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런틴 워프 시리즈 4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허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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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래, 아래, 위, 위, 위, 아래, 아래, 위, 위˝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EXID의 ‘위아래‘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K-POP이 아무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지만 30년 전 오스트레일리아 작가가 쓴 책에 나올 리는 없고 도대체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 속에 앉아서 형광 스크린을 바라보면서, 은 이온이 자장 속에서 어느 쪽으로 튕겨 나가는지를 보고 하고 있어.˝ (P164)

전자를 쪼갰을 때 그 전자가 위로 가느냐 아래로 가느냐 이거를 보고 있는 것이다. 왜 그것을 관찰하는지, 그것이 사람의 눈으로 관찰이 가능한지 의문이지만 이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며 양자역학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양자역학을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러나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읽기 위해 서는 간단하게라도 양자역학에 대해 알고 있으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그래서 앞의 ‘위, 아래‘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둥근 원자 모양 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주변을 전자가 둘러싸고 있다. 이 상태의 전자를 관찰하면, 전자는 아무런 속성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원자를 쪼개어 전자를 하나씩 방출해 보면, 전자는 어떤 속성을 띄게 되는데 그게 스핀 값이다. 위로 돌거나 아래로 돌거나 이거는 전자가 원자에 붙어 있을 때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원자 모형 속의 전자들은 스핀 업 일 수도 있고, 스핀 다운 일 수도 있다. 이 상태를 ‘중첩된 상태‘라고 한다. 이것은 50:50의 확률을 갖는데 이것을 ‘파동함수의 확률‘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앞의 위, 아래, 위, 위, 아래,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 책 중간 부분에 나오는데 이때부터 양자 역학(파동함수의 수축) 이야기가 주야장천 나온다.

2034년 지구의 어느 날 밤 하늘의 별들이 모두 사라진다. 태양은 있는대 별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태양계를 버블이라는 무언가가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혼란에 빠진 사람들은 ‘태양계가 블랙홀에 빠진 것 같다.‘ ‘신이 우리를 버린 것이다‘ ‘요한계시록에 있는 말세의 징조가 나타났다.‘ ‘선한‘ 외계 종족이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방패를 만들었다‘,라는 등등의 여러 해석들이 난무한다. 그런 상태에서 극단적 테러 단체가 생기고 주인공은 아내와 아이를 잃는다. 그로 인해 경찰직을 그만두고 사립 탐정 일을 하는데, 그의 몸은 여느 SF 소재에 많이 사용되는 최첨단의 기능들로 무장되어 있다. 뇌의 신경 테이터로 전화 걸고, 받기(뇌에서 시뮬레이션처럼 이루어진다), 게임, 스케줄 관리뿐 아니라 술을 직접 마시는 대신 알코올 섭취량을 계산하고 순수하게 신경적인 도취감을 뇌에 전달한다. 주인공은 ‘충성 모드‘라는 것이를 장착한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마치 터미네이터 이상의 능력)

그러던 중 무명의 의뢰인으로부터 거액을 제시받아 한 여자를 찾게 되는데 그 여자는 아렸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뇌 손상을 입어서 말도 잘 못하고, 걷지도 못해 어렸을 때부터 병실에서 누워만 지내왔다. 혼자서는 절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병원에서 살아졌다는 것이다. 병실은 바깥에서 잠겨있기 때문에 외부 사람이 쉽게 침입할 수 없고 방 안도 어디 하나 부서진 곳 없이 말짱한 상태로 그야말로 증발한 것이다. 주인공은 그 여자의 행방을 찾아다는데 그녀의 흔적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녀가 ‘버블‘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존의 SF 소설들 보다 다양한 학문과 사상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소설인가? 과학? 인문서? 철학? 사회학? 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어렵지만 재미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 문과생이라고 해도 쉽게 빠져들게 된다. 영화로 만들어지기 바라는 원작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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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의 서사 - 수많은 창작물 속 악, 악행, 빌런에 관한 아홉 가지 쟁점
듀나 외 지음 / 돌고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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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누구나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한 세상을 사는데 어떻게 아무 이야기가 없을 수 있을까. 하루를 살았어도 숨을 쉬었고, 밥을 먹었고, 웃었고, 울었고, 신체를 통한 감각을 느꼈다. 그런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냥 왔다 그냥 가는 인생은 없다. 그러니 악인인들 이야기가 없을까. 그 또한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이야기는 있다. 그런데 왜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말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해 이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는데 간혹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들이 더러 있어 이해력(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다소 어려웠다.

