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중국일기 2 - 고구려 패러다임 도올의 중국일기 2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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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삼국통일이 진정한 민족통일이 아닌 비겁한 후퇴라는 역사반성도 옳고, 또 고구려 통일은 우리민족의 자기동일성을 상실케하는 불행한 중원용광로 소멸과정일 수 밖에 없다고 하는 비판도 옳다. 양자가 모두 우리가 우리 역사를 바라봐야 하는 시각의 다양한 측면을 제공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매우 의미있는 거대 담론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아이덴티티를 생각할 때, 우리가 상실해 버리고 있는 고구려라는 문명의 진면목에 관한 인식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 다시 말해서 고구려라는 문명의 자기인식의 실상에 관하여 우리 인식이 너무 못미치고 있다는 것을 우선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 299쪽




단지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우리의 주장이 무형의 과거 역사자산에 관한 자유로운 담론이라는 명백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체 영토적, 정체적 담론에 관한 현실적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 주는 방향으로 사유를 진행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조선민족은 20세기를 통하여 반제국주의 투쟁에 있어서 공동의 보조를 맞추어 왔다. 항일투쟁의 동반자였으며(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승전70주년기념식에 시진핑과 나란히 참석한 것은 너무도 정당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대 정치지도자가 실천하지 못한 중요한 역사적 당위, 기구한 사류의 얽힌 보틀네크를 부셔버리는 과감한 행동을 했다. 격려한다. 남북관계의 과감한 진전도 기대해본다), 현재 남한은 중국과 공동의 경제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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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에서는 '소고기'라는 것은 먹을 것이 못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소고기는 근원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소고기는 '수우(水牛)라고 하는 검은 물소계열이고, 고기가 질기다 - 16쪽



음식은 모두 대도시에서 타락했다. 음식의 저질성은 인공적 맛의 장난을 너무 심하게 친다는데 있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그런 장난을 칠 이유가 없다. 가공의 과정이 없는 것이다.(...) 중국의 시골이나 소도시는 자연음식의 천국이다. - 20~21쪽



약산 김원봉은 신흥무관학교의 학업으로는 나라를 구원하기가 요원하다고 생각했다. 12명의 동지들과 의열단을 결성한곳이 바로 길림이었다. 길림 파호문 밖 중국인 반씨(潘氏)집에서 모여 결사조직을 만들고 공포한 것이 1919년 11월 10일 새벽이었다. 약산이 의백(義伯)으로 선출되었는데 그때 그의 나이 스물두 살이었다. (...) 의열단을 위하여 쓴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은 다음과 같다.

"강도 일본이 우리의 국호를 없이 하며, 우리의 정권을 빼았으며, 우리의 생존의 필요조건을 다 박탈하였다...우리 2천만 민중은 하나가 되어 폭력파괴의 길로 나아갈지니라. 민중은 우리 혁명의 대본영이다.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한 무기이다." - 34쪽



우리 민족끼리 서로 헐뜯다가 열강의 잇속만 배불리는 제물이 되고 마는 그런 역사를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 36쪽



원자력 발전소 & 핵 발전소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이라는 뜻이 되는데 그것은 틀린 말이지요. 영어로 원자력을 '아토믹 포스 atomic force'라고 하는데 이것은 핵과 그 주변을 도는 전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힘, 혹은 원자와 원자사이에 존재하는 힘이지요. 이것은 전기힘인데 약한 것이죠. 우리가 특별히 쓸 일이 없는 힘이죠. 지금 우리가 저런 발전에 활용하는 힘은 핵력, 즉 '뉴클리어 포스 nuclear force'라는 것이죠. 핵력이란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서로 서로 뒤엉켜있는 너무도 강한 힘,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죠. 원자를 잠실 축구 운동장에 비유하면 핵은 그 가운데 있는 사과 정도의 크기예요. 그 사과속에 있는 힘이지요."

