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신라 경주 10대들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김경후 지음, 이윤희 그림, 유홍준 원작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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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줄 수 있을까. 이것은 나뿐 아니라 주변 엄마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마다 답사여행을 다녀도 돌아오는 반응이라고는 무덤이랑 절은 그만 가고 싶다는 말과 막상 가더라도 부모가 지식이 부족해서 사진만 찍다 오는 경우가 태반이니 제대로 된 답사가 될 수 없다. 해야 할 것은 많고 볼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우리의 문화유산까지 돌아볼 겨를이 없는 것이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나도 그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역사 공부는 해도 문화재의 멋을 모르고 지나친다는 건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도 모르는 것이고 더 나아가 우리 문화의 위대함뿐 아니라 민족의 자긍심마저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독자의 전화를 받았던 일화를 털어놓는다. 그분은 다짜고짜 타국의 문화가 훨씬 좋아 보이는데 대체 우리 문화 어디가 그렇게 훌륭하냐며 따져 묻는다. 눈으로만 보면 화려하고 웅장하고 멋진 문화재가 어디 한두 개이랴. 저자는 확고하게 대답한다. 굳이 타국의 문화와 비교하면서 스스로 비참해할 필요가 무어냐고. 그리고는 당당하게 우리가 자랑할만한 유산을 몇 가지 내놓으며 설득한다.

난 이 일화를 읽으면서 부끄러웠다. 나도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문화재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애국심이 커지듯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작년에 그분의 강연회를 다녀오고 나서는 부쩍 더 한국 곳곳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결심도 했었다.

 

 

 

 

 

이 책은 문화유산답사기 중 문화재의 보고인 경주 편이다. 답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경주요, 아이들 역사 탐방으로 많은 이들이 찾은 곳이기도 하다. 심지어 몇몇 맘 맞는 엄마들은 아이들끼리 체험학습으로 2박 3일을 둘러보고 온다고도 한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다.

 

천년의 세월을 견디고 있는 경주의 문화재 중 선덕여왕 시절의 유산부터 시작하여 경주의 석탑을 살피고 에밀레종, 석굴암, 불국사의 탄생 기와 수난에 대해 알아보는 것으로 1편은 끝이 난다. 하지만 이 한 권으로 문화재의 궁금증도 많이 해소가 되고 우리 문화재의 진정한 가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원효대사의 일화를 보며 부처의 가르침을 알게 될 것이고, 황룡사의 건축 기간뿐 아니라 황룡사 구층 목탑의 유래가 나라를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욱 그 위엄이 전해질 것이다. 또한 첨성대의 구조에 얽힌 정교함, 에밀레종의 종소리에 숨겨진 비밀, 석굴암의 건축기술과 본존불의 미를 통해 석공의 재주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스페인의 대성당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도 건축기술의 정교함에 감탄했었는데 오래전 그들의 지혜에 놀랄 따름이다. 특히 석굴암이 일제에 의해 망가진 후 그 뒤로도 제대로 된 복원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제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했어도 신라인의 지혜를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반면 문화재가 전쟁으로 불타고 일제시대 때 도난당하고 약탈당하는 것도 모자라 제멋대로 보수공사에 더 망가지는 과정을 보며 참담한 기분도 느낄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이겠냐마는 인류가 이루어온 문화재를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지금도 문화재 반환을 위해 애쓰고 계신 분들뿐 아니라 개인의 사비를 털어서라도 문화재 보존에 애쓰시는 분들의 일화를 보며 감동을 받았다. 더 많은 이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는 길뿐이다.

 

재작년에 불국사를 방문하고 석굴암을 못 보고 돌아왔다며 너무나 아쉬워하던 지인이 떠오른다. 공사 중이라 볼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는데 아마 보고 왔더라도 아쉬워했을 것 같다. 지인은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잘 아는 분이다. 그런 분이 유리창 너머로는 본존불의 감동을 전해 받기 어렵지 않았을까. 나도 다시 불국사를 찾게 되면 불국사의 독특한 구조에 더 관심을 두고 보아야겠다. 연화교 연꽃무늬, 대웅전 돌계단의 측면, 석가탑 탑 날개 등 마치 보물을 찾듯 꼼꼼히 살펴보고 싶다.

