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최우수상작 토마토 청소년문학
양은애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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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아이한테 하는 말이 있다. “내가 누구 때문에 고생하는데!” 아이는 말한다. ”누가 해달래? “ 여기서 누가 맞는 말이고 누가 틀린 말일까? 난 부모의 말이 틀리고 아이의 말이 맞다 생각한다. 부모의 너 때문에 고생한다는 건 애가 고생해 달라고 부탁하기 전까지는 애 때문이 아니다. 아이는 같이 놀아달라 안아 달라 부탁했을 것이다. 애를 위해 고생하는 건 본인의 욕심이고 본인의 욕망이다.

아이의 “누가 해달래?”는 맞는 말이다. 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면 말이다. 해달라고 해서 그것을 하기 위해 고생을 했다면 아이의 저 말은 틀리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애들의 부탁은 소박하다. 당연하겠지. 소박하지 않은 부탁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니 소박하겠다.

그런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모든 기억이 다 좋은 건 아니니까. 가끔 슬픈 기억들이 제멋대로 떠오를 때면, 큰 지우개가 있어서 그것만 싹싹 지웠음 좋겠어.
다시는 떠오르지 않도록."
기억의 지우개, 주영은 공감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도… 나도 그러면 좋겠다."
"왜? 김서방도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어?"
"많지. 지금 이러고 있는 것도 그렇고… 수인이한테 못해 줬던기억들도 다… 다 지우고 싶어."
"그건 지우면 안 되지."
단호한 벼리의 말에 당황한 듯 주영은 벼리를 보았다.
"왜?"
"그걸 지우면 다시 또 못해 줄 거 아냐. 그걸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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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미의 반딧불이 -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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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쓴 소설이라 한다. 도대체 작가들은 어떤 삶을 살기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작가들은 작은 경험을 바탕으로 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 걸까? 뭐가 되었든 궁금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여행을 하다가 화장실이 급해 우연하게 들른 마을의 어느 집에서 생겨난 인연으로 인하여 인생이 바뀌는 이야기. 책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주인공인 나쓰미와 그 남자친구인 싱고는 여행 중 화장실이 급해 어느 집에서 실례를 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그 집에서 머물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그 이후 계속 인연을 이어가면서 그 집의 어르신들의 죽음을 보고 나중에는 탄생도 본다. 그 경험으로 인간적인 성숙을 하게 되고 일에서도 성공을 맛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 어찌 보면 신선하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책을 몰아 볼 때 출간 순서대로 읽으면 재미있다. 작가가 어떤 책으로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어떻게 글을 쓰는 스타일이 바뀌게 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인데. 좀 뒤죽박죽 읽고 있어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책을 봤을 때 작가는 음식에 참 목숨을 걸었었는데 이 책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담백하게 끊어 냈다. 그 이야기를 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으니 어찌 보면 아쉽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신선해서 좋았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행복이란 무엇일까?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잠자리의 행복은 나는 것이다. 소박한 것에서 행복을 찾자. 지극히 일본 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예전 무라카미의 소확행 같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잘한 행복을 계속 느끼는 것이 큰 한 방의 행복을 느끼는 것보단 더 좋다. 큰 한 방의 행복을 노리다가는 행복이 뭔지 모르게 되는 수가 있다. 나도 늘 행복했으면 한다.

"아, 기억하는구나."
"당연하지."
"그럼, 문제."
"응?"
"잠자리의 행복은?"
"잠자리의 행복은………."
싱고짱은 고추잠자리로 가득한 노을진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성큼성큼 걸으며 대답했다.
"하늘을 나는 것만으로 행복해."
"정답."
우리는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나는 것만으로…………. 그때는 분명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나는 것만으로 행복한 게 아니라, 사실은 누군가와 함께 날고 있어서 행복한 것이다. 분명.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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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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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와 아키오의 책 중 가장 별로였다. 일본에서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하긴 대중적인 주제이긴 하다. 전통과 사랑사이. 일본은 가업을 잇는 전통이 강한 나라다. 좋은 의미로 가업이고 나쁜 의미로 직업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가업을 잇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태어나면서 가업을 생각한다.