"그럼 원자력 발전소라 하지 말고 핵력발전소라 하면 되겠네. 그런데 왜 굳이 원자력 발전소라 말하는가?"

"업자들의 농간이 있는 것이죠. 원자력 발전소가 핵력발전소보다는 좀 부드럽게 들리거든요. 원전을 핵전이라고 말하면 곧바로 핵폭탄을 연상하겠지요. 그래서 계속 원자력발전소라고 말하는 것이죠. 그런데 실상 핵발전과 핵폭탄은 똑같은 거예요. 핵폭탄은 빨리 일시에 터지는 것이고 핵발전은 서서히 분열이 일어나는 것일뿐이죠.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을 서서히 문명에 써먹자는 발상일 뿐이죠." - 37쪽



"그것도 업자들의 농간이죠. 아니 업자들과 결탁한 과학,기술계, 그 과학, 기술계가 결탁한 정치권력, 그 정치권력의 세계질서 지배방식, 이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핵전의 신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죠. 핵전이 어떠한 전기발생방식보다 가장 값이 비쌉니다.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죠. 핵쓰레기 처리까지를 포함, 후쿠시마와 같은 비상사태에 드는 비용까지를 계산하면, 그 비용은 수천배 비싼 셈이죠. 그런데 일단 그런 방식으로 돈을 버는 자들이 있으니깐 그 관성체계는 아무도 스톱을 못시키고 있을 뿐이죠." - 41쪽



"우리가 아무리 헤겔을 비판해도, 헤겔은 칸트없이 나올 수 없는 것이고, 또 맑스 또한 헤겔없이 나올 수 없는 것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전제로 하면 인류의 근대성(Modernity)이라고 하는 보편적 사유의 전범을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헤겔의 [정신현상학]이 만들었다고도 말할 수 있어. [순수이성비판]에서 [정신현상학]이 나오기까지 30년도 안걸렸거든. 얼마나 집약된 사고의 실험인가? 하여튼 난 놈들이야!" -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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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책을 읽으면 절로 깊이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렇게 많은 동,서양의 철학과 그에 대한 담론을 집필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야 되는지.

특히 그의 강의를 들으면 작품성과 몰입도를 갖춘 영화만큼이나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얼마전에 유튜브에서 도올은 작년에 나온 <슬픈 쥐의 윤해>, <도올의 금강경 강해>,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책을 들고 나와 

특유의 썩소를 날리며 "근데 말이야, 책이 안 팔려~"라고 말할 때 얼마나 인간적인 면모를 발하던지.

늦게라도 '대중적인' 책을 표방하며 어렵게 쓰지 않을것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많이 읽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라는 방향은 적극 반길 일이다.

이미 나같은 수준의 사람도 그의 책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를  재미있게 읽을 정도로 '대중화'되지 않았는가.


이참에 왕필의 명연설에서 도올의 매력을 한번 더 추켜세우고 싶다.


왕필의 [노자미지례략]의 말미 부분에 [노자도덕경] 제7장과 관련하여 명연설이 있는데 아래와 같다.


"(....) 인함을 끊어라 하는 것이 곧 인하지 아니함을 원한다는 것은 아니다. 억지로 인자해질려고 하면 오히려 위선이 생겨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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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책(33권) : 2019.12.11 ~ 2020.3.28


책을 구입하는 마음 한켠에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듯하다. 직장에서,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할까.
때론 책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다른 곳에 더 시간을 활용하자라고 마음을 먹다가도. 결국엔 내가 행복을 느끼는 곳에 더 투자하기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는 실패를 거듭하는 다이어트 다짐과도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거의 4개월 동안 33권을 샀으니 한 달에 8권 정도 구입한 셈이다. 구입 금액은 28만원 정도니 한달에 7만원 정도. 나름 적당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8권)
- 좌절
- 라쇼몬
- 모옌 중단편선
- 마왕
- 노생거사원
- 벌거벗은자와 죽은자2
- 게걸음으로
-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8권)
- 독립기념일1
- 철의시대
- 아베일족
- 이 세상의 왕국
- 말라 온다
- 시핑뉴스
- 모비딕1,2

