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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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더 사랑하기! 이거 요즘 유행하는 슬로건이잖아.

우린 남을 이해해야 한다고 늘 말하지만 어떻게 남을 이해할 수 있겠니. 절대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 남을 이해하는데 한계치가 있지.

그래서 내린 대안이 나를 사랑하는 거야.

물론 나를 지나치게 사랑하면 오만이 되기도 하고 자뻑이 돼서 재수 없어지기 때문에 그것도 적정선이라는 게 있지.

 

아르테에서 꾸준히 카카오 친구들이 책을 내고 있는데 이번엔 새침데기 냥이 네오네.

집사인 내가 네오를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 않겠니.

네오 하면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뻐기는 이미지가 제일 섹쉬~~해서 나도 자주 잘난체할 때 써먹던 아이콘이지.

출간되던 시리즈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자기애를 강조한 내용들이 주였고 네오도 자기애라면 그 어떤 친구보다 넘치기에 이번에는 또 어떤 느낌인가 궁금하기도 했어.

하다라는 작가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었지만 눈에 띄는 거 하나! 집사더라고.

뭐 같은 집사끼리 말 안 해도 통하는 게 있을 것만 같았어.

 

 

 

 

네오는 카카오 친구들 중 패셔니스타이자 쇼핑광이야.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자뻑공쥬라고나 할까. 단발머리가 참 탐스럽게 새침해.

참, 네오가 프로도와 연애 중인 건 알고 있었어? 난 몰랐어. 걍 늘 둘이 붙어있길래 절친 사인 줄 알았지.

개와 냥이가 친하기도 어려운데 사랑하는 사이라니.

고정관념 때문에라도 촉이 오지 않더라고. 글고 우리 집 냥이와 멍이에겐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서. ㅋㅋ

 

어찌 되었든 네오는 솔직하고 자기주장이 강해서 얘는 인생사 힘든 일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착해 보이지 말아요라는 말에 얘도 많이 다쳐본 애구나를 느꼈으니까.

그래서 첫 장부터 최대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기술을 설파하기도 해. 자기가 가르쳐 준대로만 하면 자신을 사랑하게 될 거라나.

SNS 보며 멀쩡한 나를 깎아내리지 말고, 몸매 관리한답시고 되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이건 중요한 건데 예술과 문학 그리고 산책은 필수라는 거! 몸속 찌꺼기 희석하는 데는 이만한 게 없거든.

 

네오도 BTS의 RM 연설에 감동을 받았나 보더라고. 진짜 멋진 친구지 않아?

어쩜 네오도 내가 느낀 걸 그대로 느낀 건지. 네오도 아미하라고 할까 봐~~ ㅎ

자신의 기질에 고정 핀을 빼고 가끔은 새로운 도전을 해 보는 것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길이지. 얼마나 뿌듯하겠어.

 

 

 

그렇게 마음을 다스렸다면 직장 생활 지침서도 들여다봐야 해. 아마도 직장이 없다면 동네 술집들 다 문 닫아야 할 거야.

그만큼 각종 스트레스의 집합소가 직장이기도 해. 잘 하면 몸이 힘들고 못 하면 정신이 힘든. 어쨌든 회사는 그냥이 아닌 곳이잖아.

우린 매일을 훌륭한 직장인으로 사는 사람들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개썅마이웨이 정신이란 사실도 잊지 마.

하나 더 우리 뒷담화는 하지 말고 살자.

뒷담화가 재밌긴 하지만 그 즐거운 일이 나중에 화살이 되어 나한테 꽂힐 거야. 윽시 아플 거라고.

 

 

 

 

네오가 연애 중이니 관계에 기술이 빠질 순 없겠네. 사랑은 저마다 용량의 차이가 있고 서로의 적정 온도가 달라.

그게 맞지 않으면 오래 못 가더라고.

네오가 아주 중요한 것도 알려줬어. 너무 한곳에 올인하지 말라고 하는 말은 새겨들어야 해.

지나간 사랑은 냅두고 바람이 불어 바람 따라가는 넘은 잡지 말고.

