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6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유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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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언어학자 헨리 브래들리는 철학을 인간이 본능에 따라 믿는 대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형편없는 이유를 찾아내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멋진 신세계]의 무스타파 몬드는 철학을 사람들이 믿는 것을 정당화하는 엉터리 이유를 대신할 다른 엉터리 이유들을 찾아내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리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절망] 속에 '나'는 철학은 돈 많은 족속의 발명품이다. 타도할지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재밌지 않은가. 철학에 대한 이 빈정거림들이.

하지만 철학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저렇게 구체적으로 비꼴 수는 없을 것이다. 난 저 빈정거림 때문이라도 철학이 더 궁금해졌다. 과연 철학이란 어렵기만 한 말놀음일까.

 

역사가 방대하듯 철학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작심삼일처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까지는 열심히 들어 놓았을 것이다. 들어도 잊고 보아도 뒤죽박죽인 철학을 역사처럼 전반적 흐름을 짚어가며 이해할 수 있을까.

 

머리말에서 철학이란 인간이 다루는 모든 것을 다루며 그것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그 호기심의 출발선에 첫 주자는 소크라테스였다. 우리는 그가 많은 것을 알았기에 여기저기서 떠들고 다녔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본인은 아는 게 없었기에 질문하러 다닌 것이라 말한다. 음. 돌려 생각하니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이래서 철학이란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유를 찾아내는 행위라고 하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의 입심이 민심을 흔들게 되면 정치권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비록 소크라테스는 가버렸지만 그의 정신은 세대를 건너 이어져간다. 시대적 흐름에 맞춘 새로운 사유들이 생겨났고 자연과 여러 학문과 어우러져 더 나은 인간상을 구축해왔다. 영원한 이데아를 꿈꾼 플라톤, 존재의 근원을 탐구한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의 일부로 산 디오게네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등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변화를 겪는 동안 철학은 종교와도 여러 측면에서 충돌한다. 신앙과 이성의 양립을 두고 많은 이들의 의견이 갈렸다. 결국 이성은 신앙을 이길 수 없었고 철학은 이도교로 오해를 받아 탄압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누군가의 사상은 그를 신봉하는 자들과 비난하는 자들로 인해 끊임없이 더 나은 사상으로 거듭났다. 이 책도 그러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읽힌다. 생각하는 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든 드러냈다.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믿어 왔던 것들이 부서질까 두려워하는 자들 때문에 어떤 철학자들은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분명 입바른 소리를 내고도 미움을 당하고 배척되기도 했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사고하는 능력 때문이었지만 인간의 이성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인간의 우월함을 과대시하던 시절도 있었다. 누군가에겐 말 한마디가 자신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하기도 했었던 것이다.

 

철학은 이처럼 서로 대립하면서도 공존했기에 더 나은 사유가 탄생할 수 있었다. 수학은 합리적이었지만 이성적일 수는 없었고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고와 감정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철학은 경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며 주장한 이도 있었지만 인간은 유혹에 빠지기 쉽고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이성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신앙을 더 우위에 두는 학자도 있었다. 아마도 불안한 시대일수록 이성보다는 신앙이 더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각종 출판물이 성행하면서 계몽주의 시대가 열렸고 다양한 장르의 글들이 쓰이고 읽혔다. 비판은 눈에 띄게 두드러졌으며 학자뿐 아니라 여러 지식인들에게 철학은 삶의 무기가 된다. 오히려 철학자보다 아닌 이들의 저서가 더 많았기에 유럽 사회에서 철학이 대중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에서는 현대철학의 거장인 두 여성 학자를 소개하고 있는데 한나 아렌트의 모습이 무척 강인하고 지적여 보였다.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학자들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었기에 다시 한번 그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었는지 살펴보면서 현재 나의 가치관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근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연이란 책을 구입했는데 새해 첫 책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저자가 의뢰받은 대로 철학에 대해 어렵지 않게 쓰고자 노력한 흔적이 느껴진다. 책장이 생각보다 잘 넘어갔으며 철학 논쟁 코너 속 두 친구의 대화를 엿들으며 당시 철학의 큰 이슈들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저자의 동생이 그렸다는 철학자의 그림 덕분에 더 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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