* 문학과지성사 소설명작선(3권)
- 죽음의 한 연구(상,하)
- 비명을 찾아서(상)

* 도올 책(3권)
- 도올의 로마서 강해
- 노자와 21세기(상,하)

* 정세랑 책(2권)
- 피프티피플
- 목소리를 드리께요

* 게르마니아(도서출판 숲,타키투스, 천병희)
* 역사를 위한 변명(한길그레이트북스, 마르크 블로크)
* 문명과 전쟁(아자 가트)
*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리라이팅클래식, 강대진)
* 태고의 시간들(올가 토카르추크)
* 문화의 수수께끼(마빈해리스,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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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3-28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전 수영복도 그런 맥락에서 자주 샀는데 요즘 수영장 다 문 닫아서 책을 더 사고 있어요 ㅎㅎ
일상의 지친이 일상이서 미친으로 읽혔어요 :-)
구매목록 아주 좋습니다~~~

북프리쿠키 2020-03-31 15:04   좋아요 0 | URL
아 수영복ㅎ 수영복 많이 사셨군요.~수영 배우시나봐요.
바람직한 취미십니다^^

일상은 때론 미치게도 만들지예~
ㅎㅎ 구매목록 ~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러면 더 더 더 구매하지 싶습니다 흐

페크pek0501 2020-04-01 1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잘생긴 책들입니다. ^^

북프리쿠키 2020-04-01 12:25   좋아요 0 | URL
인물 좋지예~ㅎ 감사합니다. 페크님
서서히 못생긴 책들 중에서도 매력있는 걸 골라내는 수준으로 가고 싶네욤^^

bgkim 2020-04-05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도 보시길 ㅎㅎ
 

도올 선생의 글과 강의는 사람 마음을 벅차게 만드는 감동이 있다. 눈물이 나올 만큼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서린 적도 있다. 난 도올 선생의 겸손하지 않은 말투를 좋아한다. 정형화된 겸손과 위선에 질린 탓일까. 대개 겸손의 반대가 오만과 잘난척이라고 본다면 도올 입장에서는 굳이 겸손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직선적이지만 수 많은 세월동안 마침내 바위를 깎는 물방울처럼 순간적인 기지에 번득이는 그러한 지혜가 아니라 수많은 불면의 밤들을 고민하고 공부하고 질문해왔던 그 결정체라는 것을 알기에 말이다. 왜 난 조금 더 일찍 도올 선생을 접하지 못했을까?
예전에 TV에서 강의할 때 그땐 청중들도 나이가 많고, 공자왈 맹자왈 하니, 그저 강의 방식이 특이한 동양철학 을 공부한 사람중에 하나이거니 했었다.
그냥 한문시간에 배우는 옛 글, 고리타분한 고문 정도로 내 젊은 시절의 기억에는 인문학 공부 정도로 남아있다. 다행스럽게도 tv프로그램에서 젊은 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다.
예전 <차이나는 도올>을 너무 재미있게 시청했고, <도올아인 오방간다>, 최근에 이승철과 도올이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빼먹지 않고 보고 있다. 도올 선생이 젊은 세대들까지 껴안기 위해 좀더 쉽게 가자는 다짐은 고맙기까지 하다. 도올 선생의 깊은 학문과 삶의 철학이 그나마 이제서라도 내 마음속에 들어온 건 내 삶에 있어 큰 행운이고 감사할 일이다. 대한민국에 도올 선생같은 대학자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도올 선생이 책속에서 많이 언급하는 ˝럿셀경˝(버트런드러셀)처럼 오래오래 살아서 학문이라는 건 관념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실천함으로써 그 열매를 맺는 것임을, 인식은 실천을 통해서만 앎의 자격을 획득한다는 것임을, 그가 해우소에서 반야심경을 깨닫고 ˝나는 좆도 아니다˝라는 일곱글자를 깨친 것처럼 더 많은 대중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었으면 한다.