 

불안을 잠재우고 느긋해지는 비법도 잘 알겠지만 다시 한번 새겨들어. 분노 앞에 쉼표를, 솔직함은 나의 감정에게.

그냥 우린 잘 들으면 되지 않을까. 당장에 실천이 어려워도 계속 주입식으로 세뇌를 하다 보면 집에 와서 이불킥하는 날도. 먹는 걸로 학대하는 날도 줄어들꺼야.

 

괜한 허세 부리지 말고, 나를 학대하지도 말고, 타인의 노력을 깎아내리지도 말며, 움츠러들지도 말자고.

인생이란 내가 하기 나름이니까.

뻔한 말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자. 우리~ 진리는 먼 곳에 있지 않잖아.

그냥 오늘도 나를 더 사랑하는 하루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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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의 보배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20
곽영미 지음, 반성희 그림 / 책고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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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사람들은 신들이 우리를 보살펴준다는 믿음이 지금보다 훨씬 강했다. 인간은 신분, 가난, 질병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며 인간의 힘으로는 헤쳐나갈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삼국시대는 불교국가였다. 하지만 신분제가 엄격했던 그 시절에는 절에 가서 보시를 하는 것조차 평민들은 할 수 없었다. 부처께 보물을 바쳐야만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기에 가난한 자들은 먹을 것조차 부족했으니 보시로 내놓을 거리가 없었던 것이다.

 

백제하면 떠오르는 국보가 미륵사지 석탑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우리나라 최초의 석탑으로 얼마 전에 보수공사가 끝나고 다시 공개가 되었다. 일제 때문에 흉물이 되었다가 20년 만에 보수공사가 완료된 것이다. 정말 길고도 긴 시간인 만큼 뭉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였는지 저자는 미륵사지 해체 과정을 보며 많은 것들을 느꼈고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믿음과 신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미륵사의 보배는 요즘 아이들에게 우리에게 믿음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석이는 부모님을 잃고 아픈 동생과 살고 있다. 대감집 머슴 일을 돕고 대장간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나고 있다. 그런 석이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는데 아픈 동생의 병이 하루빨리 낫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외출조차 쉽지 않은 동생은 나날이 병세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탕재때문에 대감집 아들인 비치부와 마주하게 된다. 비치부도 몸이 허약해 어릴 적부터 탕재를 달고 살았다. 제아무리 권세가 있는 양반이라도 몸이 아프니 다 부질없어 보인다. 비치부는 자신의 그러한 신세를 잘 알고 있었기에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가 어른스럽지만 세상에 대한 원망도 있다. 비치부덕에 위기는 넘겼지만 석이는 비치부에게 빚을 지게 된다. 비치부는 그 빚을 핑계 삼아 석이를 데리고 바깥세상을 구경하고자 한다.

 

 

 

석이의 여동생 달이도 자신의 처지가 가련하다. 아프지 말고 영원히 오빠와 살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만 같다. 마음도 으찌나 여린지. 아픈 참새를 데려다 돌보려는 마음 씀씀이를 안아주고 싶다. 달이의 소망대로만 잘 지내줬으면 좋았으련만 참새가 죽자 달이는 자신의 처지를 참새와 동일시하는 모습에 또 울컥했다.

 

 

 

비치부와 달이.

두 아이의 바람은 건강해져서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달이는 오빠와 영원히 함께하고자 했으며 비치부는 바다를 너무나 그리워한다. 하지만 달이는 미륵에게 빌면 병이 나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던 반면 비치부는 그런 희망조차도 내려놓고 있었다. 아픈 몸으로 친구하나 없던 비치부가 참으로 안쓰러웠다. 비치부는 이런저런 핑곗거리를 만들어 석이를 곁에 두고자 한다. 비치부의 돌발행동에 심장이 조마조마하지만 동생과 처지가 비슷한 비치부에게 마음이 쓰인다.

 

마음씨 고운 석이는 미륵에게 달이의 병이 낫게 해달라고 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보시할 보배가 없어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았던 석이는 비치부에게 보배를 부탁하기에 이른다. 석이의 간절함을 비치부는 외면하지 않고 금정에 소원을 새겨 줄 것을 약속한다. 대신 비치부는 석이에게 바다 대신 미륵사를 보러 가자며 나선다. 그곳에 도착한 석이와 비치부는 석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보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석이는 비치부에게서 보배에 관한 다른 의미를 듣게 된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다. 온전한 내 마음.