‘내가 알고 있는바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말은 악인의 행동에 문학적 이야기를 입혀 대중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미디어에서 종종 써먹는 범법자에게 스토리를 입혀(어릴 적 불우한 환경 등등) 대중들로 하여금 그를 연민의 마음을 갖게 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것으로는 카메라 앞에 선 그의 외모(걸치고 두른 옷과, 모자, 등)에 스토리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대기업 오너가 들어 검찰에 출두할 때 흔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렇게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다. ‘악인‘의 기준과 악행의 기준을 묻고, 여러 방면에서 그것을 조명한다.
한마디로 ‘악‘이라는 것은 사람이 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세상에 완전하고, 무죄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대중에게는 악한 살인마이지만, 자신의 자녀에게는 좋은 부모로 불리고. 나에게는 악한 사람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선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는 이해가 가고 수긍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문학, 예술매체이다.

문학과 예술에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것은 적용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 이유를 소설, 에세이, 영화, 연극, 웹툰을 통해 얘기한다. 사회의 범죄자는 현행법으로 악인을 판결할 수 있지만, 문학과 예술에서는 동등한 이야기로 ‘악‘을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요즘 특히 드라마, 영화, 웹툰이 너무 악인을 정당화시킨다는 비난에 대해 다소 억울함? 을 호소한다.
각기 다른 분야 9명의 저자들이 들려주는 악인의 서사에 가장 공감 가는 글은 듀나가 쓴 글이다.(가장 쉽게 공감이 된다.)

˝악인보다 선인의 이야기에 집중할 것.˝

이 책을 대변하듯 장강명 작가가 다른 곳에 쓴 글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도움이 되었지 완전히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모든 구호가 그렇듯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요구는 어떤 맥락에서는 적절하지만 어떤 맥락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이 간명한 슬로건은 당초 현실의 잔혹 범죄와 이를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를 규탄하기 위해 대두됐지만, 머잖아 창작 서사 전체를 아우르는 원칙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김지운 편집자의 분석에 따르면 ‘악인의 서사 자체를 비윤리와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이 널리 ‘확산’되어 이제 ‘대중화된 통설로 자리매김했다.
생각하는 첫째 부조리는 ‘서사 없이 어떤 인간이 악인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은 세계를 서사로 이해하는 동물이며, 서사 정보 없이 도덕적 판단은 불가능하다. 즉 어떤 사람을 악인이라고 규정할 때 우리는 그에 대해 이미 서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요구는 어떤 인간에 대한 이해를 어느 지점에서 멈추겠다, 그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끝났다는 선언이다. 그런데 서사 예술이 수용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오히려 그런 태도의 반대 지점에 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도끼 살인마이고, 안나 카레니나와 마담 보바리는 간통을 저질렀고, 히스클리프는 스토커, 뫼르소는 묻지 마 살인범인데 우리는 그들의 서사를 읽으며 도덕적 판단이 흔들리거나 최소한 악인의 고통에 공감하게 돼 당혹스러워한다.
그 사실이 둘째 부조리로 이어진다. 인류사에는 한 개인의 광증이나 직업 범죄자의 탐욕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거대한 악행이 있어 왔다. 성전(聖戰)이라고 하는 끔찍한 집단 학살을 저지른 자들은 예외 없이 자신들이 정의를 수행한다고 여겼다. 상대를 악인으로 묘사하는 얄팍한 서사를 굳게 믿었기에, 그 이상의 서사를 들으려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악인을 처단하기 위해 악행을 반복하는 지독한 아이러니는 작은 규모로도 흔히 일어난다. 어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특정 멤버를 괴롭힌 것 같다는 심증으로 전 국민이 그 청년들을 괴롭힌다. 자신의 도덕적 판단을 굳게 믿을수록 더 잔인해진다. 호모사피엔스가 흔히 빠지는 함정이다. 나는 그보다는 늘 흔들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타인을 쉽게 악마화하지 않는 훈련을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문학을 읽는다. 그런 의미에서는 서사 없는 악인을 시원하게 응징하는 복수극이야말로 가장 ‘비윤리적인’ 픽션 아닐까 싶다.
선정적인 범죄 보도가 낳을 수 있는 피해가 있다. 악인을 평범한 사람보다 더 자유롭고 더 유능한 것으로 묘사하며 악행을 매혹적으로 그리는 창작물도 있다(그런데 화려한 스포츠카가 등장하는 갱스터 랩뮤직비디오에서 알 수 있듯 비서 사적 요소도 그런 선망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그런 선정성과 도덕적 무감각을 극복하기 위해 타인의 서사를 막자는 발상은 상투적 범죄물 속 악인의 초상만큼이나 얄팍하다. 그리고 위험하다.˝

그러고 보면 홍길동은 대도이고, 임꺽정은 산적, 장보고는 해적이다. 우리는 이들을 악인이라 하지 않는다. 영웅, 의적, 호걸, 위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요즘 미디어가 좀 심하게 악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경종이 될지, 모방이 될지 선택 또한 개인의 몫으로 두어야 하는 건가?... 역시 어렵다.

