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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모르는 것들 - 우리 아이 잘되게 하는 23가지 엄마 이야기
노경실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5년 8월
평점 :
엄마만 모르는 것들이라.. 우리 아이 잘되게 하는 23가지 엄마 이야기
보통 이런 제목에 매료되었던적이있었다. 한창 아이들 잘 키우고자 의지를 불태웠던 때.
물론 그렇다고 지금 아이들을 잘 키우는것을 포기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어쩌면 십년 넘게 아이를 키우는 내 자신이 어떤 방법론에 의해 결코 바뀌지 않더라는 약간의 낙심이랄까.
벌써 아이들이 훌쩍 자라 초등학교 5학년, 2학년에 도달했다.
나도 한때는 쭉쭉 빨며 그 자체로 예쁘다했던 때도 있었을텐데..
책을 선택할 때 작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는 그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므로 '노경실'작가의
책은 처음 만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첫 페이지를 열어가는 이야기에 의해서 항간에 매우 인기있는 젊은 작가인줄로
나혼자 상상을 했다. 이야기 소재가 그렇게 비춰지게 했고, 이미 지칠대로 지쳐 너덜너덜해진 자녀 양육 12년차인 나에게는
뭐랄까 그동안 만나왔던 육아서에 '레프트, 라이트, 훅'을 맞는 것이 아니라 막 세탁한 젖은 빨래를 털듯 '엄마, 엄마' 외치며
뭔가를 털어내어주고 두들겨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건강한 바라봄'은 아이의 자아를 발전시켜 주고, 자존감을 높여주며,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바라봄'은 아이의 자존감을 아예 소멸시키고 말 것입니다. p.39
뭐 다 같은 이야기 맞다고?
어느덧 그렇게 되지 않았는가. 나역시 아이가 미초등 시절에는 그저 숫자와 더하기, 빼기, 그리고 글자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내 아이를 바라봄이 학교 성적과 결코 무관할 수 없었다는 것을.
얼마전 인터넷 한 커뮤니티 상에 아이가 공부한 모습의 글을 올렸더니 지인 왈 "엄마, 취미가 아이들 공부시키는건가봐?"
나도 물론 아이 공부가 취미인 적이있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엄마에게 최소한 엄마에게 더이상은 아이의 공부가 취미가
아니라는 것은 그 지인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깨달을 것이고 나에게 동일하게 얘기할 수 있을지 궁금해 진다.
엄마, 안녕하신지요?
그 복잡하고 아픈 가슴은 도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힐링을받으려고 하시는지요? 엄마의 힐러는 정말 아이의 성적표인가요? 그럼 엄마 삶의 성적표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요? p.78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된 아이의 성적표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선배 엄마들의 경험담을 들으면 딱! 대입 문턱까지란다. 난 그런거 관심없어하는 엄마의 말 속에도 좀더 대화를 진행시켜 보면 내 아이보다 좀더 나은 아이에게 가시돋힌 관점이 불쑥 튀어나오는것을 알 수 있다. 어찌 아이의 성적에 관심이 없는 엄마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이 책의 포스가 그간 내가 만나왔던 여느 책들과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그저 당연히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성적표 받아오고 그것이 아빠, 엄마의 우리 가문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라고 묵언중에 모두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우리내 현실아이냐고? 그러나 그것이 믿을 만한 것인지? 작가는 젖은 빨래같은 우리들을 털어대고 있었다. 문득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던 영화가 생각난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행복이 성적순이라고 착각하고 자위하며 살아가는지.
누군가 갑작스런 지적을 하면 훅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는 순간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지. 쏟아내는 뜨거운 눈물속에 아니라고 아니라고 외치고 있지만 저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그 뜨거운 감정속에는 내 새끼를 어찌 놓겠냐고. 그 아이는 나와 하나였으며, 지금도 내가 돌봐줘야 할 아이라고. 엄마와 아이는 처음엔 부부의 사랑에 의해 신의 선물로 이 세상에 주어졌으나 절대적인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게 아이였다면, 이젠 모든 것이 역전되어 아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엄마아니냐고? 그렇게 묻고 있는듯 하다. 그래서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다. 하염없이.
어디까지 달려갔는지 저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달려감을 멈추고 잠시 숨고르기하며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점검해 보기에 충분한 책이다.
나를 통해 이 세상에 왔으나 이제 탯줄이 끊어져 나가듯 아이는 또 하나의 우주로써 세상을 품고 자신의 길을 달려가고 있다. 그 아이를 바라봐 줘야 할 엄마의 시선은 그저 '응원'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