이 책은 연변대학에서 한 학기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써온 글이다. 16주 동안 그가 강의한 강의안은 다음과 같다.

동서문화비교

1. 서양사조흐름전관
2. 중국철학사전관
3. 역사란 무엇인가?
4. 플라톤주의와 관념실재론
5. 근대성의 문제
6. 공자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7. 맹자와 칸트
8. 주희와 헤겔
9. 불교란 무엇인가?
10.하나님에 관한 이론
11. 양명학의 역사적 의의
12. 주희의 사서 운동
13. 서양현대철학의 제문제
14. 생명철학과 실존주의
15. 현대 중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16.내가 말하는 인류의 희망

제목 하나하나가 정말 묵직하다.
또한 그 묵직한 만큼 얼마나 난해하고 지루해 질지 무섭고 버거운 주제들이다.
헌데, 개인적으로 도올의 강의에서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었다.(물론 이 강의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평범하지도 않고, 청중이나 독자들이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도록 몰입감이 대단하다.
또한 주제 자체가 유학사상의 본토에서, 중국인에게, 중국어로 강의를 한다는 게 경이롭지 않은가?
과연 중국의 대학생과 교수(따로 교수들을 위한 강의도 있다)들은 도올의 강의에 어떠한 반응을 나타낼지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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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상장
지극한 도가 있더라도 그것을 배워보지 않으면 그 도의 위대함을 알길이 없다 했다. 그러므로 배워본 연후에나 자신의 부족함을 알 수 있고, 가르쳐본 연후에나 교육의 곤요로움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안 연후에나 스스로 자기를 반성할 수 있게 되고, 가르침의 곤료로움을 깨달은 연후에나 스스로 자기를 보강할 수 있게 된다. - 22쪽



내 평생, 내가 가장 사상적 영향을 깊게 받은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벤자민 슈왈츠를 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9개 국어에 완벽하게 능통한 그의 광대무변한 사고는 나의 사유장벽을 깨뜨리고 ‘보편적 사유‘가 무엇인지를 깨우쳐 주었다. 그는 나를 사상가가 아닌 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내 옆에 맏딸 승중이가 휘파람을 불며 걸어가고 있는데, 승중은 프린스턴 대학에서 천체물리학 박사를 했고, 컬럼비아대에서 희랍미술로 박사를 했다. 현재 토론토대학 미술사 교수로 재직중이며, 희랍고고학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 23쪽



미국이 아직도 세계를 지배하는 도덕성을 갖는 것은 군사력이나 경제력에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군사력은 월남인민의 도덕적 투쟁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국의 경제력도 현재 ˝중환자실˝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대학˝에 있다. 미국의 대학은 아직도 세계 문명을 선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50년 안에 경제력과 군사력에 있어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도 과연 중국의 전체 대학의 힘이 50년 안에 미국의 하버드, MIT, 시카고, 카네기 멜론, 스탠포드, 버클리를 합친 정도라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앞이 캄캄한 이야기다.! - 41쪽



중국이라는 대륙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책을 쓰는 것이다. 백화사유유천지! 그것이 내가 말년에 연변에 온 실용적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 61쪽



한국 사람들은 ˝중국제˝하면 무조건 질이 나쁜 것으로만 여긴다. 중국에서 온 ˝김치˝하면, 끔찍한 독물을 먹는 것처럼 생각한다. 한국에서 말하는 ˝중국제˝는 한국의 악덕상인들이 싸구려로 주문해서 만든 저질상품을 의미하는 것이지 ˝중국제˝전반에 대한 일반적 통념으로 규정하면 곤란하다. - 65쪽