 

 

 

 

 

저자가 말하듯 문화유산의 가치를 잘 알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님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이 책은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고 문화재의 가치를 일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보다 먼저 읽어보았는데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으며 아이들의 관심도를 끌어낼 수 있는 이슈들도 적절히 연결 지어놓았다. 특히 문화재의 탄생 배경뿐 아니라 문화재가 소실되고 약탈되는 등 수난을 당했던 과정을 읽으며 안타까움과 동시에 소중함도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니 영재발굴단에서 보았던 문화유산 신동이 떠올랐다. 우리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로 흩어져 있는 문화재를 조사하고 훗날 꼭 찾아올 포부까지 드러낸 그 아이를 보며 내가 다 뿌듯했으니 말이다. 그 아이가 잘 성장해서 우리 문화재의 지킴이로 꼭 활약하길 기대해 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정답인 것 같다. 문화재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 나니 이젠 제대로 된 답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한 제자처럼 아이들도 돌덩이가 뭐라고 말하는듯한 그 느낌을 경험하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2권으로 넘어가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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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 초록 지붕 집부터 오건디 드레스까지, 내 마음속 앤을 담은 그림 에세이
다카야나기 사치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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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빨간 머리 앤에 관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추억에 빠지다가 책을 덮고 나면 다시 한번 책이나 영상을 찾아보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저자가 느끼는 앤에 관한 추억과 앤 덕후들이 느끼는 바가 일맥상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일본의 번역가 무라오카 하나코가 1950년대 앤 시리즈를 최초로 번역 출판하는 과정을 함께한 ‘1세대 앤 마니아’이다. 그 당시 동양권 여성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던 앤은 그 시대의 여성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내 모습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상향으로 비치면서 앤은 수많은 팬을 거느리게 된다. 특히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초록 지붕 집은 동경 그 자체가 된다.

 

저자는 앤 시리즈 및 몽고메리의 여러 소설의 삽화를 그리며 더욱 앤에게 빠져든다. 아마 나라도 그런 직업을 가졌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앤과 함께 한 시간이 자신의 삶의 일부였으니 어느 누구인들 그러지 않았을까. 그래서 저자의 집 지붕 색도 초록색이라고 한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나도 예전 주택 집의 지붕은 초록색이었다.)

 

 

 

 

빨간 머리 앤에는 정말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그리고 삶의 지혜가 가득한 대사도 많다. 또한 봐도 봐도 또 보고픈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나 같은 경우도 기분이 꿀꿀할 때마다 다시 꺼내보는 다섯 작품 중의 하나이기도 한데 어린 시절 티비만화로 처음 앤을 만나고 그 후 여러 출판사의 책을 읽다가 십 년 전쯤에 전집을 소장했다. 전집을 읽으면 앤의 매력에 더 빠질 수밖에 없다. 그 뒤 캐나다에서 1985년도에 방영된 드라마 시리즈 [앤 오브 그린 게이블즈]로 완전 덕후가 되었는데 정말 그곳 경치에 푹 빠져서 꼭 가고픈 여행지로도 꼽아놓고 있다.

앤이 초록 지붕 집으로 가는 길은 어쩜 그리도 환상적인지, 게다가 도착한 초록 지붕 집과 주변 경관은 왜 그리 포근하고 아름다운지, 저자의 삽화를 보고 있으니 그때의 그 풍경이 떠올라 다시 추억 속에 빠져들었다.

 

 

 

 

 

저자의 삽화는 내추럴하다. 자연스러운 선 터치와 파스텔화 같은 야리야리한 색감이 가슴속에서 막 앤의 불러 내온듯한 느낌이다.

나도 어린 시절에는 앤이 자연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자신만의 이름을 지어 부르는 것들에 별 의미를 두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앤의 행동을 백번 공감한다. 그래서 앤이 좋아한 꽃과 풀, 나무들을 보니 눈에 익은 것들도 제법 보인다. 그만큼 나이가 든 것일 수도 있겠지만.ㅎㅎ

 

저자는 앤 속의 유명한 일화들을 다시 소환했다. 린드 부인과의 불쾌한 첫 만남, 자수정 브로치 사건, 단짝 친구 다이애나, 길버트와의 화해, 앤의 연극, 매슈 아저씨의 퍼프소매 등 정말 주옥같은 장면들이 스친다.

 

앤의 수다와 상상력도 빼놓을 수 없다. 앤 자신은 자신의 이름이 너무나 평범하여 싫다고 하지만 나는 이 말 많고 상상력이 넘치는 소녀에게 빠져들었다. 나와는 달리 풍부한 상상력으로 불행하거나 힘든 순간을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며 앤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상상력은 늘 모자랐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밋밋하고 평범한 원피스에 상상력으로 퍼프소매를 달기도 하고 볼품없는 침실에도 분홍빛 커튼을 단다.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길과 꽃들에게도 자신만의 이름을 지어 부르고, 흔한 감탄사에도 자신만의 감정을 더 실으며 낭만을 키워나간다. 낭만의 오솔길, 환희의 하얀 길, 연인의 오솔길, 반짝이는 호수, 눈의 여왕, 아이들와일드, 윌로미어 등은 현실의 세계와 동화의 세계가 공존하는 자신만의 세계가 된다.

