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번쩍 눈 오는 밤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3
윤혜숙 지음, 최현묵 그림 / 서유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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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밤 마당에서 놀아본 지가 언제였던가. 표지만 보아도 정겨워서 얼른 눈이 보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반짝반짝도 아니고 번쩍번쩍이라니. 번개가 치는 것도 아닐 텐데 왜 번쩍번쩍 눈 오는 밤이었을까.

 

수아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가기로 철떡 같이 약속일을 잡았건만 할머니네 집으로 가야 한다.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것과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같은 마음일 수는 없겠지만 마음이 안 좋은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섭섭하게 친구 중 어느 하나도 위로 문자 한 통 없다.

 

 

 

하지만 수아는 그래도 이날만큼은 얌전하고 의젓한 어린이가 되려 한다. 장례식이 할머니가 살던 집에서 치러지다 보니 수아에게 더욱 그런 마음이 생겨난 것만 같다. 그런 수아가 참 생각이 깊은 것 같다. 장례식이 끝난 밤 수아는 엄마가 들춰보던 사진첩에서 낯선 아이의 사진을 보게 되는데 어른들의 이야기를 주섬주섬 듣게 된다. 본적도 없는 아재였지만 이 집에는 아재에 관한 아픈 사연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외삼촌과는 티격태격한 사이였지만 그런 아재가 집을 떠난 뒤 소식이 끊어져 가족들 모두 가슴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할머니 동네는 눈이 제법 내렸다. 수아는 놀 친구가 없어 심심했지만 눈 내리는 마당이 좋았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외삼촌은 수아를 데리고 광으로 가자고 한다. 광에는 오래된 물건이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조금 으스스하기도 해서 흥미롭기 때문이다. 광으로 가는 길에 외삼촌은 할머니가 도깨비에게 음식을 챙겨주었다는 얘기도 듣게 된다. 수아는 도깨비 얘기를 들어서 더 그랬는지 물건이 부스럭거릴 때마다 오싹한다.

 

광에서 후다닥 뛰쳐나온 수아의 눈앞에 이상한 남자애가 장독대 위에 있던 음식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 아이 어딘가 이상하다. 수아 엄마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차림새가 한겨울 복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불쌍한 몰골이다. 그나저나 누굴 기다려야 된다던 꼬마도 심심해 보이긴 마찬가지. 결국 둘은 포대를 가지고 뒷산에서 한바탕 신나게 논다. 그렇게 놀던 번개는 형이 왔다며 숲으로 들어가는데 둘이 나누는 대화는 과거의 어느 시간 속인듯하다.

 

 

 

 

그렇게 한바탕 놀고 들어온 수아는 한밤중에 이상한 손님이 할머니를 찾아온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어딘가 낯이 익었다 했더니 번개를 무척 닮아 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 이 시간에 차림새도 그렇고 생김새도 그렇고. 게다 번개와는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아니라고도 하고. 혹시 진짜 도깨비가 아닐까 하여 수아는 자꾸만 눈을 흘기고 질문을 해댄다. 하지만 오래전 할머니와 성국 아재의 이야기도 알고 있는 걸 보니 그리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진 않는다. 그리곤 외할머니의 금반지에 대한 사연도 듣게 되는데.

 

 

 

수아는 외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몰랐던 엄마의 가족사를 듣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가 늘 챙겨 주었던 도깨비들에게서(물론 수아와 가족들은 모르지만) 오래전 알지 못했던 가족의 나머지 반쪽 사연도 듣게 된다. 서로 오해하고 몰랐던 사실들이 하나둘 퍼즐을 맞추어가자 가족들은 잊혔던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도깨비 친구 번개도 귀여웠지만 백두 아재도 순박하기 그지없다. 아마도 도깨비들은 외할머니의 고마움 때문에 은혜를 갚기 위해 찾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단순히 도깨비가 나오는 이야기일 거라 여겼는데 가족애를 그리고 있어 징하게 다가왔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가족 간의 슬픔이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더 가슴 아팠지만 외할머니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만 같아 따스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뒤쪽 독후활동지를 통해 아이들과 나누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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