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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7 ㅣ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7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9년 7월
평점 :
중국인 이야기 7
2019.12.7.토.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7에서 격동기 중국 근현대사에 존재했던 많은 인물의 실제 이야기를 듣는다. 영원한 퍼스트레이디 쑹칭링, 33년간 연금생활을 하고도 장제스를 원망하지 않은 전설의 명장 쑨리런, 중국 물리학의 비조 예치쑨의 비극, 혁명도시 광저우, 둔황을 50년간 연구한 창수홍, 장제스가 믿었던 민주주의 신봉자이자 저우언라이의 친구 우궈전, 아들이자 특이한 독재자 장징궈 등 중국 근현대사가 숨 가쁘게 펼쳐진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자들의 이야기. 혁명의 이름으로 인생을 걸고, 사랑의 이름으로 자유를 추구했던 풍운아들이다. 82학번이라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듣도 보도 못한 중국인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쑨원의 부인 쑹칭링 :
학창 시절 읽었던 『생활의 발견』을 쓴 린위탕(林語堂)이 천유런의 비서였구나. 한 때 쑹칭링과 소문에 휩싸였던 변호사 천유런은 카리브해의 트리니다드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중국 혁명가, 변호사다. 쑹칭링은 중공(상하이)에 남고 여동생 쑹메이링은 장제스의 처로 자매가 중국대륙과 타이완으로 갈라졌다.
제2의 장쉐량 쑨리런 :
미국은 장제스를 포기(棄蔣保臺)하고 대만을 보위하기로 작정했다. 대륙에서 쫓겨난 장제스가 쑨리런을 통해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 미국 버지니아 군관학교에서 교육 받고 장제스의 충성된 부하였던 쑨리런은 1956년 대만 육군총사령관을 하다가 장제스의 명으로 연금생활을 시작한다. 33년 만에 연금에서 풀려난 후 밝힌 소감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누구나 자유는 없다. 영원한 의무만 있을 뿐이다. 총통은 나의 상관이었다. 내겐 하늘같은 존재였다. 허물을 말하는 것은 부하된 도리가 아니다. 내가 어려움을 겪었다고들 하지만 총통의 명령이었다. 개의치 않는다.”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신 이야기 :
시중신도 16년간 연금됐다 풀려났다. 이야기 중 시중신이 필화를 겪게 된 소설을 쓴 작가의 남편에게 아내의 원고 집필을 막아 달라 요청했을 때 남편이 한 중국여인에 대한 평가.
“설득해보겠지만 자신은 없습니다. 남편 말 잘 듣는 중국여자 보셨습니까? 오죽하면 중국여자와 결혼하면, 한 날부터 쥐어 산다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기분 좋을 때 눈치 봐가며 말은 하겠습니다. 거절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
덩샤오핑 이야기 :
개방정책을 펴다 천안문 사태 이후 물러나있던 덩샤오핑의 발언이다.
“평생 무모한 일만 골라서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무모하지 않으면 할 일이 없고, 되는 일도 없다. 가서 내 눈으로 직접 보겠다.”
이 발언은 개방정책 실시 10여 년 이후 부패가 눈에 띄고 여론이 악화된 시기에 한 발언으로 개방정책을 지속하는 힘이 됐다. 흑묘백묘론 못지않은 발언이다.
중국 물리학의 비조 예치쑨(기企孫)
예치쑨은 시카고 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물리학을 배웠다. 27살에 칭화대학에 초빙받고 “평생을 인재 육성과 중국의 과학 사업에 일관하겠다”는 일기를 남겼다. 우리나라 장관급에 해당하는 중국과학원 학부 위원 55명이 예치쑨의 제자였다.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인공위성을 개발한 과학자 70명도 제자였다. 중국의 한 역사가는 “예치쑨은 이미 공자를 추월했다”고 평했다. 그도 중국 정치사에서 국민당 스파이 혐의를 받고 쫓겨났고, 사후 9년 만에 명예를 회복한다. 사후 그에게 쏟아진 찬사 가운데 하나다.
“예치쑨은 도도히 흐르는 대하였다. 1925년 예치쑨이 과학인재 양성을 시작한 39년 만에 중국은 핵실험에 성공하고, 45년 만에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중국이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둔황의 수호신 창수홍(常書鴻) :
미술이 재주가 있어 파리 유학을 떠났고, 서양 미술에 빠졌다가 1907년 프랑스출신 동양학자 펠리오가 둔황석굴에서 촬영한 사진첩 『둔황도록』을 보고 충격 받아 귀국했다. 이후 안내가 떠났어도 50년간 둔황에서 연구한 그는 『둔황 50년』을 완성하고 몇 개월 후 세상을 떠났다.
중국인 이야기 1.2.3권은 사서 읽었고, 5.6.7은 세종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아라비안나이트』 5권보다 스무 배는 더 재미있다. 중국인 이야기 4를 대출받지 않은 것이 실수다. 대만과 대륙, 대륙과 대만이 싸웠어도 서로 칭찬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 제대로 된 사람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서로를 평가하는 걸 보니 부럽다.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는지. 내 자식 세대에 가면 그저 역사일 뿐인데...... 김유신과 계백을 두고 역사는 비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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