하나가 저그 저 궁뎅이 큰 에펜네 주막집서 아랫말 이서방헌티 술을 받아줌스로 논얼 즈그헌티 팔아넘기라고 조청 발르고 깨소금 치고 콩가리 쿧힌 말로 사리살살 꼬디기고 있드라 그거시요. 헌디 방안이서 술얼 묵고 있든 송 선상이 그 달착지근허고 꼬시고 고소롬헌 말얼 다 듣다봉게 그거시 모다 귀 간질간질허게 맨글고 간 사리살짝 녹게 맨글고 허파에 바람 팅팅 차게 맨그는 거짓말이라."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일자무식 농꾼 일지라도 말을 한 마디로 끝내는 법이 없다. 말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비유와 어휘력과 표현 력은 어느 양반의 고상한 학식 보다도 뛰어나다.

아리랑.
우리 민족에게 이 한 마디의 단어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며, 애끓는 한숨을 뱉어내게 한다. 아리고 쓰린 가슴의 통증과 고통의 말 이다.

첫 장 부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땅이 꺼져라 한숨 나게 만드는 아리랑의 이야기. 경술국치. 일제강점기의 세 시기 중 첫번째 시기인 1910년대의 무단 통치기를 시작으로 일제의 극악무도한 국권 침탈 속에서 유린 당하는 이땅 백성들이 땅을 빼앗기고 빚에 팔려 하와이 이민노동자로 따나는 기나긴 아리랑의 곡조가 시작 된다.

"식당 앞에서는 또 채찍질이 가해지고 있었다. 채찍질소리와 비명이 뒤범벅이" 되고 있었다. 더운 탓에 저고리를 벗어버려 맨몸이거나 짚신을 신지 않아 맨발인 사람들을 골라내 채찍질을 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농토를 만들기 위한 개간작업 이었다. 개간해야 하는 땅은 평지라고는 하지만 열대성 잡초들과 나무들이 뒤헝클어져 원시림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뿌리까지 전부 뽑아내서 농사지을 땅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었다."

'열대의 7월 햇빛은 눈이 시리도록 부신 밝은 빛을 내쏘았다. 또한 햇살은 무수한 바늘끝으로 내리곷히면서 두꺼운 햇볕의 장막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

이민자 그들의 삶은 노예 보다 처참한 일하는 짐승일 뿐이 었다. 척박하기 그지 없는 땅에서 노동과 인권의 착취를 당하며 힘겹게 버티는 삶 이었다. 이 땅 백성에게는 비가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민족의 혼란과 민중의 고달픔을 산천이 자신이 품은 아름다움으로 백성들을 위로하듯이 아름답고, 찬란했다. 그 어떤 수탈에도 굴하지 않는 백성처럼 꿋꿋이 그 자태를 잃지 않는, 파헤쳐지고, 깎이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조선의 국민과 함께 그 아픔을 같이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이민자 그들에게는 품어줄 산천 마저도 없었다. 그저 꾸덕꾸덕 격어낼 뿐 이었다.

작가의 말 중 " 우리의 분단역사는 해방 이후의 역사만 왜곡하고 암장시킨 것이 아니라 식민지시대의 역사까지도 그렇게 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제살 깎아내기인 그 어리석음은 남과 북이 서로 다를 것이 없었다. 그 우매한 짓으로 만족정기는 소멸되어 가고, 민족정신은 혼탁해졌으며, 민족자존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언제인가 통일이 이루어지는 시대에 가서 민족사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분단대립의 편파성은 어떻게 평가될까. 역사는 과거와의 대화만이 아니다. 미래의 설계가 또한 역사다. 우리는 자칫 식민지시대를 전설적으로 멀리 느끼거나 피상적으로 방치하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그러나 민족분단의 비극이 바로 식민지시대의 결과라는 사실을 명백히 깨닫는다면 그 시대의 역사를 왜 바르게 알아야 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 라고 말씀 하셨다. 아리랑을 쓴 이유 이기도 하다.

언제인가 이루어질 통일을 위해서 만이 아니더라도 역사는 바르게 인식 되어야 하며, 과거사 청산은 꼭 되어야 한다. 올바로 알고 청신되지 않은 역사는 곪을대로 곪아 섞은내가 진동하고 구더기가 생겨 결국에는 도려낼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 악취가 나고 구더기가 들끓는 이유 이다. 제때 적절한 시기에 고름을 짜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름은 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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