 

작가는 그 외에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물건이나 식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앤이 그토록 좋아한 산사나무 꽃의 정체를 알아내기까지의 과정과 앤의 방에 있던 깔개를 직접 만들어보기까지 하는 열정을 보인다. 뭐 이 정도면 엄청난 덕후라고 인정할만하다.

 

마지막으로 나무와 바람을 사랑하고 게다가 요정의 나라로 가는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작품세계도 언급하고 있다. ‘에밀리’, ‘팻’ 시리즈 등의 다른 소설과 앤이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도 살짝 엿볼 수 있는데 전집에서 읽었던 미스 라벤더와의 만남과 사연들이 드문드문 떠올랐다.

 

내가 앤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는 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에 늘 능동적이다.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를 보면 더욱 그런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삶의 낭만은 자연과 함께 하여야 행복한 것임을 내내 보여주고 있으며 인생에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도 되새겨 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아낀다.

앤 덕후라면 저자와 함께 빨간 머리 앤의 진정한 매력에 다시 빠져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낭만이 늘 함께 하는 인생이 되었으면.

 

P.S 사철 누드 제본은 정말 신의 한 수다. 180도 쫙 펼쳐볼 수 있어서 너무너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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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어린이 - 방정환 수필 모음 산하어린이 164
염희경 엮음, 이상권 그림 / 산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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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계절을 계절답게 즐기지 못하는듯하다. 여름이면 수영을 하고 겨울이면 스키와 썰매를 즐기는 게 고작이다보니 사계절이 주는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난다. 그래서 방정환 수필집을 읽으며 이렇게 지내다가는 인간들이 점점 더 감성을 잃어가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이 책은 어린이날을 만들고 어린이 잡지를 발간하는 등 어린이를 위해 살다가신 방정환 선생님의 수필 모음집이다.

잡지 《어린이》와 여러 지면에서 발표한 글 가운데 사계절을 담고 있는 수필 16편과 동시 및 그분의 업적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방정환이 천도교 3대 교주 손병희의 사위란 사실을 알았으며 그의 책은 《만년 샤쓰》만 읽은 게 전부이다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많은 사실을 알게 되어 뜻깊었다. 이틀전 창비에서 방정환 전집 5권이 출간된 걸 보았었는데 올해가 방정환 탄생 120주년이라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1920년대 중반부터 ‘어린이’(어린이’는 어린아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라는 말을 쓰며 어린이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를 전파하고 싶으셨던 그는 일제 탄압 속에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어린이는 나라의 꿈나무이자 미래의 희망임을 알면서도 요즘의 어린이들의 생활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우울해진다. 점점 더 경쟁 사회에 내 몰리며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이 학원 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과연 진정한 행복을 알까. 나조차 부끄러워진다.

 

 

 

 

그가 기고한 여러 편의 글들은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어린이들을 위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계절마다 어떤 놀이를 하면 좋은지, 어떤 생각들을 함께하면 가치가 있는지 등을 알려줌으로써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말로는 도저히 전할 수 없는 것들은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법 등도 고안해서 실어놓았다.

 

방정환은 정말 이야기꾼이었는데 그는 외국 동화를 번안해서 소개하기도 하고 직접 사람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가 이야기를 어찌나 실감 나게 하는지 신데렐라 이야기를 하는 도중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는 장면에서는 많은 이들이 식민지 조국의 현실이 떠올라 울었다고 한다.

 

 

 

봄에는 꽃을 심어보며 꽃의 다채로움을 만끽해 보며 나뭇가지로 화분 만드는 법도 알려준다. 여름에는 금붕어도 키우라 권하고 게다가 다양한 빙수의 맛과 빙수집을 직접 소개하기도 한다. 웃었던 장면은 파리를 잡기 위한 화살 만들기였는데 정말 여름 파리가 얼마나 골칫거리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계절이 활기를 찾아가는 가을에는 뭐든지 제철이라 뭘 하든지 좋은 계절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추위를 잊고 놀 수 있는 놀이로 팽이치기를 들며 여러 가지 팽이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에 소개된 말판 놀이는 어린 시절 문구점에서 팔던 종이판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그의 글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그의 업적이 재평가되어야 함은 틀림없겠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어린이날이 왜 5월 5일이 되었는지와 어린이날의 의미(선물을 받는 날이 아님을.ㅋ)를 다시 한번 새겨보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방정환 선생님의 다양한 글을 만나보면서 그 시절 아이들은 무얼하며 놀았는지를 살펴보면서 풍요속에 빈곤이라는 말도 다시한번 새겨보면 좋을것 같다. 아이들이 노는 방법을 몰라 못 논다는건 바깥에서 진정한 놀이문화를 접하지 못함이기 때문이니까.