˝나는 말야! 항상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사느냐? 그것이 제일 큰 관심이거든. 내 방에서 오늘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쓰고 하는 일만으로도 나는 인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거든....˝ - 86쪽



대체적으로 말해서, 유일신보다는 다원적 신관 즉 다신론이 훨씬 더 고등한 것이고 정직한 것이고 소박한 것이고 민주적인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유일신관은 고등종교에 속하는 것이고 다신론관은 저등종교에 속하는 것이라 말하지만 이런 메시지는 지난 100년 동안에 서구 우월주의가 우리에게 강요하여온 세뇌의 결과일 뿐이다. 모든 종교의 신관은 다신론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애니미즘(animism)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원초적 종교성은 다신을 포용한다. 다신이야말로 우주의 생명력을 감지하는 유기체론적 사유의 원형이다. 희랍의 다신, 로마의 토착적 다산이 기독교의 유일신으로 바뀌면서, 팔레스타인의 다신이 유태인의 유일신으로 바뀌면서, 조선의 만신들이 예수쟁이의 유일신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인류는 전쟁과 독선의 불행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 128쪽



이제부터 여러분은 나의 강의를 그냥 들으십시요. 규정하지 마십시요. 다 들어보고 취사선택하면 그만입니다. 내 신념을 배우지 않아도 좋습니다.(...)
어떠한 사상이든지 미리 규정, 한정하지 말고 그냥 백운이 푸른 하늘을 스쳐가듯 마음에 수용하십시요. 그래야만 중국의 미래가 열립니다. 함부로 규정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공자가 말하는 호학의 첫걸음입니다. - 129쪽



조선왕조의 어떤 사상가를 ˝실학자˝로서 존재론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야바위꾼의 천박한 짓에 속하는 것이다. (...) 조선왕조에는 실학자가 없다! 그들을 ˝실학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나를 ˝무신론자˝로서 규정하는 것과 똑같은 오류이다. 조선조에서 규정되어야 할 개념이 아닌 개념으로써 조선조의 사상가들을 규정하고, 한정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폭력이다.(...)
˝실학˝이 하나의 학풍을 규정하는 개념으로서 우리 학계에 등장한 것은 일제식민지시대 1930년대 이후의 사건일 뿐이며, ˝실학˝은 일본의 사상가들에 의하여 사용된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그들이 쓰는 맥락은 ˝실학=반주자학=근대성˝의 도식을 명료한 사상패러다임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실사구시 학풍의 사상가들은 결코 반주자학자들이 아니며(....) 애국심의 발로의 일환으로서 ˝실학만세˝를 외치는 그 애타는 마음을 왜 내가 모르겠냐마는, 문제는 서구의 역사가 강요한 ˝근대˝라는 테제를 조선의 역사에서 찾을 필요가 근원적으로 부재하다는 사실을 나는 말하려 하는 것이다. 우리의 근대는 서양의 ˝진보사관˝이나 서양의 ˝자본주의˝가 가져다 주는 선물이 아니다. 우리는 그따위 근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조선왕조는 조선왕조 나름대로 유니크한 가치를 지닌다. 반주자학적인 실학을 찬양하면서 조선조의 주자학적 성과를 모두 허학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그것은 조선문명을 바라보는 정당한 자세일 수가 없다. - 135~137쪽



˝저는 선생님께서 학부강의를 하시면서 학생들을 야단치실 때 눈물이 나왔습니다. 무엇인가 형언할 수 없는 감개가 제 가슴에 서리더군요. 요즈음 선생님과 같이 학생들을 야단치고, 또 학생들에게 이상과 진리를 주입시키기 위해 피끓는 가슴을 전하는 그러한 선생은 없어요. 저는 요번 주 사표의 모범을 보았습니다. 선생님의 모든 편의는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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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3-28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도올 팬이시군요!
저도 요즘 그 프로 챙겨 보려고 하는데 꼭 보다 조는 바람에...ㅠ
나중에 TV 다시보기로 봐야겠슴다.ㅋ