                    만약 내가 사리 봉안식에 보시를 할 수 있다면 나는 내 온전한 마음을 보시할 것이다. - p.96

 

석이와 비치부는 신분은 달랐지만 잠시나마 친구로 함께했고 비치부는 석이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고 떠났다. 인간이 그토록 의지하는 희망에 물질적 가치를 두어 선 아니 되며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손에 달린 것임을 전한다. 석이는 비치부의 말뜻을 점점 가슴 깊이 새기며 금정에 소원을 새기게 된다. 소원을 한자 한자 새기며 손은 이리저리 성한 곳이 없지만 그만큼 간절한 마음을 담는다. 석이가 평민은 할 수 없다는 보시를 할 수 있을까.

 

언젠가 비치부 도련님이 말했어요. 화평하지 않은 세상이라서 미륵이 오는 것이라면, 오지 않는 미륵을 기다릴 게 아니라 화평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요. - p.138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듯 석이의 간절함과 용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비록 비치부가 함께하지 못해 마음이 아팠지만 모든 이들이 소망을 빌 수 있는 나라가 되어 흐뭇했다. 미륵사지 석탑을 보면 새가 된 비치부가, 달이와 환하게 웃고 있을 석이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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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번쩍 눈 오는 밤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3
윤혜숙 지음, 최현묵 그림 / 서유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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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밤 마당에서 놀아본 지가 언제였던가. 표지만 보아도 정겨워서 얼른 눈이 보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반짝반짝도 아니고 번쩍번쩍이라니. 번개가 치는 것도 아닐 텐데 왜 번쩍번쩍 눈 오는 밤이었을까.

 

수아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가기로 철떡 같이 약속일을 잡았건만 할머니네 집으로 가야 한다.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것과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같은 마음일 수는 없겠지만 마음이 안 좋은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섭섭하게 친구 중 어느 하나도 위로 문자 한 통 없다.

 

 

 

하지만 수아는 그래도 이날만큼은 얌전하고 의젓한 어린이가 되려 한다. 장례식이 할머니가 살던 집에서 치러지다 보니 수아에게 더욱 그런 마음이 생겨난 것만 같다. 그런 수아가 참 생각이 깊은 것 같다. 장례식이 끝난 밤 수아는 엄마가 들춰보던 사진첩에서 낯선 아이의 사진을 보게 되는데 어른들의 이야기를 주섬주섬 듣게 된다. 본적도 없는 아재였지만 이 집에는 아재에 관한 아픈 사연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외삼촌과는 티격태격한 사이였지만 그런 아재가 집을 떠난 뒤 소식이 끊어져 가족들 모두 가슴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할머니 동네는 눈이 제법 내렸다. 수아는 놀 친구가 없어 심심했지만 눈 내리는 마당이 좋았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외삼촌은 수아를 데리고 광으로 가자고 한다. 광에는 오래된 물건이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조금 으스스하기도 해서 흥미롭기 때문이다. 광으로 가는 길에 외삼촌은 할머니가 도깨비에게 음식을 챙겨주었다는 얘기도 듣게 된다. 수아는 도깨비 얘기를 들어서 더 그랬는지 물건이 부스럭거릴 때마다 오싹한다.

 

광에서 후다닥 뛰쳐나온 수아의 눈앞에 이상한 남자애가 장독대 위에 있던 음식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 아이 어딘가 이상하다. 수아 엄마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차림새가 한겨울 복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불쌍한 몰골이다. 그나저나 누굴 기다려야 된다던 꼬마도 심심해 보이긴 마찬가지. 결국 둘은 포대를 가지고 뒷산에서 한바탕 신나게 논다. 그렇게 놀던 번개는 형이 왔다며 숲으로 들어가는데 둘이 나누는 대화는 과거의 어느 시간 속인듯하다.

