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의 보배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20
곽영미 지음, 반성희 그림 / 책고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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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사람들은 신들이 우리를 보살펴준다는 믿음이 지금보다 훨씬 강했다. 인간은 신분, 가난, 질병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며 인간의 힘으로는 헤쳐나갈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삼국시대는 불교국가였다. 하지만 신분제가 엄격했던 그 시절에는 절에 가서 보시를 하는 것조차 평민들은 할 수 없었다. 부처께 보물을 바쳐야만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기에 가난한 자들은 먹을 것조차 부족했으니 보시로 내놓을 거리가 없었던 것이다.

 

백제하면 떠오르는 국보가 미륵사지 석탑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우리나라 최초의 석탑으로 얼마 전에 보수공사가 끝나고 다시 공개가 되었다. 일제 때문에 흉물이 되었다가 20년 만에 보수공사가 완료된 것이다. 정말 길고도 긴 시간인 만큼 뭉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였는지 저자는 미륵사지 해체 과정을 보며 많은 것들을 느꼈고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믿음과 신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미륵사의 보배는 요즘 아이들에게 우리에게 믿음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석이는 부모님을 잃고 아픈 동생과 살고 있다. 대감집 머슴 일을 돕고 대장간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나고 있다. 그런 석이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는데 아픈 동생의 병이 하루빨리 낫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외출조차 쉽지 않은 동생은 나날이 병세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탕재때문에 대감집 아들인 비치부와 마주하게 된다. 비치부도 몸이 허약해 어릴 적부터 탕재를 달고 살았다. 제아무리 권세가 있는 양반이라도 몸이 아프니 다 부질없어 보인다. 비치부는 자신의 그러한 신세를 잘 알고 있었기에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가 어른스럽지만 세상에 대한 원망도 있다. 비치부덕에 위기는 넘겼지만 석이는 비치부에게 빚을 지게 된다. 비치부는 그 빚을 핑계 삼아 석이를 데리고 바깥세상을 구경하고자 한다.

 

 

 

석이의 여동생 달이도 자신의 처지가 가련하다. 아프지 말고 영원히 오빠와 살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만 같다. 마음도 으찌나 여린지. 아픈 참새를 데려다 돌보려는 마음 씀씀이를 안아주고 싶다. 달이의 소망대로만 잘 지내줬으면 좋았으련만 참새가 죽자 달이는 자신의 처지를 참새와 동일시하는 모습에 또 울컥했다.

 

 

 

비치부와 달이.

두 아이의 바람은 건강해져서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달이는 오빠와 영원히 함께하고자 했으며 비치부는 바다를 너무나 그리워한다. 하지만 달이는 미륵에게 빌면 병이 나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던 반면 비치부는 그런 희망조차도 내려놓고 있었다. 아픈 몸으로 친구하나 없던 비치부가 참으로 안쓰러웠다. 비치부는 이런저런 핑곗거리를 만들어 석이를 곁에 두고자 한다. 비치부의 돌발행동에 심장이 조마조마하지만 동생과 처지가 비슷한 비치부에게 마음이 쓰인다.

 

마음씨 고운 석이는 미륵에게 달이의 병이 낫게 해달라고 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보시할 보배가 없어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았던 석이는 비치부에게 보배를 부탁하기에 이른다. 석이의 간절함을 비치부는 외면하지 않고 금정에 소원을 새겨 줄 것을 약속한다. 대신 비치부는 석이에게 바다 대신 미륵사를 보러 가자며 나선다. 그곳에 도착한 석이와 비치부는 석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보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석이는 비치부에게서 보배에 관한 다른 의미를 듣게 된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다. 온전한 내 마음.

                    만약 내가 사리 봉안식에 보시를 할 수 있다면 나는 내 온전한 마음을 보시할 것이다. - p.96

 

석이와 비치부는 신분은 달랐지만 잠시나마 친구로 함께했고 비치부는 석이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고 떠났다. 인간이 그토록 의지하는 희망에 물질적 가치를 두어 선 아니 되며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손에 달린 것임을 전한다. 석이는 비치부의 말뜻을 점점 가슴 깊이 새기며 금정에 소원을 새기게 된다. 소원을 한자 한자 새기며 손은 이리저리 성한 곳이 없지만 그만큼 간절한 마음을 담는다. 석이가 평민은 할 수 없다는 보시를 할 수 있을까.

 

언젠가 비치부 도련님이 말했어요. 화평하지 않은 세상이라서 미륵이 오는 것이라면, 오지 않는 미륵을 기다릴 게 아니라 화평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요. - p.138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듯 석이의 간절함과 용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비록 비치부가 함께하지 못해 마음이 아팠지만 모든 이들이 소망을 빌 수 있는 나라가 되어 흐뭇했다. 미륵사지 석탑을 보면 새가 된 비치부가, 달이와 환하게 웃고 있을 석이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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