˝이런 세계에서ㅓ 우리는 창작물의 악역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악역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그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하지만 서사를 주지 않고 악역을 최대한 단순히 만들어도 누군가는 결국 그 악당을 옹호할 핑계를 찾아내 제멋대로 서사를 덕분일 것이다.
하나의 완벽한 해답은 없을 것이고 아마 우리는 매 창작마다 새로운 전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영화는 영화일 뿐,‘ ‘소설은 소설일 뿐‘ 같은 말은 거짓말이다. 어느 작가가 세상을 향해 한마디라도 던졌다면 우리는 그 말의 여파로 세상이 꿈틀거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 ( 듀나 본문 중)˝

나는 선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 선과 악을 판결할 권한 또한 나에게는 없다. 다만, 지금 세상의 문화를 정치를 사회를 올바른 시각으로 볼 수 있고, 좋은 책을, 영화를, 드라마를 고를 수 있는 안목과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고 책을 열심히 읽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모든 작가님들 부탁드립니다.

˝악이라는 무지를 극복하기 위해 재현하는 서사는 ‘앎‘의 서사를 쌓아 올린다. 앎의 서사는 달리 보는 눈을 통해 구체화된다. 달리 보기 위해 작가들은 많은 눈으로 보고나 다른 거리에서 본다.
악은 가해의 끝이 아니라 피해의 시작이다.˝ (박혜진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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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니
지엔치펑 외 지음, 박선희.문경희 옮김 / 리플레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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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상대도 자신을 좋아해 주면, 그것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지 않을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
(생략)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나는 그의 꽃이 되고 싶은데.
내가 아무리 그의 이름을 불러 주어도
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어주지 않는다.
짝사랑, 외사랑의 슬픔이다.

˝어쨌든, 그날 밤, 리쯔웨이는 완곡하게 그녀의 고백을 거절했지만, 여전히 친구로서 그녀를 좋아했다. 교통사고가 있기 전까지 사실 그녀는 줄곧 힘들어했다. 심지어, 만약 이대로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여러 번 생각하기도 했다. ˝

책 제목을 보고 편견을 가졌다. 아니 오독을 했다.
‘상견녀?‘, ‘상간녀?‘ 제목이 웃긴다. 무슨 치정? 불륜 소설이려니 했다. 우연찮게 ‘너의 시간 속으로‘라는 유튜브 Shorts 영상에서 전여빈의 엠펙 있는 연기에 과몰입 되어 무슨 드라마인지 궁금해 검색해 보았다.
대만 명작 想見你(너를 보고 싶어)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라고 한다. 극찬의 극찬이 넘쳐난다. 책으로도 나왔다기에 대만의 타임슬립은 어떤 식일까 하는 궁금증에 읽게 되었다.
처음의 기대는 청춘물 타임슬립 (기욤 뮈소) 정도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역시 뻔한 청춘물에 타임슬립이군 하는 생각으로 1/3 지점을 지나는데 점점 빨려 들어간다. 어느새 장르가 바뀌었다. 상큼 발랄 로맨스에서 스릴 넘치는 추리 소설로 바뀌는 것 같더니 다시 애절하고 몽글몽글한 애정물에서 추리로 바뀐다.
로맨스와 추리를 왔다 갔다. 복잡한데 흥미롭고 재미있다.
2/3 지점을 넘어서는 거의 심장이 두근거기고 진땀이 난다. 이야기가 뻔하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왜 그리들 극찬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사랑은 늘 아프다.
단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관심과 사랑, 보살핌을 받고 싶어 했던 천윈루에게 나태주의 ‘풀꽃‘을 읽어 주고 싶다.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내가 너를 좋아하고 있잖아. 한 번만 기회를 줘, 네게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천원루는 공허한 눈빛으로 모쥔제를 보면서, 잠시 주의가 흐트러졌다.
“이 세상에서 내가 누구보다 널 좋아해. 게다가 난 네가 필요하다고, 약속할게. 온 힘을 다해 널 즐겁게 해줄 거야. 사랑받는 게, 보살핌을 받는 게 어떤 건지 느끼게 해 줄게.˝

달콤함과 애절한 사랑이 돌고 돌아 서로에게 꽃이 되어준 황위쉬안과 리쯔웨이의 사랑이 중심이지만. 먼 곳만 바라보는 천윈루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선 모쥔제의 풀꽃 같은 사랑을 더 응원한다.