 

 

 

 

그렇게 한바탕 놀고 들어온 수아는 한밤중에 이상한 손님이 할머니를 찾아온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어딘가 낯이 익었다 했더니 번개를 무척 닮아 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 이 시간에 차림새도 그렇고 생김새도 그렇고. 게다 번개와는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아니라고도 하고. 혹시 진짜 도깨비가 아닐까 하여 수아는 자꾸만 눈을 흘기고 질문을 해댄다. 하지만 오래전 할머니와 성국 아재의 이야기도 알고 있는 걸 보니 그리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진 않는다. 그리곤 외할머니의 금반지에 대한 사연도 듣게 되는데.

 

 

 

수아는 외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몰랐던 엄마의 가족사를 듣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가 늘 챙겨 주었던 도깨비들에게서(물론 수아와 가족들은 모르지만) 오래전 알지 못했던 가족의 나머지 반쪽 사연도 듣게 된다. 서로 오해하고 몰랐던 사실들이 하나둘 퍼즐을 맞추어가자 가족들은 잊혔던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도깨비 친구 번개도 귀여웠지만 백두 아재도 순박하기 그지없다. 아마도 도깨비들은 외할머니의 고마움 때문에 은혜를 갚기 위해 찾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단순히 도깨비가 나오는 이야기일 거라 여겼는데 가족애를 그리고 있어 징하게 다가왔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가족 간의 슬픔이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더 가슴 아팠지만 외할머니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만 같아 따스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뒤쪽 독후활동지를 통해 아이들과 나누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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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6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유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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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언어학자 헨리 브래들리는 철학을 인간이 본능에 따라 믿는 대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형편없는 이유를 찾아내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멋진 신세계]의 무스타파 몬드는 철학을 사람들이 믿는 것을 정당화하는 엉터리 이유를 대신할 다른 엉터리 이유들을 찾아내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리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절망] 속에 '나'는 철학은 돈 많은 족속의 발명품이다. 타도할지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재밌지 않은가. 철학에 대한 이 빈정거림들이.

하지만 철학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저렇게 구체적으로 비꼴 수는 없을 것이다. 난 저 빈정거림 때문이라도 철학이 더 궁금해졌다. 과연 철학이란 어렵기만 한 말놀음일까.

 

역사가 방대하듯 철학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작심삼일처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까지는 열심히 들어 놓았을 것이다. 들어도 잊고 보아도 뒤죽박죽인 철학을 역사처럼 전반적 흐름을 짚어가며 이해할 수 있을까.

 

머리말에서 철학이란 인간이 다루는 모든 것을 다루며 그것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그 호기심의 출발선에 첫 주자는 소크라테스였다. 우리는 그가 많은 것을 알았기에 여기저기서 떠들고 다녔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본인은 아는 게 없었기에 질문하러 다닌 것이라 말한다. 음. 돌려 생각하니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이래서 철학이란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유를 찾아내는 행위라고 하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의 입심이 민심을 흔들게 되면 정치권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비록 소크라테스는 가버렸지만 그의 정신은 세대를 건너 이어져간다. 시대적 흐름에 맞춘 새로운 사유들이 생겨났고 자연과 여러 학문과 어우러져 더 나은 인간상을 구축해왔다. 영원한 이데아를 꿈꾼 플라톤, 존재의 근원을 탐구한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의 일부로 산 디오게네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등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변화를 겪는 동안 철학은 종교와도 여러 측면에서 충돌한다. 신앙과 이성의 양립을 두고 많은 이들의 의견이 갈렸다. 결국 이성은 신앙을 이길 수 없었고 철학은 이도교로 오해를 받아 탄압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누군가의 사상은 그를 신봉하는 자들과 비난하는 자들로 인해 끊임없이 더 나은 사상으로 거듭났다. 이 책도 그러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읽힌다. 생각하는 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든 드러냈다.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믿어 왔던 것들이 부서질까 두려워하는 자들 때문에 어떤 철학자들은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분명 입바른 소리를 내고도 미움을 당하고 배척되기도 했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사고하는 능력 때문이었지만 인간의 이성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인간의 우월함을 과대시하던 시절도 있었다. 누군가에겐 말 한마디가 자신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하기도 했었던 것이다.

