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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부는 무슨 맛이니? - 맛있는 공부 ㅣ 너랑 나랑 더불어학교 9
이기규 지음, 최현묵 그림 / 길벗스쿨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이기규 <네 공부는 무슨 맛이니> 길벗스쿨
현재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공부에 대해서 어떤 시간들을 지나 왔을까? 엄마들과 속마음을 나누는 자리에서 지금의 엄마가 자신의 엄마에게 강요 당했던 공부, 더 나아가 진로로 인해 그 엄마의 가슴은 피멍이 들어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진로는 포기해야했고, 순종적인 자녀로 그렇게 엄마를 따랐던 것. 하지만 착한아이도 대학에 들어가면서는 더이상은 아니라고 선언해 버리고 만다. 그리고 중년에 다다른 지금에서는 모든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뼈아픈 후회를 한다.
엄마가 된다는건 뭘까? 성공이란 뭘까? 엄마들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정말 획일적으로 공부잘해서 일류대학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 걱정없이, 아니 이름값좀 하는 것일까? 솔직히 말하면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엄마들은 저마다 그런 결과를 얻은 엄마들을 부러워하고 기가 죽어한다. 자신도 피멍이든 세월을 살아왔으면서 세월은 망각해버린것인지? 아니면 성공에 대한 세계관 때문인지 자녀도 그런 학원에 줄을 세운다. 어디 더 유명한 곳 없나? 돈은 얼마든지 들어가고 좋다.
기획 의도
끊이지 않는 성적 비관 자살,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시험, 공부를 잘하면 미래에 행복할 거란 믿음으로 현재의 행복을 버리는 아이들……. 바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입니다. 『네 공부는 무슨 맛이니?』는 초등학교 교사인 작가가 잘못된 교육의 현실을 꼬집고, 참된 공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동화입니다. 어린이들이 왜 공부를 해야 하고 진짜 배움이 무엇인지 알고 나서,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올곧게 세우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은 ‘정말 재미있고 상상력을 자라게 하는 진짜 공부는 무엇일까?’, ‘행복하게 공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와 같은 질문을 떠올릴 것입니다.
출판사의 기획의도가 참 눈에 띈다. 아이들이 일컫는 마여사. 마여사는 공부해서 남주냐고 합니다. 반에서 제일 공부잘하는 다솜이 다음인 유미의 엄마입니다. 수업시간에도 아랑곳 않으시고 복도로 선생님을 불러 내지요.
"그러게요. 백수 삼촌으로 얹혀살면서 조카한테 창피하지도 않나 봐요." p.104
"왜라니? 저 두 사람은 모두 커다란 회사를 세우고 세계에서 열손가락에 꼽히는 부자잖아." p.111
마여사의 세계관을 잘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커다란 회사를 세웠기에 훌륭한 것. 공부해서 남주지 않으니 열심히 하라는 겁니다. 아이들 책을 엄마가 읽으며 내내 마음이 참 불편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과연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공부 맛을 들여주고 있는가? 나의 세계관, 가치관은 마여사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분명 시작은 아니었는데 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아이의 시험지 앞에 흔들리기 시작했던게 분명하니까요.
그래서 아이들은 공부의 참 맛을 잃어버렸고, 매일 고통스러운 공부 맛을 먹고 있습니다. 그것을 모두 토해내는 날을 전혀 고려해 보지도 않은 채. 그런 날은 오지 않으리라 외면하면서 말이에요.
오로지 공부밖에 몰랐던 우석이의 삼촌은 스무 살이 넘도록 한 번도 설거지를 내 일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시험공부만 열심히 하고 그냥 맛있게 밥을 먹으면 그만이라고.. 친구들은 하나도 없는 외톨이.. 공부하느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었던 시간들.. 친구들을 사귀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시간들..
"난 사람들을 만나는 법도, 친구를 사귀는 법도, 슬픔과 기쁨을 나누는 법도 배우지 못했어. 오로지 공부만 하고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살아왔으니까 말이야." p.122
오늘 내 아이들의 모습이 투영되어옵니다. 물론 이렇게까지 공부를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가 제 일순위, 오로지 아이들 하면 떠오르는 것이었다는 것을 부인할수가 없었답니다. 정말 공부해서 남주게 하려는 것이냐고. 아이가 공부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고 있냐고 묻고 또 묻게 됩니다.
4학년 3반 아이들은 공부벌레 해나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니며 친구관계란 어떻게 형성해 가야하는지 그 소중함들을 배워갑니다. 그것은 지금만 배울 수 있는것. 시간은 금이라고 했던가요. 그만큼 시간은 귀하지만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시간에 해야할 것이, 오로지 매달려야 할것이 공부라는 것에는 잠시 생각해 보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획일적인 공부에 대한 소통이 되지 않는 꽉 막힌 공부가 아니라, 좀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공부에 대한 틀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책읽기 였습니다. 아이들의 교실 풍경을 더 와글와글 시끌벅쩍 다가오게 그림이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분명 진지하게 책을 읽을 것이고, 자녀들과 좀 솔직하게 부모님의 모습을 고백하면서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면 더 좋은 책으로 전환점을 가져다 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시대에 기획의도가 십분 발휘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