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이 02 - 김사과 소설집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그동안 만들어온 월간『예쁜 기계』와 주간『기계』,격주간『기계인간』모두 실패했다.
따라서 우리의 새로운 잡지 또한 실패하리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지난번에도 실패했듯이 이번에도
또 실패하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파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가난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욱 확실한 것은 우리가 계속 돈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누구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질 것이고 우리는 자식에게 부랑자라는 직업을 선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는 우리의 자식을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결국 우리의 자식을 증오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결국 정신적/물질적 빈곤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세계를 바꿀 수 없었으므로(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우리는 이제 그만 세계를 끝내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