 

철학은 이처럼 서로 대립하면서도 공존했기에 더 나은 사유가 탄생할 수 있었다. 수학은 합리적이었지만 이성적일 수는 없었고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고와 감정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철학은 경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며 주장한 이도 있었지만 인간은 유혹에 빠지기 쉽고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이성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신앙을 더 우위에 두는 학자도 있었다. 아마도 불안한 시대일수록 이성보다는 신앙이 더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각종 출판물이 성행하면서 계몽주의 시대가 열렸고 다양한 장르의 글들이 쓰이고 읽혔다. 비판은 눈에 띄게 두드러졌으며 학자뿐 아니라 여러 지식인들에게 철학은 삶의 무기가 된다. 오히려 철학자보다 아닌 이들의 저서가 더 많았기에 유럽 사회에서 철학이 대중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에서는 현대철학의 거장인 두 여성 학자를 소개하고 있는데 한나 아렌트의 모습이 무척 강인하고 지적여 보였다.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학자들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었기에 다시 한번 그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었는지 살펴보면서 현재 나의 가치관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근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연이란 책을 구입했는데 새해 첫 책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저자가 의뢰받은 대로 철학에 대해 어렵지 않게 쓰고자 노력한 흔적이 느껴진다. 책장이 생각보다 잘 넘어갔으며 철학 논쟁 코너 속 두 친구의 대화를 엿들으며 당시 철학의 큰 이슈들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저자의 동생이 그렸다는 철학자의 그림 덕분에 더 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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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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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훌륭한 인간들이 이곳에 존재하는가!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우냐!

오, 멋진 신세계여 ……

 

 

2540년 드디어 인간은 복제에 제대로 성공한다. 그것도 몇 명이 아닌 수십 명을. 인간은 복제를 통해 철저히 통제된 신세계를 만들어낸다. 더 이상 인간은 인간의 몸에서 태어날 필요가 없다. 유전자를 조작하고 우성과 열성인자를 구별하고 지능과 외모를 정확하게 구분 지어 계획한다. 태어난 후에도 반복적인 세뇌와 자극을 통해 완벽한 피라미드 계급사회를 구축한다. 사람들은 각자 주어진 계급의 틀안에서 아주 만족하며 살아간다. 불행, 절망, 아픔, 고통, 시기, 질투, 불만족, 고독, 우울.. 등의 단어는 이곳에서 쓸모없다. 소마(일종의 마약)만 있다면 그러한 불쾌감은 잊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질병도 없고, 늙지도 않는 완벽한 유토피아다. 하지만 그들에겐 완벽한 세상일는지 몰라도 누군가의 시선에 보면 그들은 단지 멋진 노예일 뿐이다. 그 세상을 계획한 자의.

 

오 신이시여가 아닌 오 포드시여~라는 감탄사를 내뱉는 곳.

이곳 사람들은 포드를 절대적 존재로 인식하고 이런 사회를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첫 장면부터 아주 디테일하고 친절하게 이 멋진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인간이 태어나고 계획되어 주어진 계급의 틀안에 내던져지는지를. 어찌 보면 자유로워 보이지만 지독히도 자유롭지 못한 세계이자 모든 사람이 동일한 감정으로 원하는 욕구를 충분히 즐기며 행복감을 느끼는 사회이다. 하지만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도 불량품이 있듯 이곳 공장에서 태어난 상위 계급 중에도 불량 인간이 있다. 일명 자아의식이 강한 자들이 그런 불량 인간에 속한다. 그런 인간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격리된다.

 

버나드는 알파 계급이지만 외모는 그렇지 못하다. 분명 어딘가 착오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버나드는 같은 계급장들에게 받았던 멸시와 자기비난의 결과로 나답게 사는데 눈을 떠가고 있었다. 그는 점점 이 신세계에 의문을 갖는다. 그것은 어찌 보면 외모에서 오는 불만족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자꾸만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하다 결국 불쾌감을 떨쳐버리는 게 과연 옳은 일 인가하고 의문을 품게 되자 소마를 거부하기도 한다.