본인의 가업과 여자친구의 꿈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일본에선 깊은 울림을 만들 수 있는 주제겠지만 나는 별로였다. 이건 아마 문화가 달라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밤 나나미 양이 나에게 살짝 건넨 멋진 대사가 떠올랐다.
"어머님,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쓰가루 메밀국수 국물만드는 법, 언젠가 자세히 가르쳐주시겠어요? 그때까지는, 으음………… 저 말고 다른 여자한텐 절대 가르쳐주지 마세요"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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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혼합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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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키야 미우의 책은 일본의 여성과 가정에 대한 글을 많이 쓰는 작가이다. 일본 내에서 여성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 같은데 일본에 살고 있지 않아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첨엔 중년 정도의 작가로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환갑도 넘으신 분이었다. 하긴 그렇게 많은 책을 썼는데 설마 중년 정도겠어. 약간 고구마가 가득하긴 했지만 휙휙 잘 넘어가게 글을 잘 썼다.

작가는 늘 가족과 여성에 대한 글을 썼다. 여성에 대한 글이라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논란이 될만한 글이겠지만 일본의 현실은 우리와 많이 달랐다. 미우의 책을 보며 느꼈지만 우리나라 수십 년 전의 모습이 딱 저렇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제법 우리와 많이 달라졌다. 우리는 남성, 여성이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는데 저긴 아직까진 그렇게 대립이 심하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에서 황혼 이혼이 유행하던 건 꽤 오래전 일이다. 기억이 가물한 것을 보면 수십 년은 족히 지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우의 책을 보면 일본에서 저런 유행은 이제 슬슬 진행되려 한다. 그렇지만 아마 큰 반향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변화를 싫어하더라. 대립도 싫어하고.

우리나라 십수 년이라 생각하고 책을 읽으면 이해가 빠르다. 그래서일까 과감한 전개는 없다. 중반까지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꽉 막힌듯한 느낌이 계속되고 열불이 난다. 그렇다고 종반이 되면 시원하냐! 딱히 그렇지도 않다. 답답하게 정점을 가고 서서히 풀어진다. 통쾌함은 없다. 어떻게 보면 소설이 현실 반영이 잘 되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찾을 수 없었다. 장점이자 단점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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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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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무게는 누가 가져가야 하는가? 준비물을 가지고 학교가지 않은 딸, 가져다 주기로 했지만 가지 못한 아빠, 아빠에게 전화를 길게 하는 바람에 아빠를 가지 못하게 한 할머니. 그리고 돌아가신 엄마. 엄마의 죽음에 대한 짐을 져야 하는 사람은 누굴까? 딸? 아빠? 할머니? 책이 지목한 인물은 모두였다. 그 짐은 모두가 짊어져야 한다. 언제까지? 그 삶이 다 할 때까지. 이렇게 보면 가혹하게 질책하는 것 같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짐을 짊어져라. 죽은 사람의 행복까지 짊어져야 한다. 그러기에 너는 계속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이렇게 말한다. 아빠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딸에게 강하게 말하지 않는다. 따귀를 맞아도 될법한 일이라 생각이 든다고 주인공이 독백하더라도 강한 질책을 하지 않는다. 모든 불행한 일 슬픈 일 심지어 모진 말들이 이어지는 일이 지속되더라도 이해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계속 허허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타마짱이다. 그렇지만 난 이 책의 주인공은 아빠라 생각한다. 모든 스토리는 그의 행동으로 시작하고 그의 행동으로 변화를 한다. 타마짱은 아빠의 배려 속에 움직이는 인물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타마짱은 아빠로 인해 성장하고 깨닫고 발전한다. 타마짱이 주변의 인물들에게 신선함을 일으키고 변화를 만들어 주었지만 그건 아빠로 인한 것이었다.

이런 아빠가 되고 싶다. 딸의 모든 행동에 대해 딸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이해하고 설명하는. 딸이 모진 행위를 했을 때 당시의 상황으로 생각하지 않고 꾹꾹 눌러 담았던 딸의 마음을 생각하며 잘 참았구나 하고 말해주는 그런 아빠가 되고 싶다.

"쇼타로, 자네, 딸이 만약 실패하면………"
"아니야, 후루타치 씨. 인생엔 원래 ‘실패‘라는 게 없어."
"응?"
"죽은 내 아내가 말하기를, 인생에는 ‘성공‘과 ‘배움‘만 있대. 하고 싶은 걸 포기하고 사는 인생, 재미없잖아?"
"재미없이 사는 건 우리 집에선 금지야. 옛날부터 그랬어."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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