북프리쿠키 2020-03-28 18:07   좋아요 1 | URL
유아인보다는 이승철하고 할 때가 더 자연스럽고 보기 편하던데, 저번에 정우성하고 나왔던데 와이프가 눈을 못 떼더라구요 ㅋ
네 도올쌤 팬입니다 ㅎㅎ

stella.K 2020-03-28 19:5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사실은 저도 그랬습니다.
도올 보다는 정우성. 제사 보다는 젯밥이었을까요?
정우성이 담담하게 자기 사춘기 시절을 얘기하는데
마음이 좀 찡하더라구요. 특히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어머니 얘기하는데
이런 데가 있다니했습니다. 그걸 잠하고 바꿔 버렸으니... ㅉ
도올은...글쎄요. 그냥 사상이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마서와 요한복음 강해 뭐라고 써 놨는지 궁금하긴 해요.^^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해 헨리조지와 토드 부크홀츠의 견해를 읽었다. 진보와 보수의 색깔을 띠는 2종의 책에서 맬서스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찾아보았다.
한쪽의 견해만 듣고 섣불리 판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지만 대개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성향의 책을 읽고 편리하게 합리화하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맬서스에 대한 평가나 그의 역작 <인구론>에 대한 후대의 평가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한 저자가 일관된 방향으로 끈질긴 주장을 펼치는그 이면에는 반드시 뚜렷한 경계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반대되는 사상이 어느 정도 혼재되어 절충되어지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문제작 <인구론>도 최초에는 이리저리 주워 모은 자료에 기초했듯이 말이다.




[진보와 빈곤 ] 제2권 4장
- 멜서스 이론의 부정

존 스튜어트 밀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문명 수준이 일정할 때, 많은 인구는 적은 인구에 비해 물자를 잘 마련할 수 없다. 인구 과잉에 이와 같은 벌칙이 가해지는 것은 사회가 정의롭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연이 인색하기 때문이다.˝ - 135쪽



그러나 나는 이러한 주장 전부를 부인한다. 진실은 이 주장과 정반대라고 보며 다음과 같이 단언한다.
문명 수준이 일정할 때 많은 인구는 적은 인구보다 물자를 더 많이 마련할 수 있다. 빈곤과 비참의 원인은 - 현재의 이론은 인구 증가 때문이라고 한다 - 자연의 인색이 아니라 사회의 부정의에 있다. - 137쪽



이러한 예를 통해 볼 때 부는 인구가 가장 조밀한 곳에서 최대가 된다는 사실, 그리고 단위 노동에 대한 부의 생산은 인구가 증가할수록 커진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 138쪽



부유한 지역은 자연이 풍족한 지역이 아니라 노동이 능률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역이다.(...)
기성 지역의 부가 우위에 있는 것은 생산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 아니고 부의 축적 때문이며 신생 지역에서는 시간이 없어 부를 축적하지 못하였다고 할 수도 있다. - 141쪽



생산력이 풍부하고 부의 생산이 최대가 되는 사회에서 빈곤이 발생한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문명세계를 당황하게 하는 수수께끼이며 우리가 해명하려고 하는 문제이다. 빈곤의 원인이 생산력의 감소에 있다고 하는 맬서스 이론은 이를 해명하지 못한다. 이 이론은 사실과 전혀 부하바지 않는다. 맬서스 이론은 근거도 없이 하나님의 법칙 탓으로 돌리려고 하지만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인간의 제도 탓임을 추측할 수 있다. -144쪽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 맬서스 : 인구폭발과 멸망의 예언자(1766~1834)

맬서스는 인구성장이 식량생산량에 의해 제어되는 상태에서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생계유지수준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이 인상될 경우 노동자들은 자녀를 가지려 할 것이고, 이는 곧 식량 부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 88쪼