방정환 선생님 120주년을 맞아 우리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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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닮은 너에게 애뽈의 숲소녀 일기
애뽈(주소진)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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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한 권의 책이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향기가 됩니다.

 

 

참 욕심나는 책들이 있다. 내겐 그림책들이 그렇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큰 맘먹고 처분한 책도 여럿 있지만 계몽사에서 나온 어린이 세계명작이나 아이들 단행본들은 그림이 마음에 들어 간직하고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데도 책장에 끼고 있는 이유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상상력이 더 풍성해져 가끔 괜찮은 아이디어도 얻기 때문이다.

 

요즘은 정말 실력 있고 감수성 넘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난해부터 하나하나 모아온 책이 제법 되니까 말이다. 애뽈님의 전작 《너의 숲이 되어줄게》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분이 귀한 작품집을 얻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두 번째 《숲을 닮은 너에게》는 제목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치 나에게 온 선물 같았다. 그래서 가까운 숲길을 찾아 산책하면서 그림들을 펼쳐보았다.

섬세한 터치와 풍부한 색감들은 생동감을 불어넣어 마치 감성 애니메이션 한편을 본듯하다. 걷고 있는 숲길에 동화 감성이 실려서인지 마치 내가 숲 소녀가 된 듯 기분이 맑아졌다.

 

 

 

마지막 페이지에 보면 독자들을 위한 Q&A가 있는데 캐릭터 탄생기를 알고 나니 숲소녀와 동물 친구들이 더욱 사랑스럽다.

 

가끔 애니멀 영상을 보며 배꼽을 잡거나 감동을 느끼기도 하는데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숲소녀보다 목도리 다람쥐와 루돌프 강아지의 모습이 더 궁금해진다. 그들은 숲소녀를 닮아 따라쟁이가 되기도 하고 마냥 기대어 잠들어 있기도 한다. 그들의 시선은 숲소녀보다 더 따뜻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내가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숲소녀의 외로움 따위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우리에게도 숲이 일상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선만 옮겨도 눈에 담을 수 있는 자연 말이다.

숲소녀의 계절은 늘 숲과 함께 하고 있다. 특별한 소재 없이 자연이 보여주는 변화만으로도 사계절의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하니까 말이다. 그녀의 그림은 숲소녀의 몸짓 하나부터 배경 소품까지 볼거리가 풍부하다. 게다가 글 솜씨까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가을바람을 느끼고 싶고 장마의 눅눅함도 떠오르고 눈 내린 겨울 숲의 풍경도 보고 싶어진다. 특히나 어둑해진 숲속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캠핑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건 좀 따라 해볼까 하는 것도 있었다. 달과 별 모빌을 천장에 달아 놓으면 우주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것 같다.

 

 

숲은 멀리서 봐도 멋지지만 자세히 보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잎사귀 하나하나의 생김새, 제멋대로 뻗은 가지, 혼자서 핀 이름 모를 꽃, 빨갛게 익은 열매, 풀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아름다운 실루엣, 구름의 변화 등 정말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녀의 그림도 굉장히 디테일하며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 있다. 마치 숲속의 곳곳을 살피듯 그녀의 그림도 꼼꼼히 보면 감탄할만한 구석이 많다. 특히나 숲속 배경도 비슷한 느낌이 거의 없다. 정말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그림에 계속 감탄사만 흘러나온다.

 

대체 그림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 것일까.~~^^

 

비록 현실은 숲이 보이는 아기자기한 주택에서 살지 않지만 마음만은 늘 그런 기분으로 살아야겠다.

사랑하는 나의 잉꼬와, 금붕어 두 마리와, 냥이 두 마리와, 화초와, 그리고 곧 새 식구가 될지 모를 알 수 없는 강아지 한 마리와, 커피와, 그리고 책을 위안 삼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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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헤이세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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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 시대(전 세계에서 연호를 사용하는 유일한 국가인 일본의 시대 구분 중 하나로, 1989년 1월 8일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한 때부터 아키히토가 퇴위한 2019년 4월 30일까지를 이른다. 2019년 5월 1일부터는 나루히토가 취임하면서 '레이와' 연호가 사용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라는 단어를 나도 얼마 전에 뉴스에서 접했다. 쇼와시대가 끝나고 사용된 연호가 헤이세이였음을 다시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걸그룹 멤버의 일본인 출신 아이돌이 공식 계정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되어 며칠씩 떠들썩해지자 머릿속에 헤이세이란 단어가 콕 박혀버렸다. 일본인들에게 헤이세이 시대란 어떤 의미일까.