 

레니나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자유분방한 연예를 즐기며 자신의 틀안에서 충분히 즐기며 산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작은 호기심이 생긴다. 야만인 구역을 방문하고 싶어 한 것이다. 야만인 구역이란 평범한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다. 출산을 하고 가족이 있으며 신을 믿고 질병과 늙음이 있는 곳 말이다. 레니나는 버나드가 심리학자인 장점을 이용해서 그를 꼬드겨 야만인 보호 구역을 탐험할 계획을 세운다. 버나드의 튀는 성격이 맘에 걸리긴 하지만. 철저한 공동체 사회에서 어느 한 계급이, 또는 한 개인의 일탈은 위험한 것이다. 마치 기계의 작은 부품이 고장 나면 작동이 멈추는 것처럼. 그래서 레니나는 버나드의 그런 행동이 불안하기만 하다.

 

그렇게 야만인 구역에 들어온 레니나와 버나드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말로만 들었던 어머니의 존재, 늙음, 질병, 오물, 제신 등을 보게 되자 혐오감을 감출 수가 없다. 게다가 오래전 실종되었다던 린다와 그녀의 아들 존을 만나게 되는데 린다가 출생을 했다는 사실보다 이미 늙고 뚱뚱해져 버린 그녀의 외모에 경악하게 된다. 버나드는 신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자 하는 마음에 이 둘을 신세계로 데리고 가게 되는데.

 

예상했듯이 존과 린다를 본 신세계 사람들의 반응이 볼만하다. 그들은 마치 끔찍한 병균을 보듯이 한다. 특히 린다의 늙어버린 모습에 구역질을 하고 존이 인간의 몸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에 소름 끼쳐 한다. 존은 멋진 신세계에 대한 기대를 안고 있었지만 지나치게 행복해하는 사람들 틈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린다가 소마 과다 복용으로 죽자 극도로 흥분하게 된다.

 

어떻게 작가는 1932년에 이런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었을까. 우리가 걱정하고 우려하던 일들이 소설 속에서 그려지자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만 같아 소름이 돋는다. 책을 보는 내내 여러 편의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영화 [이퀄스]의 사회가 유독 떠올랐다. 사랑이란 감정을 죄악시하며 감정이 철저히 통제된 사회에서 유전자가 조작되고 불만족 없이 무표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하지만 멋진 신세계는 이 통제된 사회보다는 더 밝은 곳이다. 소마가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점이라면 과거가 철저히 지워지고 통제되었다는 점이다. [이퀄스]의 주인공들도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감정이 생겨난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이전 인류의 과거 따윈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를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없애버렸다. 거기엔 책도 마찬가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처럼 고전문학이나 인문학 책은 위험한 물건일 뿐이다. 존이 난동을 피우고 통제실로 끌려간 뒤 통제관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이 모든 것이 설명되고 있다. 왜 그들에게 책이 죄악인지를.

 

존은 불행마저도 통제된 이 사회를 인정할 수 없다. 어느 정도의 불편한 상황에서 갈구하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임을 존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기본 욕구가 배제되고 약에 의존해 행복감을 만들어내는 사회를 미쳤다고 결론 내린다.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배척당하다시피 한 존이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곤 죽음뿐이었다.

 

결국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이상향이라는 건 없다. 인간은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 수 없고 누군가의 희생이 있기에 또 다른 누군가는 행복을 느끼게 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발전한 과학은 이처럼 인간에게 엄청난 비극 사회를 안겨 줄 수도 있음을, 그러한 유토피아를 계획한 것조차 인간의 헛된 욕망임을 자각해야 한다. 반면 각자의 병안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신세계인들을 보며 현재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자칫 문명인들처럼 지나치게 행복을 쫓아 자신을 기만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불안한 현실을 외면하고 그들처럼 자아의식 없이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또한 디스토피아를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지난달에 템페스트를 읽으면서 내가 원서를 읽을 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꼬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대사가 실생활에 써먹고 싶을 만큼 통쾌하고 빵빵 터졌기 때문이다. 마치 찰진 사투리가 외국어로 번역이 안되는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저자도 그래서 템페스트에서 영감을 얻었을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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