˝그녀는 모쥔제를 바라보았다. 요즘 모쥔제는 계속 천윈루 곁에 있어주었다. 그는 항상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가 리쯔웨이는 아니었지만, 누군가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주고, 진심으로 좋아해 준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세상 모든 연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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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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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자도, 경찰도, 슈도, 선생도, 고슬링도 아니다. 이들처럼 독서 중독자가 되고 싶에 퇴짜를 맞으면서도 계속 모임에 지원을 하는 노마드이다. 독서광이 되고 싶어 이 책을 읽었는데 이들처럼 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나 노마드 처럼 계속 두들길 것이다. 퇴짜를 맞아도 매번 찾아가는 노마드 처럼, 포기하는 책이 많아도 또 사고, 빌리고, 선물 받아 읽을 것이다. 그럼 언제쯤 독서광이 될 것이다.

독서 초보자들에게 쉽게 독서의 재미를, 책 고르는 법, 도서관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학습만화 모드로 웃기고, 거칠고 단호하게 가르쳐 준다. 만화를 이렇게 진지하게 읽기는 처음이다.
푹 빠져서 단숨에 읽었단. 내가 아는 책, 가지고 있는 책, 읽은 책 얘기가 나오면 저절로 눈이 밝아져 아~~ 나도 좀 하는 군하는 자부심이 생긴다.

포인트 1.
웃기고 공감 가는 부분

독서 모임에서 절대로 꺼내서는 안되는 금기어(책, 저자)가 있다.
슈가 무심코 가져온 과자가 ‘마들렌‘. 뒤늦게 후회하는 슈. 마들렌을 본 회원들의 반응이 웃음 포인트

슈: 여기가 다른 모임이었다면...
(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마들렌 장면
알아?
‘아니‘
‘따뜻한 홍차에 찍어 먹는 마들렌
그걸 맛보는 순간 감미로운기쁨에
젖어 들며 예상치 못한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라˝ ˝그래? 난 앞으로
네가 떠오를 것 같은데˝)

그러나 이 모임에서 프루스트의 마들렌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지긋 지긋해˝, ˝거 지겨운 레퍼토리 좀 바꾸라고˝.... 따위의 비난은 차라리 괜찮은 편이지. 더 근원적으로...
‘세상에는 많은 책이 있지만 독서 중독자라 해도 평생 읽을 수 있는 책은 소수일 뿐이다. 결국 살면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게 되는 일이 많은데, 독서 중독자들은 남아도는 독서력으로 그럭저럭, 아니 심도 있는 수준까지 대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유독 할 말 없는 책들이 있으니,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그중 하나다.‘

그래서 모임에선 어지간하면 꺼내지 않는 주제이지만.....이 중 누군가 참지 못하고 내뱉을 가능서도 배제할 순 없다.

*선생 : 참 착해. 회원 중 누군가 프루스트 현상을 이야기하면, 프로이트를 거론하며 흐름을 바꾸자. 프로이트가 없었다면 프루스트나 제임스 조이스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며.... 아니지!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큼 할 말이 딱히 없는 책이잖아. 누군가 눈치 없이 그쪽으로 이야기를 몰아가면 마찬가지로 곤란해...

* 사자 : 생제르맹 귀족 동네를 드나드는 등장인물 스완 씨 이야기를 하다가 슬쩍 화제를 전환하는 거야.
˝역시 축구는 파리 생제르맹이지!라고 말하면서..... 근데 다들 축알못이면 어쩌지? 아니, 그보다 난 살케 팬인데....

˝고슬링: 이럴 때를 위해 준비해 뒀잖아. 완독한 것처럼, 마지막 권 최고의 문장이라며 인용을 하는 거지.
‘작품이란, 그 책이 없다면 아마도 독자가 자기 자신 속에서 못 가려내고 말 것을, 독자에게 분산시키기 위해서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고는 볼 일 이 갑자기 생겼다며 자리를 먼저 뜨는 거야.. 치고 빠지는 전술..

이렇듯. 프루스트는 독충들에게도 힘겹다. ㅎㅎㅎ
솔직히 마들렌 얘기는 좀 지겹다. 나는 몇 년째 1권부터 4권을 도돌이표처럼 반복 중이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역시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몇 년째 감상 중이다. ㅋㅋㅋ.

포인트 2.
헉, 이런 교향? 만화에도 뒤통수치는 반전이! 허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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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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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의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빨치산 이야기.
무겁고, 우울하고, 심파일 거라는 내 예상을 뒤엎는 반전은 작가의 유려한 글 솜씨에 있다. 너무도 가슴 아픈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쿡쿡, 흐흐흐 웃으며 읽었다. 얼마나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는지 내가 웃고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세상에 가장 코믹한 빨치산 가족.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고 지리산 처럼 그 골이 깊어 읽는 내내 가슴에서 메아리친다.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오죽했으먼 글겄냐!
이 한 마디에 이념도, 종교도, 계급도 모두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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