 

여기 헤이세이 시대에 태어난 한 남자가 있다. 그런데 그는 헤이세이가 끝나는 날 자신도 죽겠다고 한다. 자살이 아닌 안락사로.

소설 속에는 일본이 안락사가 허용된 나라로 나오고 있다. 그것도 모르고 우습지만 일본이 언제 안락사를 합법화한거지 하며 오해했다.

 

답답하지만 그가 안락사를 결정한 이유가 내내 드러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똑똑하지만 신중한 편이고 말을 아낀다. 사랑에 서툴고 표현도 서툴지만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한 것 같다. 심지어 동거녀에게조차도 거리감을 둔다. 여자친구가 먼저 대시하고 같이 살게 되긴 하였지만 계약 연애를 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 이유에 더 확신감이 든 건 그는 그녀와 섹스를 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섹스라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여자친구는 자위 용품에 적잖은 지출을 한다. 그것도 그의 카드로.

 

여기까지만 보면 분명 이상하다고 오해를 받을 쪽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그런 남자친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아니 어쩌면 참아준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초반 그들의 라이프 스토리만 보면 평범한 커플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어느 날 남자는 그녀에게 지나는 말처럼 그만 살겠다고 내뱉는다. 죽음으로써 영원히 굿바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늘 무심한 그의 스타일이 몸이 익숙해져있다 보니 그런 통보에도 무덤덤해진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너무나 많이 사랑한다. 그의 외로움도, 슬픔도, 그리고 남모를 아픔까지도 감싸 안아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정상적인 연인처럼 이유를 따져 묻고, 설득도 해보고, 달래기도 해 보는 등 최선을 다해 그를 세상에 붙잡아두고자 한다. 그러나 어이없게 돌아온 그의 대답은 헤이세이 시대에 운 좋게 많은 행운을 누렸으니 시대가 끝나면 자기도 떠나는 게 맞는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댄다. 제아무리 그럴싸하게 둘러대도 이기적인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그녀와 19년을 함께한 고양이를 그녀가 없는 사이 안락사 해버렸을 땐 정말 최악이었다.

 

하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좀 더 납득할만한 이유도 대지 못한 채 안락사 현장을 찾아가기도 하고 안락사를 주관해서 화장까지 말끔히 해 주는 업체를 찾아가기도 한다. 그는 대체 왜 그토록 죽는 일에 매달리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멀쩡한 사람이, 그리고 자신을 챙겨주는 연인도 있는 사람이, 게다가 사회적 명성과 능력과 경제력도 되는 사람이 왜왜 세상과 안녕을 고하려는 걸까.

 

 

 

 

여기서 나는 혼란에 빠졌다. 안락사에 대해 찬성 입장에 섰다가 점점 반대 입장 노선에 서게 되었다. 우선은 안락사에 대한 찬반 논란을 따져보다가 그녀의 아픔과 슬픔이 느껴져 반대 의견으로 기울었다. 또 안락사 현장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과연 죽음도 내가 선택할 권리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일까 고민에 빠졌다.

 

물론 후반부에서 그럼 그렇지라는 말이 튀어나오게 되는 그 죽을 수밖에 없는 그의 사연이 밝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자신의 빛을 내고 있는 이들을 떠올리니 그의 선택을 절대 존중할 수 없었다. 반면 그가 고백 후 좀 더 솔직하고 인간적인 속내를 드러내자 마음을 돌리지는 않을까 기대를 가지기도 했다.

 

이렇듯 소설은 안락사의 찬반 논쟁으로 문을 여는 듯 하지만 결국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거짓 없이 솔직한 그녀 앞에 관계에 서툰 남자가 관계를 배워가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런 그를 움직인 건 죽음에 더 가까웠던 그녀의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죽음은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보여주었다. 안락사로 고통을 덜고 떠난 이와 남겨진 이의 고통이라는 두 가지 상황을 경험해봄으로써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마지막 그의 선택지에 그나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그녀에 대한 배려를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를 향한 미안함과 믿음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녀의 이름이 아이(愛)인 것도 역시 사랑의 힘을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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