빈민구제는 필연적으로 인구의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에 그만큼 양성제어를 초래할 위험 역시 커진다는 맬서스의 주장을 피트 수상이 받아들인 것이다. 또한 노동의욕을 고취시킨다는 측면에서도 빈민구제법 철회는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미루어 맬서스가 빈민들을 멸시하는 가혹한 인간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사실 맬서스의 <인구론>은 빈민들을 염려하는 온정 어린 생각들로 가득차 있다. 예방성 제어(출산율 감소)가 실패하여 양성 제어(전쟁,기아,질병 등)가 기승을 부리게 될 경우, 가장 먼저 희생물이 되는 계층은 다름 아닌 빈민들이기 때문이다 맬서스는 결코 여느 정치가들처럼 입에 발린 말로 빈민들에게 아부나 하며 바위를 맞추지 않았다. 케인스가 나중에 주장했듯이 맬서스의 결론은 그의 진리애와 통찰력의 결실이었다. - 89쪽



이 모든 인신공격에도 불구하고 맬서스는 경제학자들로부터는 후한 점수를 따서 한계의 선구자가 되었다. 제임스 밀, 데이비드 리카도, 나중엔 존 스튜어트 밀, 앨프레드 마셜 등의 경제학자가 모두 <인구론>을 수용했던 것이다. 가끔 자신들의 저서에서 <인구론>의 깊은 함축적 의미를 무시하긴 했지만.



우선 맬서스의 예언부터 평가해보기로 하자.
한마다로 말하자면, 빗나간 예언이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다. 식량생산이 밑바닥 성장률을 맴돌지도 않았다.(...)
맬서스는 통계학적 실수를 범했을 뿐만 아니라 몇 가지 역사의 대세들을 고려 대상에서 빠뜨렸던 것이다. 먼저 사소한 실수 하나를 들어보자.(...)
미국의 인구가 증가하는 이유로는 출산 뿐 아니라 이민자들의 유입도 큰 몫을 차지ㅏㄴ다. 그런데 맬서스는 인구증가율을 무조건 출생률에서 사망률을 뺀 것으로만 본것이다.(...)
더 중요한 실수는, 맬서스가 농업과 공업의 혁명적 발달을 예견하지 못했던 점이다. 이러한 실수는 그의 예언을 기하급수적 속도로 실현시키기는커녕 기하모양의 솜사탕처럼 만들어 버렸다. - 93~94쪽



맬서스는 비난받아 마땅할까? 몇 가지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당시는 모든 연구자료가 변변치 못한 시기였다. 또한 당시 그에 맞섰던 너무나 허황되고 비논리적이었던 이론들에 비하면, 맬서스의 이론은 구체적이고 세밀한 논리의 짜임새로 오히려 돋보이는 감마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맬서서 자신이 <정치경제원론>에서 주장했던 다음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우리는 맬서스에게 유죄를 선고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정치경제학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성급한 단순화와 일반화에 있다. 포괄적인 경험들을 통한 충분한 여과 과정을 거친 이론만이 타당성과 유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맬서스는 농업혁신의 영향을 간과했고, 인구증가의 근본원인에 대해 피상적 분석을 했다. 논리의 지나친 단순화와 일반화라는 오류를 범한 맬서스는 유죄판결을 면하기 어렵다. - 96쪽



1834년에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맬서스는 자신이 인류의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득하고 다녀야 했다. 아직도 연설가들과 작가들은 맬서스를 좋게 봐서 기분 나쁜 사제로, 나쁘게 봐서는 숫제 할로윈데이에 등장할 법한 마귀로 묘사한다. 하지만 맬서스는 개탄했다. 사람들이 쓴 명라안 가면이 그들의 시야를 가려 버렸다고. 그리하여 그들은 깨닫지 못할 것이다 터널 끝에서 보이는 빛은 광명천지를 뜻하는 빛이 아니라 이쪽으로 질주해 오는 기관차의 불빛이라는 것을 -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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